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힙합 앨범 대담 (1부): 비와이 x 심바 자와디 - Neo Christian EP
    Review/Albums 2020. 7. 12. 16:14

    'Neo Christian'이라는 앨범 제목을 들었을 때 이 앨범은 적당히 리뷰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적당한 리뷰를 하느니 안 하는 게 나은 앨범이다. 이왕 리뷰할 거라면 끝장을 보는 리뷰가 필요하다. 이 대담은 그런 '끝장 리뷰'의 시도다. (김은우)


    • 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 창수: 현직 전도사 겸 힙덕후

     


    은우 : 시작하기에 앞서. 싱글이 아니라 앨범이라는 점이 좋은 거 같아요.

    창수: 저도 그 부분이 가장 좋았습니다.

    은우: 싱글 시대이지만. 지금 두 분이 원하는 건 '싱글 단위의 성공'은 아닌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부활절에 'Neo Christian Flow'를 올리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이렇게 미니 앨범 정도의 사이즈라도 앨범을 내는 게 맞지 싶습니다.

     

    1. 이 음악은 CCM인가 힙합인가?

    창수: 저는 일단 이 앨범에 대해서 혼란이 좀 있다고 생각해요.

    은우: 어떤 문제인가요?

    창수: 심바 자와디와 비와이 두 분은 이 앨범이 CCM이 아니라고 말하죠. 그보다는 좋은 힙합 음악이라고 말하시는 듯합니다. 힙합 팬들은 '역대 최강의 CCM'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은 거 같고요. 

    은우: CCM이냐 힙합이냐, 이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 애매하긴 하죠. 다만 저는 차우진 평론가님이 하셨던 말씀이 인상에 남았어요. 장르는 사실 유통, 산업의 편의성 때문에 나온 거라는 말씀이었어요. 무슨 창조주가 세상에 내려준 만고 불변의 진리 같은게 아니라는 말이죠. 요즘 씬에서 장르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예를 들어, 'nothing,nowhere'의 음악이 이모 락인지, 힙합인지 구분하는 게 그다지 영양가 있는 일 같지는 않아요. 

    이번 앨범 또한 마찬가지죠. 이게 CCM이든 힙합이든 큰 상관이 있을까요? 결국 이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는 음악가가 아닌, 듣는 사람의 감상이 최종적으로 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받아들이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죠.

     

    2. 이번 앨범의 사운드적인 성취

    은우 : 우선 좋았던 점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창수: 앨범을 Full-Length로 들으니까 좀 '까리'하더라고요. 사운드적인 성취가 특히 훌륭했던 거 같아요. 타이틀곡 '힘'을 작곡한 그레이는 물론이고 비와이, 비앙 등 프로듀서들이 모두 제 몫을 해줬다 봐요.

    은우 : 사운드적으로 은근히 장르나 시도가 다양하다고 저도 느꼈습니다. 지루하지 않게 한 번에 다 들을 수 있었어요.

    창수: 귀가 즐거웠어요. 소리를 크게 키워서 좋은 스피커로 듣고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덧붙여서 말하자면. 비와이님이 정말 사운드적으로 대단하신 거 같아요. 항상 비와이님 앨범을 사고 콘서트도 가는 팬인데요. 매번 믹싱에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사운드에 장인이라는 면에서 비와이가 Kanye West와 성향이 비슷한 거 같습니다. 기독교 적인, '바른생활'적인 캐릭터 때문에 이 사운드적인 성취가 저평가되는 면도 있다 봐요.

    은우: 사운드에 대한 집착! 그럴 수 있겠네요. 특히 비와이님은 '랩'조차도 사운드적으로 찰진 느낌이 있죠. 누군가는 이를 '오디션 용 래퍼'라고 폄하하기도 하는데요. 그만큼 대형 공연장을 압도할 수 있는 성량과 사운드 디자인 능력이 있는 거라고도 생각합니다.

    창수: 랩의 '사운드 디자인'의 측면에서도 저는 좋게 봤어요. 가사에 쓰이는 라임이나 소리가 굉장히 신선해요. 비와이 님은 물론이고 심바 자와디 님도 상당히 성장하신 느낌이었습니다.

    은우: 심바 자와디 님이 인터뷰에서 본인이 랩적으로 다른 이의 조언을 받아서 성장했다는 말을 하셨던 거 같아요.

    창수: 그렇군요. 여러 가지 방면에서 '사운드적으로' 훌륭한 성취를 했다 생각합니다.

    은우: '파송예배'같은 일종의 짧은 기독교적 skit이 나오는 구성도 한국 앨범에서는 색다르더군요. 미국 힙합에서야 Kanye West가 이미 10년도 더 전에 'Fly Away'라는 훌륭한 가스펠 Skit을 보여줬지만요. 여하튼 저도 사운드적으로 무거운 기독교적 테마를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3. 불분명한 타겟, 아쉬운 리릭시즘


    창수: 오히려 가사의 메시지적 측면이 저는 아쉬웠다 생각합니다.

    은우: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서 좀 이야기를 나눠 보시죠.

    그전에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가사에 딱히 큰 의미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메세지보다 사운드적인 측면에 집중한 랩도 좋아해요. 심지어 저는 복잡한 주제보다는 컨셉트, 캐릭터나 사운드에 주를 두는 '케이팝'을 주로 다루는 필자니까요.

    하지만 이 앨범만은 각 잡고 메세지 위주로 분명한 비평을 하려 합니다. 그건 당사자분이 그렇게 평가받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이 앨범만은 '사운드가 중요하고, 가사의 메시지는 뭔가 기독교적인 분위기만 내면 충분했다'라는 식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거죠.

    창수: 리릭시스트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시니까요.

    은우: 맞습니다. 그렇게 보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창수: 저는 좀 아쉬웠어요. 일단 'Neo Christian'이라고 앨범이 표기되어있는데 딱히 새로운 내용이 없어요. 이 가사 내용에서 기독교의 새로운 면을 알 수는 없었어요. 다 알던 내용이죠. 직업 종교인인 제 입장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기독교를 아는 대중이나 신자 입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애초에 기독교에서는 'Neo'라는 단어를 붙이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예수, 신약 자체가 'New'니까요. 이후에는 마지막 날이고요. (예외라면 'Neo-Calvinism'정도?) 그런데 이 앨범에서 'Neo'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였는데 새로운 기독교인이 뭔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빠져 있어요.

    은우: 정작 본질이 보이지 않았다는 말씀이시군요.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 이유는 우선 '타게팅 조절의 실패'라고 봐요.

    창수: '타게팅의 실패'라면 어떤?

    은우: 이 앨범이 누굴 위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어요. CCM이라면 철저하게 교회 내부에서 믿음을 고조하는 부흥의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만들어야 할 거예요. 예배 음악이라면 종교 행사에서 적절한 맥락에서 쓰이도록 '실용적인' 목표에 충실해야겠죠. 전도를 위한 거라면 남을 기독교에 귀의하도록 그들의 입장에서 설득해야 할 겁니다. (그게 옳은지는 제처 두고요.) 그게 아니라 그냥 좋은 힙합 앨범을 만들려고 했던 거라면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힙합 팬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겠죠.

    창수: 맞습니다.

    은우: 개인적으로 이 앨범에서 전체를 관통하는 그런 '분명한 목표'를 찾지 못했습니다. 

    창수: 저는 이 앨범의 목표가 '전도'가 아니라 '선포'라고 느꼈어요. '나는 기독교인이고, 그게 내겐 중요하다!'라고 외치는 느낌?

    이게 전도라기에는, 기독교에 대한 외부인의 시선에서 필요한 설명이 전혀 없어요. 기독교인만 아는 용어와 개념이 가득합니다. 외부인이 이걸 보고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은우: 이 앨범은 기독교 바깥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설득하기 어려운 앨범이라고 봐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재키와이의 랩 피처링 정도밖에 없어요.

    창수: '야훼의 능이 쬐임으로 새로이 된 존재의 이유는 여호와이레 임마누엘' 같은 가사는 각주가 없이 비종교인이 이해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겠죠.

    은우: 물론 '힘'이라는 트랙은 HYMM(찬송)이라는 중의적 의미가 있는 제목이니 만큼 그래도 될지 몰라요. 문제는 앨범 전체적으로 어휘나 주제가 비종교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위주라는 거죠.

    그런 작법은 심지어 성경적이지 않아요. 성경 속의 인물들은 신자가 아닌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철저하게 그 사람에게 맞췄어요. 예수는 바리새인(유대인 종교 지도자들)과 이야기할 때는 철저하게 구약성경을 인용했어요. 하지만 사마리아인(외부인)에게는 그들이 알 정도로 유명한 옛 이야기 외에는 구약을 말하지 않았죠.

    이는 바울도 마찬가지예요. 그가 그리스에서 설교할 때는 그리스 철학을 인용했습니다. 유대인에게 설교할 때는 구약성경을 사용했고요. 정말 기독교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앨범이라면 상대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배려하는 게 당연하다고 봐요.

    창수: 맞아요. 사실 교회 안 다니는 사람에게 '야훼'니 '여호와 이레'니 단어를 써서 이야기를 해봤자 전혀 모르는 이야기일 뿐이니까요.

    은우: 비교해보면 기독교 비판을 주제로 다루는 일반 힙합 음악이 대중 입장에서 훨씬 더 공감이 쉬워요.

    염따 3집 '살아숨셔 2'에 수록된 '운수 좋은 날'

    조용했던 식장 갑자기 쾅쾅
    커다란 깃발을 꽂고 나서 누군가 말해
    목사님 오십니다
    그 새끼는 혼자 인사도 없이 빳빳
    한 시간 동안 여러분 예수 믿으래
    몇 번을 하냐 씨발 아멘 아멘
    엄마 참을 수가 없어요 나는
    모두가 아빠를 추모하는데
    쟤네들 예수 장사를 해
    아주 크게 노래를 부르네
    난 고통스러워 너가 자꾸 성경 읽는게
    상관도 없는 니가 와서 씨발대는게
    참아야돼 라며 엄마 내 손잡지
    목사님은 혼자 똥폼을 잡지

    -염따 '운수 없는 날' 중-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아빠의 장례식에 와
    죽음이 치유라는 둥 떠들며 웃던 목사
    좆 까 네 신이 병가 중
    하늘엔 하늘 뿐이었어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아무도 믿을 수 없어
    Cuz you are fucked if you think that
    It's gonna be okay
    (중략)
    Be with me god

    -Epik High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중-

    은우: 반 기독교적인 가사는 이렇게 공감되는 스토리텔링과 주제의식을 보여주는데 이번 앨범은 일반 대중의 공감을 유도하는 장치가 없다시피 해요. 그냥 '선포' '선포' '선포'의 반복으로 제게는 느껴졌어요. 이거는 문제 아닐까요?

    창수: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몰랐던 거 같아요. 스탠스가 불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4. 기독교 문화적인가? 아니면 예수적인가?

    은우: 저는 딱히 이 앨범이 기독교적 인지도 모르겠어요.

    창수: 그건 어떤 말씀이신가요?

    은우: 기독교인 입장에서 이 앨범을 들은 후에 기독교 혹은 믿음에 대해 새로 알게 된 관점이 없어요. 그냥 둘은 크리스천이구나 정도? 

    창수: 저는 좀 싸했던 게 '힘'의 랩 파트에서 나왔던 Braggadocious라는 파트였어요. 훅 직전에 빡 힘줘서 단어를 쓰는, 소위 랩의 하이라이트 파트에 나오는 게 '이게 내 Braggadocious'라는 문구에요.

    은우: 저는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까지 8년 넘게 살았는데, 처음 보는 단어네요.ㅎㅎ (제가 어휘력이 딸려서일수도?)

    창수: 라틴어일 거예요. 저는 뭐랄까 좀 '지적 허세'가 느껴지는 단어여서, 좀 싸했어요. 학자들 밖에 안 쓰는 단어거든요.

    은우: 뭐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을 자랑한다'라는 뜻일 수도 있죠. 그게 사회적으로는 별로일 수 있지만 기독교 적일 수는 있겠네요. 힙합은 본래 자기 자랑의 구석이 있잖아요?

    오히려 자기반성적인 구절이 비율적으로 적다는 게 제게는 매우 '성경적이지 않게' 느껴졌어요. 성경에는 반드시 자기반성적인 구절이 있거든요. 찬송가, 혹은 CCM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성경 '시편'을 볼게요.

    그러나 어느 누가 자기 잘못을 낱낱이 알겠습니까? 미처 깨닫지 못한 죄까지도 깨끗하게 씻어 주십시오.
    주님의 종이 죄인 줄 알면서도 고의로 죄를 짓지 않도록 막아 주셔서 죄의 손아귀에 다시는 잡히지 않게 지켜 주십시오. 그 때에야 나는 온전하게 되어서, 모든 끔찍한 죄악을 벗어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시편 19:12~13

    이걸 보면 '누구도 완전할 수 없다.' '나를 용서해 달라'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런 자기반성적인 구절이 앨범에도 조금은 있기는 한데 자기 자랑과 그 비율이 안 맞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주의 힘 쫙 빼입은 죄인 중의 나란 죄인의 이름', '엎드린 만큼 날 쓰시기에 Duck Shot 난 숙이네' 같은 가사가 있긴 하죠. 저는 다음에 앨범을 내실 때 이 비율에 변화가 있으면 합니다.

    창수: 시편에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요. 그중 굳이 말하자면 '저주 시', '탄원 시' 장르가 있어요. 그 부분이 심바 자와디 님의 '무신론자와의 배틀 랩'과 맞다고는 할 수 있겠네요.

    은우: 사실 예수의 '배틀 랩' 상대는 바리새인(종교 지도자)이지 불신자는 아니였는데 말입니다. (다만 시편 137편이 대표적으로 타 종교와 싸우는 '배틀 랩'입니다. 구약에는 이런 면이 분명히 있어요. 요나의 이야기나 신약에서는 이게 뒤집어진다는게 문제지만.) 만약 '무신론자와 싸우는 기독교인'을 대변하고자 하는 앨범이었다면 더 시원하게 기독교 내부인이라도 공감할만 한 장치가 있었어야 된다고 봐요.

    은우: 기독교적이고, 동시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고 그러면서 SWAG도 있는 곡이 이미 있어요. 저는 대표적으로 Kendrick Lamar의 'i'를 말하고 싶어요. 

    켄드릭 라마는 이 곡에서 가사 초반부터 대놓고 '기독교'를 강조해요.

    I done been through a whole lot
    많은 일을 겪었어
    Trial, tribulation, but I know God
    고난, 시련, 그러나 나는 하나님을 알아
    The Devil wanna put me in a bow tie
    악마는 나를 나비넥타이를 매게 하려 하지 (장례식에 가게 한다. 가까운 이들을 죽게 두려 한다)
    Pray that the holy water don't go dry
    성수가 마르지 않기를 기도해

    그리고 기독교적인 SWAG을 보이기도 하죠. 조지 플로이드 시위를 하는 지금도 동감되고, 당시에도 당연히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샀던 가사예요.

    And I love myself
    난 나를 사랑해
    When you lookin' at me And tell me what do you see 
    나를 똑바로 보고 말해봐, 뭐가 보이냐?
    (I love myself)
    (난 나를 사랑해)
    I put a bullet in the back of the back of the head of the bully
    난 나를 괴롭히는 자식('bully'는교묘하게 'police경찰'로도 들린다)의 머리통 뒤에, 뒤에 총알을 박지
    (I love myself)
    (난 나를 사랑해)
    Illuminated by the hand of God, boy ain't that high
    하나님의 손으로 빛나네, 와 정말 멋지지 않아?
    (I love myself)
    (난 나를 사랑해)
    One day at a time, uhh
    매일 매일,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면서

    또 중요한 건 이 가사에서도 '자기반성적인 가사'가 3번째 Verse에 나온다는 거예요.

    I went to war last night
    어젯밤 나는 전쟁터에 갔어
    I've been dealing with depression ever since an adolescent
    나는 청소년 시절부터 우울증과 싸워왔지
    Duckin' every other blessin', I can never see the message
    내게 주어진 축복에서 도망쳤고, 메세지를 이해할 수 없었지 
    I could never take the lead, I could never bob and weave
    누구도 이끌지 못했고, 피하지도 못했어
    From a negative and letting them annihilate me
    부정적인 것들을, 그리고 그들이 나를 완패시키게 뒀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이겨내지 못했고, 감사하지 못해서 나에게 이미 신이 내게 준 축복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런 고민까지 녹여낸 거죠. 기독교 적이고, 동시대적이면서 자기반성적인 측면까지 존재하는 랩이 이미 나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분명히 이번 앨범도 '어디로'라는 자기반성적인 가사가 있고 SWAG도 있지만 아직은 좀 아쉬움이 느껴지는 이유예요.

    창수: 기독교적인 것과 복음적인 것이 다르다고 봐요. Christian-like는 문화적인 거라면 복음적인 것은 Gospel-like 혹은 Jesus-like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앨범이 복음적인 앨범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은우: 성경과 예수를 믿는다는 '내 상태'에 대한 말은 많지만, 정작 성경, 혹은 예수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는 측면이 좀 아쉬웠다 생각합니다. 예수 중심적이라기보다는 '싸우는 나'에 집중하는 자기 중심적인 시점이 느껴졌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발전할 여지가 매우 많다는 뜻이겠죠.

    창수: 사실 피지컬 앨범을 아직 못 봐서 피지컬 앨범의 아트워크를 보면 좀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피지컬 앨범을 통해 설명되는 부분도 있다 생각하거든요.

    은우: 저는 아트워크도 좀 아쉬운데. 이번 앨범이 뭔가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키잖아요?

    창수: 그렇죠. 저희 세대라면 모를 수 없는...

    은우: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대표적인 '기독교 문화적'이지만 '예수적이지 않은' 문화라고 생각하거든요. 성경에서 어디서 많이 본 이름과 개념이 나오지만. 성경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죠. 반 기독교적이란 게 아니에요. 그냥 기독교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창수: 그렇죠. 겉모습만 가져온.

    은우: 왜 굳이 그런 아트워크를 가져왔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만들어진 신' 같은 책의 표지나 니체의 초상화 같은 걸 따오는 게 나았을 거예요. 반종교는 어쨌든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긴 하니까. 정말 에반게리온을 오마주 한 거라면 '아담' 같은 이름을 따왔을 뿐,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선택이었다 봅니다. 다른 앨범이라면 상관없지만 이 앨범에는 문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90년대에 유행한 '올드'한. 기독교적인 용어를 잔뜩 가져온. 하지만 정작 내용적으로는 기독교와 하등 상관이 없는. 이런 콘텐츠를 레퍼런스로 삼는 게 'Neo Christian'이라는 야심 찬 제목의 앨범에 맞는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봅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에요. 이 앨범의 주제의식과 맞느냐는 거죠.

     

    5. 이후가 더 중요한 앨범


    창수: 비판도 했지만, 저는 이 앨범이 엄청난 일을 해냈다고 생각해요. 가스펠 등 종교음악과 일반 음악 사이에 있었던 은근히 견고한 벽을 무너뜨렸달까요? 앞으로는 '사운드적 완성도'를 갖춘 종교음악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은우: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리고 에픽하이, 염따 등 기존 래퍼의 곡을 예시로 이야기했지만 종교적인 주제로 끈질기게 집착해서 앨범 전체를 온전히 할애한 앨범은 제가 알기로는 한국 힙합 역사에 없던 걸로 기억해요. 이번 앨범이 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었다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두 분 모두 이 주제에 대한 진지한 관심도 있는 듯 하니, 계속해서 이 주제로 앨범을 내면서 발전시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창수: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제 생각에는 성경도 많이 봐야겠지만, 신학적인 틀을 두 분께서 배우시면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기독교적인 삶이 무엇인지도 고민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기형도 '우리 동네 목사님' 중-

    은우: 저는 리릭시즘을 목표로 하신다면 가사가 좀 더 '문학적'이면 좋겠어요. 하나의 메시지에 집중하는 건 좋은데,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계속 같아서는 안 된다 생각하거든요? 성경이 그렇잖아요. 역사서도 있고. 시도 있고. 편지도 있고... 그런 '문학적'인 요소가 더 많이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가사에도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고, 성경이라는 '텍스트'에 대한 분석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콕 집어 말해보자면. 사실 비와이님은 가사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심플하게 가져가고 사운드적으로 더 집착한다는 느낌이 들고, 가사에서 ego도 별로 느껴지지 않아요. 카니예 웨스트와 제이지의 길이 있다면 그 중 카니예 웨스트랄까요? '리리시스트'만을 집중해서 추구하는 걸로 보이는 심바 자와디 님이 좀 더 가사의 깊이에 대해서 고민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Jay-Z의 길이죠.

    구체적으로 문학적이란 걸 이야기 해보자면 좀 더 성경적이고, 외부에 설득력도 가지려면 '비종교인'의 입장을 연구해보시는 거도 좋을 거 같아요. 시나리오 작성의 전설 로버트 맥키는 '주인공을 반대하는 적 (사상이든 사람이든)의 설득력이 적으면 계몽적인(=구린) 작품이 된다.'라고 했는데요.

    이번 앨범 또한 비종교인의 입장, 의심의 깊이가 부족해서 오히려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합니다. 성경 속의 '욥기'나 '가롯 유다'까지 모두 실감 나고 설득력 있게 사람의 의심을 보여주고 있어요. 심지어 다윗과 예수 또한 신에 대한 의심을 가감 없이 보여줬고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십니까?
    어찌하여 그리 멀리 계셔서,
    살려 달라고 울부짖는 나의 간구를
    듣지 아니하십니까?
    나의 하나님,
    온종일 불러도 대답하지 않으시고,
    밤새도록 부르짖어도
    모르는 체하십니다.
    시편 22장 1~2절

    세 시쯤에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부르짖어 말씀하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그것은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라는 뜻이다.
    마태복음 27장 46절

    물론 결론은 이 앨범과 마찬가지로 '믿음의 승리'로 끝나지만 말이죠. 반대되는 입장이 강하게 묘사되었기에, 오히려 결론적으로 자신의 의견이 더욱 강조되는 겁니다.

    내 자손이 주님을 섬기고
    후세의 자손도
    주님이 누구신지 들어 알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도
    주님께서 하실 일을 말하면서
    ‘주님께서 그의 백성을 구원하셨다’
    하고 선포할 것이다.
    시편 22장 30~31절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그들에게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아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마태복음 28장 20절

    이런 부분을 보강하면서 사운드 등 이미 갖고 있는 강점을 유지한다면, 좀 더 입체적인 리리시즘을 갖춘 복음적인 음반이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창수: 굉장히 거칠수도 있는 비판적인 리뷰인데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건 철저하게 '기독교에 집중한 깊이있는 가사 위주의 앨범'이 팝스타, 힙합 스타의 손에서 나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리뷰를 할 수 있게끔 진지하게 새로운 미답의 '크리스천 랩 앨범'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이 주제를 끝까지 놓지 않고 가져가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네요. 앞으로도 응원하겠습니다! 


    곧 이어질 2부에서는 이번 앨범과 함께 살펴보면 좋을 음악, 문학 등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