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Alb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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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특집] 정규앨범 통합 리뷰 (上)Review/Albums 2021. 2. 1. 20:23
I paved the way For everyone that is pavin' the way 말이 많네 Ain't no one givin' a fxxk what you say Moment of silence 'Rosario' 중 에픽하이는 항상 논란의 중심이었다. 이게 힙합이냐? 지나치게 타협한 거 아니야? 배신자 아니야? 화장하고 예능 나오는 게 힙합이야? 이런 종류의 논란들 때문이었다. 이제 와서 뒤돌아보면 그렇게까지 지키려 했던 힙합의 순수함이란 대체 무엇일까 싶다. 허망함마저 느껴진다. 에픽하이의 데뷔 이후 본토에서 등장한 드레이크가 멜랑콜리한 사운드로 힙합을 정복했다. 빡센 힙합 믹스테이프를 내면서 달콤한 알앤비를 하고. 틱톡 챌린지의 제왕이 됐다. 급기야 자신이 가사를 직접 써야 한다는, 어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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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SENS - The Anecdote (5th Year Anniversary)Review/Albums 2020. 9. 9. 21:52
"나와야 할 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2015년 8월 27일, 모두가 고대하던 그의 첫 솔로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터져나왔던 반응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위와 같다. 사실 그의 첫 정규에 대한 기대감은 보다 복합적이었다. 그가 [Uncut, Pure!] EP로 데뷔했던 2004년 이후 한국힙합은 질과 양에 있어 꾸준히 성장 중이었고, 2012년 '쇼미더머니'의 등장을 기점으로 본격 대중화될 기폭제를 만났다. 바꿔말하면 그간의 씬은 계속 과도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힙합의 태동이 90년대 후반이라면, 시기 상으로 첫 골든에라 (Golden-Era)에 접어드는 순간인 2010년대 초반의 씬이 원하고 있었던 건 '공인된 힙합 클래식' (Certified Hip-Hop Classic)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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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분기 주요 힙합앨범 리뷰 (LP & Single편)Review/Albums 2020. 9. 5. 13:03
2020년 4월 ~ 6월 동안 발매된 주요 한국힙합 릴리즈를 발매일 순으로 짚고 넘어갑니다. 1. LP (정규) 따스하고 어쿠스틱한 질감이 눈에 띄는 코드쿤스트의 정규 4집은 기존의 앨범들과는 지향하는 바가 달라 보인다. 기존 그의 앨범들이 담고 있던 의도가 예술적 성취였다면 본작은 그에 비해 훨씬 감정적이며 원초적이다.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히 앨범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혁신적인 음악적 기교를 제시하진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작의 의의는 그것에 있지 않은 듯하다. 사운드, 구성, 참여진, 테마 등 모든 요소는 앨범의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좋은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 단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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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분기 주요 힙합앨범 리뷰 (EP편)Review/Albums 2020. 9. 2. 20:30
2020년 4월 ~ 6월 동안 발매된 주요 한국힙합 릴리즈를 발매일 순으로 짚고 넘어갑니다. (EP편) 트렌디하고 세련된 감성의 산타페인과 MBA 크루 소속 메이크 어 무비의 합작 EP는 즐거운 발견이다. Swae Lee를 떠오르게 하는 메이크 어 무비의 보컬이 주는 산뜻함과 산타페인의 부담스럽지 않은 감성이 적절히 어우러졌다. 산타페인의 경우, 본작을 시작으로 4월에만 도핀, 타미 스트레이트와의 EP를 연달아 발매하며 묵직한 허슬을 보여주었다. 두 아티스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내건 첫 볼륨감 있는 작품인 만큼 향후 어떤 커리어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짧고 무난한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진 않지만 기대감을 남기는 앨범. 알려져 있으나 동시에 알려져 있지 않다. ‘식보이’ 라는 이름을 접하는 대부분의 힙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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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ng] BoA 보아 20주년 기념, 주요 앨범 리뷰Review/Albums 2020. 8. 26. 15:36
2020년 8월 25일은 보아 20주년이다. 이를 맞아 매디에서 보아의 주요 앨범 리뷰를 준비했다. 독자 입장에서 20개의 앨범 리뷰를 읽을 수는 없기에 '추리고 추려서' 8개의 앨범만 간신히 남겼다. 그나마 'Girls On Top'이 이전 특집기사에 실린 덕에 9개가 되지 않았다. 이렇게 디스코그래피가 풍성한 댄스가수가 과연 있었을까? 각각의 퀄리티. 나이와 연차에 맞게 점차 발전하고, 기존의 강점은 유지되는 향상성. 전 시기를 걸쳐 비교적 고르게 유지되는 대중 어필과 작품성의 균형. 그리고 한국, 미국, 일본. 세계에서도 주요한 3국의 시장을 아우르는 언어, 스태프, 기획의 다양성까지. 새삼 주요 앨범 리뷰를 준비하면서 보아라는 가수의 특별함을 다시 떠올렸다. 때로는 질보다 양이 더 가치를 잘 대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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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네어 특집] 지난 10년의 발자취. 주요 앨범 리뷰Review/Albums 2020. 8. 13. 19:02
The Quiett (EP) 2011.11.29 지금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2010년 하반기 그의 소울컴퍼니 탈퇴와 연이어 발표한 도끼와의 일리네어 레코즈 설립 소식은 당시 한국힙합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게시판들을 뜨겁게 달구던 반응을 요약하면 강한 서던 힙합과 스웨거를 추구하던 도끼와 다소 전통적인 붐뱁 스타일과 언더그라운드적 태도를 추구해오던 더콰이엇의 조화 여부다. 그가 2011년 겨울 발표한 EP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반응들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막 출범을 알린 '일리네어 레코즈' 에 대한 기대 섞인 우려의 시선. 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전환' (Transition) 에 가깝다. 사운드적으로는 소울컴퍼니 시절 보여주던 무드를 어느 정도 유지하지만, 가사 속 태도는 보다 선언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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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따 - 살아숨셔2Review/Albums 2020. 7. 24. 10:54
염따의 정규 3집 가 발매된지도 어느 덧 1년 반이 흘렀다. 그 사이 그는 84년생 동갑내기 OG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음악인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콘텐츠 업계가 주목하는 SNS 인플루언서가 되었고, 그가 습관처럼 내뱉던 'FLEX' 와 '빠-끄' 는 당장의 소비에 행복을 찾는 불안한 MZ 세대를 표상하는 언어가 되었다. 이 모든 걸 가능케 했던 그의 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 유쾌하지만 씁쓸하고, 우울하지만 따뜻하다. 염따의 정규 3집 는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혼란한 그의 삶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건 인간 염현수의 이야기지만 동시에 불안이 일상화된, 정착을 꿈꾸는 모든 대한민국 2-30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앨범의 무드는 시종일관 바뀐다. 그는 한껏 자신감에 취해 성공에 대한 포부를 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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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앨범 대담 (2부): Neo Christian EP와 함께 보면 좋을 작품들Review/Albums 2020. 7. 20. 23:04
창수: 현직 전도사 겸 힙덕후 제가 생각하는 평론의 위치와 역할은 ‘경청’ 입니다. 창작자와 감상자 사이에 서서, 이 둘이 서로를 더 잘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평론가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어떤 상황에 평론가를 자처하는 사람은, 그가 직업적으로 그 소명에 있지 않더라도 그의 말과 태도가 창작자와 감상자 양쪽을 모두 존중하고 섬기는데 목적이 있어야 된다고 보는 것이 제 이해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지난 대담에서 제가 뱉은 말들이 정말로 그러한 역할을 했는지 자문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충으로, 이 앨범을 창작하신 비와이, 심바자와디 외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로 참여하신 분들 및 이 앨범에 애착을 갖고 더 잘 감상하고자 하시는 분들께 몇 가지 음악, 문학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