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
한국, 대마초, 균형감각Feature/힙합과 한국 2020. 5. 13. 17:12
평소 ‘균형’을 중요시 한다. 균형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극단이나 이분법은 짜릿하지만 건강하지 않다. 선과 악의 구도 역시 만화 속에선 매력적이지만 현실을 온전하게 반영하진 못한다. 현실은 양가적이고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복합성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균형감각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하다. 힙합과 한국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균형감각 덕분이다. 나는 한국이 균형감각으로 힙합을 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깊이 없는 비난과 애정 없는 폄하가 이토록 많이 존재할리 없다. 힙합이 완벽한 존재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힙합의 방대하고 복합적인 세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비판도 가치를 지닐 수 있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러한 나의 균형감각을 최근 다시 발동시..
-
그렇게 래퍼들은 아버지가 된다Feature/힙합과 한국 2020. 4. 6. 16:55
래퍼 JJK가 새 앨범을 발표했다. 서프라이즈라면 서프라이즈다.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스타그램 상에선 앨범 작업을 하는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리도 과묵한 래퍼라니. 그러자 JJK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 제 입장에서 앨범 작업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일상이거든요. 그래서 SNS에 딱히 말하진 않았어요.” 새 앨범 타이틀이 눈에 띈다.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거창한 내용은 아니다. 성경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다. 가족 이야기다. JJK가 그의 아내와 아이에 관해 만든 음악이다. 이 쯤 되면 앨범 타이틀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은 지옥처럼 힘들다. 하지만 지옥의 아침은 매일 천사가 깨운다. ..
-
래퍼가 안 되면 힙합을 못해? '래퍼가 말하는 래퍼'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24. 18:37
'래퍼가 말하는 래퍼'.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의 신작이다. 본인의 책이라기보다는 직접 '진로'라는 테마로 래퍼부터 프로듀서, 기획자까지, 다양한 업계의 플레이어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라고 하지만 프로 래퍼는 이 중 절반 남짓이다. 나머지는 래퍼가 아니거나, 래퍼지만 실제 생업은 다른 일로 보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 모두 '힙합'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스태프'란 뜻이다.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 '모두가 성공한 래퍼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이다. 쇼미더머니에 수많은 참가자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래퍼는 백 명이나 될까? 실제 그중 밥벌이는 하는 래퍼는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사람들이 꿈꾸는 '래퍼'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