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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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Twice) - MORE & MOREReview/Singles 2020. 6. 20. 21:39
최근 트와이스 곡들에서 느껴지는 것은 북미시장에 대한 열망이다. 장르도 전형적인 걸그룹의 이지리스닝 가요에서 알앤비/소울 기반으로 바뀌고, 사운드도 좀 더 있어보이는 쪽으로 바뀌었다. 곡만 그런게 아니라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꽤 극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수동적인 소녀에서 능동적인 성인 여성으로 변화하는게 짧은 시간동안 빠르게 진행됐다. 'MORE&MORE' 역시 이런 변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다. 불러주길 기다리는게 아니라 트와이스가 부르면 와야지가 됐고 사운드도 좀 더 케이팝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트로피컬 사운드를 베이스로 보컬 샘플을 활용한 훅과 댄스 브레이크는 이게 트와이스 노래인지 다른 걸그룹 노래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 곡 자체만 놓고 보자면 만듦새가 쫀쫀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근데,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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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 특집] 다양성의 시대: 2010년대 후반 국내 R&B 앨범 리뷰Review/Albums 2020. 5. 31. 18:21
앞서 알아본 바와 같이 국내 R&B씬은 현재 변혁의 과도기를 지나 아티스트 개개인의 자유도가 커진 다양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크러쉬, 자이언티, 딘 등의 아이코닉한 아티스트들의 등장 이후, R&B씬에는 많은 신예들이 새롭게 나타났다. 이전과는 다른 DNA를 품은 채. R&B씬의 이런 변화가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이후부터다. 약 3년간 눈에 띄었던 앨범들을 일부 소개하며 국내 R&B씬이 변화해온 과정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2017년도 2017년 발매된 히피는 집시였다의 정규 1집은 상징적인 앨범이다. 단순히 이 앨범이 한국적인 사운드를 R&B의 영역에서 구현했다는 이유는 아니다. 그 의의를 '한국형 알앤비의 탄생'에 국한하고 싶지 않다. 이 앨범은 사운드 형식과 주제, 그리고 가사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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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앨범 대담: DEEPFLOW - FOUNDERReview/Albums 2020. 5. 19. 16:37
지난 4월 발매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딥플로우의 4번째 정규 앨범 [FOUNDER]. 힙합뮤지션이자 대중음악 레이블 대표로서 겪는 애환을 실감나게 풀어낸 그의 음악과 스토리에 뜨겁게 공감한 음악산업 종사자 분들을 모시고 대담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호스트 : 안승배(IT회사 마케터, 전 로엔엔터테인먼트 근무, 이하 '안') 참여 : 원지훈(유니버설 뮤직 A&R, 이하 '원'), 백승용(브랜뉴 뮤직 A&R, 이하 '백') 1. [FOUNDER],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백 : (한 때 뮤지션으로도 활동했던) 저는 앨범을 들으면서 '나는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어낸 자랑스러운 동네 형'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이미 힙합 아티스트로서 랩 음악으로 성공한 많은 뮤지션들이 있지만, 대부분은 그 과정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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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비 특집]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주요 알앤비 싱글 리뷰Review/Singles 2020. 5. 8. 17:15
2000년대부터 2010년대를 아우르는 주요 알앤비 싱글들을 짚어보았습니다. # 태양 - 나만 바라봐 (2008) 당시 본토 느낌 물씬 나는 비트. 한국적인 의미가 아닌 정통적인 의미의 R&B 가창력. 압도적인 완성도와 대중성의 안무까지. 모든 부분이 굉장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무엇보다 가사로 대중을 설득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 흑인음악 풍 가사를 한국적으로 풀어낸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앗 하면 유치해진다. ('차에타봐'사태를 기억하자.) 곡의 모든 부분이 디테일하게 완성된 덕분에 '나만 바라봐'는 케이팝 솔로 가수가 음악부터 안무, 가사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당대의 알앤비를 한국식으로 체화해서 새롭게 해석한 첫 사례로 남을 수 있었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 샤이니 - 닫아줘 (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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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분기 주요 힙합앨범 리뷰Review/Albums 2020. 5. 1. 15:56
2020년 1월 ~ 3월 동안 발매된 주요 한국힙합 릴리즈를 발매일 순으로 짚고 넘어갑니다. 아마도 제이켠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우여곡절'과 '나락'일 것이다. 커리어 내내 아쉬운 선택과 후회로 점철된 가사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음악의 완성도는 들쑥날쑥해졌고 그와 함께 리스너들의 지지도 급하락했다. 매드클라운-마미손에 이은 제2의 얼터 에고 컨셉인 '콕스 빌리'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그가 더 이상 국힙씬 안에서 설 자리는 없어보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불쑥 나온 콕스 빌리로서의 첫 정규 는 더 이상 잃을 것도, 돌아갈 곳도 없는 한 래퍼의 심리상태를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뒤틀리고 다크한 무드의 프로덕션에 얹혀진 공격적이고 과감한 랩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이 흔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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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STAX - DETOXReview/Albums 2020. 4. 24. 23:16
(*이 글에서 다루는 물의 중 남에게 위해를 가하는 형태의 범죄는 포함하지 않았음을 서두에 밝힌다)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한국에서) 아티스트가 물의를 빚었을 땐 어떻게 해야할까? 이미 대다수의 머릿속에는 흡사 매뉴얼과도 같은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대국민 대상 사과문에 이은 무기한 자숙은 필수요, 혹여나 복귀한다 해도 결과물에 반성의 흔적이 선명하지 않다면 금세 도마 위에 오른다. 반성에 대한 강박이 두드러질수록 결과물은 뻔해지고 아티스트는 위축된다. 요컨대 논란에 대한 예술가의 대처 방식은 향후 결과물의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열쇠와 같다. 한국힙합씬의 경우 이 문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대처하는 래퍼들이 생기고 있다. 이센스는 리얼리티 다큐 'I"M GOOD' 에서 보여준 출소 이후 컴백 과정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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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GS - UPGRADE IVReview/Albums 2020. 4. 17. 21:41
모든 창작자들은 결국 시간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젊음과 새로움을 무기로 꼰대들을 공격했던 패기의 신인들도 결국 고참이 된다. 피지컬은 조금씩 쇠퇴하며 거침없던 행보에 들어차기 시작하는 건 앞날에 대한 고민. "요즘 트렌드, 따라가야 할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수많은 베테랑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2010년대 이후 한국힙합씬의 파이오니어인 스윙스 역시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본토 믹스테입 시장과도 견줄만한 작업량, 펀치라인과 도치법을 통해 바꿔버린 랩 문법, 장유유서에서 자유로운 무대 매너 등 그가 새롭게 가져온 흐름이 온전히 평가받기도 전에 그의 최근 작업물들은 이미 내리막으로 낙인 찍혔다. 이 시점에서 그가 전곡 셀프 프로듀싱한 새 앨범은 기울어지는 판세 속에서 과감히 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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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K -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Review/Albums 2020. 4. 9. 16:58
명작이란 평가가 자자했던 지난 정규 '고결한 충돌'로부터 무려 5년 만의 정규다. '왕처럼 주인처럼' 즈음부터 JJK의 음악을 꾸준히 팔로우해온 입장에서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우선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라는 타이틀이 주는 첫인상은 다분히 직관적이다. 자연스레 육아와 가장의 삶에 대한 메타포임을 알 수 있었다. 사전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이 앨범이 '고결한 충돌'의 후속작이라 직감했고 아니나 다를까, 앨범의 감상은 전작과 더불어 감정적인 경험의 연장이었다. 앞으로 나이를 먹을수록 왠지 이 앨범을 꾸준히 찾고, 그때마다 한 번씩 글썽이게 될 것만 같다. 그렇기에 지금 이 앨범의 첫 감상을 꼭 다뤄야만 한다고 느껴졌다. 우선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몇 가지 포인트를 짚고 넘어가려 한다. 우선 눈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