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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ing] SM과 다모임, 둘도 없는 음악 친구?
    Feature 2020. 2. 13. 19:13

    약간 아이돌 그룹 같...지는 않나? (출처: 딩고 프리스타일 유튜브)

    SM과 다모임이라니. 얼핏 생각하면 안 어울리는 두 단어야. 가장 오랜 기간 케이팝을 이끌어온 대기업인 SM. 그리고 각각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베테랑 래퍼 5명이 모인 다모임. 어떻게 이 둘이 '친구'라는 걸까?

    SM은 사실 제법 오랜 기간 '흑인음악'에 집중했어. 2000년대 SM이 '북유럽 음악가'라는 키워드가 중심이었다면, 2010년대의 SM은 '흑인음악'이 더 그 정체성으로 느껴질 정도야. 정통 알앤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레드 벨벳을 필두로 알앤비를 보여주는 엑소와 힙합을 전면으로 내세운 NCT, 다양한 흑인음악의 모습을 보여주는 태민, 백현 등의 솔로 프로젝트까지 말이지.

    흑인음악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SM은 흑인음악가들과 네트워크를 두텁게 쌓기 시작했어. 전 세계의 흑인 음악가의 재능을 송캠프 등으로 끌어오는 건 물론, 한국 국내 언더그라운드의 흑인음악 뮤지션과 협업하기 시작한 거지. 이제는 SM의 일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양하게 활동 중인 DEEZ를 필두로 Dean, 골든(G.Soul)까지 다양한 알앤비 뮤지션의 참여가 특히 그렇지.

    알앤비 외에 '힙합 뮤지션'의 참여도 두드러졌어. 아무래도 힙합 뮤지션의 참여라면 당장 프레쉬한 신인보다는 스태프들이 잘 알고 검증된 중견 뮤지션이 케이팝에 자주 참여하게 되는 경향이 많아. 그렇다면 힙합 터줏대감들인 다모임 멤버들이 빠질 수 없겠지.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다모임 특집을 맞아 다모임 멤버들이 SM의 음반에 어떤 방향으로 참여했는지. 그리고 그게 어떻게 힙합 고유의 멋을 전달하면서도 전 세계 팬을 대상으로 하는 '케이팝' 음악에도 크게 기여했는지 이야기해보려 해. 비유하자면 개성 강한 인디 영화 감독, 배우들이 자신의 멋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주기 위해 마블 영화에 참여하는 느낌으로 봐주면 될 거 같아.


    https://www.youtube.com/watch?v=M5IKlHohwi4

    염따 - Spare (윤종신) 

     

    2019년의 남자 염따. 매월 음악을 발표하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았던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에게 당연히 염따는 최선의 선택이었을거야. 몇 시간의 '뮤지션 대 뮤지션으로의 통화'이후 번개같이 음악이 만들어졌다고 해. 두 사람 다 '가사'가 특히 인상적인 뮤지션이었던 만큼 대화도 의외로 잘 통했을 수 있지 싶어.

    이 곡은 원래 에드 시런에게 주겠다는 컨셉으로 윤종신이 유튜브 예능에서 작곡했던 곡이야. 기존 염따의 곡과 제법 어울리는 레이드백 한 느낌이야. 다만 윤종신의 곡이다 보니, 기존 염따의 곡에서는 보기 어려운 미묘한 백인 음악적인 팝 느낌이 살아있어. 염따 부분에는 힙합 비트로 바뀌지만.

    염따의 가사 또한 재미있어. '가난에는 프로야 돌아가고 싶지 않아' 같은 윤종신의 '찌질 유니버스'에 염따가 제법 잘 어울려. 'Spare 타이어를 썼다. 제2의 인생의 시작이다.'라는 곡의 주제에도 염따는 잘 어울리지. 자신의 차 캐딜락을 호명하고, '루이비통에다가 나를 묻어줘. Aye~'하고 랩을 마무리하는 염따의 모습은 힙합하는 염따의 모습 그대로야. 염따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윤종신 유니버스에 멋지게 어울리며 새로운 '멋'을 보여줬다고 생각해.

     

    https://www.youtube.com/watch?v=rjzu4c0qLuE

    더 콰이엇 - Sooner Than Later (동방신기)

     

    동방신기가 2018년에 발표한 15주년 기념 앨범에 더콰이엇이 랩 한 곡이 있다는 사실 알았어? 더콰이엇의 최근작 glow forever이 나오고 불과 3개월 뒤에 나온 앨범에 나온 곡이야. 곡 중반의 랩으로 참여했지.

    Sooner Than Later에서 놀라운 건 이 곡이 더콰이엇의 음악과 너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거야. 비트의 고즈넉한 느낌의 어반 사운드는 glow forever에서의 사운드와 미묘하게 접점이 느껴져. 더콰이엇의 랩 또한 glow forever에서의 더콰이엇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려. Money Can't에서 사랑을 붙잡으려 하던 모습을 연상시키지.

     

    매일 아침에 잠에 들면 꿈에서 너를 봐

    허나 닿지는 못해

    한번 더 기횔 줘 baby come back

    내게 돌아와 더 늦기 전에

     

    더콰이엇이 자신의 모습을 변형하지 않으면서 동방신기의 음악에 등장했어. 이는 동방신기 입장에서 엄청난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지. 원래 동방신기는 랩으로 희화화되었던 적도 있던 팀인데, 한국 힙합의 대부의 멋진 랩을 곡의 중간에 넣은 셈이니까. 더콰이엇의 고유의 멋이 하나의 악기로 동방신기의 음악에 멋지게 들어간 셈이야.

     

    https://www.youtube.com/watch?v=zQ6u3FO-aRM

    쌈디 - Heartbreak Hotel (티파니)

     

    사이먼 도미닉은 유독 다모임 5명 중에서도 가장 아이돌의 느낌이 강한 래퍼였어. 수려한 외모. 뛰어난 입담과 활발한 방송활동을 통해 얻은 스타성. AOMG라는 소속사의 포지션. 추구하던 음악의 색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야.

    쌈디는 일찌감치 2016년에 티파니의 싱글 'Heartbreak Hotel'에 참여했어. 비트와 백그라운드 보컬로 그레이가 참여하기도 했지. 팝에서 흔히 보던, 이별에 대해 여자의 입장을 솔로 여가수가 보여주고, 중간에 래퍼가 랩을 통해 남자의 입장을 밝히는 방식의 곡이야.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나중에 나온 다른 음악처럼 아주 유기적으로 랩과 노래가 섞였는지는 의문이 있지만 지금 들어도 '구리지 않은 팝'인 건 확실해. 일찍부터 이런 다양한 시도를 했던 덕분에 지금의 더 화학적으로 잘 어울린 힙합과 케이팝의 조합이 나오게 되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쉬운 시도라기보다는 '시대를 앞선 시도'라고 봐도 될 거 같아. AOMG와 협업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SM Station 등의 상대적으로 작은 플랫폼을 통해 해봤다는 '경험치'가 케이팝에서 SM이 가진 진정한 강점이 아닐까 싶어.

     

    https://www.youtube.com/watch?v=KSH-FVVtTf0

    딥플로우 - Monster (EXO, 작사참여)

     

    인디의 제왕 상구형이 SM과 협업이라니? 사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엑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스태프 중 하나가 바로 딥플로우야. '중독'과 'Monster'의 가사에 참여했지.

    특히 후자 곡인 Monster는 힙합적인 구성이 굉장히 돋보이는 곡이라 생각해. 보통 아이돌 곡의 클라이막스는 고음 보컬이고 이는 초기부터 보컬그룹의 정체성을 강조했던 엑소에도 두드러졌어. Monster는 달라. 평소처럼 랩이 2절 정도에 분위기를 띄우는 용도로 활용되는게 아니라, 곡의 주인공 역할을 맡았어. 고음 애드리브 이후에 나오는 (딥플로우가 참여한) 랩이 곡 전체의 하이라이트야. 심지어 뮤직비디오조차 경찰과 싸우는 엑소 멤버의 모습이 힙합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져. 단순히 아이돌 사랑노래에 사랑 랩을 한 수준이 아닌 화학적 결합이란 이야기야. 딥플로우의 참여가 힙합의 멋을 잃고 패잔병처럼 케이팝에 투항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엑소라는 제국 한가운데에 딥플로우식 힙합의 깃발을 꽃아버린 느낌인 셈이지.

    이 곡은 참고로 초동 52만 장(!!!)으로 당시 최고에 성공을 거둔 메인스트림 음악이었어. 유튜브 뮤직비디오 뷰 기준 3억 뷰가 넘어 지금까지도 엑소 최고의 히트곡이기도 하지.  이런 메가 히트 케이팝 넘버에 힙합의 도장을 꽉 찍어버린 상구형. 엑소 또한 전 세계의 음악팬에게 부끄럽지 않은 '깊이있는 힙합'의 느낌을 얻었으니 멋진 윈윈이야. 딥플로우 본인은 인스타그램에 'It's just business!'라고 쿨하게 대답했지만 이만하면 좀 더 자랑스럽게 'business'라고 말해도 될 거 같아. 이왕 비즈니스를 할 거면 잘해야 하고, 정말 이 곡은 죽여주는 비즈니스였으니까.

     

    https://www.youtube.com/watch?v=2aBmTRbwKBU

    팔로알토 - One Dream (보아, 작사참여 및 팬심보유)

     

    으아니 갑자기 안 힙합적인 노래가? 맞아. 이 노래는 정말이지 힙합이 아니야. 케이팝스타에 나올 목적으로 만들어진 팝 발라드 곡이고, 이 곡 발표 마지막에 당시 이전 시즌 심사위원이었던 보아가 등장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지. 이후 보아가 직접 키, 헨리 피처링으로 솔로 앨범에 수록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의 임팩트를 위해 만든 곡인 셈이야. 작사를 팔로알토가 했지만 사실 특유의 개성이 아주 크게 느껴지는 곡은 아니지.

    하지만 나는 아마 이 5명 중 팔로알토가 가장 곡 참여가 자랑스러웠을 거 같아. 왜냐면 팔로알토는 아주 소문난 보아 팬이거든. 백번 보는 거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고, 직접 볼까?

     

    ...이쯤되면 점핑보아가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야. 성덕이 된 걸 축하해 우야형.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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