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힙합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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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임 특집] 재미 이상의 의미, 힙합예능 다모임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14. 18:31
다양한 사건으로 가득했던 한국 힙합의 2019년을 곱씹어볼 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다모임의 등장이었다. 다섯 명의 84년생 래퍼들이 뭉친 ‘둘도없는힙합친구 : DAMOIM(다모임)’이 보여주는 움직임과 음원차트 성적 등, 다양한 소식을 통해 그들의 뜨거운 인기를 연일 체감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모임은 유머와 감동, 매력적인 캐릭터를 적절히 배합해 잘 만든 웹 예능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다모임의 예능적 재미에만 시선이 갔던 것은 아니다. 유머를 걷어낸 다모임의 본질, 나는 그것이 다섯 래퍼가 보여주는 힙합의 멋과 매력에 기인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다모임이 보여준 힙합 문화와 그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리즈 초반, 전세기 안에서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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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임 특집] 다모임의 기부와 '진정한' 플렉스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12. 19:20
다모임은 원래 사이트 이름이다. 동문이나 동창을 검색해서 만날 수 있는 사이트였다. 나 역시 좋아했던 여자애 이름을 입력해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20년 전 이야기다. 오늘날 우리는 다모임이라는 이름을 새로운 방식으로 기억하게 됐다. 딩고와 84년생 동갑내기 래퍼 5명이 만든 힙합 프로젝트 때문이다. 더콰이엇, 사이먼도미닉, 염따, 팔로알토, 딥플로우. 2000년의 다모임을 기억하는 이들은 2020년에 다모임의 뜻을 재탄생시켰다. ‘둘도 없는 힙합친구’로. 다모임 프로젝트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무명의 젊은 프로듀서를 파격적으로 기용했다는 면에서 한국힙합의 ‘형님’들이 씬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도 있고, 유의미하게 세력화해 큰 영향력을 갖춘 최초의 ‘윗세대’ 래퍼들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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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임 특집] '중2병' 심층 해부하기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11. 21:30
다모임의 '중2병'은 누가 봐도 스트레이트한 힙합이다. 단순명료한 곡 구성과 달리 그들의 가사는 흘려보내기 아쉬운 재미있는 레퍼런스로 가득하다. '곧 죽어도 힙합'인 다모임의 태도와 이 문화를 향한 애정을 함께 알아보자. Verse 1 : Deepflow "늘 XXL fit 입어, 머리는 밀었지 2mm" -'XXL' 은 90년대 힙합 열풍 시절 익숙했던 사이즈다. 당시 (패션의 관점에서) 힙합퍼들의 집결지인 압구정 로데오거리로 가면 자신의 두 배는 되보이는 크기의 옷을 걸친 무리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여기에 거의 삭발에 가까운 2mm 반삭은 덤. 또한 'XXL'은 'The Source'와 함께 당시 힙합매니아들이 거금을 주고서라도 모았던 미국의 유명 힙합 잡지이기도 하다. Verse 2 : The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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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 그리고 더 나은 세계Feature/힙합과 한국 2019. 12. 8. 02:31
쇼미더머니라는 문구와 힙합의 연결고리가 처음 생겼던 순간이 떠오른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치트키로만 익숙했던 문장이 제목으로 쓰인 요상한 힙합 오디션 프로. 2012년 6월, 그 첫 방송 이후 벌써 7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영원히 나만 몰래 알 것 같았던 힙합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무려 어린 학생들이 동경하는 대상이 되었다. 심지어 대중의 반응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멜론 차트에서도 힙합 트랙을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듯 한국 힙합은 지난 몇 년간 놀라운 변화를 겪었다. 분명 이는 모두가 달가워한 결과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과거는 이미 지났고, 지금은 다음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이니 말이다. 쇼미더머니는 늘 특유의 자극적인 편집으로 악명이 높았다. 오로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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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이후의 시대, 한국힙합이 느끼는 불안감Feature/힙합과 한국 2019. 11. 12. 16:03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가 시작된다. 출근길 음악을 위해 스트리밍 앱을 켰을 때 보이는 건 유명한 래퍼의 플레이리스트. 많은 ‘좋아요’를 얻은 이 리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건 물론 힙합이다. 부서 회의에 가니 요즘 트렌드로 래퍼들이 출연한 뉴미디어 콘텐츠가 화제란다. 엊그제 회식에선 래퍼가 되고 싶어하는 아들에 대한 부장님의 고민을 자정까지 들었다. 이것이 래퍼 화나가 13년전 싱글 ‘그 날이 오면’에서 간절히 바랐던 시간일까 싶다. 힙합이 대중화를 넘어 내 일상 곳곳에도 연결된(듯한) 시대. 일상 속 체감과 달리 요즘의 한국힙합 씬에서는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힙합계의 대표적 상반기 공연 콘텐츠 ‘일리앰비션 서울 투어’가 기대 이하의 예매율을 보인 상황이 그 예다. 당시 댓글들 중 눈에 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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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와 밈 세대는 어떻게 힙합을 바꾸었는가Feature/힙합과 한국 2019. 11. 12. 15:36
뻔한 말로 시작해야겠다. 모든 것은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힙합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힙합 마니아들은 힙합을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 혹은 다른 어떤 것의 영향도 받지 않는/받아선 안 되는 존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힙합의 고유한 특성과 멋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힙합 역시 시대의 산물이며 늘 변하는/변할 수 있는 존재다. 중요한 것은 그 변화를 성실하고 균형 있게 따라잡는 것이다. 힙합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자기만의 것이 몇 가지 있다.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혹은 자연스럽게 여겨온 힙합의 전통 말이다. ‘킵잇리얼(Keep It Real)'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개념이다. 지금껏 우리는 래퍼들이 손으로 제스처를 취해가며 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