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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 SENS - The Anecdote (5th Year Anniversary)
    Review/Albums 2020. 9. 9. 21:52

    "나와야 할 앨범이 드디어 나왔다." 2015년 8월 27일, 모두가 고대하던 그의 첫 솔로가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터져나왔던 반응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위와 같다. 사실 그의 첫 정규에 대한 기대감은 보다 복합적이었다. 그가 [Uncut, Pure!] EP로 데뷔했던 2004년 이후 한국힙합은 질과 양에 있어 꾸준히 성장 중이었고, 2012년 '쇼미더머니'의 등장을 기점으로 본격 대중화될 기폭제를 만났다. 바꿔말하면 그간의 씬은 계속 과도기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국힙합의 태동이 90년대 후반이라면, 시기 상으로 첫 골든에라 (Golden-Era)에 접어드는 순간인 2010년대 초반의 씬이 원하고 있었던 건 '공인된 힙합 클래식' (Certified Hip-Hop Classic) 이었다. 시대상을 감안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언제 어느 시점에 들어도 뛰어난 완성도의 'Dope한 힙합 앨범'.

    즉, 당신이 목격한 폭발적인 기대치는 한 개인의 굴곡진 음악인생을 응원하는 마음과 동시에 한국힙합의 황금기가 인증되는 순간을 경험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반응의 총합이다.     

    [The Anecdote]는 모두가 기대하던 주연 배우가 마침내 내놓은 '블록버스터 흑백 다큐멘터리'다. 메이저 힙합앨범의 규모와 프로덕션 레벨을 바탕으로 이센스가 풀어놓은 건 그간의 음악 인생 속에서 겪어왔던 다양한 감정들을 날 것 그대로 적어놓은 수필에 가깝다. 고민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정처없이 방황하면서 끝나는 'Unknown Verses'. (포기하며) 바닥에 처박든, (꿈을 꾸며) 한껏 높이 던지든 어쨌든 계속 몸을 맡긴 채 돌아가고 있는 '주사위'. 그의 정제되지 않은 끄적임들은 한국힙합과 대중음악계의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다 지친 한 명의 독백이자, 모순과 불평등이 내재화된 구조 속에서 오늘도 방황하지만 잘 될거라 기대해보는 우리 모두의 내러티브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대중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한 취향과 애티튜드를 타협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중적 파급력이 가장 컸다는 사실이다. 이미 공인된 랩 스킬과 해외 송캠프 시스템을 통한 프로덕션의 향상, 그리고 '힙합 클래식'을 기다리던 대중의 판타지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다시 나올 수 없는 짜릿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한 개인의 서사적 승리와 더불어 '한국힙합 골든에라'의 인증으로 기억될 2015년 여름. 

    안승배, 음악에디터

     

    이센스의 [The Anecdote] (이하 에넥도트)는 빠른 변화를 겪은 한국 힙합이 매듭짓지 못했던 챕터의 감동적인 마무리다. 에넥도트는 모든 면에서 한국의 올드스쿨 힙합이 지닌 특유의 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린 앨범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실 새로운 무언가는 없다. 프로덕션은 둔탁하며 두텁고 이센스의 랩은 유려하나 때론 흐름이 거칠다. 형태적인 측면에서 볼 때, 기억속에 남아있는 올드스쿨 힙합과 인상이 닮아있다. 그럼에도 이 앨범은 명반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간혹 거칠게 매듭짓는 플로우는 오히려 앨범에 날것의 맛을 더하고 둔탁한 드럼을 감싸는 프로덕션엔 세련된 샘플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뛰어난 랩 실력이 앨범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바탕으로 래퍼로서의 이야기와 고충을 풀어내는 가사 또한 분명 익숙하다. 그럼에도 진솔한 이센스의 언어를 만나 독창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강민호’의 사람냄새를 풍긴다. 

    앨범에 담긴 바이브 또한 주목할만하다. 한국 힙합의 급진적 변화는 트렌드의 변화로 이어졌다. 플레이어들이 새로운 판, 새로운 음악에 집중하며 오랜 시간 유지 되어오던 한국 힙합의 한 형태는 자연스레 과거로 남았다. 그 때 발매된 것이 이센스의 정규 1집이다. 그 속은 “경산 촌놈, 더 티 내. 안 감추네. 빡빡이, 가짜 신발 침 발라서 닦던 애.” 라는 가사처럼 시대의 바쁜 흐름을 굳이 의식하지 않은 듯 한없이 담백하다. 앨범에 담아낸 이센스가 받은 영감들이 고스란히 전해져 처음 힙합에 빠져들던 그 시절의 생생한 모습을 눈앞에 그려낸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 했을때’ 나오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진심이 주는 깊고 단순한 울림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무려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렇기에 내게 이센스의 에넥도트가 가지는 의미는 새로운 올드스쿨, 그리고 지금 시대의 클래식이다.

    Vapizz, A&R

     

    [The Anecdote] (이하 '에넥도트')는 음원사이트에서 'E-Sens of Supreme Team'으로 표기되던 그가 'E SENS'라는 솔로 뮤지션으로 온전히 기억될 수 있게 한 의미있는 시작이다. A Side가 끝난 카세트테이프가 B Side로 뒤집어지는 사이에 (상당한 시간의) 공백을 포함하듯, 슈프림팀 이후 솔로로서의 이센스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시작하기까지 역시 마찬가지다. 카세트의 정 반대편을 보듯 세상도, 한국힙합씬도 바뀌어왔지만 정작 이센스 본인은 그가 '비행'에서 내가 많이 변했냐고 물었던 것과는 달리 한결 같은 모습이다. 그가 생각했던 힙합, 그가 생각했던 멋과 기본에 극한까지 충실했던 모습이 앨범에 아로새겨져 있을뿐이다.

    10개의 (다소 단촐한) 트랙에는 그가 살아오며 느낀 다양한 감정과 그가 세상에 날리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이죽거리며 날리는 잽 같지만, 한방 한방이 비수를 품은 카운터 펀치다. 단, 에넥도트가 단지 날카로운 앨범으로만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제일 잘하는 것이 유일한 동기' ('Writer's Block')였던 그의 진심이 전체적으로 담백한 앨범 구성에 설득력 있게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끝까지 힙합을 하고 싶어했던 그의 진심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Elapse,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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