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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푸와의 대담, "힙합 꼰대요? 힙합은 절 살려줬어요"
    Interview/RAP GAME TALK 2020. 4. 3. 17:05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봉현 (이하 'B') :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의 커리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푸 : 2013년 말부터 이제 '모두의 마이크'라는 언더그라운드 컴패티션에 출연 했었어요. 지속적으로 참가하면서 승점도 따면서 (리스너) 여러분들께 많이 인사를 드렸고 14년 9월에 '종착역(The last station)'이라는 디지털 싱글로 데뷔해서 열심히 음악 하다가 이제 'Energetic' 이라는 정규 앨범으로 늦게 인사드리는 래퍼 지푸입니다.

     

    B : 음악을 들어보면 굉장히 힙합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시는데 처음 힙합을 접했을 때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제가 살던 곳이 힙합을 별로 접할 수 없던 지역이었어요. 충남 보령이었는데 그 당시에 엠넷 틀면 뮤직비디오 틀어주잖아요. 그 때 조PD의 '친구여' 뮤비를 본거에요. 그걸 봤을 때 처음 느낀건 어떤 (유형의) 에너지였어요. 그러면서 여러 아티스트들을 보고 자랐는데 두 번째로는 가사로 풀어내는 이야기나 메시지가 저를 많이 끌어당기더라고요.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도 있었고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나? 싶은 뭔가 굉장히 색다른 표현들도 있었고.

     

    B :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고 있어요. 기독교와 힙합은 제게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거든요. 범키 같은 아티스트가 출연해서 저와 대담한 적도 있고. 그렇지만 많은 분들은 언뜻 기독교와 힙합을 연결짓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두 존재에 관해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미지로 본다면 기독교는 착한, 선한 인상이 강하고 힙합은 흔히 말하는 반항적 일탈에 가깝다보니 둘을 나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게는 쌍둥이 같은 느낌이에요. 힙합도 그렇고 기독교도 그렇고 제 생각에는 어떤 단면만 있는게 아니라 유기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러 방향성과 면모들이 공존하고 융화되면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 같아서 저는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B : 기독교인이면서 한편으로는 랩을 하는 힙합 뮤지션인데 그 두 가지 정체성이 따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섞여있고 연결결되어있다고 보시는거잖아요? 혹은 서로 닮은 점?

    사랑인 것 같아요. 기독교에서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신도 사랑이고 멋있는 힙합들도 형태는 다르지만 그 중심에 사랑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선배님들이 힙합을 대했던 태도도 사랑이었고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 뮤지션들도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음악에 대한 애정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B : 기독교인들 중에서는 "힙합은 기독교와 다르다, 접하지 말아라" 혹은 "기독교인인데 힙합을 하느냐" 같은 시선이 있잖아요. 그런 점에 대해서 페이스북에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죠?

    네 기독교 안에 CCM 이라는 장르가 있거든요. 그 안에서 랩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하나님께서 힙합을 버리라면 나는 힙합을 버리겠다" 같은 표현들이 있어요. 저는 그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애정이 없다고 느꼈어요. 모순인거죠. 기독교에서는 삶 전반적으로 사랑을 갖고 행위를 해야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우리가 사랑으로 임해야되지 않을까 해서 SNS에 글을 남겼었어요.

     

    B : 스윙스가 'Upgrade III' 앨범에 실린 'Holy' 라는 트랙에서 7-8분간 말을 해요. 그 중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인간은 받아들여짐을 필요로 한다". 힙합은 사실 사회 보편에서 좀 동떨어져있거나 잠시 일탈해 있거나 낙오한 사람을 받아주잖아요. "교회 성가대에서 나같은 사람 받아주겠어? 안 받아줘. 하지만 힙합이 날 받아줬다." 류의 논리에 입각하면 힙합이야말로 기독교적인, 예수의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해보게 되거든요.

    네 정확해요. 신약에 나오는 행적들이 방금 스윙스가 말한 그런 부분들이에요. 당시 특정 계층인 바리새인들이 "너네는 안돼" 하고 선을 그었던 사람들을 예수님은 되려 받아주셨고, 함께 밥을 먹거나 같이 얘기를 나누고 제자로 받아들이는 등의 행동들을 하셨거든요.

    힙합이 주는 매력도 저는 그거라고 생각을 해요. 사랑이라는 어떤 분모에서 태어난 정체성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힙합의 그 모습 자체가 저는 예수님이 하신 행위였다 라고 말하고 싶고 그래서 절대 기독교와 힙합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같은 결이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B : 알겠습니다. 최근에 발매하신 새 앨범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게요.

    이번 정규앨범은 'Energetic'이라는 주제로 잡았는데 들으시는 팬분들에게 에너지를 드릴 수 있는 앨범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게 뭘까를 생각해봤을 때 누군가에게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강점이겠다 싶더라고요. 자판기가 하나 있다고 하면 그 안에 다 다른 에너지드링크가 있는거에요. 듣는 분들이 한번 들어보시고 입맛에 맞는 노래들 위주로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듯이 고르시는 그런거.

     

    B : 내부 정보에 의하면 갈아엎은 앨범도 좀 있다고 들었어요. 예를 들면 대천이라는 지역에 대한 작품도 구상하시는 등.

    네, 사실 나스의 일매틱(illmatic)과 이센스의 에넥도트(The Anecdote) 앨범을 듣고 뭔가 그런 류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도전의식이 생겨서 대천을 주제로 만들었었어요. 제가 태어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뭔가를 하고 싶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제가 그 깜냥이 안되더라고요. 그냥 따라한 느낌이 너무 들어서 갈아엎고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죠.

     

    B : 사실 이센스의 그 앨범만 봐도 이센스는 뭔가 맘에 안들고 계속 갈아치우려고 했는데 프로듀서가 앨범 내라, 괜찮다 고 해서 앨범을 냈고 좋은 반응을 얻었거든요. 자기 판단이 우선이겠지만 사실 주변의 판단이 더 맞을 수도 있잖아요.

    그 질문에서 사실 엎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면 제 스스로가 느꼈을 때 내 것을 보여줬다기 보다는 일매틱이나 에넥도트를 따라한 것 같다는 느낌이 너무 드는거에요. (B : 왜 흉내를 내면 안되죠?)

    저라는 사람의 이름, 타이틀을 걸고 내는 것은 저를 온전히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만약 제가 연습삼아 데모로 만들었다면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믹스테입만 해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지만 정규앨범이잖아요. 그래서 지푸를 보여주는 것이 1순위였습니다.

     

    B : 정규앨범을 계속 내시는 이유가 있나요? 요즘은 안내도 되는 시대가 된 것 같기도 하거든요.

    거창한 이유가 있는건 아니에요. 정규앨범이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고 EP가, 디지털 싱글이 각자 그런데 이 내용은 정규앨범으로만 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 : 길이와 구성의 문제를 말씀하신거죠.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투사'(feat. 탐쓴, 가리온)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네, 항상 가리온과의 작업을 제가 꿈꿔왔었죠. 언젠가 한번 메타(MC Meta) 형이랑 술을 마실 기회가 있어서 가볍게 피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때 형님께서 되게 감사한 말을 해주셨어요. "네가 지금 잘 하려고 하는거 아니까 언제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을 해라". 너무 감사한거에요. 탐쓴이라는 친구와 제가 항상 가리온이 해왔던 무언가를 이어가서 의미있게 활동하는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어느 정도 만든 노래를 메타 형께 들려드렸을 때 형이 "오케이, 콜" 하시고 시작하게 된거죠.

    형들의 이 씬에 대한 애정이 저에겐 굉장히 많은 귀감이 된 것 같아요. 사실 이 분들이 적은 나이는 아니잖아요. 근데 힙합 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눈빛이 달라지죠. 뜨거움이 너무 느껴지고 그런 부분에 많은 리스펙이 갔던 것 같아요.

     

    B : 가리온의 트랙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있나요?

    가리온 2집에 '산다는 게'(feat. 선미)를 꼽겠습니다.

     

    B : 상당히 레어한 초이스네요. '투사'는 어떤 사운드를 의도하신 건가요? 락이 가미된 힙합이라고 생각했는데.

    네 맞습니다. 우연히 쇼미더머니1 때 가리온이 테이크원(Takeone)과 함께 작업한 '껍데기는 가라'라는 트랙이 있는데 그게 가장 투사의 이미지와 잘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메타 형께) 레퍼런스를 보내드리고 그 이후에 구현된 결과물들이 나왔죠.

     

    B : 지푸라는 사람 자체는 본인의 음악보다는 좀 부드럽고 유연한 사람인가요? 아니면 그 음악 그대로인가요?

    앨범으로써 보여지는 것은 저의 그냥 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근데 씬에 대한 어떤 태도같은건 같아요. 제가 투영을 했어요.

     

    B : 더콰이엇이 제게 했던 얘기가 "래퍼들은 대부분 음악보다 착한 사람들이다. 조금 더 착한 사람들이다" 거든요. 힙합으로 뭔가를 할 때 자신의 어떤 강한 부분이 응집되어서 나오거나 아니면 음악과 랩이라는 것이 그 순간 자신을 좀 더 강하게 만든다고 저는 이해하고 있어요.

    연기자라고 생각 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 그냥 그 연기에 충실했다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Energetic' 앨범에서 나오는 캐릭터를 정의하고 그 캐릭터에 충실해서 그런 모습이 나온 것이지 다른 앨범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B : 이번 앨범을 듣고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어요. 힙합부터 시작해서 붐뱁, 태도, 근본, 뿌리, 꼰대. 어떤 사람들은 이 앨범을 가리켜 굉장히 멋있다고 리스펙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힙합이 뭐라고 대체 이렇게 거창하게 하지" 라고 생각하기도 할 것 같아요.

    힙합이 저라는 사람의 정확한 정체성을 찾아준 것 같아요. 'Hip-Hop saved my life'랑 비슷한 맥락이죠. 뭔가 이 안에 응어리진 것들이 조금이나 해소되면서 살 수 있게 해준 통로다보니 저에겐 너무 소중한 친구에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힘이 있고 그 사람의 가장 코어한 모습이 다 드러나고 그게 멋있잖아요.

    한국사회는 내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독이 되는 것 같지만 힙합은 그게 멋이 되고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니까요. 그런 힘인 것 같아요. 예술로써 승화할 수 있는 나의 가장 솔직한 모습?

     

    B : 저도 이 앨범에 드러나는 가치관과 태도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균형을 잡아보자면 사실 모든 것은 항상 변하잖아요. 그말인즉슥 지금 지푸님이 '이게 진짜야' 라고 하는 것도 과거의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변질된 것일수도 있는 것이고요?

    이 질문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많은 분들이 제가 태도를 강경하게 취하다 보니 사뭇 오해하시는 게 "너는 그게 진짜라고 생각해" 라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흔히 말하는 트렌디한 분들도 굉장히 리스펙하고 저는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표현했을 뿐이에요. 힙합의 어떤 태도를 말하는 것도 '이런 모습이 진짜야' 가 아니라 제가 진실되게 좋아하는 뭔가를 자신있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라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보여준 붐뱁 음악이나 90년대 스타일 같은 것들을 좋아할 뿐인거죠.

     

    B : 붐뱁이 좋아서 이것을 할뿐, 남들이 왜 철 지난 것을 하는지 공격을 해오는 상황인거죠?

    맞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할 뿐인데 트렌드를 운운하고 요즘의 어떤 유행을 얘기하면서 "너 그런거 하면 안돼, 안 먹혀."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힙합, 그리고 당신들이 아는 힙합은 뭡니까?" 라고 질문한거죠. (B : 그 분들이 애정을 가지고 조언을 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요?) 그럴 수 있죠. 근데 그런 분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뭐랄까 조금 꼰대 성향의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거 아니야~" 하면서.

     

    B : 앨범에 '죽이는 비트와 죽이는 라임' 이라는 곡이 있고 그 앞부분에 스킷이 있잖아요. 그 스킷의 작업과 녹음 과정이 궁금해요.

    말씀드렸던 것과 비슷한데 유행이어서 트랩을 하는 분들도 많았었고 그 와중에 제게 강요하는 하기도 했어요. 그렇다고 제가 '아 트랩 음악은 가짜니까 안 들을거야' 는 아니고 굉장히 좋아해요. 리치 더 키드(Rich the kid)도 좋아하고 다베이비(Dababy)로부터도 되게 많이 배우고 했는데 제가 흔들리던 모습을 좀 보여주고 싶었어요. 워낙 그런 얘기가 많이 들리다보니까 '아 이거 트랩을 해야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트랩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 지킨 후에 리스펙을 가지고 해야겠죠. (제 것을) 버려버리면 이것도 리스펙이 아니고 트랩을 이용하는 것밖엔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동생들 불러서 그런 스킷을 좀 넣었죠.

     

    B : 슬슬 마무리 단계인데 지금의 한국 힙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 힙합의 현재 상태를 진단해주시죠.

    진단이요? 그냥 좀 긍정적인 것 같아요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거든요. 더콰이엇 님께서도 '랩하우스' 라는 것을 진행하고 계시고, 딥플로우님도 '보일링 포인트' 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고. 씬이 어떤 자본에 의해 돌아간다기보다 애정 어린 행동, 태도와 움직임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함부로 판단하기보다 기대가 좀 돼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그래서 응원하는 입장입니다. 가리온 형들을 통해 정말 많이 느꼈었어요. 형들이 얼만큼 한국 힙합을 사랑하고 그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는지. 한국 힙합을 제일 사랑하는데 (저도) 그런 역할이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열심히 해야겠죠.  

    사실 저를 아시는 분보다 모르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것 같아요. 앞으로 활동 많이 응원해주시고 (제가) 그렇게 꼰대는 아닙니다. 좋게 봐주시고 여러분들이 한국 힙합에서 매력을 느끼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더 노력해서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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