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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리그 x 리듬파워 - FINAL ROUND
    Review/Singles 2020. 10. 7. 21:30

     

     

    스포츠와 힙합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다. 농구와 힙합이 그러하듯, 이 둘은 단순한 취향의 범주를 넘어 문화적으로 얽혀있는 관계다. 미국의 래퍼들은 서슴없이 자신을 위대한 농구선수에 비유한다. 현장에서 농구 경기를 관람하는 래퍼들을 심심찮게 만나 볼 수 있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한국 힙합 역시 꾸준히 스포츠를 가사의 소재로 삼고 애정을 어필해왔다. 다만 농구가 아닌 한국인의 스포츠, 축구다. K리그와 힙합이 만난 것 또한 자연스러운 맥락이다. 

    ‘Final Round’는 그런 배경에서 설계된 OST 트랙이다. 뉴올의 미니멀한 비트는 마치 스포츠 테마송과 같은 형태를 띄고있다. 짧은 런타임과 군더더기 없는 구성, 그리고 리듬파워의 랩으로 채워진 전반 파트가 주는 BGM스러운 인상이 그렇다. 후반부 라퍼커션이 이끄는 곡의 변주는 농구 하프타임에 펼쳐지는 마칭 밴드의 공연과 같은 분위기를 곡에 더한다. 마칭 드럼, 브라스, 그리고 챈팅은 경기장의 현장감을 재현하는 요소들이며 이 곡이 가진 스포츠 음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한국 힙합과 축구는 매우 밀접한 관계였음에도 문화적인 결과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다. ’Final Round’는 이런 움직임의 시작점으로서 레퍼런스 삼을 만한 선례를 남겼다.

    Vapizz, A&R

     

    "힙합과 축구라고?" 멋지게 슬램덩크를 꽂는 NBA 선수들의 모습 뒤에 깔리던 힙합에 친숙했던 사람들이라면 다소 낯설 설게 느껴질 조합이다. 하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보면 더 이상 농구만이 힙합을 대표하는 스포츠는 아니다. 프랑스 축구계의 슈퍼스타 폴 포그바(Paul Pogba)와 영국 그라임(Grime) 계의 황태자 스톰지(Stormzy)가 함께 촬영한 아디다스 광고처럼, 세계 축구는 이미 랩/힙합 특유의 에너지와 속도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리듬감 넘치는 드리블 장면에 삼바 대신 빠른 힙합 비트와 스웨거 넘치는 태도가 자연스러워진 시대라는 얘기다. 

    K리그가 야심차게 선보인 'Final Round'는 이런 면에서 시기적절한 넥스트 브랜딩이다. K리그만이 줄 수 있는 로컬적 매력의 스피커로서 평소 축구에 애정을 과시했던 리듬파워를 기용했다. 빠른 패스웤으로 빌드업을 해나가듯 촘촘하게 전개되는 이 3인조의 랩에 라퍼커션의 드럼 롤이 더해져 경기 시청의 현장감과 흥분감을 적절히 재현한다. K리그가 한국힙합을 통해 타국과 차별화되는 자국 리그만의 색을 감각적으로 디자인할 토대를 얻었다면, 한국힙합은 '랩의 대중화'를 심화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의 땅을 만났다.         

    안승배, 음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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