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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Ming] 슈퍼주니어의 15주년, 15개의 싱글 리뷰
    Review/Singles 2021. 2. 26. 17:44

    보이밴드가 15년을 간다? 정말 희귀한 일이다. 15년간 코어가 가수든 팬덤이든 유지된다? 이쯤 되면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5년 후에도 전 세계에 유의미한 팬덤을 갖고 있는 보이밴드로까지 가면 사실상 유일무이한 존재라 봐도 무방하다. 바로 이제 15주년을 넘어 16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 이야기다.

    슈퍼주니어의 15년을 어떻게 기념할까? 기존에 보아를 10개의 앨범으로 리뷰했다면. 거꾸로 슈퍼주니어는 15개의 '싱글'을 꼽았다. 슈퍼주니어의 앨범도 충분히 훌륭하다. (특히 후반기 앨범은 통일성, 작품성, 서사 등을 치밀하게 갖췄다.) 하지만 슈퍼주니어란 그룹은 무거운 앨범 단위의 '명반'보다는, 싱글을 통해 경쾌한 히트 싱글들. 다양한 유닛 활동과 솔로 활동의 가능성. 풍성한 서사와 캐릭터를 기념하는 편이 더 적합하다 판단했다.

    15개의 싱글에는 'Sorry Sorry'로 대표되는 '슈퍼 히트곡'에서부터. 발라드 시장을 정복한 '광화문에서'와 같은 장르 음악. 업데이트 된 무한도전 가요제를 연상시키는 유튜브 힙합 프로젝트 '한량'. 심지어 교회 복음성가 '아주 먼 옛날'까지(!) 포함되어 있다. 무거워질 수밖에 없는 주력 보이밴드보다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SM의 '실험실' 같다는 인상마저 줄 정도로 다양한 음악들이다.

    다양한 건 음악만이 아니다. 부캐가 유행인 요즘보다 한참 먼저 예능 MC부터 발라드 가수, 배우, 심지어 뮤직비디오 감독까지. 수많은 캐릭터를 보유하고 있는 슈퍼주니어. 심지어 이제는 작사, 무대 연출, 뮤직비디오 연출까지 많은 부분을 자체제작할 수 있는 어엿한 아티스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쟈니스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어쩌면 보이밴드 그룹 역사에 영원히 남을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발자취를 살펴보자. (김은우)


    쏘리 쏘리 (Sorry, Sorry)

     

     

     

    부정할 수 없는 슈퍼주니어의 15년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한국 당대의 히트곡임은 물론 아시아를 삼켰으며. 이때부터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서 케이팝 댄스 커버를 종종 볼 수 있게 되었다. 

    당대는 '후크송'이라 냉소를 받아왔지만. 돌이켜보면 그렇게 만만한 음악이 아니다. 당시 팝음악을 휩쓸던 팀발랜드를 연상시키는 중독적인 사운드. 유리 깨는 소리까지 폭넓은 사운드 소스를 직조하여 만들어낸 개성있는 비트. 세계 최정상 안무가와 함께 한 전설이 된 코레오. 음악과 어울리게 라임부터 멜로디까지 모든 요소가 단 하나의 후킹한 구절로 이어지는 수학적인 구조까지. 지금 생각하면 'Sexyback'의 케이팝 버젼이라 할만 하다.

    '쏘리 쏘리'는 SM 보이그룹 2군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던 슈퍼주니어를 전 세계적인 아이돌로 단숨에 격상시켰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활동의 원동력임은 물론, 케이팝의 세계 정복 역사에 제대로 한 획을 그은 노래라는 점에서 재평가 또한 필요한 곡이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Devil

     

     

     보이그룹에게 있어 수트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이돌'이라는 명사를 '성인 남성'이라는 이미지로 만들기에 수트만큼 효율적인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 아이돌이 실제로 '성인 남성'에 해당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의미는 더 빛을 발한다. 이를 새롭게 구축된 SM 비주얼 스타일로 빚어낸 것이 2014년 동방신기의 '수리수리'와 2015년 슈퍼주니어의 'Devil'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두 곡의 스타일과 퍼포먼스를 비교해보면 두 그룹의 정체성이 확연히 느껴진다. '수리수리'가 브라스와 고음으로 꽉찬 유영진식 보컬과 시종일관 쉬지 않는 퍼포먼스를 보인다면, 'Devil'은 마치 곡의 첫 기타 리프처럼 가볍고, 절제된 측면이 강하다. 후렴 내내 가성으로 진행되는 스타일도 눈에 띄는 차이점이다. SM의 '다 큰' 남자 아이돌 세계에서 무게감과 퍼포먼스를 동방신기가 가져갔다면 가벼움과 절제미를 슈퍼주니어가 가져간 셈이다.  

     2010년대 중반은 비주얼적으로나 사운드적으로나 SM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던 시기다. 민희진 디렉터의 비주얼 디렉팅과 송캠프 시스템의 구축은 SM의 결과물들에 '세련'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Devil' 역시 이 세련됨을 그대로 이어나간 곡이다.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어쩌면 슈퍼주니어의 정체성과도 가장 맞닿아 있는 곡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윤혜정, 광고 기획자

    Black Suit 

     

     

    2000년대를 이끌며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히트곡 퍼레이드를 보여준 K-POP 레전드 ‘슈퍼주니어’가 201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그 빛을 조금씩 잃고 있을 때 만난 ‘DEVIL’은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싱글 그 이상의 특별함이었다. 본격적인 성인돌의 매력을 뽐내며 다음 10년의 슈퍼주니어는 이거다 싶지 않았을까? 그렇게 마주한 정규 8집의 타이틀 곡 ‘Black Suit’는 심플함과 파워풀함을 고루 갖춘 경쾌한 댄스곡이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주요 파트에서 보이지 않는 멤버 희철. 7인의 멤버로 준비한 싱글이 컴백 직전 사건으로 인해 6인의 멤버로 활동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는 리버스 기법으로 시작하여 한 편의 영화처럼 눈을 사로잡는 뮤직비디오가 거의 유일하게 계획대로 7인 멤버 구성으로 촬영된 콘텐츠다. 10년 이상의 관록이 담긴 여유로움과 퍼포먼스는 이게 바로 ‘슈퍼주니어’라고 보여주는 듯하다.

    Elapse, 프로듀서

    Miracle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다. 모든 것이 미숙하고 긴장되지만, 동시에 정제되지 않는 풋풋함이 보이는 시절 말이다. 'Miracle'은 슈퍼주니어의 그 시절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곡일듯 싶다. 정통 SMP 장르의 데뷔곡인 'Twins'와 상반되는 통통 튀는 댄스곡으로, 슈퍼주니어 곡 중 가장 '소년'스럽고 '주니어'스러운 곡이다. 흔히 데뷔 초기 아이돌에게 기대하는 정석 같은 모습이었달까. 무대 위에서 보여지는 율동에 가까운 춤과 생기발랄한 표정은 그 시절 소녀들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Miracle'은 애당초 1년짜리 프로젝트 그룹이었던 슈퍼주니어를 정식 그룹으로 전환시켜준 '기적' 같은 곡이기도 하다. 생기발랄하고 밝은 곡의 컨셉과 달리, 무대 아래에선 그룹이 통째로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견디던 시절의 곡이다. 지금은 모든 것이 노련해진 중견 아이돌 그룹이지만 그들에게도 처음은 있었다는 것, 슈퍼주니어의 가장 밝지만 가장 어두웠던 한 시절을 보여줄 수 있는, 'Miracle'은 그런 곡이지 않을까 싶다. 

    김민정, ex-업계 종사자

    너라고 (It's You)

     

     

    '쏘리 쏘리'로 역대급 성공을 거둔 그룹의 후속곡. 여기서도 슈퍼주니어는 다시금 예상을 뛰어넘었다. '쏘리 쏘리'가 팀발란드 표 힙합의 한국식 변주라면 '너라고'는 당시에 팝을 주름잡던 'Ne-Yo'류 팝알앤비의 케이팝적 해석이다. 그러고 보면 '마이 웨이'에 가까웠던 동방신기, 샤이니 등의 SM 보이밴드 본가에 비해 슈퍼주니어는 의외로 세계 팝시장의 경향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돌이켜보면 결과적으로 더욱 트렌디한 보이밴드라는 인상을 준다.

    특징적인 신스 사운드와 비트는 '쏘리 쏘리'와 연결점을 잡아준다. 그 외에는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멜로디. 후렴에서 터지는 당대의 팝알앤비 류의 구성.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보컬 멤버들의 절창까지. 쏘리쏘리와는 반대로 '감정'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춘기 시절의 풋풋한 사랑의 슬픔의 정서를 표현하는 노래. 이런 맨 밥 같은, 아이돌 보이 밴드만이 채워줄 수 있는 정서와 감흥을 제대로 전달하는 음악이야말로 다른 어떤 뮤지션도 해줄 수 없는 보이밴드만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슈퍼 보이밴드의 디스코그래피에 반드시 필요한 균형을 잡아주는 훌륭한 웰메이드 싱글.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2YA2YAO!

     

     

    2020년 '아무 노래'로 한국 음악계 상반기를 강타했던 지코. 슈퍼주니어가 그의 곡을 받아 활동했다. 그 결과물은 정통 SM 음악과 초기 블락비의 곡을 절충한 듯한 강렬한 힙합 음악이다.

    강렬한 신스와 비트. 난이도를 신경쓰지 않는 화려한 안무. 지코 특유의 취향이 느껴지는 보컬 멜로디 라인부터 랩 메이킹까지. 슈퍼주니어는 자신과 다른 세대인 지코 특유의 대형 댄스음악을 깔끔하게 소화했다.

    장수 뮤지션의 필수 요소는 '소화력'이라 생각한다. 마흔이 가까워오는 보이밴드가 자신과 다른 세대의 댄스음악, 자신이 해왔던 음악과 다른 장르를 어색하지 않는 정도가 아닌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는 점. 이 활동의 풍성함이 슈퍼주니어의 진정한 저력이 아닌가 싶다. '공감하는 사람 손'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아주 먼 옛날

     

    뜻밖의 선택, 흡족한 결과

    SMP, SJ Funky 장르의 노래들 사이 이 곡은 단연 돋보인다.. 기보다는, 이질적이다. 제목부터가 호기심을 자극하고, 가사는 첫줄부터 대뜸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시작한다;; 정체성과 목적이 의심스러운 이 노래는, 일단 '동요'는 아니다. CCM: 현대 기독교 음악(Contemporary Christian Music)의 장르에 속한다. '교회 노래'다.

    이 곡의 원제는 '당신을 향한 노래'로, 90년대 한국 CCM 여성 듀오 '창문'이 불렀다. 한국교회에선 보통 성가집(교회 노래 모음) 목차, 색인 작성을 위해 편의상 가사의 첫 소절을 임의로 부제 삼거나 곡마다 번호를 붙이는 방식으로 분류하는데, 그러면서 원제보다 가사 첫줄인 "아주 먼 옛날"이 더 보편적으로 쓰이는 제목이 됐다.

    필자는 슈주가 이 곡을 팀 공통의 신앙 고백으로써 불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전도/선교의 목적으로 그랬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팬미팅이나 라이브 콘서트에서, 앞서 말한 것 같은 역할을 하는 '일반적 목적'으로 차용됐다고 보는게 옳다. 슈주와 슈주 팬덤을 위한 'Fan-Song'으로 활용된 것이다.

    이는 특히 한국교회가 순진하게 오해할 수 있는 지점이다. 'You Raise Me Up' 같은 종교성 짙은 '대중음악'이 현대교회 안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보편적인 정서를 짙게 가진 교회음악은 신앙의 유무를 떠나서 널리 불릴 수 있다. (이는 뛰어남의 차이가 아니라 '다양함'의 측면이다) 이 양쪽 모두 음악이란 결코 단어의 사전이나 악보에 갇힌게 아님을 보여준다. 발화자의 해석과 불어넣는 감정의 색채에 따라서 원작자의 의도가 변이되거나 초월될 수도 있는게 음악이다.

    정규 2집 보너스 트랙으로 처음 수록된 이 곡은 리패키지 때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았다. 투어에서는 잠시 show를 멈추고, 현장이 E.L.F와 슈주 간의 친근한 교제의 장이 되게끔 하는 역할을 잘해냈다- 고 한다. 지금도 엘프들은 이 노래를 좋아한다- 라고 나는 들었다. 그 4년 뒤 나온 [SUPER SHOW 3] 앨범에선 이 곡의 라이브 버젼을 찾아볼 수 있다.

    슈주 멤버 모두가 크리스쳔은 아니다. 슈주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이지, CCM 팀이 아니다. 슈주의 팬송 '아주 먼 옛날'은 한국 CCM '당신을 향한 노래'를 빌린 것이다. 이는 개신교인 이자, 직업종교인이기도 한 필자 같은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며, 솔직히는 참 뿌듯한 일이다. 허나 그러기에 더 조심스럽다.

    * TMI:
    물론 [Super Show 2]의 'Who Am I'나 [Super Show 4]의 'Your Grace Is Enough' 같은 곡은 선명한 신앙고백을 담아 부른 "케이팝 버전 CCM" 이다. 이는 개신교, 천주교, 무교가 한데 섞인 슈주 멤버 중, 개신교인인 최시원의 '솔로 무대' 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고 본다.

    ** TMI:
    전세계 대중음악 시장을 바라봤을 때, 세계인구 중 가장 많은 이가 신앙하는 종교가 아직 기독교이며- 북미 지역, 이제는 남미, 아프리카까지 기독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흥미롭게 직시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슈주 같이 세계 시장을 보고 활동하는 그룹에게는 기독교 문화, 기독교 신앙에 긍정하는 입장을 공공에 드러내는게, 산업적으로도 이득이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물론 그 선택으로 인하여 생길 부정적인 선입견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이창수, 랩하는 전도사

    좋은 사람

     

    '고마워 오빤 너무 좋은 사람이야 그 한마디에 난 웃을 뿐'

    토이의 그 노래 맞다. 좀더 본격적인 전자음악풍으로 재편곡되어 슈퍼주니어 정규 4집에 10번 트랙으로 들어갔다. 원곡 가사가 은근 아이돌에 가까운 풋풋한 소년 정서라 슈퍼주니어의 목소리가 제법 잘 어울린다. 보컬이 바뀌고, 편곡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하이틴 영화의 한 장면에 흐를 법한 노래로 재탄생했다.

    이 곡 외에도 슈퍼주니어는 꾸준히 90년대 작곡가의 곡을 받거나 (Shining Star, 어느새 우린) 90년대 히트곡을 리메이크해 앨범에 수록하고는 했다. (언젠가는, 엉뚱한 상상, Show 등) 발라드 등 정통적인 음악에 능숙한 보컬라인이 두텁게 받쳐주는 그룹이기에 가능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슈퍼주니어는 타이틀곡에서는 항상 트렌드를 선호하면서도. 수록곡에서는 과거 음악을 요즘 느낌으로 재해석하며 과거지향적인 감성, 대중적인 감성까지 놓지 않는다. 이 폭넓음은 (걸그룹에 비해 매니악한 음악 취향을 추구하는 시장 상황상) 다른 어떤 보이밴드 음악에서도 보기 힘든, 슈퍼주니어만의 강점이라 생각한다. 예전 곡의 감흥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당대의 트렌드를 놓지 않는 절묘한 편곡도 다시 들을수록 놀라운 부분.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Lo Siento

     

     

    슈퍼주니어의 중반기를 뒤덮은 키워드가 쏘리 쏘리를 중심으로 하는 후크송이었다면. 최근 슈퍼주니어의 핵심 키워드는 역시 '라틴팝'이다. 슈퍼주니어는 유독 남미에서의 인기가 돋보이는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레게톤 등의 음악이 휩쓰는 팝의 영향을 충실히 반영한다는 의미도 있다.

    슈퍼주니어의 라틴팝 싱글 중에서도 'Lo Siento'는 남미 뮤지션과의 협업. 제목부터 가사, 편곡, 무대까지 모든 면에서 본격적인 라틴팝을 시도했다. 현지 뮤지션 Leslie Grace. 그리고 레게톤을 충실하게 구사하는 그룹 KARD와의 피처링으로 더욱 설득력을 높이기도 했다.

    이 음악이 나온 이후. 특히 마마무 등의 뮤지션을 통해 레게톤은 케이팝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라틴팝 유행을 선도했다는 점. 현지 편곡자와 현지 뮤지션, 그리고 현지 정서를 가득 담은 가사 등을 통해 오히려 후발주자보다 더욱 정통성을 가진 라틴팝을 보여줬다는 점 등이 주목할 만한 시도다. 15주년 보이밴드지만 자신의 전성기를 되돌아보는 과거지향적인 음악을 하거나, 선배 예우를 받기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적극 뛰어들고, 주도하는 그룹인 슈퍼주니어만이 가능했던 도전이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머리부터 발끝까지 (‘Bout you)

     

     

    슈퍼주니어조차(!) SM 보이밴드 답게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음악이 매니악해지고 어려워졌다. 타이틀곡은 오히려 수록곡보다 더욱 그렇다. 대신 SM의 개인활동은 오히려 더욱 대중적인 경우가 많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도 그런 경우다.

    D&E는 슈퍼주니어의 다양한 유닛, 그룹 중에서도 댄스 멤버들이 정통적인 댄스음악을 하기 위한 듀오라는 점에서 다른 그룹과 궤가 다르다. 발라드 등 다른 장르의 음악이야 그렇다치고, 두명의 댄스 멤버는, 대형 보이밴드의 댄스음악과는 또 다른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는 이에 대한 대답이다. 보이밴드 타이틀곡보다 훨씬 더 편안한 비트 위에서 두 댄서는 가볍게. 과시적이지 않게. 가벼운 안무로 오히려 슈퍼주니어에서는 볼 수 없는 무대를 보여준다. 테크닉과 주제의식을 갖춘 거창한 래핑보다 편안한 분위기, 안무, 패션이 중시되는 힙합 음악에 힙합 팬들이 그다지 거부감이 느끼지 않는 요즘. 오히려 슈퍼주니어는 그 누구보다 가볍게 요즘 느낌의 힙합을 무겁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15년차 '젊은 그룹'이 되어가고 있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요리왕 (Cooking? Cooking!)

     

     

    초기 슈퍼주니어는 정말 '별이별 시도'를 다 했다. 슈퍼주니어에서 예능을 잘하고 유쾌한 멤버들을 뽑은 듯한 '해피' 유닛 또한 그렇다. 2008년 단 하나의 미니앨범을 내고 그대로 잊혀진 유닛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지금 다시 들어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싹쓰리' 열풍을 몰고 온 90년대 중후반의 댄스음악의 재해석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래핑부터 멜로디 라인, 편곡까지. 모든 부분에서 '쿨'의 영향력이 짙게 느껴진다. 가사 또한 보이밴드답게 남자의 입장만을 보여주지만 그 외에는 쿨 특유의 90년대 감성이다.

    해피 프로젝트는 이후 이어지지 못했지만. 이런 다양한 시도야말로 슈퍼주니어의 재산. 나아가 SM의 재산이라 생각이 된다. 다양한 멤버들이 존재하고. (대체 신동 외에 어떤 보이밴드 아이돌이 김성수 식 유머러스한 랩을 구사할수 있을까?) 예능, 배우 등 음악 외적인 활동이 활발하고. 멤버들의 숫자도 많은 덕에 슈퍼주니어는 다른 어떤 아이돌 밴드도 시도하기 어려운 실험을 다양하게 해볼 수 있었다. 그 다양한 경험은 그대로 경험치가 되어, 슈퍼주니어가 다양한 컨셉과 장르를 시도하면서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원동력이 되었다 생각한다. 그들의 콘서트가 그 어떤 뮤지션 못지 않게 다양한 맛과 색깔을 포함한 종합 예술이 되었음은 덤이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로꾸거!!!

     

     

    트로트가 강타했던 2020년. 지금 보기엔 너무도 빠른 시도지만. 슈퍼주니어는 심지어 트로트도 시도했었다. 'T'유닛은 08년에 단 3개의 싱글만을 내고 이후 작품은 없다. 심지어 '로꾸거'외에는 정통적인 트로트다.

    그 중에서도 '로꾸거!!!'는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타이틀곡임에도 가사가 전위적이라는 점이다. 아이돌 보이밴드의 전위성이라는 점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맘이야'를 연상시킨다. 트로트와 전위적인 가사의 조합이라는 점에서는 황신혜 밴드도 연상된다. 무엇보다 제목조차 '거꾸로' 비틀어 버려 완결성을 지었다.

    유쾌한 트로트 시도 조차 만만치 않은 '비수'를 하나는 숨겨놓았다는 점. 그 점이 SM 답고, 또 슈퍼주니어 다운 점이라 볼 수 있겠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푸르게 빛나던 우리의 계절 (When We Were Us)

     

     

    K.R.Y.는 수많은 슈퍼주니어의 유닛 프로젝트 중에서도 굉장히 일찍 발표된 프로젝트다. 그럼에도 K.R.Y.는 멤버들이 솔로로 인기를 얻고 발라드 가수로 활동하며 가수 업력을 쌓아가는 와중에도 발표된 음원이 압도적으로 적었다. 아무래도 발라드 트리오라는 형식 자체가 음악 시장에서 의미가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각 멤버 솔로 위주의 활동에 집중이 된게 아닌가 싶다.

    무려 15년이 지나 2020년이 되어서야 K.R.Y.는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타이틀곡 '푸르게 빛나던 우리의 계절'은 그야말로 어떤 술수도 부리지 않은. 수수한 정서를 담은 정통 발라드다. 멤버들의 화음과 보컬 또한 정서를 전달하는 선에서 깔끔하게 다듬어져 있다.

    그렇게까지 매끈하게 다듬으며 K.R.Y.가 전달하는 정서는 팬에 대한 고마움이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어쩌면 팬을 위한 거대한 선물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러브레터는 잔기술을 걸기보다는 담백한 말이 좋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광화문에서 (At Gwanghwamun)

     

     

    문학동네에서 나온 시집 같다. 클래식하지만 세련됐다. 주류는 아니지만, 차트는 석권한다. 종종 가장 유명한 시가 시집의 제목이 되듯이, 타이틀곡 이름이 앨범 명이 되는 것마저 비슷하다. 이루마, 정엽, 에코브릿지, 양재선 등 이름 옆에 낙엽이 한 장씩 붙어있다 해도 어색하지 않은 뮤지션들이 총출동하여, 사랑하는 동안 한번쯤 마주하는 순간들에 대해 말한다. 

    타이틀 '광화문에서'는 신서유기를 통해 수없이 예능적으로 소비되었지만, 사실 '힘숨찐(힘을 숨긴 찐따)'같은 곡이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섬세한 가사, 기본기 탄탄한 규현의 보컬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 다만 이 곡이 크게 히트하여 이 앨범이 싱글인 걸로 아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총 8곡의 EP이다. 수록곡들 역시 하나하나 살펴보면, 모두 저마다의 색깔과 스토리가 있다. 하루하루가 모여 이룬 하나의 계절 같다.

    배연지, 케이팝 작사가

    한량

     

     

    '무한도제 가요제' 이후 예능과 음악의 혼종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Dingo가 힙합예능의 힘을 보여줬다면. 그에 반해 예능에서의 힙합 시도는 적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TV에서는 더더욱. 이게 TV의 노쇠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지 모른다. 현재 가장 뜨거운 예능인 '아는 형님'이 이에 나섰다. 가수 멤버인 김희철과 민경훈이 나서고. 딘딘이 프로듀싱. 비비가 피처링. 그리고 ATEEZ가 댄스로 참여했다.

    뮤직비디오를 다 보고 난 감상은 '이제 힙합은 이래도 되는 음악인데?'다. 랩 자체의 창의성, 테크닉 작가주의 등은 어찌되었든 좋다. 자신만의 '우주대스타' 아우라로 무대를 찢어버리는 김희철. 트랩 위에서 자기 멋대로 록보컬로 랩해버리는 민경훈. 과거에 이런 식으로 힙합을 했다면 힙합계의 공적이 됐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힙합은 이들과 같이 흥겹게 놀아줄 여유가 있다. 힙합이 엔터테인먼트야? 라는 말에 '응 맞아'라고 말해도 되는 시기다. 모든 힙합이 이럴 필요 또한 없겠지만.

    딘딘은 최신 트랩 음악에, 과거 GD가 적극 활용했던 '국악을 활용하는 방식'을 적극 집어넣어 분위기를 살렸다. 비비는 그야말로 음악을 '가지고 논다'. 거기에 아는형님의 멤버 신동이 뮤직비디오로 참여했다. 예능 MC, 뮤지컬 배우, 예능인, 인터넷 게임 스트리머, MV 연출가, 안무가 등 수많은 '부캐'를 가진 슈퍼주니어의 풍성함이 2020년대에 가벼운 프로젝트와 만나면 어떤 강점이 될 수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프로젝트.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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