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BTS 특집] 보이는 음악, 들리는 디자인: BTS 앨범 디자인 연대기 (통합요약본)
    Curation/월로비의 Cover Story 2020. 2. 28. 21:08

    무형의 음악에 얼굴이 되어주는 앨범커버는 음악과 디자인 사이의 중요한 연결고리임과 동시에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디자인 장르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월로비의 Cover Story'에서는 인상 깊은 앨범커버를 골라 소개하고 음악 감상의 또 다른 시각을 제안합니다.


    정규 4집 앨범 《MAP OF THE SOUL : 7》으로 컴백한 BTS

    지난 주 21일, BTS의 정규 4집 앨범 《MAP OF THE SOUL : 7》 이 발매되었다. “역시 BTS”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국내외를 막론한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고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그들의 새로운 면모 또한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번 앨범은 그 자체만으로 이미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BTS 만의 전매특허인 거대하고도 촘촘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데뷔 때부터 이어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이 함께 한다면 훨씬 더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적 성장과정은 그 음악을 대변하는 커버 디자인의 발전 과정과 유기적으로 맞물려있다. BTS의 커버는 단순히 한 장의 이미지로 소비되지 않고 세계관을 이루는 하나의 중심 요소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커버 디자인의 변천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BTS의 연대기를 따라가 보는 과정이 될 것이다. 그 연대기의 시기별 페이즈를 편의상 3개로 나누고, 각 페이즈 마다의 디자인적인 특징을 살펴보기로 하자.

     


    페이즈 1: 학교 3부작

    《2 COOL 4 SKOOL》, 《O!RUL8,2?》, 《Skool Luv Affair》

    초기 BTS의 음악은 누가 들어도 10대의 음악이었다. 3부작으로 제작된 앨범 시리즈는 고등학생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랫말과 이에 어울리는 거칠고 직설적인 힙합 음악으로 가득했다. 당시 디자인을 맡았던 스튜디오 '스튜디오XXX'는 앨범마다 멤버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구체화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커버 또한 묵직한 볼드체와 강렬한 색 대비를 통해 ‘10대들의 외침’을 잘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당시는 아직 BTS의 최대 강점이라고 이야기되는 ‘세계관’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시기였다. ‘학교 3부작’ 안에서의 디자인적인 맥락 또한 아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후에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BTS의 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가 세계관을 구성하는 하나의 독립된 요소로서 목소리를 가진다. 하나의 페이즈 안에서 음악과 디자인, 디자인과 디자인이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학교 3부작’은, 한 장의 커버로써 각 앨범만의 목소리를 잘 담아냈지만 그것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장치까지는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BTS만의 색깔과 방향을 찾아가는 ‘될성부른 나무의 떡잎’에 어울리는 시기였다.

     

    페이즈 2-1 : 청춘 2부작

    《화양연화 pt.1》, 《화양연화 pt.2》

    ‘청춘 2부작’에 해당하는 《화영연화》는 음악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던 시기였다. 멤버들이 성인의 나이로 접어들며 청춘과 사랑을 노래하기 시작했고 아이돌 앨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한자를 커버 전면에 내세우며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들과는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여주었다. 특히 한자는 형태 자체에서 풍기는 묵직한 뉘앙스가 다른 요소들 보다 강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 사용하게 되면 이미지 전체의 느낌은 물론, 앨범 커버의 경우 수록곡들에 대한 첫인상마저 한쪽으로 고정시켜 버릴 위험이 있다. 더군다나 ‘화양연화’라는 앨범명이 주는 동양적인 느낌까지 고려한다면 한자라는 요소가 이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파격적인 시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의 방탄 앨범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라는 개념이 디자인에 적용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7개월의 간격을 두고 발매한 《화양연화》 시리즈는 음악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그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한 레이아웃이 두 편의 시리즈에 걸쳐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때 축적된 시리즈 개념은 훗날 발매될 《Love Yourself》에서 그 정점을 찍고 BTS의 디자인적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페이즈 2-1 : WINGS

    《WINGS》

    큰 흐름에서 같은 시기로 분류되는 차기작 《WINGS》는 모든 멤버의 솔로곡을 수록하며 음악적 성숙함을 보여준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피 땀 눈물>은 드디어 BTS를 한국 제일의 아이돌 그룹으로 올려놓았으며 이를 반영하듯 디자인 또한 《WINGS》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성숙해졌다. 당시 전반적인 디자인을 총괄했던 ‘VB 스튜디오’는 멤버들 각자의 개성이 담긴 동그란 모듈로 다양한 시각적 변주를 만들어냈다. 모든 멤버의 솔로곡들이 하나의 앨범 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완성되었던 음악적 흐름을 디자인으로 탄탄하게 뒷받침해준 셈이다.

    이 시기는 본격적으로 BTS의 디자인이 브랜딩의 영역으로 확장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앞서 설명한 모듈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새로운 월드 투어 공식 로고는 공연 포스터는 물론이고 다양한 홍보물과 공연 당일 무대 연출에도 활용되는 등 《WINGS》의 연장선상에 있는 일련의 활동들에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동일한 맥락을 부여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하여 이 모듈에서 시작된 디자인 컨셉은 결과적으로 《WINGS》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서 인식하게끔 하는 효과를 낳았다. 데뷔 후 단 3년 만에 음악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눈에 띄게 성장한 BTS에게 거는 기대감이 날로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페이즈 3: Love Yourself

    이후 BTS는 《Love Yourself》 시리즈의 성공으로 드디어 월드스타의 자리에 오른다. 물론 디자인도 이에 어울리는 과감한 투자로 진행되었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담당했던 기존의 과정을, 이번에는 브랜딩 전문 스튜디오 '허스키 폭스'에 모두 일임했다. 단순히 시각적인 요소들의 완성도를 넘어서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맥락에 더욱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며 그 노력이 결실을 맺기라도 하듯 그 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LOVE YOURSELF 시리즈 《承 'Her'》, 《轉 'Tear'》, 《結 'Answer'》

    《Love Yourself》의 기승전결 구조에 따라 앨범도 의도적으로 총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 ‘승’, ‘전’, ‘결’로 나뉘어 공개됐고 뮤직비디오로 발표된 ‘기’ 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들은 각각 4가지의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되었다

    기: 사랑이 시작되기 전의 감정 (뮤직비디오로 발표)

    승: Her, 개화한 꽃, 화이트 컬러, 사랑에 빠진 감정

    전: Tear, 떨어지는 꽃잎, 블랙 컬러, 이별의 슬픔

    결: Answer, 하트로 표현된 남겨진 꽃잎, 홀로그램 용지, 이별 후 깨닫는 자아와 자존감

     

    마치 마블 영화 시리즈 같은 긴 호흡의 거대한 스케일의 스토리텔링 안에서 커버 디자인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 각 파트의 핵심 주제를 커버의 색깔과 소재, 그리고 그 위에 얹어진 심볼 이미지로 단순명료하게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디자인으로 발매된 각 파트의 앨범을 전부 모으면 12개의 커버를 넘나들며 길게 이어지는 한 가닥의 선을 통해 ‘시작되는 사랑의 설렘’에서 ‘이별 후 마주하는 진정한 자아’까지의 흐름이 완성된다. 앨범 커버가 한 장의 이미지로 소모되는 것이 아닌 음악적 세계관을 견고히 하는 중요한 장치로써 발돋움하는 순간이다.

    비슷한 레이아웃을 통해 전체적으로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통일감을 확보하고 동시에 파트별로 개성 있는 변주를 적용함으로써 각 파트의 주제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리고 이것들이 다시 하나로 모여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모습은 《Love Yourself》 시리즈의 서사와 완벽하게 일맥상통한다.


     

    지금까지 BTS 커버 디자인의 변천사를 살펴보았다. 재미있게도 가로, 세로 12cm의 작은 앨범 커버조차 BTS의 음악, 나아가 그들의 성장 서사와 많은 부분 닮아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계획했던 것인 양.

    《MAP OF THE SOUL - PERSONA》

    일반적으로 케이팝 산업에서 중소기업은 실패할 확률이 적은, 멤버들의 화보를 적극 활용한 디자인 컨셉을 유지한다. 그에 비해 대기업은 대규모 자원과 인력을 동원, 초장부터 확실한 아트 디렉팅을 통해 앨범과 뮤직비디오, 무대의상들을 철저히 관리한다. 하지만 BTS는 밑바닥부터 최정상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며 본인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방식을 찾을 수 있었다. 차근차근 쌓아올린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은 음악에서 시작해 디자인으로 그 맥락을 함께해왔다. 《Love Yourself》 이후 발표된 《MAP OF THE SOUL : PERSONA》 역시 동일한 디자인적 방향성을 유지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MAP OF THE SOUL : 7》

    이렇듯 음악과 아티스트, 그리고 디자인의 3박자가 유기적으로 함께하는 BTS의 행보는 이번 4집, 《MAP OF THE SOUL : 7》에서도 그 진가를 어김없이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활동에서는 앞서 잠깐 언급했던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 이를테면 현대무용팀과의 협업 등 시각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과감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BTS의 새로운 디자인, 그 안에 담긴 새로운 이야기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Written by 월로비, 김은우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