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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윙스와의 대담, "논란이 없다면 그건 힙합이 아니예요"
    Interview/RAP GAME TALK 2020. 4. 17. 21:50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봉현 (이하 'B') : 정규 7집 [Upgrade IV]를 발표한 스윙스 님입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을 'Upgrade' 라고 붙인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은 Upgrade라는 단어 자체를 너무 사랑하고요, 매번 그 시리즈를 낼때마다 개인적으로 만족했어요. 'Upgrade IV' 라고 하는 순간 벌써 힘이 빡 들어가더라고요. 특히나 업그레이드 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제게는 비트메이킹이었어요. 예전에 어린애 같았던 면에서 완전히 벗어난 래퍼이고 싶었는데 드디어 저만의 존(Zone)을 찾은 것 같아요.

     

    B : 지금까지 'Upgrade' 가 총 5장이잖아요? 'Upgrade 0'까지 합해서. 각 Upgrade 시리즈마다 무엇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었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1. Upgrade EP (2008년 발매)

    - 되게 유치한 발상이긴 했는데 '말', '장난' 해서 말장난을 하겠다 (커버 참조)는 느낌으로 앨범을 냈어요. 한국힙합씬에서 당시에 가사를 쓰던 방식들이 있었는데 그것도 당연히 존중하고 멋있는 사람들은 멋있게 했죠. 꼭 미국식, 미국이 아니더라도 말의 유희 즉 장난을 섞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중의적 표현이라든지. 근데 이게 우리나라에 소개가 많이 안됐던 게 좀 아쉬웠어요. 당시에 딱 한 분이 제대로 했던 것 같아요. 그게 타블로(Tablo) 형이었고요. 그 형이 하는 걸 듣고 "이거 내가 더 한 번 진하게 갖고 와볼게" 하면서 (한국힙합의) 가사적 스펙트럼 이라는 것을 좀 넓히고 싶었어요.     

    2. Upgrade 2 (2011년)

    - 제가 당시에 여전히 서민이자 음악인인 상태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한국사람들을 보면서, 특히 어린 친구들의 자존감이 낮은 모습들을 보면서, 조금 더 사람들이 깨어나길 원했어요. 자기들이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을 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앨범에서) 그런 얘기들을 해요. "편의점에서 알바하는 너부터 시작할게, 이상한게 아니고 이게 멋있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을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 자체가 아름답다". 20대 중반으로서 서울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들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한 앨범이에요. (B : 거기서 사람들의 삶을 'Hustle'과 연결시켜서 말한 트랙들도 있죠) 맞아요, 누구는 노동이라고 표현하고 누구는 괴로운 서민의 삶이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그렇게 보고 싶지 않았어요. 되게 로맨틱한 시각으로 앨범을 만든거죠.

    3. Upgrade 3 (2018년)

    - 이 앨범 같은 경우는 제가 군대 이후에 여러가지 사건들이 많았잖아요. 고등래퍼 나와서 대중들의 미움을 많이 받았던 때. 제가 14년 음악하면서 그렇게까지 미움을 받았던 적은 없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 겪었던 고통을 투지, 전사의 마음으로 이겨내는 모습? "난 그래도 안 죽어. 너네 내가 다 이겨 보여줄게" 했던 앨범이에요.

    'Holy (Prod. By 천재노창)' 라는 트랙이 저한테 제일 귀중한데 한국이 유독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심한 것 같아요. 인터넷을 통한 헤이팅(Hating)이. 래퍼/연예인으로 산지 꽤 오래된 입장에서 이건 좀 아닌 것 같았고, 다들 자기에겐 한없이 관대하고 남에겐 너무 (헤이팅)하는데 제 입장에선 그 위선이 역겨웠어요. 본래 가지고 있던 분노를 내려놓고 사람들이랑 대화해보자 하고 이 노래를 냈거든요? 이 'Upgrade 3' 는 싸움도 싸움인데 동시에 대화도 시도했어요. 제 마음 속에 있던 빡침 등 여러 가지 감정을 초월하는 의미에서 앨범을 냈던 기억이 있네요.

    4. Upgrade 0 (2018년)

    - 이 앨범은 거의 100프로 보컬로 이루어진 앨범이에요. Zero라고 제목을 지은 이유는 제가 원래 노래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약간 과거로 돌아가자는 취지인데 재밌는 트위스트는 오토튠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는 것. 그것 역시도 제가 정신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을 때 낸 앨범이거든요. 래퍼로서 현타가 많이 와서 음악이 재미없어지던 때였는데, 나라는 자아보다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도와주는, 전체 마을로 치면 추장의 마음으로 낸 앨범이에요. 한 명의 Chief로서. 그래서 또 달라요. 제일 많이 변한 제 모습 중에 하나일 것 같아요.

     

    B : 음악이 재미없어졌다거나 또는 사업에 치중하고 집단의 리더로서의 모습에 좀 더 집중했던 몇 년간의 시기가 이번 앨범 'Upgrade IV' 와도 연관이 있지 않나요?

    이제 갈피를 잡게 된게 얼마 전에 나온 'Upgrade IV' 이고요. 네 정말 음악이 싫었어요. 여기서 얘기하지 못할만큼 너무 많은 제 내부 사정들이 있는데 아까 제가 얘기했던 헤이팅이나 제 주위 사람들이 연예인이 돼서 막 나대고 변하는 모습이나 감사함을 잃고 저나 회사한테 띠겁게 하거나 사고치거나 하는 것들이 계속 터지니까요. 대중들이나 이걸 보시는 분들은 "아 그때 그 사건?" 이럴 수 있는데 오히려 제가 말 못하는 사건들이 더 많았어요.

    그러니까 나를 미치게 할 수준으로 너무 안좋은 사건들이 많았는데 이유를 찾으면 사실 음악이었던 거에요. 음악과 이 씬과 연예계 이 모든 게 날 너무 힘들게 해서.. 심리학에서는 사람이 무언가를 계속 하게 하려면 칭찬을 해주면 된대요. 강아지랑 똑같아요. 예를 들어 손 하고 강아지가 손을 내밀 때 과자를 주면 강아지는 이후에 손 했을 때 손 내밀기가 더 쉬워진거죠. 반면 너무 간단한 건데도 우리는 이걸 잊고 살 수 있는데 어떤 행동을 했을 때 혼내면 안하거든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깜빵 갔다오면 다시 저지를 확률이 적어도 처음보단 낮아지기 시작하거든요. 형벌이 지속되면 아예 안하게 되고 제겐 음악이 그런 거였어요.

    점점 하기 싫어지는 거에요. 내가 유명해질수록 돌아오는 건 헤이팅, 내 주위 사람들의 사고들 뿐이다보니 엄청난 현타가 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이번 앨범에서 비트메이킹을 하면서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느낌? 아이언맨이 영화 엔드게임에서 나노택 어쩌고 하면서 더 많은 무기들을 가져오잖아요. 그런 것처럼 진짜 업그레이드한 느낌. 이 비트메이킹이 제게 빽이 되줬고 창작 욕구 자체를 많이 해소해준 채널이 되었어요.   

     

    B : 그 새로운 채널이 비트메이킹이 된 다른 계기나 이유가 있을까요?

    기리보이가 2년 전에 말해준건데요. 참고로 걔가 말하는게 특이하고 생긴게 귀여워서 그렇지 가벼운 사람 아니에요. 정말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어떤 면에선 지능이 참 낮은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선 말도 안되는 전략가에요. 약간 삼국지에서 제갈량 같은? 단지 말을 잘 안하고 잘난척을 안하는 것 뿐이고. 근데 제가 2년 전에 물어본거죠.

    "나 음악 너무 재미없어" 이럴 때 걔는 알고 있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입밖으론 얘기 안했던 제 마음이었는데 "만약에 내가 아이돌 연습생이고 네가 아이돌 사장이야. 거긴 빡세잖아 그 사장과 아이돌 연습생의 관계가. 나한테 강제로 뭔가 시킬 수 있다면 뭘 시킬래?" 라고 물어보니까 "비트메이킹이요" 라고 답하더라고요. 그 타이밍에 그게 맞다고 하기는 싫었죠. 근데 1년 반 넘게 그 생각을 마음 속에 심고 물을 주니까 (그 마음이) 자라서 이제 하게 된거에요. 그 계기가 더 컸던 것 같아요.

     

    B : 그러면 프로듀싱을 하실 때 자기만의 방식이나 뭔가를 거치는 과정이 있으신가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특별한 건 없어요. 저는 히트곡을 만들겠다, 원래 있던 곡을 들으면서 카피하겠다 그러면서 내걸 만든다 이런거 없어요. 일단 (시퀀서를) 키고 그냥 해요. 그러다보면 나와요 다양하게. 그렇게 하는게 저한테 답이라는 걸 알았고요. 코드 이런 거 하나도 모르겠고 배워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지 않은 느낌?

     

    B : 프로듀싱을 직접 하기 시작한 것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랩을 바라보는 혹은 래퍼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거나 혹은 프로듀싱을 직접 한 후에 래퍼로서의 태도도 달라진다거나.

    자기를 알게 돼요. 예를 들어 영화 매트릭스 2에서 키 작은 동양인 무술인이 나와요. 거기서 그가 상대방과 싸워야지만 정말 이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얘기해요. 근데 비트메이킹을 하면 정말 나를 알 수 있거든요. 제가 한요한한테 제 곡 40곡 정도 들려줬더니 "형 그냥 이거 가지고 형이 지금 만나는 심리 박사? 그 분 만나서 이거 들려줘봐. 그럼 (그 분이) 이제 형을 쉽게 진단할 거야" 라고 말해줬어요. 내 성격과 속이 다 보인다는 거죠. 음악이 정말 그렇게 해요. 제가 제 성격을 너무 잘 알게 됐어요.

    잘난 척 하는 건 아니고 여러 사람들이 듣더니 "아 형 성격을 이제 좀 알 것 같아. 형은 아무리 화내고 뭐라뭐라 해도 전체적으로 따뜻한 면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 라고 하더라고요. 뭔 말인지 좀 알 것 같은게 차가운 사람의 음악이 아니더라고요. 하트가 있구나 라고 오랜만에 느꼈고 제가 또 어떤 걸 느꼈냐면 음악을 들을 때 감상 자체가 훨씬 더 넓어져요. 예전엔 그냥 랩, 그래서 그냥 가사만 들었어요. 근데 이제는 다 들려요. 내가 그걸 하니까. 이제 들을 줄도 알고 만들 줄도 아니까 다른 음악들이 더 재밌게 들려요.

     

    B : 그러면 음악을 만드실 때 소리 하나하나에 신경 쓰시는 완벽주의자이실까요?

    아니에요. 난 늘 완벽주의자가 아니라고 느꼈어요. 저 앨범을 듣는 사람들은 느낄텐데 그 뭐냐 똑딱이, 메트로놈 키잖아요? 그게 그냥 들어가있는데도 일부러 안 지운 거 많아요. 지울 수 있는데도 그냥 굳이. 그리고 박자 막 이상하게 들어간 거 몇 개 있거든요. 굳이 신경 안 쓰이더라고요. 그게 제 성격인걸 알았어요. 저는 다른 면에서도 그러거든요. 제가 원하는 디테일만 좋아해요. 아무리 남들한테 중요해도 제가 생각했을 때 귀찮으면 그냥 안 하는 성격이더라고.

     

    B : 스윙스님 같이 만든 음악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완결성이 떨어진다거나 장인정신으로 빚어낸 음악이 아니다라고 폄하할 수도 있을텐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럼요. 그게 틀린 말은 아니죠. 근데 그건 그들의 기준이니까. 내 기준에서는 그렇게 안하고 싶어요. 노창이 제 기준에선 정말 장인 같거든요. 기리보이도 하나의 장인 스타일이고. 근데 전 그렇게 음악 만들고 싶지 않아요. 아 기리는 저처럼 대충 하는데 마지막에 사포질을 잘하는 과에요. 저는 그 두명과는 다르게 그냥 하는게 좋더라고요.

     

    B : 그러면 이러한 작업방식이 지금까지 정규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적용이 됐나요?

    네, 언제나 그랬고 되게 웃긴게 정규라고 하면 그나마 조금 성의 있게 (만들어진 거긴) 한데 그게 저를 깎아 먹을 때가 많더라고요. 저는 그냥 제가 대충 낸 앨범들 중에 제 기준 혹은 팬들 기준에서 제일 멋있었다고 하는게 많아요. 거침없고 raw했을 때. (B : 그게 어떻게 보면 힙합이라는 장르이기 때문에 멋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죠 아마) 네 매우요. 더럽고 지저분한게 힙합의 그 멋이니까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그런 요소들이 많이 들어갈 때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B : 이번 앨범을 쭉 들어봤을 때 곡 구성도 나름 자유롭다고 느꼈거든요. 그런 부분도 본인이 곡 안에서 특정 포인트인것만 지키시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하는 느낌인가요?

    네 그런 느낌이고 이 포인트가 저에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어표현으로 norm 이라는 표현이 있어요. normal 이라는 단어가 '보통'을 뜻하면 norm 은 보통의 기준에 있는 것들. 제가 그걸 부정하고 제 마음대로 할 때마다 쾌감이 장난 아니에요. 유행을 만들고 역사에 남겨져서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전설들의 특징이 뭐냐면 그 norm 을 안 따라가는 것이었어요. 자기 것을 했고 따라가기보단 자기가 norm 이 되서 많은 새끼들을 낳는 거죠. (B : 그걸 지키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말해오신 리스크를 거는 것과도 통하는 게 있을까요?) 똑같은 거죠. 스티브 잡스도 norm 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애플이 그렇게 커질 수 있었던 거죠.

     

    B : 그 norm 을 지키지 않았지만 '표준을 위반한 그저 그런 작품' 으로 사장되는 결과물과 똑같이 지키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을 설득 시켜 게임을 바꾼 결과물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남들이 따라하면 그 때 성공한 거에요. 모방이 가장 좋은 칭찬이라고, (남들이) 따라하기 시작하면 난 이긴 거에요. 따라하는 행위는 나의 심장을 부정하는 거에요. 무슨 말인지 알죠? 내가 나를 부정하면서까지 남을 따라한다는 건 엄청난 거에요. 특히나 아티스트가 다른 아티스트를 (따라한다는 건).

     

    B : 스윙스 님의 경우도 많은 사람들이 스윙스의 태도나 음악을 팔로우해왔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런 경우 보통 오리지널을 만든 사람에게 크레딧도 그렇고 리스펙을 줘야 되는거잖아요. 지금 생각하시기에 그런 크레딧과 리스펙이 많이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저한테요? 제 기준으로 얘기하면 미국식 표현으로 robbed. 저만큼 이 바닥에서 도둑질 당한 사람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뭐 어쩌겠어요. 제가 워낙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크레딧을 안 주는 것 같아요. 내 책임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그래도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요. 내가 좋든 싫든 혹은 저 사람이 좋든 싫든 저 사람이 한 것에 대한 props, 그리고 크레딧은 무조건 줘야 하고 이게 공정한 거라고.

     

    B : 최근에 인스타 라이브였나 어떤 채널에서 요즘 힙합을 듣기 시작하는 리스너들은 나의 커리어 또는 내가 한 것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알려줄 필요를 느낀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셨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S : 제가 잘 기억이 안나서 그런데) 그러면 그 말을 일단 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하고, 그 필요를 느끼시나요?

    좋은 거라면 어떤 형태로든 다시 들려주면 좋죠. 지금의 제 마인드는 에이 그냥 다시 설득시키면 되지 이거에요. 현역으로 뛰어서 현역스러운 인정을 받고 싶으면 그들 중에서 제일 잘 해야죠.

     

    B : 이번 앨범 얘기로 돌아오면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비트가 담겨 있어요. 사운드적인 일관성을 의도하신 건 전혀 아니죠? (S : 네 전혀 아니에요) 그래도 비트 셀렉션을 하셨을 텐데 어떤 기준으로 하셨는지 궁금해요.

    그냥 좋냐 안좋냐의 문제였어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만들다 보면 어? 내가 만든 곡들의 90프로가 붐뱁이네? 혹은 붐뱁에서 살짝 변형된 다른 느낌의 곡들? 그리고 딱 들었을 때 좋아 이걸로 할래 혹은 여기에 이런 가사 내용으로 쓰면 되겠네. 누군가를 스타일링 해주는 것처럼 요 두 개가 딱 맞아 떨어지면 끝. 이런 식으로 했어요.

     

    B : 이번 앨범을 듣고 어떤 분들은 펀치라인 킹 시절이 연상된다고 하셨고 저는 넘버원 믹스테입 시절도 생각이 났어요. 뭔가 요즘 트렌드를 의식하지 않고 만드신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냥 제 심장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싶었고 영혼이 그렇게 해야겠다는 마음을 한 1-2년전에 먹었어요. 저는 뭐가 유행하든 다시는 그거 안 따라갈거에요. 유행을 들어도 그것과 내 심장의 관계를 잘 형성해서 얻을 것을 얻지 '지금 이런거 하면 촌스러' (이런 의견이) 있든 말든 나는 내가 하고 싶은거 할 거에요.

     

    B : 저는 뒤쳐진 것과 클래식은 사실 거의 같으면서도 약간 다르다고 생각 하거든요.

    모든 사람의 영혼은 오리지널해요. 모든 사람의 영혼은 본래의 것이에요. 지문도 사람마다 다 다르고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알맹이 하나하나가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본래 자신의 마음에 있는 얘기를 하면 올드할 수 없어요. 왜냐면 새것이고 말그대로 오리지널 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정답은 자기스러움을 최대한 표현하는 거에요. 그러면 올드하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어요.

     

    B : 이번 앨범을 듣고 형식의 자유로움 같은 면에서 믹스테입 느낌도 좀 받았고 뭔가 라임 연습장 같은 느낌도 좀 있었어요.

    네 제대로 보셨죠. 제가 그런걸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아요. 샌님 식의 학습방법이나 삿대질 하는 사람들. 예를 들자면 저한테 '스윙스 가사 되게 못쓴다' 같은 비판이 많이 오는데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 스스로 더 깨게 되요. "닥쳐 병신들아" 진짜 이거에요. IQ도 정말 낮고 학교에서 시킨 것만 그대로 흡수한 닭대가리들 이 진짜 제 마음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더 스스로 깼어요. 그랬더니 그게 먹혔을 때, 내가 나를 믿고 제대로 했을 때 모방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연료로 쓰는 걸 좋아해요. 화가 너무 올라오거든요. 제가 자기애가 너무 강해서 그런진 몰라도 (그 화가) 올라올때 거기에 맞게 가사를 써서 그 형식이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B : 지금 말씀을 들어보니 사실 저는 좀 쌩뚱맞지만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떠올랐거든요. 자기다움을 극한까지 밀어붙여서 결국은 모두를 설득했다고 생각해요. 코비의 스타일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팬이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도 (코비가) 자신의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에 승복 하게 되는거죠. 방금 말씀주셨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연을 해봤고요.

    네 감사합니다. 비교가 너무 과하긴 한데 감사해요.

     

    B : 이번 앨범의 특정 구조에 대해서 질문을 드릴게요. '너는 좀 알아야 돼' 에 보면 "경쟁 심리가 아니야 사랑이야" 라는 부분이 후렴이었거든요.

    이 앨범을 하나의 신체로 표현 하자면 척추에요. 제가 여러 번 이 개념에 대해서 얘기했었는데 "내 경쟁자들은 다 없어졌어. 이미 내가 이겼거나 늙었거나 아님 그냥 도태됐어. 내가 돌아온 이유는 음악을 사랑해서야. 더 이상 싸우는 느낌으로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멋을 꺼내는 게 내 역할이야" 라는 식으로 얘기를 하는거에요. (B : '라익 어 복서' 에 그 구조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선후배들 거의 없어졌어 하는 부분) 제 위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은 이제 없어요. 84년생 다모임 형들도 예전 현역 시절 같다고 볼 순 없거든요. 이 부분은 제 기준이 아니라 명확히 수치로 환산하면 나올 거에요. 그 위로는 더 없고 그 아래로 저랑 한 때 많이 티격태격 하면서 올라왔던 친구들? 거의 다 없어졌고. 제 선후배들의 기준은 위로 쭉 아래로 쭉 5년 정도. 근데 그 아래 있는 친구들은 저와 교류가 없다 보니까. 저의 선후배 기준에는 안 꼈죠.

     

    B : 이런 현상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자연스러운데 나만 레어한 경우라고 생각하세요?

    어찌 보면 특수한 건 맞는데 또 어떻게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서른 넷, 서른 다섯 나이 먹었으면 얼마나 먹었다고.

     

    B : '카메라 프리스타일' 을 보면 마지막에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잖아요. 노래에서 등장하는 남자 엔지니어에 대한 내용이 인상적인데 실제로 모르는 사람인 그 분에게 DM을 보내서 같이 하자고 하신건가요?

    인스타 스토리에 그냥 "나 엔지니어 구한다. 연락주세요" 했는데 두 분인가 왔었어요. 그 중에 이번 노래에서 언급한 승윤 씨가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여섯 번 정도 같이 했을 거에요. 굉장히 프로페셔널 하신 분이고 이 상황에 대해서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B : 그런 식으로 SNS에 공개적으로 구인하는 사람들이 있고 혹은 먼저 구인하지 않더라도 먼저 연락이 오면 그런 것들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죠.

    맞아요. 심지어 어떨 땐 저에게 연락을 주셔서 일하게 된 경우가 있어요. 또 어떤 경우는 제가 그냥 구인을 해서 맞으면 같이 가는 거고. 그런 거에 있어서는 특별히 형식에 너무 얽매이면 안될 것 같아요.

     

    B : 연락이 왔을 때 같이 하게 되는 기준은 실력과 마인드인가요?

    아 태도. 나랑 일하는 걸 가장해서 자기만 득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은 바로 잘라요. 내가 잘 되길 바라면서 본인도 얻을 거 얻고 식의 상호 이득을 좋아해요.

     

    B : 그러면 궁금해지는 부분인데 저스트뮤직 뿐만 아니라 인디고 뮤직이나 위더플러그 이런 식으로 후배들이 많이 있잖아요? 근데 컨택을 하실 때 사람마다 자세가 다를 수 있잖아요. 선배로서의 권위를 강조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아예 없을 수도 있고.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뭐가 됐든 저한테 솔직한 게 좋아요. 예를 들어 릴타치. 여러 번 느꼈지만 처음엔 제가 약간 미워할 뻔 했어요. 너무 솔직해서. 처음엔 그게 재수없는건 줄 알았는데 이런 식이었어요. "비프리 형거랑 형 거 이렇게 들었는데 저희는 비프리 형이 리얼이고 형은 저희한테 아니었어요" 라고 하면 "왜 이 ㅅㅂ새끼야" 이랬어요. 너무 열 받아서. 그러면 "그 형은 진짜 ㄹㅇ 미국 느낌이고 형은 막 섞였어요" 이러니까 "ㅅㅂ놈아 그 형하고 나하고 현역일 때, 한창할 때 내가 왕이었어 개ㅅㄲ야" 이러면서 존나 유치하게 고등학생하고 싸웠어요. 이해되죠?

    존오버는 옆에서 민망해서 막 웃고있고. 지금은 너무 편하게 둘이서 맨날 대화해요. 한동안은 방어적으로 대했거든요. 이 새끼가 저한테 상처주는 말을 또 할까봐? 근데 지금은 제일 편해요. 나랑 일할거면 "니가 먼저 이 게임에 왔으니까 내가 널 존중해" 라는 태도는 당연히 있어야 돼요. 아니 내가 내 돈 주고 너의 앨범을 내주는 데 나한테 띠꺼우면 내가 너랑 왜 일을 하겠어요. 그건 당연한거고.

    이제는 입 발린 소리하는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해요. 솔직한 사람이 아픈 말을 하더라도 훨씬 좋더라고요. 침묵으로써 보여주는 솔직함도 굉장히 좋아요. 앨범 나왔는데 아무 말 안한다던지(웃음). 이건 내가 잘못한 거에요.

     

    B : '수퍼 리얼' 이라는 노래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어요. "존재감도 없는 새끼들이 무대에서 ice 말고 splice 빨리 구매해"

    요즘 스트리밍 세대잖아요? 넷플릭스, 멜론 그리고 스플라이스. 옛날에는 프로듀서들이 LP판을 사고 그 안에 좋아하는 소리가 있으면 잘라서 MPC에 연동하고 어쩌고 저쩌고 되게 복잡한 과정들이 있는데 난 한 번도 안 해봤기 때문에 그 자초지종을 명확하게 설명 못드려요. 근데 스플라이스 안에는 이 모든 게 다 들어가있어요. 무한한 숫자의 아티스트들이 자기의 소리들을 여기서 모아서 팔 수 있거든요. 그럼 난 한 달에 정액제를 통해서 이 무한한 소스를 내가 맘대로 가져다가 싼값에 사서 내 앨범에 넣어도 되고 그 누구한테도 크레딧을 안 줘도 돼요. 심지어 얘한테 샀다는 말조차 안해도 돼요. 그래서 그걸 배우고 작곡을 하면서 애들한테 이 말 하는 거지. "너 ㅅㅂ 겉멋 들어가지고 이 새끼야. ㅈ까시고요. 그냥 스플라이스나 구매하세요. 니가 무슨 아이스야".

    스플라이스는 하나의 상징이죠. 그니까 음악부터 하라고 겉멋 들어서 그러지 말고 이런 말이죠.

     

    B : '라익 어 복서' 라는 노래 제목에 대해서 좀 질문을 드릴게요. 무하마드 알리도 힙합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제이지도 인터뷰 보면 랩을 복싱과 비교한 인터뷰가 있거든요. 제이지가 했던 말이 "사람들이 랩 음악을 재즈나 다른 음악과 비교하는데 그게 아니라 랩은 스포츠고 그 중에서도 복싱이다".

    음악은 장르들이 다양하고 각자 철학이 다 다르잖아요. 힙합같은 경우는 무례해요. 미국에서 탄생한 음악이고 미국에서도 소수민족인 African-American 흑인들한테서 탄생한 음악이어서 한국 사람들이 이해하긴 힘들어요. 노예 시대를 거쳐 수많은 장르들을 백인 사업가들이 많이 뺏어갔다고 주장하는 뮤지션들이 많고 나는 뭐 미국 사람이 아니라서 함부로 얘기는 못하지만 데이터를 봤을 때 굉장히 '빡침' 이 많은 물질만능주의적 경쟁심리가 많이 담긴 기존 미국 철학이 많이 담긴 마인드, 내가 최고라는 마인드가 굉장히 많이 섞인 문화에요.

    그리고 복서나 운동가와 비교하기 굉장히 좋은 게 경쟁시스템과 분노, 또 그 분노 내에서 여유와 이 모든 게 섞일 수 밖에 없는 장르거든요. 제이지가 말한 복싱이 굉장히 좋은 비유라는 생각이 들고 농구도 마찬가지에요. 왜냐면 리듬이 있으니까. 농구랑 랩 음악은 약간 뗄레야 떼어낼 수 없는 그런 관계가 있잖아요? 힙합은 스포츠에 가장 가까운 장르라고 생각해요.

     

    B : 그런 면에서 (힙합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흥미롭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도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이해도 떨어지는 것이 숙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엄청이요. 쇼미더머니에서 2차였나 1대1 배틀할 때 있잖아요? 그게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힙합과 한국 문화가 굉장히 부딪히는 순간이 뭐냐면 왜 얘랑 나랑 팀워크를 만들어야 하지? 이거에요. 과제를 주잖아요. 야 너희 둘이 팀이 되어라. 뭔 팀? 난 지금 얘 떨어뜨리려고 하는데 얘도 마찬가지고. 왜 팀? 난 얘 죽이려고 온거야. 얘도 마찬가진데 왜 가식적인 그림을 만들어 이거에요. 미국에서 살다온 참가자들, 나같은 애들이 좀 더 그런 마인드에요. 스내키 챈도 그래서 욕을 좀 먹었고요. 근데 이게 왜 그러냐. 우리나라 문화 자체가 화합을 중시해요.

    내가 볼 때 이상적인 한국인은 그거야. 둥글둥글한 사람 같아요. 둥글둥글하고 너무 욕심 많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런 문화와 당연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죠. 힙합은 약간 내가 나야 이 새끼야, 봐 나는 진짜 특별해 보여줄거야. 너네는 보고 나를 따라하게 될거고 세상을 내가 변화시켜. 이런건데 그건 한국 마인드에선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B : 전곡의 제목을 한글로 표기 하셨는데 특별한 의도가 있을까요?

    그냥 재밌고 웃겨서에요. 어쨌든 하나라도 더 튀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고.

     

    B : 예전에 뮤직 소울차일드가 자기 트랙을 항상 다 띄어쓰기를 붙이고서 내고 그랬던 기억이 있는데 그것도 사실 큰 의미가 없었다고 알고 있거든요.

    네 근데 결국 기억하게 해줬잖아요. 10년도 넘은 앨범을.

     

    B : 맞네요. 지금까지 레이블 대표로서 혹은 세 레이블이 합쳐진 집단의 리더로서 좋은 평가를 받고 계신 것 같아요. 그 이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냥 순수하게 힙합만 봤을 때 우리 회사만큼 멋있는 아티스트 배출한 회사는 한국힙합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이건 내가 볼 때 수치가 나타내줬어요. 단순히 제 의견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익도 수익이지만 그냥 변화 그 자체. 예를 들어 노창이나 키드밀리, 기리보이 지금 다 따라하고 있고 나갔지만 재키와이의 영향도 그렇고 저도 당연히 포함되고. 그리고 씨잼. 싸울 필요가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B : 스윙스의 선구안인건가요?

    거기까지 딱 맞다 말하긴 좀 민망하고 뭔가 얘를 데리고 왔을 때 왠지 좀 시끄럽겠다 하는 게 제 기준인 것 같아요. 시끄럽겠다는 거엔 여러 의미를 담을 수 있고요.

     

    B : 그 시끄러움이라는 것이 사실은 세 레이블의 일부 아티스트들과 상당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힙합의 팬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봤을 때는 문제아들이 모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것이 매력이자 멋으로 작용했다고 생각 하거든요.

    네 자꾸 저보고 "논란 만들지 마라. 사건사고 없이 지내라"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그건 더 이상 힙합이 아닌거에요. 변화를 순식간에 가져온다는 것에서 얌전함이 있을 수가 없어요. 얌전한 걸 원한다면 힙합을 안들으면 돼요. 아까 얘기했던 그 조화로움과 계속 새로움을 가져오려는 제 안의 어떤 세포와의 싸움 같아요. 이걸 굽히는 순간 다 이상해지는 거에요. 구린 게 될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만족스럽지 않거든요.

     

    B : 이번 앨범은 아니지만 'Holy' 라는 트랙에서 "모든 인간은 결국 받아들여짐을 필요로 한다" 는 구절이 있는데 물론 그것은 스윙스 님 본인에 대한 얘기이긴 했죠. 그렇지만 사실은 이 레이블들이 뮤지션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리더로서 스윙스 재평가 해야한다. 성인군자다" 이런 식으로 소속 아티스트들이 사고를 칠 때 마다 그런것들을 다 감내하는 대표라는 외부의 시선들이 있어요.

    네 각오가 돼있어서 데리고 왔었고 조건은 하나에요. 자주 내고 똑바로 내라. 근데 이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되게 후회가 돼요. 데리고 온게. 내 자신이 되게 미워지고 왜 교육을 똑바로 못 시켰지 하는. 교육이라는 말이 되게 웃긴데 내가 무슨 엄청난 아버지 상이라서 데리고 온건 아니고 나도 좋자고 데리고 온건데. 애들이 왔을 때 한 명 한 명 다 자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로서.

    예술가는 그럼 뭐냐면 결국 사람들한테 새로운 시선을 주는 거거든요. 새로운 감성을 주고. 음악을 통해서 자기 역할들을 하기를 너무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무슨 사고를 치든 나는 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아 모든 거는 아니고 어떤 건 나도 안 돼.

     

    B : '받아들여짐' 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중요한 이유가 사실 힙합의 핵심을 뚫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힙합이 뭐야 하면 나를 표현하는 거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나 있는 그대로를 표헌하는 것. 근데 지금은 그 어느 시대보다 (힙합이라는 역사를 제가 다 본 건 아니지만) 제일 자기를 표현하기 좋은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정말 흥미롭게 느끼고 잠깐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아 아담 킬러(Adamn Killa) 라는 애가 있어요. 근데 그 친구는 진짜 자기에요. 하나도 안 멋있고 하나도 카리스마 없는데 그냥 자기를 너무 믿고 자기같이 해요.

    트랩이 한창 다 해먹었을 시절에 영 엠에이(Young M.A.)라는 뉴욕 여성 레즈비언 래퍼가 등장했거든요. 가사를 보는데 여성래퍼가 "너 니 여자친구 집이면 나한테 와 봐" 이런 식으로 쓰고. 그걸 또 붐뱁스타일로 다 해버리고 이런 식으로 (자기 스타일로) 다채로워지는 것이 되게 반가운 것 같아요.

     

    B : 카톡 이모티콘에 대해서도 한 번 얘기해볼게요. 그것을 인스타에 올리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를 조롱거리로 만든 유머감각 좋은 친구들의 아이디어로 이렇게 해냈다" 연예인이든 랩스타든 보통 자기를 희화하거나 조롱거리로 삼는 것들을 모른 척하거나 화를 내잖아요?

    진정으로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니까요. 만약에 "응 너 고소" 이러면 이긴 거라고 저는 생각 안해요. 누군가의 기준에선 이기는 거기도 하죠. 저 사람을 닥치게 했고 사과도 받고 돈까지 뜯어냈으니까. 근데 저한텐 그게 이기는 게 아니어서요. 니가 유머와 조롱으로 나에게 시비를 걸었어? 그럼 먼저 판단해야죠. 그럼 내가 너를 그렇게 했을 때 너는 과연 쪽팔릴까? 아니잖아요, 왜냐면 얘넨 안 유명하니까.

    그럼 난 다른 방법으로 "개새끼야 난 이걸로 돈 벌었어. 너가 놀린 걸로 난 이 시계 샀어". 이것보다 더 약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가짜 사과를 받아내고 나도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돈 받아내고 경찰서 가서 조사 받으면서 가짜로 죄송하다고 하는 이 새끼의 그 패고 싶은 표정을 보고 내가 그걸 받아들인 척 하면서 떠나는 게 더 열 받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전 "이 새끼야 이모티콘 1위. 개새끼야. 이거야. 더 해봐" 이거에요. 그 사람은 얼마나 약 오르겠어요. 그래서 난 이게 내가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B : 그 방식이 사실 요즘 시대에 되게 맞는 방식이고 오히려 대중들이 열광할 만한 태도죠.

    그러니까 그것까지 다 생각했을 때 이게 진짜 멋있게 이기는 거죠. 창의력 대 창의력으로. 근데 애초에 난 불리하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래서 저도 제 앨범 가사에다가 "나만큼 이뤄보고 나서 나한테 와 봐. 잃을 게 있는 사람이나 와서 싸워라. 그게 아니면 나 너 상대 안해" 이거에요. 그래서 불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겼다는 것에 대해서 저는 자존감이 엄청 올라고 행복해져요. (B : 저도 구매해서 수익에 기부해드렸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맥주를 요즘 되게 맛있게 먹었어요 근 6개월동안.

     

    B : 이제 쇼미더머니의 시대가 가고 있잖아요. 이미 갔을 수도 있고요. 쇼미 이후의 시대를 한국힙합이 뭔가 대비를 해야 한다는 말들도 있어요. 한국힙합이 강인한 집단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 시대가 지나왔고 이제 가고 있잖아요? 스윙스 님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시고 어떤 대비를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요.

    쇼미더머니의 등장은 엄청난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우리 힙합 씬은 비유 하자면 다 거지였거든요. 나도 거기에 포함됐었기 때문에 누굴 아래로 깔보고 한 얘기는 아니고. 말씀대로 (쇼미 시대가) 지나가고 있어요. 다행히도 조금씩 보이고 있긴 한데 뭐 딩고 같은 콘텐츠들이 계속 생기고 있고 내가 볼 때 방송을 통해서 진짜 신선한 뭔가가 나오려면 좀 걸릴 것 같아요.

    본질적인 것이 뭔가 요즘 많이 생각해봤는데 음악인으로서 음악을 진짜 잘 해야 된다고 느꼈고 쇼미가 솔직히 흉년이 된 이유도 이 야채나 과일이 싱싱하지 않아서거든요. 다들 작년이랑 똑같아, 진화하지 않았어요. 나를 포함해서 하는 얘기고 그러면 나한테도 문제가 있는거에요. 그래서 지금은 음악으로 완전히 돌아가야 해요. 지금 그나마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을 때 상품성 자체를 높여야 돼요. 모든 래퍼들이 더 잘 생겨져야 하고 몸도 멋있어지고 발성연습을 하든 춤을 배우든 상품성 자체를 높여여 하는 거죠. 우리가 결국 누구랑 경쟁을 해요, 래퍼 대 래퍼? 당연하죠.

    근데 또 누구랑 경쟁해왔는지 알아요? 유재석 씨, 이효리 씨, 이상순 씨. 멜론 차트는 인원도 적고 좁잖아요. 이 좁은 곳에서 결국 나는 박효신 형 같은 발라드 가수가 내 경쟁자에요 오케이?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유튜브 시대까지 왔어. 인플루언서 시대까지 와서 벤쯔 같은 유튜버가 만약 음원을 내요. 그럼 걔도 나랑 경쟁자가 되는 거에요. 경쟁자가 너무 많아. 그럼 뭘 해야겠어요. 사람들이 랩만 잘하는 거 듣고 신선해할까요? 당연히 잘 해야 하지만 그것 더하기 다른 외적인 것들도 키워야 해요. 쇼미더머니는 너무 좋았지만 어떻게 보면 아기를 강하게 키우지 못한 엄마 같은 역할도 해준거죠.

    용돈 받는 거에요 맨날. 알바도 안하고. 그래서 다들 멋있어져야 해요. 그래서 열심히 이렇게 쫄바지 입고 운동하고 열심히 운동하고 요즘 식단 다시 지키려고 난리 치고 있어요. 물론 실패할때가 많지만.

     

    B : 이번 앨범에서 또 인상 깊었던 부분 중에 "돈은 아름다운 거야" 라는 가사가 있었어요.

    우리 형이 선물로 준 강아지가 있었어요. 지금 어머니 집에 있고 프렌치 불독이에요. 정말 요만했는데 데리고 오자마자 큰 병에 걸렸어요. 1주일인가 2주일 격리시키고 그 요만한 애가 매일 혈장 맞는거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픈 거에요. 결국엔 치료비가 다 해서 600만원 나왔어요. 근데 얘는 결국 살았고 건강해. 다 돈이 해줬어요. 돈 없었으면 안됐어요. 난 그걸 배웠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도 나에게도 얘기하는 거고 돈은 아름다워요. 그리고 나쁜 게 아니에요. 이렇게 가사를 썼죠. "돈은 나쁜 게 아니야. 돈은 거대한 돋보기고 사람이 매우 잘 숨긴 지 성질도 돈을 갖게 되면 너무 잘 보이게 돼. 그래서 돈 번 병신은 결국엔 지 인생 조지게 돼. 남까지 그리고 딴 단체서 그 순환을 탄다지" 이런 식으로 애길 한 단 말이에요. 돈은 나 혹은 누군가라는 존재를 더 부각시킬 뿐이에요. 쪼잔한 놈은 돈 벌면 더 쪼잔해. 통 큰 놈은 더 커지게 돼있어요. 딱 그거에요. 돈은 멋있는 거죠.

    저는 최근에 이런 코멘트를 제 팬한테 받았어요. "사업하기 바빠 죽으실 텐데 어떻게 이런 앨범을 내셨어요" 란 말을 들었는데 그 말이 고마운 동시에 무슨 마음이 들었냐면 '헉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해? 나 큰일 났어. 내가 잘못했어'. 그말인즉슨 내가 사업가라는 거지 음악인이 아니라는 거에요. 나는 오히려 이런 말을 들어야죠. "야 이 새끼야. 니가 이제 앨범 내? 사업 하느라 정신 없었지 좋아 죽는 알았지 이 새끼야? 음악 더 내. 앨범 냈다고 까불지 마. 문지훈 다시 내." 이 말을 들었어야 했어요.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이미지를 빨리 바꿀 필요가 있어요. 나는 음악인이기 때문에 내가 그걸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책임감을 되게 많이 느꼈고 그 말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멋있는 음악 계속 낼테니까 재밌게 들어주시고 만약 좋게 들었다면 너무 감사합니다. 계속 멋있게 할게요. 고마워요.  

    Interviewer : 김봉현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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