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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블리즈(Lovelyz) - Obliviate
    Review/Singles 2020. 9. 21. 18:02

    보통 뭉뚱그려 케이팝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걸그룹 팝은 크게 두 흐름으로 나뉘어져있다. 전통적인 걸그룹의 이미지와 오디오를 중심으로 하는 이지리스닝 가요와 힙합/알앤비 중심의 장르결합과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케이팝 두 가지다. 전자의 대표는 트와이스, 여자친구, 러블리즈고 후자의 대표는 SM과 이달소, (여자)아이들이다. 하지만, 2020년부터는 이런 분류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올 여름엔 트와이스, 여자친구가 '케이팝'의 흐름에 몸을 맡겼고 'Obliviate'를 통해 러블리즈도 이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도 러블리즈는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윤상이 만들어준 청순우울이라는 이미지에 케이팝 사운드를 결합시켰기 때문이다. 러블리즈의 대표곡인 'Destiny'와 'Obliviate'를 비교해보면 사운드 변화는 아주 뚜렷하게 다가오면서도 이들이 주는 우울감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기존의 러블리즈 팬들이 연착륙하기에 아주 적절한 싱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존의 러블리즈 음악에 비해 새로운 사운드라는 것이다. 'Obliviate'는 언뜻 들어도 다른 걸그룹들의 노래를 연상시킬 정도로 몰개성스럽다. 이런 점을 보강하려는 것인지 반복적인 훅을 배치하면서 중독성을 유발한다. 최근 케이팝의 흐름은 반복적인 멜로디의 훅을 들어내고 그 자리를 곡의 메인 테마로 채우며 일종의 댄스 브레이크로 활용한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때 'Obliviate'가 반복적인 멜로디의 훅을 배치한 것은 최근 케이팝의 구성과는 꽤 유리(遊離)된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난하고 별다를 것 없는 곡 안에서 러블리즈와 다른 그룹들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할수 있다. 동시에 러블리즈의 약한 퍼포먼스를 적당히 가려주기도 한다.

    케이팝, 그 중에서도 걸그룹 팝은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가사에서 주체적인 모습을 강조한다. 'Obliviate' 역시 이런 유행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달처럼 다가서지도 멀어지지도 못하거나('Destiny') 지난 추억을 간직하는 것에서 끝내는('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우리')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너를 사랑하면서 맴도는 것을 스스로 멈추겠다고 선언하며 '내 세상 속에서' 너를 멈추겠다는 꽤 주체적인 세계관을 보인다. 동시에 이런 변화 속에서도 너를 잊기 위해 주문을 반복하는 슬픔이나 우울감은 이전의 노래들에서 들려준 맥락 안에 있다. 

    러블리즈가 '케이팝'의 흐름에 합류함에 따라 2020년은 넓게는 케이팝 좁게는 걸그룹 씬에 꽤 유의미한 해로 기록될 것 같다. 이런 변화는 이제 국내 팬들에게만 어필할 수 있는 음악은 케이팝 아이돌들에게 의미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이런 시류에 합류한 러블리즈는 과연 첫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까? 일단 유튜브로만 놓고 보면 성공적인 것 같다. 이전의 활동들이 400만뷰를 왔다갔다하는데 비해 'Obliviate'는 발매 일주일만에 600만뷰를 넘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다.

     

    written by 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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