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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2주년' 아이유를 되돌아보다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4:24
아이유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나요? 2008년, 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미아'를 수줍게 열창할 때만 해도 그녀가 동년배 솔로 여가수 중 원탑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말랑말랑말랑해~'를 외치며 귀엽게 춤을 추는 '마시멜로우'나 임슬옹과 스윗한 케미를 보여주었던 '잔소리'를 그녀의 초창기로 기억하고 있죠. 요약하면 차세대 국민 여동생 정도 되겠습니다.
연이은 성공, 예능에서의 즐거운 모습들과 달리 아이유는 생각보다 어두운 면이 많습니다.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자신의 초창기 3년의 모습은 사실 조울증적인 면이 많았다고 고백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었죠. 아마 이때부터 였을거에요. 예쁘고 착한 여동생으로 있어주길 원하는 대중과 이를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아이유 사이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 이후 아이유는 계속 음악적으로 성장하지만,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기 시작합니다.
끊임없는 가십들에 결국은 폭발한 것일까요? 2010년대 중반의 아이유에 대한 기억들은 매우 날이 선듯한 모습들입니다. 2015년 발매한 <Chat-Shire> EP에는 그 어느 때보다 그간의 일들로 인한 아픔과 고통이 담겨있어요. 매우 솔직하고, 도발적인 동시에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합니다. '스물셋'과 'Red Queen'에서 그녀는 색안경을 낀 헤이터들에게 직설적으로 묻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유형 중 내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요? 이 태도는 이후 10주년 기념으로 발매한 '삐삐'에서 보다 공격적으로 확장됩니다. 더 이상 선을 넘으면 Beep! (괜히 창모가 국원탑 아이유라고 인정하는 게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그녀가 따뜻함을 잃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사이사이 내놓은 리메이크 앨범이나, 연기활동, 팬클럽 '유애나'를 향한 무한 의리를 통해 우리는 아이유가 가장 날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낼 때조차도 훌륭한 음악과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었죠. 비교적 최근의 앨범인 <Love Poem> EP를 들어보면 이전의 상처받고 날카로웠던 자아와 이별하고 보다 성숙해진 면모를 보이고 있어 놀랍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신뢰할 수 없는 타인들에 대한 냉소가 느껴졌다면, 이제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 앨범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요. 사랑을 받으면서 (여유있게) 주는 법도 알게 된거죠.
지난 9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사실상 단콘에 가까운 무대를 꾸몄던 아이유의 모습 중 인상 깊었던 지점이 있습니다. 쉬지 않고 노래하고 토크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표현하던 주변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었습니다. 유희열을 대표삼아 그녀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주는 자신 주위의 모든 것들에게 고마워합니다. 지난 12년 간, 성공만큼 힘든 순간도 많았던 아이유의 미래가 보다 기대되는 이유라면? 그녀가 세상과 어울리기도, 다투기도 했다가 결국은 사랑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모습이 모두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죠. 앞으로도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HIM 매거진 2020년 11월호에 게재
몬세, 대중문화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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