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힙합과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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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고등래퍼4>: 한국 힙합의 인재영입전쟁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22:03
당신에게 '고등래퍼'란 어떤 이미지인가요? 십중팔구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패기 넘치게 랩을 선보이는 이른바 '쇼미더머니'의 학생 버전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니어처럼 보이는 IP는 원작에 필적할 인기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진행과 흐름 속에서 동일한 강도의 재미를 제공한다면 굳이 후발주자를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음악예능의 세계에서 '고등래퍼'의 포지셔닝은 남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쇼미'는 경력에 상관없이 성공을 노리는 래퍼들의 치열한 각축장입니다. 반면 '고등래퍼'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입니다. 사회로부터 때묻지 않았다 (느껴지는) 무대에 순수함을 느끼고 열광하는 독자적인 시청자 층이 생긴 것이죠. 이로 인해 '고등래퍼'는 매 시즌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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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9> : 엠넷과 한국 힙합의 오월동주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14:10
(이하 )보다 오래 가는 오디션 예능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대국민 공개 오디션 가 2009년부터 7년간 위용을 떨치다 소리 없이 종영한 반면 2012년부터 수많은 비난을 들어왔던 이 랩/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8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름부터 노골적인 (이하 )입니다. 사실 올해도 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이 매력적인 참가자 부재, 음원 성적 저조로 인해 이후 가장 부진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여론에 확신을 더해주었습니다. 종영이 유력했던 분위기가 뒤집힌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난 업계의 상황에 있습니다. 방송사는 안정적인 콘텐츠/IP의 지속 확장이 필요하고, 힙합 씬은 사라진 공연을 대체할 수익 모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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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군대: 래퍼들의 새로운 SWAG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11:02
"조기기상 6시에 나 좀 깨워~" 지난 6월 래퍼 던밀스(Don Mills)가 발매한 복귀 싱글 'OKGO 2'의 후렴입니다. 길었던 군 생활이 끝나고 돌아왔다는 전형적인 가사. 하지만 잘 들어보면 이전 전역자 래퍼들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지금껏 군대라는 건 젊은 날 한번쯤은 통과해야 하는 '관문' 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를 그리는 시선은 무거웠죠. 수많은 뮤지션이 입대 당일 '이제 떠난다'라는 메시지의 싱글을 남기고 쓸쓸한 표정으로 입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다녀온 이후의 소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이 잘 요약해줍니다. 군대 갔다 오면 곧 서른이야. 재미있는 건 최근 전역한 래퍼들의 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작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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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로 하겠습니다: 더 이상 화내지 않는 래퍼들Feature/힙합과 한국 2020. 6. 13. 16:40
펭수가 인기다. 펭수가 등장한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인기는 여전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예외였다. 지금껏 나는 펭수 현상 밖에 있는 사람이었다. 솔직히 펭수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왜 나는 한국인 거의 전부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수 없을까. 이런 내가 싫다. 실은 좋다.그러나 결국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내가 펭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펭수가 랩 싱글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펭수는 얼마 전 ‘펭수로 하겠습니다’를 발표하고 래퍼로 데뷔했다. 혼자는 아니었다. 타이거JK, 비지, 비비와 함께 했다. 타이거JK. 맞다. 타이거JK가 펭수와 함께 랩을 했다. 펭수가 힙합과 엮였으니 이제 나도 펭수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사실 펭수의 랩에 큰 감흥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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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마초, 균형감각Feature/힙합과 한국 2020. 5. 13. 17:12
평소 ‘균형’을 중요시 한다. 균형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극단이나 이분법은 짜릿하지만 건강하지 않다. 선과 악의 구도 역시 만화 속에선 매력적이지만 현실을 온전하게 반영하진 못한다. 현실은 양가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복합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 힙합과 한국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균형감각 덕분이다. 나는 한국이 균형감각으로 힙합을 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깊이 없는 비난과 애정 없는 폄하가 이토록 많이 존재할리 없다. 힙합이 완벽한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힙합의 방대하고 복합적인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비판도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러한 나의 균형감각을 최근 다시 발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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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래퍼들은 아버지가 된다Feature/힙합과 한국 2020. 4. 6. 16:55
래퍼 JJK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서프라이즈라면 서프라이즈다.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그램 상에선 앨범 작업을 하는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리도 과묵한 래퍼라니. 그러자 JJK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제 입장에서 앨범 작업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이거든요. 그래서 SNS에 딱히 말하진 않았어요.” 새 앨범 타이틀이 눈에 띈다.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성경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가족 이야기다. JJK가 그의 아내와 아이에 관해 만든 음악이다. 이 쯤 되면 앨범 타이틀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은 지옥처럼 힘들다. 하지만 지옥의 아침은 매일 천사가 깨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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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특집] '리스펙트'에 관한 단상Feature/힙합과 한국 2020. 3. 6. 20:42
* 이 글은 방탄소년단 자체에 관한 글은 아니다. 대신에 그들의 새 앨범 수록곡을 듣고 떠오른 단상을 간단히 정리한 글에 가깝다. 이번 BTS 특집 중 외전 격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힙합에서 출발했다. 초기 앨범 몇 장을 들어보면 힙합과 관련지을 수 있는 꽤 많은 시도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자연스럽게 팝 쪽으로 외연 확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RUN', '피 땀 눈물’, ‘DNA' 등이 그 증거라면 증거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MAP OF THE SOUL : 7]이 발매됐다. 그런데 이 앨범이 재미있다. 초기 앨범 몇 장을 제외하면 힙합 색이 가장 짙은 작품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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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 안 되면 힙합을 못해? '래퍼가 말하는 래퍼'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24. 18:37
'래퍼가 말하는 래퍼'.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의 신작이다. 본인의 책이라기보다는 직접 '진로'라는 테마로 래퍼부터 프로듀서, 기획자까지, 다양한 업계의 플레이어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라고 하지만 프로 래퍼는 이 중 절반 남짓이다. 나머지는 래퍼가 아니거나, 래퍼지만 실제 생업은 다른 일로 보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 모두 '힙합'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스태프'란 뜻이다.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 '모두가 성공한 래퍼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이다. 쇼미더머니에 수많은 참가자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래퍼는 백 명이나 될까? 실제 그중 밥벌이는 하는 래퍼는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사람들이 꿈꾸는 '래퍼'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