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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at We're Listening To: #4 (초여름까지 듣는 봄노래)
    Curation/What We're Listening To 2021. 4. 21. 17:23

     

    WENDY - When This Rain Stops (2021.04.05)

    이 곡은 얼핏 평범한 발라드다. 편곡도 피아노 하나 뿐이다. 가사도 희망을 노래하는 전형적인 가사다. 하지만 웬디가 부름으로써 이 곡은 특별해진다. 기획을 주도하지도 않고 심지어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그럴까?

    이 곡에 숨겨진 진짜 서사는 모두가 아는 사고다. 부상을 극복하고 솔로 앨범으로 부활해 팬 앞에 섰다. 웬디가 이 곡을 부름으로써, 뻔한 위로의 가사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서사로 변한다. 그처럼 극적이지 않았을 지언정,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우리 모두가 이입할 수 있는 이야기기도 하다. 

    음악계에는 아직도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환상이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싱어송라이터도 단점이 있다. 싱어송라이터는 개인이 불렀기에 더 진정성 있을 지언정, 요즘처럼 빠른 시기에는 많은 약점이 있다. 우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되기 어렵다. 개인이 영원히 발전할 수는 없다. 작품의 품질 또한 개인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된다. 다수의 공동체가 기획해야만 음악도 메시지도 트렌드를 좆으면서도 일정한 품질의 작품을 끊임없이 낼 수 있다. 퍼포머와 기획자가 분리되어야 지속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하기도 하다. 반년만 쉬어도 은퇴한 느낌이 드는 요즘 시기에는 공동 작업이 필수다.

    'When This Rain Stops'은 공동 작업에서도 퍼포머의 개성이 돋보일 수 있다는 증거다. When This Rain Stops는 Wendy’s Rain Stop이기도 하다. 웬디의 보컬은 철저하게 SM적이지만, 오히려 그래서 기존 SM 여성 솔로 가수에게서 보기 어려웠던 본격적인 흑인 디바의 느낌이 있다. 발라드 곡의 서사를 파괴할 만큼 테크닉을 과시하지 않았음에도 흑인 보컬같은 탄력이 느껴진다. 밍지션의 곡과 가사, 편곡 또한 철저하게 웬디의 보컬의 매력과 서사의 감동에 봉사하는 입장에서 디자인되어 있다.

    신기하게도, 부품처럼 모든 요소가 기획에 봉사한 제조업적인 콘텐츠가 웬디라는 필터를 거쳐 전달되는 순간, 우리 모두를 위로한다. When This Rain Stops은 팬더믹 상황에 집에 갇혀 다시 숨쉬기('Breathe Again')를 갈구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이야기기 때문이다. 또 그 이야기가 훌륭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음악은 이야기다.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건 '잘 만든 이야기'이지 '한 명이 혼자 만든 이야기'가 아니다. 그렇게 SM이라는 레이블의 지휘 아래 팀이 협업해 만든 음악이 웬디라는 대표의 필터를 거쳐, 모두를 위한 이야기가 된다.

    이 곡을 이 봄, 이 초여름에 들어야 할 이유가 그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다 지쳤다. 이제 슬슬 나가서 마음껏 봄과 여름을 만끽하고 싶다. 안타깝게도 아직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괜찮다. 'When This Rain Stops 그때 다시 웃으면 돼'니까.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TOIL (토일) - 너 포에버 (feat. 염따, 머쉬베놈, UNEDUCATED KID) (2021.04.04)

    토일 (TOIL)은 비교적 생소한 이름이다. 앨범 단위의 감상이 거의 사라진 지금, 음원 사이트에서 작사/작곡 크레딧까지 찾아보지 않는 이상 더욱 그렇다. 국힙 매니아라면 릴러말즈, 스키니 브라운의 작품들을 통해 어느 정도 접했을 것이다. 

    4월초 발매된 그의 정규 [Curtain Call]은 매우 흥미로운 앨범이다. 앨범을 관통하는 특별한 주제나 메시지는 없지만 그 '형식없음'이 앨범의 최대 미덕이다. 게스트 래퍼/보컬부터 프로덕션의 색깔까지. 프로듀서 토일이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삼천포로 빠지진 않는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대면 없이 온라인으로만 작업한) '너 포에버'. 트랩 리듬이라는 돗자리 위에 90년대 가요의 정서와 2000년대 케이팝 과도기 시절의 레퍼런스들이 정신없이 뒤섞여 춤을 춘다. 어느 순간 최신 미국힙합보다 국힙이 좀 더 재밌고 신선하게 느껴지고 있었는데 이런 맥락이 아니었을까. 

    안승배, 음악에디터

     

     

    Lil Nekh (릴네크), 허원혁 - 이모티콘 (2021.04.03)

    '별똥별 이모티콘'으로 시작하는 첫 마디에서 찢었다. 신조어, 유행어 표현을 괜히 피하고 싶어 하는 INTJ라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모티콘을 만드는 제대로 그릴 줄 아는 디자이너 GRAY, 이모티콘을 가장 잘 활용하는 '옆 학교 귀여운 훈남 오빠'를 만난 느낌이다. 고등래퍼 출연자들중 제일 잘생겼다고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웬만한 아이돌 연습생 뺨치는 비율과 비주얼은 누나들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선물할 듯하다 :) 

    훈훈한 비주얼로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동적인 가사 때문인지 Aminé의 킬링벌스 'Caroline'이 떠오르는 기분 좋아지는 트랙을 지나 8비트로 변주하는 후렴은 에픽하이의 'FLY'가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앞으로의 커리어를 고려하면 이상재(Lil Nekh), 허원혁의 가장 좋은 곡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을 곡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프로그램의 성적과 별개로 앞으로의 성장이 너무나 기대되는 두 아티스트의 '앞날이 햇빛처럼 밝을 거라 믿는다!'

    Elapse, 케이팝 프로듀서/A&R

     

     

    SIRUP, SUMIN - Keep In Touch (2021.04.01)

    사실 요즘의 세대가 J-POP에 선뜻 매력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유튜브 시대가 도래한 뒤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영향받는 감성이 어느 정도 비슷해진 지금, 로컬리티를 유지중인 일본 대중음악에 대한 허들도 그만큼 높아졌다. 간사이 출신의 SIRUP은 유튜브, 사운드클라우드 시대가 (이들만의 속도로) 익숙해진 일본 뮤지션들이 보여주는 '넥스트'에 대한 좋은 예시다. 장르보다 무드 중심으로 어필하는 요즘 '플레이리스트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면서도 J-R&B 특유의 깔끔한 맛을 잃지 않는다. 

    기존의 언더그라운드 R&B를 넘어 케이팝에 대한 야심이 돋보이는 한국의 SUMIN과의 조인트는 KR, JP의 핫한 뮤지션들의 만남이 주는 청각적 즐거움을 넘어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한다. 음악을 만들고 유통하는 과정이 어느 정도 표준화된 지금 앞으로는 K-POP, J-POP을 넘어 APAC-POP, APAC-R&B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안승배, 음악에디터

     

     

    DAY6 (데이식스) - Best Part (2019.07.15)

    2월의 끝자락에서 시작해, 봄을 지나 여름으로 달려간다. 곡 도입부의 ‘둥둥타다~’ 하는 드럼 소리가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듯 하다. 봉오리 진 꽃이 가만히 피어 가는 장면이 클로즈업되어 연상된다. 어스름한 새벽 공기 냄새가 곡 사이 사이에 배어 있다. 이렇게 시작한 노래는 차곡차곡 3월, 4월, 5월을 달려 여름 방학을 향해 간다. 빨라진 비트 위의 드럼 소리와 신시사이저가 만든 간주는 바다 위 햇살이 부서지는 소리처럼 들린다. 청춘이 반짝이는 기분이다.
    가사 마저도 완벽하다. ‘한 순간도 나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없지 않아. 언제가 끝일지 모르는 지금이 Best Part’. 못 이긴 척 미뤄둔 꿈을 꺼내 보아도 좋다.

    배연지, 케이팝 작사가

     

     

    박혜경 - 우린 1년을 만났죠 (2003.06.17)

    누구나 봄이 오면 생각나는 타임머신 속 그때 그 노래! 벚꽃이 지나가고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떠나요~ 둘이서~' 이후로 이어지는 가사는 모든 것 훌훌 버리는 '제주도의 푸른 밤'이 아니라 박혜경의 정규 4집 Seraphim의 수록곡 '우린 1년을 만났죠'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아저씨 입문 중이라서 인지 '봄 사랑 벚꽃 말고' 수줍게 고백하는 섬세한 음색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딱딱한 쥬얼 케이스가 아닌 특유의 종이 재질 질감이 느껴지는 앨범에 담긴 이 곡은 편안하고 담백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박혜경 특유의 모던 록이 그대로 느껴진다. 시원한 기타 리프로 시작해서 깔끔한 밴드 사운드와 기타 솔로로 이어지는 나만의 비밀은 서랍장 한구석 고이 넣어둔 수줍은 기억들과 함께 일기예보, 러브홀릭으로 이어지는 강현민 작가의 곡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벌써 6년전 시작한 슈가맨으로 출발한 타임머신이 90년대 후반 데뷔인 비와 이효리를 지나 2004년 KCM의 흑백사진, SG워너비까지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조만간 비가 온다면 또 다른 러브홀릭 멤버 이재학 작가가 박혜경에게 선물한 'Rain'을 이어 듣고 싶다.

    Elapse, 케이팝 프로듀서/A&R

     

     

    Common - Her Love (feat. Daniel Caesar, Dwele) (2019.08.30)

    디엠엑스를 추모하는 스위즈비츠의 영상을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나니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디엠엑스에게 스위즈비츠가 있었다면 제이딜라에겐 커먼이 있었다. 음악 뿐 아니라 영혼도 나눈 존재 말이다. 제이딜라가 죽은 후 그의 비트를 어떤 래퍼가 가져다가 랩을 씌운 후 자신의 앨범에 실었다고 해보자. 그 광경을 보며 조금의 반발심도 들지 않고 100%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려면 그 래퍼는 커먼이어야 한다. 그렇게 이 트랙은 탄생했다. 그리고 딜라의 비트 위에서 커먼은 ‘I Used to Love H.E.R.’의 속편을 상영한다. “죽을 때까지 난 너의 것이야 / 난 여전히 너에 대해 말하고 있어, 힙합”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

     

     

    소울맨 - 너에게로 (2011.04.15)

    벌써 10년 전, 2011년 봄에 발표된 소울맨의 ‘너에게로’는 매년 봄이 오면 생각나는 곡이다. 볕 좋은 날 길을 걷다가도, 봄날의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참 듣기 좋은 곡.

    소울맨의 따스한 음색과 봄바람 같이 설레는 가삿말이 돋보이는 이 곡은 내게 또다른 ‘벚꽃엔딩’이다. 윌 케네디, 그렉 매티슨의 연주와 정인의 코러스도 자꾸만 귀를 이끄는 이유다.

    차상협, HI-LITE RECORDS A&R

     

     

    LUNA - Free Somebody (2016.05.31)

    이 곡을 처음 들었던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마침 1년동안 했던 알바를 그만두는 날이었다. 홍대점 서브웨이 문을 박차고 나오며 운명적으로 이 노래를 틀었다. 아마 그 첫 음과 함께 문을 나섰던가. 그 때의 해방감이란! 이혼하던 날 찍힌 니콜키드먼 짤로도 그 때의 심정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루나의 샛노란 베트멍 티셔츠 색처럼 확실히 이 노래는 온도가 높은 노래다. 좀 더 친절히 풀어보자면 온도가 올라갈 때 들어야 확실히 맛이 사는 노래라는 말이다. 한여름에도 충분히 어울리는 노래를 굳이 봄부터 초여름까지의 곡으로 꼽았다. 이 노래의 음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오히려 한해를 시작하는 봄에 어울리지 않나 싶어서였다. 노란색은 여름의 태양도 되지만 봄의 개나리가 되기도 하니까. 

    포문을 여는 피아노 음과 이후의 전개를 잡아주는 전자음은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걷는 스텝을 만든다. 루나의 청량한 고음은 스프라이트 한 캔을 딴 것처럼 시원하다.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뮤비, 그리고 좀비가 된 현대인들을 해방시키겠다는 거룩한 담론이 담긴 듯한 제목 ‘Free Somebody’까지 이 노래의 모든 면면은 그야 말로 활기를 띈다. 겨우내 입었던 무채색 옷들은 깊숙히 넣어놓고 조금 더 밝은 옷들을 꺼낼 무렵, 활기가 필요할 때 이 노래와 함께 해보자. 내딛는 모든 걸음걸음이 해방되는 느낌일테니. 

    Ps. 그래도 여전히 여름 노래 아니냐고? 무슨 말씀. 이 다음엔 Hot Summer로 넘어가셔야죠!

    윤혜정, 광고기획자

     

     

    창모 - 광장동에서 (2020.11.20)

    열렬했던 순간은 자욱이 참 깊다. 잊은줄 알았는데 봄 바람 한번에 되살아난다. 휘청이는 주파수, 고조되는 연주와 되뇌이는 감정. 어딘지 윤종신의 ‘동네한바퀴’ 와도 결을 같이 하는 곡은 우리를 각자의 광장동으로 데려간다.

    권창모, WEDAPLUGG RECORDS A&R

     

     

    Beabadoobee - Last Day On Earth (2021.03.26)

    봄은 시각과 후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마치 모든것이 새롭게 시작된다는듯 우릴 한껏 기대감에 부풀게 만드는 계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템포와 시간의 흐름이 어긋나며 봄은 더이상 새로움이 아닌 끝없는 비일상의 연속으로 느껴진다. 쾌활한 사운드 저편에 세기말적 우울감이 담겨있는 비바두비의 신곡 ‘Last Day On Earth’는 이런 현실을 대변한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일상이 언젠가 송두리째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미리 알았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뮤직비디오로 시각화된 비바두비의 거친 상상이 이에 대한 답이 된다. 욕망하는 모든것들을 한껏 즐기는 청춘의 모습에서 느껴진다. 종말을 축제삼아 부르는 노랫소리에는 내일을 향한 기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상상하면 등줄기가 오싹하면서도 원초적인 욕망이 끓어오르는 기분이 든다. 입 밖으로 낼 순 없지만 모두가 조금은 느끼고 있을 그 기분. 봄과 여름의 시작에 어울리는 이 서늘한 곡이 가려운 곳을 긁어줄 것이다. 

    Vapizz, Universal Music A&R

     

     

    윤석철트리오 - 여대 앞에 사는 남자 (2019.12.11)

    걷고 싶은 계절이 돌아왔다. 추위에 움추러들었던 몸이 풀린다. 가볍게, 경쾌하게 걸어본다.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그 발걸음을 닮은 음악이다.

    피아노 멜로디가 경쾌한 발걸음이라면 탁! 하고 터질듯한 드럼의 타격감은 불시에 찾아온 시원한 바람과 같다. 이어지는 멜로디언 연주는 여대 앞에 다다랐을 때 마주한 여대생 무리같다. 재잘재잘 수다를 떨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크게 빵 터져버리는 유쾌함이 느껴진다.

    2014년 발매된 <즐겁게, 음악>에서의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그야말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면 2019년 발매된 <SONGBOOK>에서 연주한 '여대 앞에 사는 남자'는 봄을 지나치고 맞이한 초여름 같은 음악이다. 2019년 작에서는 경쾌발랄함은 줄었지만 미니멀해진 연주 속에서 오히려 짙은 따뜻함이 느껴진다. 둘 중 어느 연주가 좋냐는 양자택일 질문보다는 언제 어떤 곡을 듣겠냐는 질문이 맞겠다. 이제 막 자연의 꽃들과 풀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순간엔 2014년작을, 햇살이 뜨거워질수록 나무들이 짙은 초록색을 내뿜을 땐 2019년작을 듣겠다.

    한슬비, 디자이너

     

     

    Year of the OX - The Point

    가사를 곱씹지 않고 듣는다면, 이 노랜 느긋하게 즐기기 좋은 재즈 힙합이다. 혹시 이 노래 제목을 유튜브에 검색했는데 주먹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한 무리가 보인다면 여러분은, 뭐라고 생각하겠는가? #BLM ? 

    화면 가득히 ‘주먹 경례’를 하고 있는 이들은 랩퍼 Lyricks, JL과 그 친구들이다. 단체로 맞춰 입은 티셔츠의 문구는 “Black Lives Matter”이 아니라 “PROUD AF TO BE ASIAN”이다. (AF는 “As F**k”이라는 뜻; 무언가 강조하는 의미로 소셜 미디어나 텍스트 메세지에 쓰인다.) 만약 당신이 제2회 서울 힙합 영화제(2016) 출품작 ‘BAD RAP’에서의 ‘한인 교회 형제’ 리릭스를 아직 기억한다면, 조금 다를 것이다.

    ‘Year of the Ox’는 동양인, 한인교포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페르소나에 녹여내고 있는 세계적인 힙합 듀오다. Reddy, Jay Park과 이미 인상적인 콜라보를 펼치기도 했고 Nafla, Dumbfoundead, G2와 함께 한 곡도 들어봤을 것이다. 게다가 [eightfivesoul] 앨범의 타이틀 곡 ‘Knock Knock’에서 “옆에 Rick and J는 Wu Tang이랑 Chillin’ 하는 사이야”라는 레디의 랩은 사실이다. (사실 그 우탱과의 조우가 리릭스를 교회형에서 탈바꿈 했다고 한다. 작성자 본인은 직업종교인으로서,, 여기에 대해 지금은 노코멘트.)

    2분 27초의 짧은 노래는- 처음 들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기 좋은 바이브로. 두번째는 가사를 챙겨보게 되고, 세번째는 영상의 등장 인물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과 그들의 눈빛을 주시하게 한다. 이건 영미권에 살고 있는 우리 형제 자매들의 현재 생존과 안전이 달린 현실이다.

    이미 작년에 YOX는 ‘VIRAL’ 같은 곡을 통해서 이 주제에 보다 진지하게 접근했다. 곡의 분위기는 서글프고 가사는 사무치며 실제 동양인 폭행 장면으로 구성된 영상은, 처참하다. 비디오 게임 ‘NBA Live 18’의 사운드 트랙이기도 했던 “JET LAG”의 뮤비에서는, 리릭스가 실제 사건 영상과 오버랩 되며 비행기에서 강제로 질질 끌려 나오는 연기를 했다.

    나는 코로나가 아직 초장이던 작년 2월에, 미리 있던 일정을 취소하지 않고 죤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환승해서 상파울루에 갔다. 출입국 심사대에서 “China”가 들어가는 질문을 네개 연속으로 내게 던지던 그는, 결국 나를 외딴 사무실로 끌려 가게 했다. 내가 보기엔 그의 눈동자와 머리칼도 동양계 였는데. 

    “BTS. 봉준호. 손흥민. Jay Park.” 이중 아직 봉준호 감독만이 동양인 차별/증오에 관련된 뉴스로 거론되기 전이다. 2021년 4월에 ‘ON AIR’ 벌스를 다시 쓴다면 “윤여정”이 추가되겠고, 그전에 우리는 이 노래를 같이 한번 들어보기로 하자. #StopHate #StopAsianHate  

    이제, 우리 형제들에게도 진정한 봄이 올 때까지. (가사 번역 및 영상 자막: 박하재홍 )

    이창수, 요즘은 배민하고 있는 힙합 전도사 

     

     

    새로운 계절의 시작은 곧 지나간 계절의 끝을 말한다. 시작과 끝은 순환 관계에 있으나, 그 중 무엇에 방점을 두고 살아가느냐는 한번쯤 따져보기 썩 나쁘지 않은 주제다. 내게 있어 봄의 시작은 진정한 의미에서 연말을 떠나 보내는 때다. 벚꽃이 만개하고 금새 지는 모습에서도 비슷한 정서를 느낀다.

    그런 맥락에서 제목부터 ‘시간이 없어’라고 외치며, 지나간 것들을 떠나 보내며 오늘이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남아있는 시간들을 소중히 하자고 말하는 KIRINJI의 메시지는 굉장히 스트레이트하다. 이런 감성이 소위 ‘시티팝’ 트렌드를 만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봄을 맞이하는 순간이 쌓이는 만큼 이 곡의 가사에 공감하는 정도도 높아질 것 같다. 뮤직비디오에서 춤추는 저 아저씨처럼. 

    박수용, 후에고 (JUEGO) 디렉터

     

     

    불독맨션 - Destiny (2002.09.19)

    전주와 동시에 풍경이 바뀌는 곡들이 있다. 설렘과 청춘 가득한 이 곡도 마찬가지다. 듣는 내내 소년에 가까운 청년의 발걸음이 선하다. 곡을 쓴 이한철이 대학가요제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이니, 어찌보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앨범이 발매 된지 20년. 요즘도 왕왕 들려온다. 네이버 온스테이지 플러스 무대는 꼭 한번 보길 바란다.

    (사실 곡은 시월의 바람으로 시작하지만 아무 상관없다. 어떤 바람도 좋다. 그대를 만났으니.)

    권창모, WEDAPLUGG RECORDS A&R

     

     

    The Musium Project - 연애불변의 법칙 (feat. Minos & 성훈 of Brown Eyed Soul) (2008.11.25)

    매년 봄에는 이 노래를 듣는다. 이 계절에 연애를 시작했으나 나중엔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농담이고 좀 옛날 표현이지만 깨발랄한 분위기가 좋아서 가사 내용과 상관없이 듣는다. 마이노스의 유쾌한 스토리텔링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리얼 세션이 연주하는 산뜻한 비트도 마음에 든다. 코로나 시국이라 요즘 신입생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몬세, 대중음악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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