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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WINGS - UPGRADE IV
    Review/Albums 2020. 4. 17. 21:41

    SWINGS - UPGRADE IV Album Cover

    모든 창작자들은 결국 시간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젊음과 새로움을 무기로 꼰대들을 공격했던 패기의 신인들도 결국 고참이 된다. 피지컬은 조금씩 쇠퇴하며 거침없던 행보에 들어차기 시작하는 건 앞날에 대한 고민. "요즘 트렌드, 따라가야 할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리느냐에 따라 수많은 베테랑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2010년대 이후 한국힙합씬의 파이오니어인 스윙스 역시 이 질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본토 믹스테입 시장과도 견줄만한 작업량, 펀치라인과 도치법을 통해 바꿔버린 랩 문법, 장유유서에서 자유로운 무대 매너 등 그가 새롭게 가져온 흐름이 온전히 평가받기도 전에 그의 최근 작업물들은 이미 내리막으로 낙인 찍혔다. 이 시점에서 그가 전곡 셀프 프로듀싱한 새 앨범은 기울어지는 판세 속에서 과감히 던진 승부수와도 같다. 10년 이상 지속된 스윙스의 '업그레이드' 시리즈가 주는 특유의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가 이번 앨범을 통해 씬에 제시하는 '업그레이드'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업그레이드 IV> 는 가속화하는 트렌드를 놓고 고민하는 많은 뮤지션들을 위한 매뉴얼이다. 총 17 트랙의 풍성한 볼륨 속에서 그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아래의 3가지로 압축된다.

    1.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2. 해야될 것 대신 하고 싶은 것 하기

    3. 고민할 시간에 행동하기       

    자기계발서가 연상될 것이다. 정확하다. 평소 자기계발 서적/강연을 통해 동력을 얻는 스윙스 답게 이번 앨범도 단 하나의 우선순위에만 집중하라는 게리 W. 켈러의 <One Thing>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의 셀프 프로듀싱은 아직 설익은 면이 보이지만 십수년간의 음악생활을 바탕으로 한 '감'을 통해 다양한 소스 속에서도 비교적 일관된 무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곧 그가 말하고 싶었던 포인트를 TED 강연처럼 쉽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된다. 

    그가 언제든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잠시 시간을 거슬러 그의 데뷔년도인 2007년으로 가보자. 그의 데뷔 믹스테입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잘하는 랩'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좋은 랩의 기준이 스피드였던 그 시절, 느리고 끈적한 소위 '그루브한 랩' 의 기준을 가져온 건 누가 뭐래도 스윙스다. 선공개한 'Camera Freestyle' 에 대한 열화와 같은 반응은 비트의 트렌드와 상관없이 이런 맥락에서 유효하다.

    앨범의 전체적인 무드는 현재의 흑인음악 씬과는 크게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는 앨범 곳곳에서 ('더 댄스', '스테이 후레쉬')에서 펀치라인 킹 시절의 정서를 한껏 내뿜었다가도 7-80년대 소울 샘플링 위에서 알앤비 보컬을 선보이다 ('스틸 갓 러브') 저스디스, 오왼 등의 '요즘 래퍼들'과 지금 시대를 향한 공격성을 내뿜기도 한다. 얼핏 두서없어 보이는 구성 속에서 통일감이 느껴지는 건 그가 가장 자신있는 태도와 접근을 바탕으로 앨범을 기획했기 때문이다. 해야할 것 같아서 쓰는 오토튠이 아닌, 하고 싶어서 가져온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은 그의 프로덕션에 소신이 뒷받침된 서사를 어느 정도 구축했다.

    스윙스의 이번 컴백은 어떤 의미를 시사하고 있을까. 이미 커뮤니티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예전같은' 그의 모습을 환영하다가도 프로덕션의 아쉬움이나 트랙 간의 기복을 언급하기도 한다. 주목할 것은 그가 이 순간 마저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새 앨범 계획을 발표하며 행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앨범 속 자신감과 현실의 과감함이 결합된 '돌아온 스윙스' 의 행보는 리스너들이 <업그레이드 IV> 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다. 동시에 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커리어의 내리막을 고민하는 뮤지션들을 위한 지속성 강한 매뉴얼의 표본이다.         

    Written by 안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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