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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특집] SM의 시스템, 그 디테일에 관하여
    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0. 6. 11. 17:22

    지금의 케이팝 산업에서 기획이란 정돈된 차림을 내놓는 것과 같다. 컨셉과 음악은 기본이고 영상까지 갖춰 하나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SM 이러한 의미에서 특별한 기획사다. 기획사 중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시스템을 갖춰 요리 과정을 구조화했고, 동시에 접시 하나 하나의 디테일을 살린 회사이기 때문이다. 이런 디테일한 기획 덕분에 SM은 아이돌 덕후를 넘어 기획사 덕후를 만들어낼 있었. 

    SM의 기획에 대해 살펴보려면 2010년을 기준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을 두 분류로 나눠야 한다. 먼저 2010년 이전의 초기 그룹에선 디테일한 기획 보다는 해당 그룹에 대한 전체적인 방향성을 읽을 있다. 동방신기가 댄스 그룹이지만 초기에 설정한 아카펠라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아카펠라 트랙을 꾸준히 포함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처럼 초기의 그룹들은 컨셉과 음악이 독립적이라면, 후기 그룹들은 컨셉과 음악이 연속선상 있다. SM은 가지를 연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세계관을 만들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디테일한 기획을 만들어나간다. 따라서, 글은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 이후의 시스템에 대한 글이 것이다. 

     

    1. 컨셉, 세계관, 스토리 

    SM 아이돌들의 가장 특징은 명확한 컨셉이다. 이런 점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엑소(EXO) 언급 밖에 없다. 엑소의 컨셉은외계에서 우주 소년들이다. 외계, , 신비감을 강조했던 티저 영상에 이어 마침내 등장한 데뷔 뮤직비디오는 뮤직비디오보다는 계관 트레일러에 가깝다. 6분짜리 영상에서 엑소의 탄생 배경을 설명하는데만 1 30초를 애했기 때문이다. SM 이 뮤직비디오 통해 엑소의 세계관을 정립하고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시도를 보여준다.

    엑소의 시작을 알린 데뷔곡 MAMA MV

    이렇게 세워진 세계관은 아무 것도 없는 백지에 덜렁 던져진 아니라 매우 촘촘하게 구성되어있다. 디테일들은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영향을 미치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엑소의 콘서트이름이 ‘EXO Planet’인 것부터 ‘12월의 기적같은 발라드 트랙에서 초능력을 언급하는 부분,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티저나 뮤직비디오에서도 이런 집요한 설정의 디테일을 엿볼 있다. 

    초능력 컨셉이 명확히 드러난 Call me baby Teaser

    또한 소속사에서 만들어내는  뿐만 아니라 팬들이 스스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갈 있도록 떡밥을 흘리기도 한다. 샤이니의셜록 대표적인 예다. 팬들은 이 뮤직비디오를 놓고 멤버들 중 누가 형사고 범인인지 추리하다가 이후 이어진 태민(괴도) 종현(Crazy) 개인 활동과 셜록을 연동시키며 이 세계관을 한차례  확장했다. 레드벨벳은 데뷔  멤버별 색깔을 지정하기도 했는데 빨간 ’ 활동 때는 이것도 부족했는지 멤버별로 과일을 한번 더 지정했다. 이 설정은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Power Up’에서 멤버별 상징들을 다시 활용하며 뮤직비디오가 어떤 의미일지 해석하는 재미를 더했다.

     

    2. 작곡과 작사 

    - 작곡 

    컨셉과 스토리텔링이 아이돌의 기반이라면 완성은 음악이다. SM 송캠프를  먼저 시도했던 회사다. 송캠프는 한 명의 작곡가가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작곡가가 모여서 하나의 곡을 완성해나가는 시스템이다. 케이팝의 장점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존이 꼽히는 것을 생각해볼 때 굉장히 선구적인 시도였다고 있다. 이제는 SM 뿐만이 아니라 중소기획사도 시도하고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SM만의 송캠프가 특별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SM은 기존의 송캠프에  가지 포인트를 얹었다. 디깅 능력과 기획자의 참석이다. 

    곡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작곡가들에게 요구 사항을 정리한 것을 리드(Lead)라고 한다. SM 내놓은 리드를 살펴보면 레퍼런스들이 /힙합부터 해당 레이블 관계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인디 뮤지션들과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활동하는 아마추어 뮤지션까지 다양하게 분포되어있다. SM 장르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음악은 A&R 담당자들의 빌보드부터 사운드클라우드까지 살피는, 넓고 깊은 디깅(Digging) 기초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SM 곡들의 크레딧에는 대다수의 경우 켄지와 유영진 작곡가의 이름을 확인할 있다. 이들 작곡에 직접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작곡이 아닌 편곡 어레인지 과정에만 참석한 경우도 많다. 어째서일까? 이들이 SM 기획 이해도가 높고 그룹별 특성을 잘 아는 내부자라는 것에 주목해보자. 들이 수급받은 곡과 기획(혹은 그룹)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들의 가이드 없다면 그룹별로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경우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런 디테일한 인원 배치가 균질한 SM 색깔을 만들어내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 작사 

    난해한 사랑을 이야기한 f(x)의 피노키오

    작곡이 앨범의 '퀄리티'를 보장해준다면, 작사는 구축해둔 세계관을 공고하게 만들어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례로 이름부터 어떻게 읽어야 고민하게 만들었던 f(x) 살펴보자. 분명 사랑을 이야기하는 타이틀곡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좀처럼 쉽게 사랑하는 법이 없다. 가사들이 상당히 비유적이고 난해하다. 사랑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전기 감전되거나 (Electric shock), 마음에 들게 조립을 것이라던가 (피노키오), 사랑니처럼 아플 것이다 ( 사랑니) 등으로 표현한다. 가사의 내용보다는 따라오는 의성어에 주목하게 된다. 컨템포러리 그룹을 지향한 만큼 귀로 듣는 포스트 모더니즘이 따로 없다. 단어에 값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린 셈이다. 알기 쉽고 이해하기 수월했던 소녀시대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가사의 양상을 보여준다. 

    이처럼 컨셉과 세계관을 지탱해주는 디테일한 가사들은 역시 A&R들의 디테일한 디깅의 결과물이다. 송캠프를 통해 데모로 받아온 곡들에 한글 가사를 입히는 작업이 필수적인데, 받는 작사 작업물만 수십개에 이른다. SM A&R들은 가사들을 모두 리뷰를 한다고 하니, 곡의 가사를 입히기 위해 생각보다 더 많은 공수가 들어간다고 있다. 어쩌면 노력이 바로 세계관이 거뜬히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지 않았을까. 잊지 말자. 엑소 가사 중에는어쩌다가 인간을 사랑해버렸나’, ‘초라한 초능력 없었으면 좋겠어이런 가사까지 있었다는 것을. 

     

    3. 비주얼

    보는 음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케이팝에서 비주얼이 담당하는 역할은 크다. 이러한 케이팝 업에서 비주얼 디렉팅이라는 말을 본격적으로 사용했던 역시 SM이다. 지금이야 앨범 릴리 때마다 나오는 아트 필름이 익숙하지만, 이렇게 익숙하게 된것도 오래된 역사가 아니다. 민희진 SM 이사가 총대를 메고 지휘했던 Pink tape 아트 필름은 그야말로 아이돌 비주얼 디렉팅 시초이자 기념비적인 앨범으로 남아있다. 

    비주얼 역시 수급만큼 1번에서 짜둔 세계관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해당 하는 예시로 NCT 살펴보자.

    NCT 데뷔 티저 #2. Synchronization of your dreams
    NCT 전체 앨범 'Empathy' 발매 전 공개한 NCTmentary: Dream Lab

    명확히 언급한 적은 없지만 NCT 초기부터 꾸준히 강조해왔다. 이는 이름 자체가 NCT Dream 차치하고서라도 이들의 데뷔 티저 영상들만 보아도 쉽게 있다. 짧은 클립에서 꿈을 통해 이어지는 다른 세계 혹은 차원에 대한 나열이 계속되는데, 결국 티저 영상들의 끝에 이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하나로 귀결된다. ‘Everything is possible, here in my dream’. 

    결국 이는 대부분의 앨범 컨셉에서 서로 다른 공간을 오가거나 (일곱번째 감각, Regular),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설정(Superhuman, 영웅)들이 많은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데뷔 티저는 그룹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비주얼적으로 정립하는 역할 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티저들은 뒤이어 나오는 활동들의 추상성과 모호함을 뒷받침해 주게 된다. 

    WayV Dream Launch Plan

     

    WayV Dream Launch Plan 멤버 영상 예시: TEN

    이러한 비주얼 가이드라인은 비단 트레일러 아니라 NCT 유닛 그룹에서도 등장하게 는데, NCT 중국 활동 유닛인 WayV ‘Dream Launch Plan’ 시리즈는 좋은 예시가 것이다. 꿈이라는 중의적이고 추상적인 개념으로 이들이 이어져 있다는 점은 지속적으로 강조 된다. 

    SM 기획에서 디테일이 인풋이라면 SM 아티스트들의 열정적인 팬덤은 당연한 아웃풋일 밖에 없다. 팬들에게 그들의 활동이 단순 소비가 아니라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세계관에서 세계관을 함께 공유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샤이니 팬들에겐 세계(World) 있고, 엑소의 팬들에겐 우주(Planet) 있고 NCT 팬들이 시민(Citizen)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이런 디테일한 세계관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또 어떤 디테일들로 즐거운 이야기들을 꺼내 놓을지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 

     

    Written by 몬세, 윤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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