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쇼미더머니9> : 엠넷과 한국 힙합의 오월동주
    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14:10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보다 오래 가는 오디션 예능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대국민 공개 오디션 <슈스케>가 2009년부터 7년간 위용을 떨치다 소리 없이 종영한 반면 2012년부터 수많은 비난을 들어왔던 이 랩/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8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름부터 노골적인 <쇼미더머니>(이하 <쇼미>)입니다. 

    사실 올해도 <쇼미>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이 매력적인 참가자 부재, 음원 성적 저조로 인해 <쇼미2> 이후 가장 부진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여론에 확신을 더해주었습니다. 종영이 유력했던 분위기가 뒤집힌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난 업계의 상황에 있습니다. 방송사는 안정적인 콘텐츠/IP의 지속 확장이 필요하고, 힙합 씬은 사라진 공연을 대체할 수익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 맥락에서 생겨난 <쇼미9>의 관전 포인트들을 살펴봅니다. 

    1. 달라진 프로듀서진

    전 시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중들에게 익숙한 4팀 프로듀서 체제로 복귀했습니다. 자이언티, 기리보이부터 비와이, 그루비룸까지. 네임밸류를 통한 신뢰도 상승과 음원 성적을 모두 잡겠다는 제작진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지죠? 이 중 '신의 한 수'로 평가될 것은 아마 저스디스(JUSTHIS)의 섭외일 텐데요. 딩고 '킬링 버스'(Killing Verse) 조회수 8백만 뷰가 증명하듯, 래퍼로서 그의 위상은 유튜브 세대인 현 10-20대 사이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의 참여만으로도 <쇼미9>에 대한 새로운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어 성공적인 바이럴 포인트라 할 수 있겠습니다. 

    2. 거물들의 복귀

    다소 미진하던 지원에 불을 붙인 건 빌스택스(구 바스코)입니다. 대마초 합법화를 음악에 담는 그가 출연이 가능할지 이슈가 되면서 출연자들을 향한 기대치가 상승하기 시작한 거죠. 곧이어 전 시즌 프로듀서였던 스윙스가 참가자로 재출전을 밝히면서 <쇼미9>을 위한 떡밥이 갖춰졌습니다. 그 외 SNS에서 대립 구도를 형성했던 릴보이 vs 이로한, 전 시즌 가장 독창적인 스타일로 주목받았던 머쉬베놈 등 지난 해와는 다른 판이 형성될 조짐이 보이네요. 

    3. 달라진 룰/혜택

    <쇼미>는 매 시즌마다 전 시즌의 비판점을 룰 개선으로 보완해왔습니다. 아직 변화된 룰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그간의 엠넷 오디션 패턴을 보면 대략적인 방향성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비대면을 고려해 1차 무반주 예선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이후 예선을 그룹 서바이벌, 달라진 사이퍼 미션 등의 형식 변화로 재미를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우승 혜택인데요, 우승자는 억단위의 상금 외에도 이후의 음악 활동을 전폭 지원받게 됩니다. 엠넷이 단순 아이돌 오디션 제작을 넘어 자체 스타 발굴부터 유통/마케팅까지 이어지는 프로세스로 케이팝의 미래인재를 확보하듯이, 일리네어 시대 이후 새로운 스타가 필요한 힙합 씬에도 강화된 인센티브를 앞세워 차세대 랩스타와 콘텐츠를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죠. 

    돌파구가 필요한 엠넷과 한국 힙합이 <쇼미9>을 통해 서로가 원하던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HIM 매거진 2020년 10월호에 게재

    안승배, 음악에디터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