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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버도 아이돌이 될 수 있다?!
    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7. 10. 19:40

     

    4 28일의 저녁은 다소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는 업무의 일환으로 매일 음원 차트 모니터링을 합니다. 실시간 차트 현황과 유저 반응을 보기 위해 모든 음악 스트리밍 웹사이트를 열어놓고 있죠.

    저의 당혹감은 19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생소한 신인 아이돌의 뜬금없는 차트인. 유튜브를 체크하니 혼란이 가중됐습니다. 장난스럽게 만든 듯하지만 퀄리티 높은 곡 구성. 실제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필터. 거기에 실시간으로 증가하는 찬양 댓글들까지. 대체 이들의 정체는 무엇이길래월클돌소리를 듣고 있는 것일까요?

    매드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매드몬스터는 의외로 활동 5년차에 접어들은, 리더 탄과 멤버 제이호로 구성된 2인조 남자 아이돌입니다. 하지만 여타 아이돌을 서치하듯 공식 프로필을 진지하게 본다면 당신은 혼란에서 헤어나올 수 없습니다. (, 제 얘깁니다) BTS도 울고 갈 이력과 신체조건을 생각하며 유튜브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끝없는 괴리감의 파도가 당신을 덮치기 때문이죠.

    결정적 힌트는 유튜브 채널 빵송국에 있습니다.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들의 정체는 비밀입니다. 사실 누구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기를 얻고 팬덤을 형성하여 결국 바이럴까지 성공했는지가 포인트겠죠.

    매드몬스터의 시작은 페이크 다큐와 유사합니다. 기존의 유튜버들이 아이돌이라는 전혀 다른 설정과 함께 (이미 아이돌의 인생을 사는 듯) 안무 연습, 콘셉트 회의, 화보 촬영, 해외 방문 등의 스케줄을 소화해냅니다. 처음엔 개그 콘텐츠인줄 알고 클릭했다가 점점 이들의 (예상 외로) 정교한 세계관에 입덕하는 팬들이 불어난 케이스입니다.

    사실 부캐가 음악 활동을 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유세윤의 ‘UV’형돈이와 대준이등 우리는 이미 방송인들이 다른 캐릭터로 앨범을 낸 사례들에 익숙하죠. 그렇다면 매드몬스터는 무엇이 다를까요? 저는 아이돌 제작 방식에 대한 대중의 고정관념을 깼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아이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여러 답이 있겠지만 결국 업계 노하우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회사를 비슷하게 떠올립니다. 매드몬스터는 이 암묵적인 전제를 유쾌하게 비틉니다. 꼭 아이돌 기획사의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속성의 팬덤을 자신만의 세계관과 내러티브로 구축하면 아이돌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이후 디테일은 업계의 도움을 받으면 되고요.

    누군가는 이게 다 설정이지 무슨 아이돌이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가짜 논란이 의미가 있을까요? 이미 엠카운트다운에서 성공적인 신인(?) 데뷔를 마친 그들입니다. 장난이 더 이상 장난이 아니게 된 거죠. 막대한 제작비를 들이고도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아이돌 그룹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매드몬스터의 등장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아이돌의 근간에 팬이 있다면 그 팬을 만드는 방법에 있어 점점 고정관념을 탈피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 지금까지 매디였습니다.

    *HIM 매거진 6월호 게재

    안승배, 음악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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