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모임 특집] 재미 이상의 의미, 힙합예능 다모임

 

둘도없는힙합친구 : DAMOIM(다모임)

 

다양한 사건으로 가득했던 한국 힙합의 2019년을 곱씹어볼 때,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건은 다모임의 등장이었다. 다섯 명의 84년생 래퍼들이 뭉친 ‘둘도없는힙합친구 : DAMOIM(다모임)’이 보여주는 움직임과 음원차트 성적 등, 다양한 소식을 통해 그들의 뜨거운 인기를 연일 체감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모임은 유머와 감동, 매력적인 캐릭터를 적절히 배합해 잘 만든 웹 예능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다모임의 예능적 재미에만 시선이 갔던 것은 아니다. 유머를 걷어낸 다모임의 본질, 나는 그것이 다섯 래퍼가 보여주는 힙합의 멋과 매력에 기인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다모임이 보여준 힙합 문화와 그 매력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시리즈 초반, 전세기 안에서 서로의 성공을 축하하며 샴페인을 터뜨리던 순간이다. 꿈꿔오던 성공을 함께 기리는 순간을 그들은 동경해왔던 힙합의 방식, 즉 Flex로 채워낸다. 그들의 성공을 의심하던 세상을 향해 승리를 선언하듯 비싼 공간에서 비싼 술을 건배하며. 그들은 이 순간의 기쁨을 "힙합이 짱이야" 라고 표현한다. 농담이 아니라, 오랜 시간 힙합씬에서 살아남아 힙합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다섯 친구가 서로를 축하하는 표현으로 정말 부족함이 없는 말이다.

다모임이 곡을 만들어가는 방식 또한 흥미롭다. 비트 위에 프리스타일을 흥얼거리다 가사를 짜거나 즉흥적으로 피처링을 섭외하는 등 곡의 기획과 창작을 동시에 진행하는 점. SNS에서 제보받은 사연이나 과거 OG들의 라인을 샘플링하는 점 등, 다양한 소재를 실시간으로 창작의 세계로 끌어와 녹여내는 다모임의 즉흥성은 힙합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이런 로우(Raw)한 매력을 살림과 동시에 능숙하게 녹음을 진행하는 모습은 베테랑 래퍼로서의 전문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힙합씬의 베테랑, 큰 형으로서 다모임이 보여주는 멋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후배들에게 공동체적 사랑을 베푼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후배 뮤지션에게 기회를 주고 열악한 환경 속 음악을 하는 후배들을 도와주며, 아직 어린 루키들이 꿈을 좇을 당위성을 제공해주면서. 마치 음악적 성공을 거둔 흑인 뮤지션들이 그들의 고향(hood)으로 돌아와 흑인 커뮤니티를 위해 그들의 영향력을 제공하듯 말이다.

 

 

다모임은 시종일관 힙합의 태도를 유지한다. 그 힙합의 태도가 대체 뭔데? 라고 묻는다면 간단하게 '가장 자기 자신다운 모습'이라 말 할수 있을 것 같다. 랩게임토크에서 밝혔듯, '아마두' 다음에 '중2병'이라는 음악적 컨셉이 이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닌 그들의 의도였다. 그들은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모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사이먼 도미닉은 선행과 기부를 하는 자신을 "여전히 겉멋 들어있다"고 표현한다. 그는 'make her dance' 뮤직비디오로 화제가 되고 동시에 소아암 재단에 친구들과 함께 1억을 기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 두 행보는 상반되어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염따 또한 비슷한 태도로 "기부는 사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가 좋기 위해 한다"고 말한다. 비단 염따와 사이먼 도미닉 뿐 아니라 다모임의 모든 래퍼들의 마인드는 궤를 같이한다. 그들에게 있어 Flex, 선행, 자기중심적 사고, 이 세가지 단어는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아래 이 단어들은 전혀 모순되지 않게 섞이기 때문에. "난 내 성공을 과시도 하고 기부도 해. 왜냐면 난 그게 멋있다 느끼고, 그것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니까". 이 솔직함은 곧 개인의 자존감이고 당당함이다. 나 스스로 가장 멋지다 생각하는 모습이 되는 것, 그리고 이것이 다시 좋은 기운(good vibe)이 되어 내 주변 세상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다모임이 음악 작업, 선물, 기부, 공연 등 다양한 형태로 그들의 주변 세상과 사랑을 주고받았듯이 말이다. 나는 이것이 힙합이 가진 가장 아름답고 큰 매력이라 생각한다.

다모임이 이토록 힙합의 멋과 매력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힙합을 깊게 이해하고, 오랜 시간 그 태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벌써 10년도 더 전부터 쭉 힙합씬의 멋진 형들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그런 그들이 각자 성공한 끝에 이윽고 모여 함께 일군 성공 신화는 한국 힙합씬의 영감이자 귀감이다. 다모임이 성공으로 번 가장 값진 것은 돈이 아니라 존경이었다. 그렇기에 다모임을 가벼이 잘 만든 웹 예능으로 소비하는 것으론 부족하다. 다모임은 단순히 힙합을 소재 삼은 예능이 아닌, 한국 힙합씬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하나의 큰 움직임이었다.

 

 Written by Vapi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