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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앨범 디자인 연대기 (2부)
    Curation/월로비의 Cover Story 2019. 12. 11. 20:48

     

    61회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Love Yourself 轉 'Tear'》

     

     

    페이즈 3: Love Yourself

    이후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 시리즈의 성공으로 드디어 월드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음악적으로는 인디 음악가와 피독(Pdogg, 빅히트Ent 수석 프로듀서), 방탄소년단의 협업으로 제작하던 기존의 시스템에서 탈피, 해외 정상급 작곡가들이 동원되기 시작한다. 가사적으로도 팝스타에 걸맞은 스케일과 구성을 통해 팝스타 성공 서사를 완성한다.

    물론 디자인도 이에 어울리는 과감한 투자로 진행되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담당했던 기존의 과정을, 이번에는 브랜딩 전문 스튜디오 '허스키 폭스'에 모두 일임했다.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들의 완성도를 넘어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LOVE YOURSELF 시리즈 《承 'Her'》, 《轉 'Tear'》, 《結 'Answer'》

     

    《Love Yourself》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기승전결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앨범도 의도적으로 총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 ‘승’, ‘전’, ‘결’로 나뉘어 공개됐고 뮤직비디오로 발표된 ‘기’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은 각각 4가지의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되었다.

    기: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감정(뮤직비디오로 발표)

    승: Her, 개화한 꽃, 화이트 컬러, 사랑에 빠진 감정

    전: Tear, 떨어지는 꽃잎, 블랙 컬러, 이별의 슬픔

    결: Answer, 하트로 표현된 남겨진 꽃잎, 홀로그램 용지, 이별 후 깨닫는 자아와 자존감

     

     

     

    미리 계획한 긴 호흡으로 장기간에 걸쳐 완성된 스토리텔링은 팬들로 하여금 마치 마블 영화 시리즈를 감상하듯 거대한 스케일의 컨텐츠에 서서히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이에 맞춰 커버 디자인도 세계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는데 각 파트의 핵심 주제를 앨범 커버의 색깔과 소재,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심볼 이미지로 단순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완성한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4가지의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된 ‘승’, ‘전’, ‘결’ 파트의 앨범을 전부 모으면 12개의 앨범 커버를 넘나들며 길게 이어지는 한 가닥의 선을 통해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서 ‘이별 후 마주하는 진정한 자아’까지의 전체 흐름이 완성된다. 앨범 커버가 한 장의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 음악적 세계관을 견고히 하는 중요한 장치로써 발돋움하는 순간이다.

    비슷한 레이아웃을 통해 전체적으로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통일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파트별로 개성 있는 변주를 적용함으로써 각 파트의 주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리고 이것들이 다시 하나로 모여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모습은 《Love Yourself》 시리즈의 서사와 완벽하게 일맥상통한다.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 된 앨범이 바로 이 《Love Yourself》이다. 세계가 이 앨범의 디자인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이렇게 음악과 디자인이 유기적으로 완벽히 맞물리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 방탄소년단

    지금까지 방탄소년단 디자인 컨셉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재미있게도 가로, 세로 12cm의 작은 앨범 커버조차 방탄소년단의 음악, 나아가 그들의 성장 서사와 많은 부분 닮아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계획했던 것인 양.

    방탄소년단은 회사로 비유하자면 스타트업이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세계 최고의 보이그룹이 되었다. 그러면서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스태프의 규모 또한 소규모 회사에서 초거대 기업에 어울리는 엄청난 크기로 확장되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의 노하우를 디자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케이팝 산업에서 중소기업은 안전한 길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실패할 확률이 낮은, 멤버들의 화보를 적극 활용한 디자인 컨셉을 유지한다. 그에 비해 대기업은 대규모 자원과 인력을 동원, 초장부터 확실한 아트 디렉팅을 통해 앨범과 뮤직비디오, 무대의상들을 철저하게 디자인한다.

     

    《MAP OF THE SOUL - PERSONA》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디자인은 중소기업의 모습도, 대기업의 모습도 아니다.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최정상에까지 올라왔기에, 오히려 시도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의 디자인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결과로 본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과 방식을 찾게 된 것이다. 과거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린 세계관과 스토리, 이 스토리에 어울리는 그들만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음악에서 시작해 디자인으로 그 맥락을 함께해왔다. 그들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대 자본다운 완성도까지 갖춘 독특한 성장 스토리이다. 올해 4월, 《Love Yourself》 이후 발표된 《MAP OF THE SOUL : PERSONA》 역시 《Love Yourself》에서 완성한 디자인적인 방향성을 유지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음악과 아티스트, 그리고 디자인의 3박자가 유기적으로 함께하는 방탄소년단의 행보는 그들의 다음 모습이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피지컬 앨범 시장이 날이 갈수록 축소되면서 앨범은 그 역할을 조금씩 바꾸어왔다. 이에 따라 앨범 커버 또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홍보와 판촉이라는 속성을 더욱 더 강화하며 시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이런 흐름 속에서 방탄소년단의 디자인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디자인이 디자인으로서 온전히 빛을 발하는 동시에 음악의 얼굴과도 같은 앨범 커버 본연의 역할 또한 충실히 수행하면서 대중과 평단의 호평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뚝심 있게 한 길을 걸어온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음악 시장 안에서의 디자인이 추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보이는 음악과 들리는 디자인의 관계가 더욱더 다채로워지길 즐겁게 상상해볼 일이다.


    ps. 그리고 올해 7월, ‘아트 디렉팅’이라는 개념을 음악시장에 처음으로 정착시키고 SM의 모든 시각적인 부분들을 총괄하던 민희진 디렉터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로의 합류를 발표했다. 걸그룹 론칭을 총괄한다고 한다. 빅히트는 비주얼의 중요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앞으로 빅히트에서 선보일 시각적인 시도들을 기대해보자.

     

    글: 김은우,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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