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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 특집] SM 30년의 발자취. 주요 앨범 리뷰. (1편)
    Review/Albums 2020. 6. 30. 16:54

    H.O.T부터 치면 25년. 실제 운영된 기간으로는 30년은 족히 되는 거대 레이블의 주요 앨범을 살펴본다? 어쩌면 무모한 기획이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 예상이 맞았다.

    당연하지만 25년간 최정상 자리를 지킨 레이블은 한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서도 극히 드물다. 너무 앨범이 많아 2부로 나누기까지 해야 했다. 1편에서는 SM이 최정상 자리에 등극하고, 세계적인 수준의 음악을 완성하기까지의 여정을 다룬다. 유영진과 국내 작곡가들의 케이팝 아이돌 프로토 타입인 H.O.T 1집에서, 해외 작곡가가 어색해지지 않기 시작한 2009년까지의 SM 주요 앨범들을 리뷰했다. 동아시아 소국의 10대를 위한 음악에서, 세계인을 위한 음악으로. 케이팝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에 대한 역사와도 궤를 같이 한다. (김은우)

     


    #H.O.T 1집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 1996.09

    www.youtube.com/watch?v=XQwsh9Ob2e0&feature=emb_title

    (현진영이 있기는 했지만) SM의 전설의 시작을 알린 앨범이다. 또한 SM의 16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7전 8기를 넘어 15전 16기의 불굴의 의지로 탄생한 앨범인 셈이다. 

    이 앨범은 일단 혼란스럽다.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가사는 어떨 때는 아이 같다가도(캔디), 어떨 때는 어른의 푸념 같다 (오늘도 짜증나는 날이네). 발라드(노을 속에 비친 그대 모습)부터 공일오비류 시대상 반영 곡(개성시대)까지 온갖 관점의 가사가 뒤섞여 있다. 심지어 현재 한창 인터넷 상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의 대립을 예견하는 듯한 아스트랄한 가사까지 있다 (About 여자). 

    가사 못지않게 음악도 혼란스럽다. 'Candy'에서는 장용진 특유의 버블팝. 일본 영향이 짙게 느껴지는 음악과 뮤직비디오 등을 보여줬다. '전사의 후예'는 당대 미국 힙합 음악과의 표절 논란에 활동을 중지했을 정도로 본토 힙합 느낌에 충실하다. 두 곡 사이에는 전형적인 중창단 발라드('널 사랑한 만큼')가 뜬금없이 들어간다. 흐름을 잡기 어렵다. 사운드도 '목욕탕 사운드'라는 말에서 보듯, 이후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SM 특유의 고급스러운 사운드와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써놓으면 앨범에 대한 비판을 퍼부은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럼에도 SM 앨범 리뷰 시리즈 첫 꼭지를 차지했다.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이건 SM의 모든 요소가 이미 다 들어있는 프로토타입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요즘 스타트업 용어로 MVP다.(Minimum Viable Product) 

    힙합부터 록, 버블팝, 당대의 전자음악, 발라드까지 온갖 요소가 혼란스럽게 '알앤비'라는 하나의 중심 축 안에 섞여있는 구성.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좌우지간 직관적으로 10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대변한 건 분명한 정체불명의 가사. 음악을 듣는 순간 패션과 뮤직비디오가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비쥬얼 중심의 기획. 당대에는 바보 같다고 놀림받지만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이해되는 앞서 나가는 주제 선정까지. 이 앨범은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SM의 특성을. (나아가 케이팝의 특성을) '최소한의 자산을 투입하여' 어설프지만 확고하게 보여주고 있다. 창대한 끝을 위한 미약한 시작이었던 셈이다. 이후 케이팝 음악이 모두 (서태지와 아이들을 참고한) H.O.T를 모델로 발전하게 된 건 역시 우연이 아니다.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 신화 4집 'Hey Come On!' 2001.06.28

    https://www.youtube.com/watch?v=GEjpIr9-r4U&feature=emb_title

    4집 전까지 신화는 소년 이미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컨셉을 소화해왔다.  TOP같은 신비스러운 미소년, 으샤으샤! 같은 재기발랄함, YO! 같은 악동스러움 등이 그랬다. 때론 '내 인생 끝까지 오 내 여자로 만들겠어(Only One)'라며 남자다움을 드러냈지만 산만한 헤어와 진한 화장으로 그렇게 말한다면 내 인생을 맡길 수가 없다. 신화 자체만으로 남자다움을 드러내기엔 소년스러움을 지워내지 못했다.

    그리고 비로소 4집이 되어서 신화는 소년의 시기를 지나 근육질 피지컬을 자랑하는 섹시한 남자 아이돌이 되어 돌아왔다. 타이틀곡 'Hey Come on'은 여전히 SMP 스럽고 산만한 구석이 남아있지만 확실히 지난 앨범들과는 다른 농익음을 자아낸다. 카메라를 보고도 웃지 않는 카리스마, '외쳐/소리쳐/포기하진마' 와 같은 단정적 어투, 그리고 제목부터가(Hey. Come on!) 강렬했기에 그렇다.

    그리고 이 앨범의 최고 의미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후속곡 'Wild eyes'다. 비교적 단정해진 헤어와 의상, 의자라는 소품 하나로 섹시하고 강렬한 남자다움을 드러낸다. 이제 신화는 제대로 농익었으며 신화 자체만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알린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을 시작으로 비슷한 결로 이어지는 perfect man - Brand new에서 신화는 점점 더 농익는다. 신화는 여러분들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했지만 4집부터 신화는 왠지 내 인생을 맡기고 싶은 남자가 되었다.

     

     

    Written by 한슬비

     

    #강타 1집 Polaris 2001.08.16

    https://www.youtube.com/watch?v=bJQHAv0J2Bs&feature=emb_title

    돌이켜보면 SM은 초기부터 '의리의 회사'였다. 아이돌 팀이 해체된 후 솔로 가수로 밀어준다는 게 (지금은 어찌 보면 당연한 시도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생각하기조차 힘든 시도다. 천재 고등학생 작곡가 장용진을 H.O.T 멤버로 영입하려 하고, 강타에게 타이틀곡 '빛'의 작곡을 맡기는 등, SM은 초창기부터 멤버의 음악적 성장을 장려하기도 했다.  

    강타 솔로 1집에서 강타는 성숙하게 변신했다. 일단 음악부터 다르다. 기본은 신승훈표 발라드. 거기에 정통 재즈. 두 개의 축이다.  

    이 앨범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그 해 여름'까지. 두 곡의 발라드가 성공했다. 두 곡이 모두 강타가 직접 참여한 곡이라는 점이 놀랍다.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수록곡 중 절반 가까운 곡에 참여하는 등 '아티스트로써 강타의 성장'은 당시에는 적어도 성공했다 본다.  

    앨범을 시작하는 'Falling in Love'와 정원영의 'Thanks God'. 'Doobidub'까지. 뜻밖에 당시에는 대중에게 생소했을 본격적인 재즈곡이 많다는 사실도 놀랍다. 지금에야 이런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지만, 2천 년대 초반에 당대 최고의 아이돌 첫 솔로에는 상당한 도발이었을 걸로 생각된다. 

    메인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본격적인 장르 음악을 시도하는 점. 음악 제작 참여부터 장르 선택까지 모든 면에서 '성숙한 아티스트'의 면모를 강조하는 점 등. SM은 이후에도 솔로 앨범을 만들며 강타 1집에서의 기획 방향을 그대로 유지하고, 이를 발전시켰다. 빠르게, 그리고 꾸준히 도전한 덕에 지금은 어느 아이돌 기획사보다 풍성한 장르 음악을 매번 발표하는 기획사가 되었다. SM의 또 다른 면모인 '본격 장르 음악 솔로 앨범'의 시초 격 앨범.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SES 5집 Choose My Life-U 2002.02.15

    https://www.youtube.com/watch?v=Uh-OoxxkMdM&feature=emb_title

    상업적으로 3집 이후의 SES는 분명히 내리막이었다. 음악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4집부터 SES 음악은 급격히 고급스러워졌다. 일본 진출이 상업적으로는 실패였을지언정, 음악적으로는 당시 한국보다 더욱 발전되었던 일본의 음악과 결합해 전혀 새로운 경지를 이루었기 때문이라 본다. 

    SES 5집은 그런 후기 SES 특유의 고급스러운 음악을 대표할만한 앨범이다. 'Just A Feeling'을 시작으로 'U' '달리기' 등 지금까지 회자되는 훌륭한 알앤비, 댄스 음악이 포진되어 있다. 김도훈의 알앤비/팝 'Just A Feeling'. 북유럽 작곡가의 곡이자 어쩐지 보아 초기곡 느낌이 드는 'U'. 당대의 한국 발라드 자원들과 함께 만든 'Choose My Life'. 윤상(노땐스)의 전자음악에 대중성을 가미한 '달리기'까지. 스펙트럼 또한 통일감 있으면서도 그 디테일은 다양하기 그지없다. 

    SES는 SM 걸그룹의 '표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SES의 사랑스럽고 제이팝을 살짝 연상시키는 정통 걸그룹 느낌은 그대로 초기 소녀시대가 계승했다. 당대 가장 도전적이고 유니크한 음악을 한다는 성향은 F(X)가 극대화시켰다. 비단결처럼 고급스러운 흑인음악의 느낌은 그대로 레드벨벳의 정체성이 되었다. SES의 마지막 앨범은 이후 SM 걸그룹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고루 분포되어 있다. 

    SES는 이 앨범을 끝으로 해체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SES는 '버릴 앨범이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대중적으로 성공작이라 보기 어려운 마지막 앨범임에도 지금까지 대중에게 기억되는 싱글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 플라이투더스카이 3집 'Sea Of Love' 2002.04.26

    https://www.youtube.com/watch?v=UkdNbjLanME&feature=emb_title

    SM은 오래전부터 여름 음악 맛집이기도 했다. 레드벨벳의 음파음파, NCT127의 Highway to heaven, f(x)의 시그널 등. 여름을 겨냥하지 않았어도 특유의 청량감을 내세워 SM 아이돌만의 톡톡 튀는 음악들이 많았다. 더 과거로 내려가면 신화의 으샤으샤, SES의 Just Feeling, SM TOWN 단체곡 'Summer Vacation'이 있다. 여름 단체곡을 내던 2002년,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여름 앨범이 있다면 플라이투더스카이의 Sea of love다.

    플라이투더스카이는 R&B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돌 기획의 좋은 표본이었다. 흑인음악에 강점이 있는 유영진이 타이틀 곡 Sea of love에 참여하여 끈적이는 알앤비가 아니라 시원한 사운드의 알앤비를 들려주었고 SM 특유의 청량감을 잘 녹였다. 뮤직비디오도 인상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해변을 배경으로 환희와 브라이언은 미국인들과 럭비를 즐긴다. 그리고 민소매 티와 청바지를 입고 꿀렁이는 미국춤을 선보인다.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본토 소울을 체화하려 하는 것이 느껴진다. 게다가 브라이언 맥나잇에게 받은 곡 'Condition of my Heart'을 수록함으로써 알앤비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이로써 플라이투더스카이는 본토 알앤비 멋을 소화해내는 아이돌 포지션을 선점해내며 SM에서 유일하게 성공을 거둔 2인조 그룹이 되었다. SM이 지금까지 알앤비를 케이팝에서 잘 녹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알앤비에 대한 이해가 이만큼 높았기 때문이 아닐까.

     

     

    Written by 한슬비

     

    #신비 정규앨범 '15 to 30' 2002.04

    https://www.youtube.com/watch?v=Ku8qHjgl-kc&feature=emb_title

    2001년 H.O.T. 해체 이후 격동의 해 데뷔한 밀크(M.I.L.K)와 다음 해인 2002년 데뷔한 블랙비트와 이삭N지연을 기억하는 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02년 4월. S.E.S를 잇고자 했던 또 하나의 SM 표 3인조 신인 그룹이 있었다. 신화 전진의 출연으로 화제가 된 타이틀 곡 'To My Friend'를 들으면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바로 '신비'다.

    'To My Friend'는 전형적인 2000년대 걸그룹의 색깔 그 자체로 곡의 송폼과 악기 구성이 99% 동일하고 BPM(곡의 속도)만 +1 올라간 96MIX가 수록된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이다. 곡의 속도가 조금 더 빠른 것이 좋다/아니다를 두고 내부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고양이 Step'으로 이어지는 앨범 구성은 누구보다 흑인음악을 가장 사랑하고 한국에 뿌리내리려 하는 SM의 마음이 느껴진다. 역시 “고양이는 언제나 옳다!”. 

    (보너스 격인 96MIX를 제외하면) 앨범의 문을 닫는 곡 'Darling'은 90년대를 대표하는 팝 'Aqua - Barbie Girl'과 코요태. 거북이의 바이브가 느껴지는 곡이다. '자자 - 버스 안에서'를 만든 강원석이 작사, 작곡하여 우리를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는다. 

    이 앨범은 SM의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 F(X), 레드벨벳이 나오기까지. 그 과정은 어떠했을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가득하다. 기린-박문치가 들려주는 레트로 감성에 알고리즘을 더해 오늘도 신비를 정주행 한다.

     

     

    Written by Elapse

     

    #SM TOWN 'Hot Mail (2004 Summer Vacation In Smtowm.com)' 2004.06.29

    https://www.youtube.com/watch?v=Z8fG3MRYEn0&feature=emb_title

    기획사들이 너도 나도 기획사 이름의 앨범을 내던 시기가 있었다. 이 부분에서도 SM은 앞섰던 듯싶다. SM은 일찍이 1999년 ‘jingle bell’을 시작으로 ‘SM TOWN’이라는 이름 아래 비정기적으로 여름, 겨울 앨범을 내왔다. SM TOWN 앨범은 소속 가수들이 대부분 참여해, 이 앨범들을 보면 SM의 소속 아티스트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알 수 있을 정도. 그중 <Hot Mail>은 2004년 발매한 여름 앨범으로, SM 2세대 격인 동방신기가 처음으로 합류해 크게 주목받았다. 동방신기 외에도 문희준, 강타, 보아, 이삭 앤 지연, 블랙 비트,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추억 속의 SM 아티스트의 곡이 풍성하게 실려 있어, 1, 2세대 SM 팬 모두의 추억을 소환 가능케 하는 앨범이다.  

     

     



    Written by 김민정 

     

    #BoA 5집 ‘Girls on Top' 2005.08.22

    https://www.youtube.com/watch?v=MJxaWZk8Vs8&feature=emb_title

    모든 게 무르익은 앨범이다. 앨범 제목은 <Girls on Top>이나, ‘10대 가수’ 혹은 ‘10대 소녀’로 불리던 보아와 완전한 이별을 선언하는 앨범과 같다. 전 앨범 <My name>에서도 소녀의 이미지를 벗고자 했으나 여전히 밖의 시선은 그녀를 ‘소녀’로 규정지었다. 하지만 이 앨범은 어디에도 미숙함이나 어리숙함은 보이지 않는다.  

    장르적으로는 강약이 있을 수 있으나 타이틀곡 ‘Girls on Top’부터 후속곡 ‘Moto’ 외에도 모든 수록곡에 힘이 들어가 있다. 댄스부터 발라드, R&B, 소울, 팝 다양한 장르의 곡으로 꽉 채웠다. 다 잘하는 보아를 보여주고 싶었던 듯하다. (그렇지 않고 뜬금없이 김민기의 ‘가을편지’가 리메이크되어 앨범을 마무리할 일은 없지 않나.) 보아는 기대에 부응해 무탈하게 모든 장르를 다 소화했다. 

    유영진이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Girls on Top’은 지금 들어도 상당히 도발적이다. 오히려 지금이라 더 도발적으로 느껴진다. 힘의 논리, 남자만의 법칙들 아주 웃기시네! 자! 이제 보아 얘길 담아 듣자! 새 시대 Story Girls on Top! 이라니.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성에 대항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사회를 거부한다. 사용하는 언어도 직접적이다. 15년 전 젠더 문제에 대한 노래라니. 이런 면에서 SM은 참 진보적이다. 거친 문제제기와 달리 ‘그래도 우리 싸우지 말고 같이 잘 살아보자’는 식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역시 참 SM, 아니 유영진스럽다.  

    수록곡 ‘Moto’와 ‘공중정원’은 보아의 명곡 중 하나로 두고두고 회자되는 곡으로, 켄지와의 조합이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특히 ‘공중정원’은 지금 들어도 세련되다. 개인적인 아쉬움은 5집 이후 해외 활동으로 국내 공백기가 5년이나 생겼다는 점이다. <허리케인 비너스>로 5년 뒤에나 컴백한 보아는 너무 성숙해져 있었다. <Girls On Top> 이후 20대 초반의 힘이 넘치는 보아를 국내에서 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Written by 김민정

     

    #동방신기 4집 'MIROTIC' 2008.09.25

    https://www.youtube.com/watch?v=HtJS32n6LNQ&feature=emb_title

    한 때 아이돌 판을 흔들었던 이들도 이젠 18년 차 중견가수가 되었다.  

    ‘주문’은 정규 타이틀로는 처음으로 유영진이 아닌 해외 작곡가가 작곡을 맡았다. 사실 이 전까진 동방신기가 아무리 큰 팬덤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난해하고 비장미 넘치는 SMP를 대중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하지만 <MIROTIC>에서만큼은 SMP의 색을 덜어내고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기존의 난해하고 과한 스타일링을 내려놓았다. 남성미를 보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간결하게 만들어 힘을 최대한 뺐다. 그 결과 손을 턱에 괴고 어깨를 들썩이며 부르는 한 번의 키스와 함께 날이 선듯한 강한 이끌림 파트는 팬이 아니어도 동방신기를 기억하는 한 부분이 되었다. 

    동방신기는 아카펠라 그룹으로 데뷔했음에도 불구하고, 보컬 측면에서 아이돌 가수라는 편견과 싸우며 끝없는 인정투쟁의 시간을 보냈다. 그런 편견에서 동방신기를 구한 ‘Love In The Ice’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다. 멤버 전원의 화음과 가창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후반에 사정없이 후려치는 고음 파트는 이들의 능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영원히 5명일 것 같은 동방신기였는데 시간은 잔인하게도 이들을 갈라버렸다. 요즘 청소년은 동방신기가 원래 2명인 줄 안다고 한다. <MIROTIC>은 동방신기를 가장 정점에 올린 앨범인 동시에, 국내 앨범으로는 5명의 동방신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앨범이 되고 말았다.  

     

     



    Written by 김민정 

     

    #소녀시대 Gee, 미니앨범 1집 2009.01.05

    https://www.youtube.com/watch?v=U7mPqycQ0tQ&feature=emb_title

     이 앨범 전의 소녀시대는 SM에서 나온 이쁜 애들 많은 아이돌이었다면 이 앨범 직후의 소녀시대는 아이돌계의 전설이 되었다. 이 앨범의 의미는 단순히 소녀시대가 왕좌에 앉은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너무 성공했기 때문에 그 성공에 가려서 다른 의미들이 발굴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 앨범의 가장 큰 가치는 상업성뿐이라던 여자 아이돌 음악에 음악성을 처음으로 발견한 히트 싱글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들 'GEE'를 메가 히트를 기록한 후크송으로 기억하지만 많은 이들이 이 싱글을 통해서 (여자) 아이돌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Cheer Up'이 나오기 전까지 응원/위로의 스테디셀러인 '힘 내'가 수록된 앨범이기도 하다. SM의 독특한 걸그룹 음악은 이 앨범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Written by 몬세

     

    #Super Junior 3집 Sorry Sorry 2009.03.12

    https://www.youtube.com/watch?v=x6QA3m58DQw&feature=emb_title

    SM에서 송 캠프가 제대로 자리 잡은 건 사실 2010년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의 SM은 아직 유영진, 켄지. 두 쌍포를 위주로 특출 난 개인이 음악을 담당하는 느낌이었다. 그 중간 과도기에 위치하는 두 곡이 동방신기의 'Mirotic'과 슈퍼 주니어의 'Sorry Sorry'라 생각한다. 

    'Sorry Sorry'는 그중에서도 결과적으로 케이팝 초기 월드와이드 히트의 상징이 되었다. 초기이다 보니 (앨범 전반적으로는 해외 작곡가와의 협업을 했음에도) A&R 시스템보다는 유영진이라는 개인의 재능이 더 두드러져 보일 수 있다. 타이틀곡은 유영진의 단독 곡이니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해외 자원과의(안무가 등)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Sorry Sorry'는 기존 SM 음악과는 분명 달랐다. 주술과도 같은 흡입력뿐 아니라, 압도적인 구성미와 사운드적 완성도를 모두 보유하고 있었다. 한 시대를 지배한 음악이 '후크송'이라는 단어 하나로 평가절하 된 건 아쉬운 점이다. 

    슈퍼주니어 3집 앨범 자체의 구성도 흥미롭다. 아직까지 '개인'에게 의존하는 SM의 단면을 잘 보여준달까? 켄지는 '앤젤라'에서 언제나처럼 아이돌에게 잘 안 어울리는 듯한 마이너 장르(여기서는 브리티시 팝)를 적절히 구사해 그룹에 지경을 넓혔다. 항상 90년대를 연상하는 과거 작곡가와의 연결고리를 중시하던 슈퍼 주니어의 전통을 이어주는 유영석의 'Shining Star'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처럼 앨범 전체의 컨셉이나 기획이 기억에 남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개인이 참여했는지'가 기억에 남는다. 

    이후 SM은 A&R과 송캠프로 대변되는 전 세계 스태프를 통해 만드는 '시스템의 음악'을 완성시켰다. 이 앨범은 시스템의 시대가 오기 직전, 특출 난 개인들이 주도하던 과거의 SM의 황혼기의 작품이다. 'Sorry Sorry'의 글로벌 히트 덕에 '최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앨범'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팀 내의 사정으로 사실상 새로 출발해야 했던 동방신기와는 달리 슈퍼 주니어는 팀의 코어가 유지된 덕에, 그 성장과 변화를 이후 앨범과의 비교를 통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여러 모로 SM 보이그룹의 Middle Child 적인 앨범이라 볼 수 있겠다.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SHINEE 미니 앨범 3집 2009, The Year Of Us 2009.10.14

    https://www.youtube.com/watch?v=roughtzsCDI&feature=emb_title

    이 앨범까지의 샤이니는 과소평가받았다고 생각한다. '누난 너무 예뻐'의 데뷔 이미지가 계속 남아있어서 일수도, 그 특유의 파스텔 혹은 형형색색의 비주얼이 주는 느낌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이 앨범까지도 샤이니는 그 프로덕션의 완성도에 비해 많이 저평가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링딩동'은 여러모로 악마적인 매력을 보여주며 사람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덕분에 이 앨범으로 샤이니는 앳된 소년의 이미지를 벗게 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의 또 다른 킬링 트랙 'Jojo'는 이 당시에 나온 어떤 트랙들보다도 잘 만든 유로팝 사운드를 들려준다. 이를 통해 SM의 넓은 곡 수집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이다음 앨범의 타이틀곡이 루시퍼인데, 이런 곡이 그냥 뚝딱 나온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Written by 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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