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알앤비 특집] 태양부터 백예린까지. K-POP 산업과 R&B 씬의 화학적 결합.
    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0. 4. 28. 22:24

    시작은 '태양'

    은우: 생각해보면 시작은 역시 '나만 바라봐'였던 거 같아요.

    신몬세: 빅뱅에서 제일 주목받는 건 지디였지만 태양이 과연 자기 노래를 언제 낼까도 관심의 대상이었거든요. YG가 예전에 세븐을 통해 알앤비를 시도했지만 약간 좀 아이돌스러웠다면 태양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탈아이돌급의 피지컬을 보여줬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이 기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은우: 느낌이 다르죠. 일단 아프로 헤어부터 안무 소화까지 뭔가 솔로 이전에도 태양은 근본이 넘쳤으니까요.

    신몬세: 되게 놀랐던 기억이 나요. yg가 본토 따라 하는 걸 흥미로우면서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태양은 호오를 넘어서 그냥 퀄리티로 찍어 누르니까. 나만 바라봐가 그런 기대를 거의 완벽하게 채워줬지만 뭐랄까 풀랭스 앨범까지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이 남아있었죠.

    은우: 2ne1과 함께 처음으로 제가 '어 이건 미국이랑 동급인데'라는 생각이 들게 했었죠. 본토를 따라한 건데 이렇게 동등하게 따라 한다면 큰 문제없겠다고 생각하게 한 거 같아요. 이후 1집 'Solar'가  풀 렝쓰로 자기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거 같고요. 

    신몬세: 나만 바라봐 보고 '그래도 풀랭스는...' 약간 이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그런 거 다 때려 부쉈죠. 이젠 아이돌을 넘어서 알앤비 플레이어라는 느낌을 확 줬어요.

    은우: 지디 앤 탑이나 솔로에서 지디가 보여준 재능은 주로 히트 싱글이었고 빅뱅에서 지디와 탑의 곡 또한 메가 싱글 모음집이었다면 태양은 확실히 그 궤를 달리했던 거 같아요. 그냥 알앤비 중 최고의 아티스트라 봐도 되는.

    신몬세: 이 앨범이 2010년도에 나왔는데 2010년도가 굉장히 kpop이든 언더든 알앤비 씬에 기념비적인 해였던 거 같습니다. 한대음에서 진보(Jinbo)의 afterwork와 디즈(deez)의 get real, 태양의 solor가 상을 타면서 사람들이 알앤비 가수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가 이때였던 거 같아요. 이전에 알앤비 보컬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좋은 퀄리티의 앨범을 기대하진 않았던 거 같거든요. 근데 이때 이런 앨범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주목받게 되었던 거 같고 아이돌에 대한 편견이나 한계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부수게 된 거 같긴 해요. 아이돌도 이런 게 가능하다. 

    은우: 음악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랄까요?  태양과 그 세대의 와이지는 오마리온, 어셔, 트레이 송즈 등 동시대 흑인음악을 정말 진지하게 탐구했다 봅니다. 게다가 라일 베니가, 숀 에버 리스토 등의 안무가와 협업으로 본토 퀄리티의 무대를 보여주기 시작했고요. 인디는 오히려 여러가지 산업적 이유로 안무를 제대로 구사하기는 어렵죠. 아이돌이야말로 진짜 '본토 알앤비'를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던거 같아요. 실제로 태양 1집은 전 세계 R&B 차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요.

    신몬세: 이런 마이너 장르에서 좋은 앨범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눈여겨보자. 이러면서 YG가 아주 주목받게 됐죠. 이때 YG는 당시 사우스 유행을 아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좀 양산형이라는 비판을 받았었거든요. 근데 'Solor'로 이런 비판들을 정면으로 돌파하면서 동시에 아티스트와 장르의 주목을 이끌지 않았나. 싶습니다. 테디의 공이 아주 컸죠. 당시 테디는 언터쳐블의 프로듀서였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리고 'i need a girl'을 만든 전군도 대단한 프로듀서인 거 같습니다.

    은우: 전군을 시작으로 디즈, 진보. 라디(Ra.D) 등이 케이팝에 수혈되면서 케이팝이 본격 알앤비에 가까워지게 된 거 같아요. 

    케이팝과 흑인음악 씬 사이에 선 박재범

    신몬세: YG와 태양이 물꼬를 튼 이후 박재범이 등장했는데요. 박재범은 좀 더 적극적이었죠. 완전 전향이었으니까. 아이돌의 정체성을 버리고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로 정말 전향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그게 잘 드러났던 게 'Nothing On You'였다 봐요.

    은우: 심지어 아이돌 댄스 멤버 이상의, 본격적인 댄서였는데도 초기에 노래로 승부했죠.

    신몬세: 아이돌 팀에서는 꽉 찬 육각형 스타일을 많이 어필했는데 그 이후의 음악들에 잘 녹아들었다고 봐요. 물론 지금은 올라운더 플레이어였지만 솔로 활동 초기에는 노래를 더 많이 불렀으니까요. 솔로가 되고 좀 뒤의 일이지만 '좋아' 같은 싱글이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으니까요.

    은우: 초기곡들이 (알앤비적으로) 꼭 훌륭했다고 볼 수는 없었죠.

    신몬세: 맞아요. 정규 2집 전까지는 음악적으로 비판이 많았죠. 랩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잘하는 거 같지가 않다. '아이돌이 이렇게 해서 잘되겠냐'라는 반응들이 있었어요.

    은우: 투피엠스러운 노래(abandoned) 등도 내보고, '믿어줄래(Nothing On You)'도 여하튼 번안곡이고 프로듀싱적으로 처음에는 아무래도 어설펐는데 그 과정을 성실하게 밀어붙여서 뚫어버린 거 같아요.


    신몬세: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허슬 한 아티스트죠.

    은우: 처음부터 잘 한 사람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여서  인정을 받았다는 게 대단한 거 같아요.

    신몬세: 인정투쟁의 결과가 AOMG라니... 멋지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은우: Abandoned이 2011년인데 이후 수많은 활동을 해서 2016년에 'All I Wanna Do'에서는 부정할 수 없는 한국 알앤비의 황제가 됐죠. 심지어 그 사이에 훌륭한 랩 앨범까지 냈으니.

    신몬세: 맞습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딱 잘 어울리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은우: 다른 얘기로 AOMG는 박재범 개인의 성공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오버와 언더의 연결이라는 면에서도 성공적이라 봅니다. 지금 동남아서 aomg의 인기도 여기에 있다 보고요. '케이팝을 즐기는 아시아가 원하는' 본격 흑인음악이랄까요.

    신몬세: 박재범의 존재가 힙합 씬에 유입되면서 힙합씬에도 소비활동을 해줄 팬덤이라는 개념이 생겼다고도 생각해요. 2010년도에 게시판 많이 했는데 빠순이니 뭐니 이런 얘기 많고 싸이월드에서 메시지 주고받으면 여자 하나 꼬셔보려고 랩 하는 WACK MC 취급하는 인식이 강했는데 박재범이 씬에 들어오면서 여성팬들이 많이 유입되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고요.

    은우: 지금은 참 낡은 개념으로 느껴지네요. AOMG와 YG, 아메바가 한참 그 중간다리를 놓은 거 같고요.

    신몬세: 네. 그런 낡은 느낌을 타파한 게 박재범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프라이머리 앤 더 메신저스. 미래의 팝이 알앤비임을 예언하다.

    은우: 아메바 컬쳐 하면 당시에 나왔던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놀라운 앨범이었죠.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생각납니다. 너무 세련됐는데 어렵지 않고 착착 감기는 느낌이었죠.

    신몬세: 이 앨범이 12년도에 나왔는데 이때가 쇼미 더 머니가 나온 시기고 힙합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거든요. 뭔가 좀 거칠고 투박하고 세련되지 못한 이미지. 

    신몬세: 이전에 사우스 사운드가 유행했지만 사람들한테는 제대로 된 노래라고 생각하지 않았거든요. 힙합은 제대로 된 음악이 아니다. 뭐 이런 느낌으로. 근데 이 'Primary And The Messengers LP' 앨범은 그런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노래를 꼭 그렇게 팡팡 고음 터트리면서 할 필요도 없고, 힙합도 그렇게 다 때려 부수는 느낌도 아니고. 세련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고. 팝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팝 음악의 세계를 열어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우: 자이언티 싱글이나 빈지노 싱글. 입장 정리 등  힙합의 미래를 그려놓은 팝 앨범이었죠. 기리보이의 프로토타입이랄까...? 



    신몬세: 네. 여기서 자이언티/크러쉬/빈지노 같은 뮤지션들이 소개되기도 했죠. 이 앨범 이후로 아메바는 향후 2~3년간 차트를 씹어먹는데 자이언티는 물론이고 크러쉬의 가끔/HUG ME 같은 싱글이 대히트를 기록하기도 하고요. 일단 프라이머리가 크레디트에 박히면 차트 상위권은 그냥 올라가는 시기기도 하죠. 

    은우: 세련된 알앤비가 이 시대의 팝이 될 거라고 예견한 음악이지 싶어요. 

    신몬세: 그 이후로 사람들이 세련된 음악이 뭔지 딱 알아챈 느낌이 들어요. 보컬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요. 그러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가요의 유행도 힙합보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팝/알앤비 스타일로 옮겨왔다는 생각도 들어요. 실제로 그 이후에 엑소의 으르렁 같은 곡이 대 히트를 기록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거든요. 사운드를 아주 매끄럽게 잘 주조한다면 사람들을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죠.

     

    SM, 정통 R&B를 구사하기 시작하다.

    은우: 디즈와의 작업이 이 즈음부터 등장했다 생각해요. 남들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일단 받아들이면 제대로 파고드는 게 SM의 특징이라 생각하는데요. 빅뱅으로 시작된 정통 흑인음악과 케이팝의 조합을 누구보다 깊게 파고들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신몬세: SM이 엑소의 MAMA에서 테디 라일리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적극적으로 쓰면서 힙합/알앤비 느낌을 제대로 가져오고 싶었던 느낌이 들긴 합니다.

    은우: 테디 라일리 곡은 사실 생각해보면 몇 곡 없기는 해요. 대중의 기억에 지금까지 남는 곡은  The Boys 정도? 워낙 유명인이다 보니 그 사람을 썼다는 것 자체가 이미지에 도움이 되기는 했겠지만요. 인정 욕구일 수 있겠다 싶어요. 마잭 프로듀서도 우리랑 한다! 지금은 스테레오타입스가 그래미 본상도 받고 많이 해소된 거 같은데 말씀대로 당시에는 매우 필요한 행동이었지 싶습니다.

    신몬세: 네. 자신들도 이런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욕구가 잘 드러난 Credit이라고 생각해요. 

    은우: 굳이 말하자면 SM의 본격 흑인음악으로의 음악적 전환은 특정 작곡가를 데려오는 것 이상에 '회사 전체의 방향 전환'에 가까웠다 봅니다. 아무래도 A&R 팀을 이끄는 이성수 대표, 그리고 이수만 프로듀서의 의도인 거 같은데요. 덕분에 엑소 이후의 SM은 세계에서도 꿀리지 않는 수준의 흑인음악 레이블이 되었다고 봐요. 이는 알앤비 특집 이후로 예정된 'SM'특집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고.

    최근 SM에서 특히 DEEZ의 롤이 중요하다 보는 이유는 '기여도'에요. 송 캠프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된 이후 SM 음악에서는 특정 프로듀서의 역할이 급격히 축소되었습니다. A&R팀의 의뢰를 통해서 전 세계의 작곡가들의 곡을 받고, 마무리는 SM의 인하우스 팀이 하니까요. 기획이 참여인원보다 중요해진 셈인데요. 여기서 그나마 중심으로 남은 게 '보컬 디렉터'라 봅니다. 구체적으로는 보컬 디렉팅을 주로 맡거나 타이틀곡의 기획을 주도하는 유영진, 켄지, 디즈 3인방이라 봐요. 그중 디즈는 인하우스 성골이 아님에도 보컬 디렉터로 비중이 중요해진 거 같아요.. 

    신몬세: 14년부터는 앨범마다 한곡씩은 꼭 참여하시더라고요. 디즈 님은 개인 활동 이력이 있으시니까 본인이 어떤 스타일을 지향하시는지 알게 되다 보니 듣다가 디즈 곡인가? 싶어서 보면 들어맞는 경우가 많았던 거 같아요.


    은우: 거기다가 개인 활동과는 달리 음악의 스타일적으로도 좀 덜 복잡하고 심플하게 작곡하시다 보니 다른 의미로 케이팝 팬들에게도 각인된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디즈님의 SM 아이돌 곡은 히트곡이 된다기보다 'Touch', 'Kingdom Come', 'drippin'처럼 난해하거나 정통적인 알앤비의 '근본 뿌리'를 잡아줘서 팬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곡들이라는 느낌이 들죠. 물론 '영웅', '체리밤'은 타이틀곡이긴 하네요 ㅎㅎ


    신몬세: 네. 뭔가 팬들만 아는 명곡 느낌으로.

    은우: 이번에 알앤비 특집을 하면서 든 생각이 하나 있어요. 이전에는 방탄소년단이 먼저 떠서 힙합 케이팝 이 조합이 세계를 제패한 게 아닐까 하고 그냥 별생각 없이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R&B적인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보니 방탄소년단 조차 힙합으로 제패했다기보다는 힙합으로 기반을 다졌지만, 결국은 브라더 수 작곡의 'I Need You'를 위시한 알앤비를 조합한 곡들로 세계를 제패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실제로 블락비 후배 그룹인 에이티즈는 선배보다 훨씬 더 알앤비 베이스인 곡들로 해외 성적이 괜찮기도 하고요. 방탄의 후배 그룹인 TXT는 아예 노골적인 팝 알앤비 그룹이고요. (사견입니다.) 

    신몬세: 레드벨벳의 'BAD BOY'나 'PSYCHO' 같은 노래들 보면 딱히 틀린 거 같지 않습니다.

    은우: 엑소 또한 '으르렁'처럼 아예 빡쎈 알앤비로 한국을 뒤집어 버렸고요. 'Love Me Right'만 해도 엑소 최고 히트곡이지만 고민해보면 엄청나게 잘 디자인된 알앤비 곡이니까요. 기존에 링딩동, 미로틱과는 좀 다른 느낌이죠. 더 장르의 정통성을 갖춘 곡이랄까요. 대형 기획사가 프로듀싱하는 케이팝스타들이 어느 순간부터 알앤비 '근본'을 장착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백예린, 케이팝 기획사에서 기획한 R&B 슈퍼스타


    은우: 정리해보면 태양 - 박재범 - 프라이머리 - SM 이 정도인데 여기에 백예린 님도 이야기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태양, 박재범 이 두 분이 케이팝스타가 알앤비를 뛰어들었다면 백예린 님도 비슷한 길을 가시는 셈인데 백예린 님은 아이돌이었던 적이 없고 케이팝 레이블에서 알앤비로 성공하셨다는 느낌이 드네요.

    신몬세: 네. 근데 15&가 아이돌이 아닐까요? 뭔가 좀 애매하네요.

    은우: 아이돌이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라... 15&에서 결과물이 없었죠. 저는 두 분 다 너무 좋아하는데 15&가 전혀 기억나지 않아요. '아 그런 게 있었나'하는 느낌? ㅠㅠ 제와피가 큰 레이블임에도 솔로로 풀뿌리에서부터 거칠게 성공해서 올라온 느낌이었어요. 곡과 공연의 힘으로 서서히 뜨다가 정신 차려보니 홍대 여왕이 된...

    신몬세: 네. 홍대 인디 갬성의 정점에 있는 느낌이에요.

    은우: 박지윤 님 포지션 인거 같아요. 이 시대의 '요조'? (웃음) 

    신몬세: JYP에서 구시대의 알앤비 플레이어로 준비했지만 피지컬이 그냥 현시대의 세련된 알앤비 그 자체로 느껴져요. 음색과 표현이 굉장히 좋다는 점에서요. 저는 사실 15& 이후로 별다른 기대를 안 했었거든요. 근데 bye bye my blue가 드랍되고 그냥 감탄만 하게 되더라고요.

    은우: 저는 무엇보다 태양님과 전혀 시대가 다르고 지향점도 다르지만 이 시대에 어떤 음악, 어떤 앨범을 필요로 하는지 그 목표에 대한 지향점이 굉장히 뚜렷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원하는데 상상만 하고 듣지 못한 무언가를 정확하게 찔러줬다는 느낌이랄까요. 그 대표 격인 노래가 '우주를 건너'겠고요. 볼 빨간 사춘기 등 이후에 나온 수많은 여성 아티스트가 저 '우주를 건너'에서 파생되었다고 생각해요.

    신몬세: 여성 아티스트가 이런 걸 해도 돼. 이런 걸 보여준 거 같기도 해요. 어린 여성 뮤지션 하면 사실 다들 아이유를 떠올리지만 아이유는 완전 그냥 아웃라이어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아이유한테 바라는 건 좀 더 전통적인 (가수의) 느낌이고요. 그간 대중가요에서 없었던 것을 제대로 충족시켜준 노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내면으로 접근하고 부드럽고 세련된, 그런 인스타 식의 갬성...?

    은우: 네. 새로운 대중가요를 원하고 있었는데 그걸 정확하게 잡아준 느낌입니다. 여하튼 아이유님은 기본 베이스에서 통기타 가수의 느낌이 있으니까요. 그 이전 세대에는 록밴드 느낌의 윤하님이 있었다면 백예린 세대에서는 힙합까지는 아닐지라도... 알앤비 + 시티팝 느낌의 여성 아티스트를 원했고 그 유형의 탑의 자리를 백예린이라는 사람이 잡아간 느낌입니다.

    은우: JYP를 나간 뮤지션들은 그때까지의 브레이크가 풀려서 명작을 하나 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요. (JYP의 문제라기보다는, 대형 케이팝 회사의 어쩔 수 없는 비애겠죠. 역으로 그만큼 뮤지션 트레이닝에 강점이 있는 회사라는 뜻이기도 하고.) 백예린 님 또한 제와피를 나오자마자 정규앨범을 냈고 이를 대중과 평단 모두 박수를 치며 환영했죠. 뮤지션으로써 '존경'을 얻어내고야 말았다는 게 의미 있는 거 같아요.


    케이팝 아이돌에 '불과'했던 태양이 '나만 바라와'부터 최정상 R&B 뮤지션의 면모를 보여줬다. 정통 장르 뮤지션들에 못지않은 진지한 접근은 물론, 사운드적인 안배. 본토의 안무가를 데려와 만든 압도적인 무대 완성도 등은 오히려 장르 씬보다 더 본격적인 R&B였다.

    이를 시작으로 박재범과 같은 케이팝 재능이 흑인음악 씬에 슈퍼스타로 변모하면서 장르 음악 씬에 자본과 팬덤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거꾸로 프라이머리를 위시로 자이언티, 정기고 등의 뮤지션들이 음원차트에 알앤비를 올려놓으며 대중들에게 R&B를 각인시켰다. 케이팝과 알앤비의 수혈을 통해 이 시대의 팝은 'R&B'라는 청사진이 나오게 된 셈이다.

    SM 등 대형 기획사들은 이를 빠르게 받아들여 정통적인 알앤비를 중심에 둔 케이팝을 가지고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거대한 흥행을 이룬다. 백예린, 골든 등 케이팝의 중심에서 자란 아티스트들이 홍대 장르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앨범을 내는 장르 뮤지션이 되었다. 그렇게 케이팝과 R&B씬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한국음악 전반에 R&B를 수혈했다.

    브라더수가 작곡한 'I NEED U'가 방탄소년단 성공신화의 시발점인 게 우연일까? 엑소 최고의 히트곡 '으르렁'과 'Love Me Right'의 본격적인 R&B의 기운은 또 어떤가? DEEZ의 영향력이 짙게 배어있는 NCT 127 2집은? 이렇듯 전 세계를 제패하는 케이팝의 정통적인 R&B의 매력은 한국 R&B 장르 씬과의 활발한 교류에서 나왔다. 앞으로도 R&B 장르 씬과 K-POP 산업의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다.

     

    Written by 김은우, 몬세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