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7
    Curation/Eyez On 2021. 2. 16. 22:57

    와드형 힙합 리뷰 Eyez On 시리즈는 
    눈여겨볼 신예 및 신보에 초점을 맞춰 소개합니다. 


    Summer Soul - JUNKFOOD (2020.08.12)

    적지 않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에게 자기관리 부족의 리바운드가 찾아온다. 음악을 단순히 장르적 분위기에만 기대온 결과, 커리어의 성장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정체되는 것이다. 이렇게 제때 자신을 다듬어내지 못한 아티스트는 자기 복제 끝에 양산형으로 전락한다. 썸머소울의 전작 EP는 이런 딜레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움직임이 강하게 감지된 작품이다. 비록 뮤직비디오의 완성도와 레퍼런스 논란, 믹싱 등 약간은 엉성한 요소들이 있었음에도 앨범은 아티스트의 의도와 메시지를 최대한 담아낸 구성이다. 곡 제목에서 시작된 틴더와의 협업 또한 흥미로운 마케팅 포인트다.

    이후 짧은 텀을 두고 발매된 싱글 ‘JUNKFOOD’는 그 EP로부터 그녀가 얼만큼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커버아트, 뮤직비디오, 그리고 음악이 주는 메시지는 짧지만 그렇기에 명료하다. 전작과 비교했을 때 한층 더 효율적인 형태가 되었다고 느껴진다. 담아낼 것과 덜어낼 것의 균형을 잘 맞춘 듯하다. 썸머소울이 아티스트로서 보여주는 비주얼 또한 이전의 일반인, 혹은 마냥 학생 같았던 모습을 탈피해 한 사람의 예술인으로서 개성을 드러낸다. 인디펜던트 활동의 제약에도 불구, 여러 방면에서 체계적인 자기관리의 흔적이 엿보인다. 자신의 커리어를 A&R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큰 틀에서 계획하고 발전시켜나가는 모습이다. 음악 외적, 내적 요소들이 어우러져 효과적으로 기능하게 되며 썸머소울만의 개성이 조금씩 꽃피고 있다.

    Bamsem (밤샘) & hyeminsong - 약보단강 (2020.08.30)

    모든 것이 꼭 정제되어야만 매력적인 것은 아니다. 때론 어딘가 엉성하고 거칠기 때문에 새롭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기도 하다. 혜민송과 밤샘의 합작 앨범은 다소 거친 만듦새가 매력적인 앨범이다. 물론 이 앨범이 조잡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은 아니다. 혜민송의 첫 정규 앨범은 프로덕션이 다소 상투적이란 인상이 있었다. 본작은 이와 다르게 비트메이킹이 진일보했고 밤샘의 독특한 보컬을 만나 조금 더 개성 있고 매력적인 사운드로 마무리되었다. 비트메이킹이 농익었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감각적이다. 사운드 소스의 다양함을 뚜렷하게 묶어내는 것은 묵직하고 단단한 비트의 댐핑이다. 밤샘은 정제되지 않은 들쭉날쭉함이 다소 아마추어적으로 느껴지지만 독특한 매력도 숨어있다. 보컬 톤과 특이한 멈블이 혼합된 싱잉랩은 고유의 개성으로 자리 잡을 포텐셜이 있다. 단 현재로서는 마치 초창기의 아우릴고트와 같이 기믹에 좀 더 가까운, 꾸며낸 기교란 느낌도 든다. 두 사람의 설익은 듯 Raw 한 재능이 매력적인, 믹스테잎같은 인상의 독특한 앨범이다.

    KOREANGROOVE - 섬광 (2020.09.19)

    엑스맨과 어벤져스의 만남 같은 새 떼들의 즐거운 세계관 통합, FLOCC. 이는 현재 한국 힙합씬의 가장 왕성한 플레이어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크루다. FLOCC의 구성 단체 중, 프레밀리 소속인 코리안그루브는 꾸준한 싱글, EP, 정규 발표로 커리어를 쌓아가는 허슬러다. 허슬은 자신을 알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꾸준한 발전을 위한 훈련이기도 하다. 다양한 곡을 거치며 그 안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줄 확률 또한 올라간다는 이점도 있다. 이처럼 허슬을 이어온 코리안그루브의 신보 <섬광> 두 개 파트는 모두 각각 인상적인 순간이 존재한다. 파트 1에선 단체곡들, 그리고 파트 2는 릴러말즈와 함께한 '난'처럼. 다만 파트 1에서는 프레밀리 몇몇 멤버들에게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단점, 즉 스타일의 유사성이 감상에 독이 된다. 구분에 어려움이 있는 릴 포엣, 코리안그루브, 그리고 부현석의 뱉는 투는 고질적인 아쉬움이다. 크루 단위에서 래퍼들의 스타일이 닮아감을 감안하더라도. 파트 1의 'Young Jackie' 같은 곡에서 보여주는 격양된 톤을 사용할 때, 오히려 코리안그루브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듯하다. 차별점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칭찬받아 마땅한 꾸준함에 더해 다양한 시도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최엘비 (CHOILB) - CC (2020.10.16)

    본 시리즈에서 다루기엔 이미 어느 정도 디벨롭이 진행된 아티스트인 최엘비는 우주비행과 섹시스트릿이란 출신을 감안해도 아직은 묘하게 인지도가 낮다. 특유의 투박한 랩 스타일과 깊이 있는 음악성이 몇 차례의 미디어 노출에 비해 폭발적인 유명세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아닐까. 개성 있고 꼼꼼한 리리시즘으로 좋은 평을 받은 전작 <오리엔테이션>의 후속작인 <CC>는 우주비행 특유의 바이브로 시작된다. 앨범의 도입부부터 탄탄히 채워 넣은 가사의 디테일이 압권이다.

    최엘비의 랩 스킬은 무게감 있고 그루비하게 랩을 끌고 가는 역할에 가까우며 앨범 전체를 두고 보면 크게 두드러지는 강점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특기는 여유 있는 톤과 안정적인 랩으로 그려나가는 섬세한 가사에 있는 듯하다. 라임이 쌓여나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서사의 진행으로 연결된다. 또한 각 곡에서 이미 기승전결을 맺은 서사를 곡 단위로 쌓았을 때, 앨범 단위의 큰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 또한 강점이다. 마찬가지로 기리보이의 윙맨인 김승민과 더불어 간혹 빈지노와의 유사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이 아쉽다. 찌질함과 소시민적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앨범의 끝에 다다르면 이는 오히려 차별점을 만드는 비범함으로 승화된다.

    킹치메인 (Kingchi Mane), 반고흐 - 붉은 포도밭 (2020.11.05)

    앨범의 인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컨셉 앨범의 유기성을 접목한 웰메이드 파티 앨범'이다. 최근의 스타일 변화 전, 테이크원과 비슷하다는 평이 있던 킹치메인, 그리고 오토튠을 묵직하게 활용하는 반고흐의 조합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아웃풋이라는 생각이 든다. 킹치메인의 전작 <오메가>는 씨잼이 정립한 스타일을 차용해 자신이 겪은 삶의 굴곡을 울림 있게 표현해낸 영적인 앨범이었다. 반고흐 또한 준수한 퀄리티의 EP를 발매하며 커리어를 이어왔다. 두 사람이 뭉친 앨범 <붉은 포도밭>은 반고흐의 이름이 그대로 모티브가 된 듯, 말 그대로 빈센트 반 고흐를 메인 컨셉으로 삼은 앨범이다. JJK의 UH!TV 인터뷰에 따르면 고흐의 생전 유일하게 팔렸던 그림의 제목을 차용했다 하며 팔리는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취지가 담겨있다고 한다.

    반고흐는 플레이어의 역할은 축소하고 프로듀서로서, 그리고 킹치메인은 메인 래퍼로 참여했다. 컨셔스한 가사로 잘 알려진 킹치메인은 향락적인 앨범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언어의 디테일을 살려 독특한 가사를 써낸다. 지펑크, 트랩, 래칫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시도했음에도 앨범 전체의 사운드 흐름은 뜨지 않게 잘 정돈된 느낌이다. 두 사람의 랩이 가진 무게와 페이스 또한 달라 적절한 밸런스를 이룬다. 보통 파티곡이 주된 앨범은 청취의 쾌감 그 자체에 집중하며 서사나 유기성은 떨어진다는 인상이 있다. 트랙 사이의 유기성에 많은 점수를 부여하는 컨셔스한 앨범과는 달리. 본작은 이 섞일 수 없는 듯한 두 가지 요소 사이의 불협화음을 해결하는 테마를 중심에 세웠다. 예술적인 제목과 향락적인 가사의 온도 차가 주는 세련된 바이브, 가사의 디테일, 그리고 사운드의 유기적 흐름이 만나 힙합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두 가지 테이스트를 섞어낸 흥미로운 앨범으로 탄생했다. 의도와 같이 대중적인 요소가 살아있는 멋스러운 앨범이다.

    hnie hnig (니닉) - Human Nature (2020.11.08)

    프론트맨 소마의 커리어가 짧지 않고 인상적인 캐릭터인 만큼, 자칫 니닉의 음악성이 소마의 음악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분명 소마의 음악 커리어가 일종의 프리퀄처럼 작용하는 부분이 존재하나 밴드의 정체성과 사운드는 그보다는 독립적이라 할 수 있다. 오컬트 요소를 적극 차용했지만 음악색은 현대적인 얼터너티브 장르에 가깝다. 오컬트적 특징이 음악 이상으로 가장 집중된 파트는 역시 충격적인 비주얼 컨텐츠다. 선공개 싱글 'PRAY', 그리고 재달과 함께 한 'HOME'은 뮤직비디오 자체의 기괴한 비주얼이 우선 시선을 잡아끈다. 어쩌면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비주얼과 음악이 만나 개성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뮤직비디오는 음악에 녹아있는 감정, 즉 사랑의 아름다움과 끔찍함을 가시화해 보여주는 효과적인 수단이며 도구이다. 또한 난해하고 자극적인 요소는 마케팅 수단으로 기능하며 니닉의 정체성을 전달하는 매개체다. 강렬하면서 독창적인 첫발을 뗀 니닉의 음악과 행보가 기대된다. 하지만 니닉을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소마의 행보를 지켜봐 온 팬들에겐 드디어 소마가 자신에게 완벽하게 맞는 옷을 찾았음에 감격 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Rad Museum - SINK (2020.12.10)

    사실 딘의 간택을 받아 공연에선 서로의 하잎맨이자 파트너로 활약하던 시점에서 라드뮤지엄의 자리매김은 기정사실인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적잖이 흘렀음에도 이에 합당한 수준의 인지도가 쌓이지 않은 것은 쉽사리 납득이 가지 않는다. 나름 성공적이었던 EP 이어갈 작품 없이 길어진 공백기가 원인이 아닐까. 이는 라드뮤지엄만의 상황은 아니다. 베일에 싸여있던 집단 you.will.knovv 멤버 모두가 집단 자체의 공백기가 끝나기까지 사실상 휴면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윽고 유윌노우의 전면적인 활동이 재개되고 라드뮤지엄의 새로운 싱글 또한 발매되었다. 다소 딘의 그늘이 느껴지던 EP '하루살이' 피쳐링 시기의 스타일에서 발전을 이뤘음이 트랙 전반에 걸쳐 느껴진다. ' 밤에' 전형적인 얼터너티브 트랙으로 클리셰를 깨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약간은 뻔하게 보이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 트랙이다. 하지만 '젖은 우산' 특유의 맑은 보컬 운용과 라인 진행이 인디와 얼터너티브의 경계를 넘나들며 라드뮤지엄 고유의 매력을 보여준다. 곡이 함께 삽입된 영상은 준수한 퀄리티를 보여줘 이들이 얼터너티브로는 현재 씬에서 가장 앞서있음을 확실히 증명한다.

    Monello - MUDDY (2020.12.21)

    모넬로의 앨범은 자신이 플레이어로서 돋보이기보단 한발 물러서 프로듀서의 역량을 담아낸 듯하다. 래퍼이자 프로듀서, 비트메이킹, 그리고 엔지니어링까지 크레딧에 올라있는 그는 간혹 전면에 나서지만, 대다수의 트랙은 피처링 아티스트가 완성도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 이는 마치 더 콰이엇이 앨범을 짜나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앨범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피쳐링진이 기용되었으며 대다수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을 이름이다. 이처럼 다양한 신예 아티스트들이 모여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기회를 부르고 씬을 확장하는 에너지가 된다. 모넬로를 포함해 다양한 포지션의 아티스트들이 모인 집단 C.P.U가 크레딧에서 눈에 띈다.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얼핏 이런 프로듀서 적인 성향에 대한 답변을 엿볼 수 있다. 단일 플레이어가 아닌, 앨범에 수반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프로듀스'하는 것이 이 집단의 정체성이자 모넬로의 역할로 생각된다. 어느새 너무 커져 버린 씬에서 아티스트가 자기의 영역을 꾸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이제는 더는 플레이어로서의 실력이 성공의 열쇠가 되진 않는다. 커지고 다양해진 만큼, 씬은 다양한 역할의 인재를 필요로 하기에 포지션이 다채로운 창작 집단이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한국 힙합이 성장하는 방향의 현주소를 느끼고 싶다면 이 앨범에 시선을 집중해야 한다.

    MOSS OMEN - RUBBERS(JELLY) (feat. Gibum) (2021.01.05)

    mojomossomen으로 처음 등장한 모스 오멘에게 어울리는 수식어는 분명 '신선함'이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씬에서 신선함이란 하루아침에도 사라질 수 있는 신기루다. 소비는 빠르고 자극은 무뎌진다. 그렇기에 이후 고작 몇 년 사이, 모스 오멘의 음악이 지닌 신선함도 차츰 사그라드는 듯했다. 사실 싱글 위주의 짧은 단타 위주였던 만큼, 뇌리에 각인될 한방의 인상이 부족했던 점도 있다. 하지만 2019년 이후 약 1년이 지나 싱글 1곡을 거쳐 2개월 만에 발매된 'RUBBERS(JELLY)'는 놀라운 존재감이 있다. 실험적인 비트와 랩의 조합에서 쉽게 간과되는 랩 음악 고유의 청각적 쾌감이 이 곡에서는 적절히 살아있다. XXX의 등장이 충격적이었던 것처럼 모스 오멘의 신곡은 음악성에 있어 힙합과 혁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마치 Charlie XCX, 070 Shake, 혹은 Rico Nasty의 음악처럼 모듈레이션 보컬 이펙트가 주는 공상과학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비트 또한 충분한 타격감을 살려 랩이 주는 청각적 쾌감을 놓치지 않는다. 이젠 드릴마저 질릴 대로 질린 리스너들에게 인더스트리얼 사운드는 분명 반가운 신선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Reviewed by Vapizz (원지훈)

    'Curation > Eyez 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6  (0) 2020.07.15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5  (0) 2020.07.10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4  (0) 2020.07.06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3  (0) 2020.04.15
    [#HipHopReview] Eyez On | Track 02  (0) 2020.03.20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