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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ng] 트리뷰트 앨범의 혁신, 'Our Beloved BoA'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0. 10. 22. 09:50
7/31부터 8/28까지. 1달 남짓한 기간 동안 보아의 음원이 음원차트에 하나씩 등장했다. 원곡은 아니다. SM 소속가수부터 해외 팝 가수까지.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재해석한 새로운 음악이다. 보아 20주년을 기념하는 SM Station의 프로젝트 'Our Beloved BoA'다.
사실, 어떤 뮤지션의 트리뷰트 앨범은 이제는 흔하디 흔하다. 한국도 가요의 역사가 쌓이며, 기억해야 할 뮤지션이 충분히 생겼기 때문이다. 유영석의 트리뷰트 앨범처럼 트리뷰트 앨범에 본인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렇다면 보아는 대체 무엇이 다른가?
우선 댄스가수로써. 기획사 주도로 만들어진 가수가 트리뷰트의 대상이 된 사실상 첫번째라는 사실에 가치가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나 듀스와는 다른. 기획사 주도의 '케이팝'에서 드디어 트리뷰트의 대상이 등장한 셈이다. (앞으로는 빅뱅, 방탄소년단 등 더욱 많아질 테다.) 하지만 Our Beloved BoA의 가치는 여기에만 있지 않다.
우선 형식이 다르다.
Our Beloved BoA는 트리뷰트 앨범이 아니다. 앨범은 팬들을 만족시킬수는 있지만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아니다. 음원조차 아니다. 이제 대중은 유튜브로 음악을 소비한다.
Our Beloved BoA는 이에 발맞추어 매주 1회씩 뮤직비디오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각각 음악의 컨셉과 잘 맞는 장소에서 공연하는 컨셉이다. 하나 하나 곡의 느낌을 잘 살렸다. 그러면서도 Our Beloved BoA라는 프로젝트의 통일감 또한 유지했다. 케이팝은 음악과 패션과 뮤직비디오를 넘은,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그렇다면 케이팝 아티스트에게 존중을 표현하는 트리뷰트 프로젝트 또한 그래야만 한다. Our Beloved BoA는 정확하게 이 부분을 가져왔다. 덕분에 트리뷰트 CD보다도 더 대중에 마음에 남는 프로젝트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음악이 다르다.
Our Beloved BoA가 그렇다고 음악 외적인 부분만 치중한 게 아니다. 그에 못지 않게 음악이 충실하다. SM 내부에서 솔로 가수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백현과 아이돌적인 부분에서 보아를 계승하는 레드 벨벳이 SM 내부의 관점에서 보아를 재해석했다. 그에 반해 밴드 음악을 구사하는 볼빨간 사춘기 등은 외부의 관점으로 잘 알려진 보아의 곡 '아틀란티스 소녀'를 재해석해 프로젝트에 관점의 폭을 넓혔다.
Our Beloved BoA는 기획사와 음악 장르만 뛰어넘는게 아니다. 국경까지 뛰어넘는다. 소문난 보아의 팬인 Gallant가 참여해 'Only One'을 불렀다. 보아의 대표적인 후기 곡을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본토 알앤비 뮤지션이 존중을 담아 리메이크한 셈이다. 케이팝이 단순히 한국, 혹은 아시아의 음악이 아닌 전 세계인의 음악이 된 지금을 표현하는데 이처럼 적합한 사례는 드물다.
급기야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은 대중음악의 틀조차 뛰어넘었다. 서울 시향과 함께 한 '나무' 이야기다. Our Beloved BoA 프로젝트를 갈무리하는 이 곡은, 클래식으로 까지 보폭을 넓히는 SM의 현재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는 비쥬얼도, 음악도 아닌 '스토리'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케이팝적이다. '나무'의 뮤직비디오는 하나의 음악이라기 보다, 20년간 보아에 활동에 감사하는. 하나의 러브 레터다. 그리고 팬들은 이 뮤직비디오에 댓글을 남기며, 보아와 함께 한 20년을 기념한다. 콘서트가 없는 지금, 온라인에서 하는 20주년 축제인 셈이다.
SM은 다른 기획사에 비해 느리고 둔중하게 보인다. 20년 간 활동한 여자 댄스 가수를 안고 가는 기획사가 대체 어디 있는가? 이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합리적이지 않다. 거추장스럽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잘나가는 어린 신인을 키우는 게 어쩌면 시장 논리일지 모른다. (해외 팝 시장조차 이런 냉정함은 마찬가지다.)
SM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일반적인 전성기라 여겨지는 20대 초중반이 지나가도 포용하고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 그리고 그 모든 역사를, 모든 사람들과 함께 기념한다. 설사 그 기념이, 지금 가장 뜨거운 가수들의 활동보다 조금 덜 조명받더라도 말이다.
Our Beloved BoA는 SM만이 할 수 있는 시도다. 비합리적으로 20년 간 가수들을 안고 데려온 그 역사가 만든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보아가 있고. 레드벨벳과 백현이 있으며. 심지어 외부 밴드음악 뮤지션과 팝 뮤지션은 물론, 오케스트라와도 협업할 수 있다. 이 모든 걸 하나의 비쥬얼로 묶을 수 있는 기획력. 그리고 무엇보다, 당장 가장 뜨거운 뮤지션이 아니라도 함께 하며, 이 모든 역사를 기념하겠다는 '의지'가 있다.
Our Beloved BoA는 기존 트리뷰트 앨범과 전혀 달랐다. 이는 기획이 좋아서 만이 아니다. 그 기획을 가능하게 만든 SM의 20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합리적이게 보일 지 몰라도, 그 비합리에서 쌓이는 무언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끈끈함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그게 바로 Our Beloved BoA다.
축적은 비합리적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일을 쌓아 올려야만이 진정한 배움이 온다. SM은 지금도 계속 축적 중이다. 그리고 그 축적의 최전선에는 SM의 최고참 베테랑 댄스가수. 보아가 있다. 보아의 20년. 그리고 그 보아의 20년에 경의를 표하는 기획사의 20년에 함께 공감하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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