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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리보는 <고등래퍼4>: 한국 힙합의 인재영입전쟁
    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22:03

    당신에게 '고등래퍼'란 어떤 이미지인가요? 십중팔구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패기 넘치게 랩을 선보이는 이른바 '쇼미더머니'의 학생 버전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니어처럼 보이는 IP는 원작에 필적할 인기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진행과 흐름 속에서 동일한 강도의 재미를 제공한다면 굳이 후발주자를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음악예능의 세계에서 '고등래퍼'의 포지셔닝은 남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쇼미'는 경력에 상관없이 성공을 노리는 래퍼들의 치열한 각축장입니다. 반면 '고등래퍼'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입니다. 사회로부터 때묻지 않았다 (느껴지는) 무대에 순수함을 느끼고 열광하는 독자적인 시청자 층이 생긴 것이죠. 

    이로 인해 '고등래퍼'는 매 시즌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기대감을 불러 모읍니다. 때묻지 않은 원석을 보고 싶은 시청자를 위한 몇 안 되는 프로그램으로도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다른 형국인데요, '쇼미9' 종영 후 공개된 티저 만으로도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렇다면 '고등래퍼4'는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우선 역대급 프로듀서 라인을 들 수 있습니다. '쇼미'와 유사하게 4팀 체제를 택하고 있는데 그 중 처지는 라인업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를 압축하면 두 개의 거대한 전선을 볼 수 있습니다. 일리네어 해체 후 다음 단계를 걷고 있는 '더 콰이엇 라인'과 이미 힙합/케이팝 양쪽에서 레전드로 인정받는 '박재범 라인'이 그것입니다. 이들은 왜 하필 '고등래퍼'를 선택했을까요?

    지금의 한국힙합 씬은 성숙기에 도달했습니다. 힙합 레이블들은 지속적인 미디어 노출과 함께 유명세를 얻었으며 랩스타들도 많아졌습니다. '쇼미9'의 지원자가 2만 명을 돌파했듯이 우리는 래퍼도, 래퍼가 되고 싶은 사람도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신인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 졌습니다.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받는 인상도 고만고만해진 것이죠. 이제 어지간한 완성도의 데모로는 임팩트를 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더 콰이엇과 박재범이 '쇼미'에서 '고등래퍼'로 이동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입니다. 실력이 미완성이라도 잠재력을 가진 지원자를 먼저 발굴하겠다는 것이죠. 완성은 각자의 레이블에서 서포트 해주면 되니까요. 

    아이러니한 점은 학생들은 예전보다 더 프로처럼 '고등래퍼'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연이은 '고등래퍼' 시즌의 성공 덕에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어느 정도 학습이 되어 있습니다. 시즌을 경험하거나 지켜보면서 얻은 데이터로 나름의 성공 방정식을 모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는거죠. 스윙스 이후 모두가 무반주 랩을 연습했던 것처럼, 이제 많은 지원자들의 패는 비슷비슷합니다. 소위 '사운드클라우드 스타일'의 비트 위에 싱잉 랩을 얹거나. 또는 고심해서 고른 유튜브 타입 비트 위에 이전 합격자들의 스타일처럼 랩을 구사하거나. 

    박재범 사단과 더 콰이엇 사단. 이들 중 옥석을 먼저 가려내는 승자는 누가 될까요?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고등래퍼' 시즌의 프리뷰였습니다. 

     

    *HIM 매거진 2021년 2월호에 게재

    안승배, 음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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