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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2분기 주요 힙합앨범 리뷰 (LP & Single편)
    Review/Albums 2020. 9. 5. 13:03

    2020년 4월 ~ 6월 동안 발매된 주요 한국힙합 릴리즈를 발매일 순으로 짚고 넘어갑니다.


     

     

    1. LP (정규)

     

    Code Kunst - PEOPLE (2020.04.02)

     

    따스하고 어쿠스틱한 질감이 눈에 띄는 코드쿤스트의 정규 4집은 기존의 앨범들과는 지향하는 바가 달라 보인다. 기존 그의 앨범들이 담고 있던 의도가 예술적 성취였다면 본작은 그에 비해 훨씬 감정적이며 원초적이다. 특유의 사운드는 여전히 앨범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나 혁신적인 음악적 기교를 제시하진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본작의 의의는 그것에 있지 않은 듯하다. 사운드, 구성, 참여진, 테마 등 모든 요소는 앨범의 설명에서 엿볼 수 있듯,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든 좋은 음악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 단순하지만 깊고 따뜻한 진심이 가득 담긴 앨범에선 코드쿤스트의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Deepflow - FOUNDER (2020.04.13)

     

    [FOUNDER]는 힙합뮤지션이자 대중음악 레이블 대표인 딥플로우가 그간 겪어온 애환과 플레이어로서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미래에 대한 기대를 유기적인 사운드 위에 실감나게 풀어낸 수작이다. 그동안의 한국힙합이 의욕적으로 팽창해 왔다면, 이젠 예술의 뒷편에 존재하는 ‘현실’과 ‘인내’, 해야만 했던 ‘선택’들을 이해하고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때가 아닐까?

    *자세한 리뷰는 매디에서 음악업계 종사자 분들과 함께 진행한 [FOUNDER] 리뷰 원문을 참조하세요. (bit.ly/2DpzjT6)

     

    Kid Milli - BEIGE 0.5 (2020.04.17)

     

    솔직한 태도로 표현하는 키드밀리의 섬세한 내면은 낯설고 새롭다. 말 그대로 멋스럽기 위한 음악이 아닌, 지금의 최원재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약간은 텁텁한 감성이 전반에 깔린 앨범은 트랙 순서나 사운드 등 다방면으로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단순히 감성을 표현하기 위할 뿐인 감성이 아니라 어느새 접어든 복잡한 20대 후반의 다양한 생각들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계속 변화하는 키드밀리의 현재를 포착한 인스타그램 사진처럼 감상 할 수 있는 앨범.

     

    GIST (윤현선) - He (2020.04.20)

     

    ‘고등래퍼3’를 통해 이름을 알린 지스트(GI$T, 윤현선)는 데뷔 초부터 다른 고등래퍼들과 달리 자기만의 패를 좀 더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 해당 예능에 출연했던 상위권 랭커들처럼 트랩 비트에 테크니컬하게 뱉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싱잉을 통한 내면의 서정성을 풀어내는 데 있었다.

    그의 두번째 정규인 [He] 역시 이런 맥락에서 여타 감성(?) 랩과는 다른 그만의 개성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곡 간의 무드나 사운드가 전반적으로 비슷비슷하여 단조로움을 보컬의 변주로 극복하고자 하는 형국이 되는 부분은 아쉽다. 시도하는 음악의 스펙트럼이 좀 더 확장될 때, 그가 가진 무기 역시 좀 더 빛을 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샤크라마 - 666 (2020.04.24)

     

    앨범 전체를 둘러싼 독기와 화는 안타깝게도 효과적인 무기로 활용되지 못한 듯하다. 빈첸이 연상되는 스타일과 청각적인 압도를 의도한듯한 과열된 랩은 트랙이 넘어가며 점차 피로도를 누적시킨다. 가득 채운 라임과 속사포에선 랩적 증명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느껴진다. 이는 무거운 앨범의 메시지와 결합해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본디 밀도 있는 이야기가 돼야 했던 앨범은 생각만큼 깊이감 있게 다가오지 않으며 아직 설익은 샤크라마의 역량에 대해 아쉬움을 남긴다. 괄목할만한 점은 랩과 앨범을 끌고 가는 숙련도에서 아마추어적인 접근이 많이 느껴지는 데 반해 작사만큼은 준수한 완성도를 지녔다는 점이다. 퀄리티에서 아쉬움을 많이 남기는 만큼 조금은 이른 정규가 아니었을까.

     

    Various Artists - 2020 대한민국 (2020.04.25)

     

    [2020 대한민국]은 사실 짠한 조합이다. 90년대 미국 래퍼들의 모습에 감화되어 힙합을 시작했던, 한국의 투팍, 비기가 ‘나일줄 알았던’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들이 한창 활동하던 2000년대 초반과 달리 세상도 힙합도 너무나 변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지금의 냉정한 씬 안에서 엠넷이 준 기회를 발판삼아 간만에 모였다. 큰 반향 없이 끝난 아재힙합예능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처럼 이 앨범 역시 그렇게 지나갔다. 사실 수많은 신보를 제쳐두고 이 컴필레이션을 먼저 선택해야 할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억하는 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2020 대한민국]의 의미는 음악적 완성도보다 시간여행의 접속점을 늘려주는 데서 나온다. 소셜 피드에서 사라지는 순간 아예 망각되는 지금의 초연결사회에서 한국힙합의 시작점에 있었던 사람들의 전성기가 기억될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난다는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다.

     

    yovng trucker - S K I D 2 (2020.04.26)

     

    영트러커, 구 콸라의 앨범에서 보여지는 확실한 점은 기믹형 부캐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름, 커버아트, 그리고 튠의 활용도에 있어 조금 더 '요즘 래퍼'스러운 브랜딩이 되었지만 본캐의 랩스킬, 그리고 익살스러운 성향이 그대로 전승된 느낌이다. 앨범 초반에는 영트러커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으나 조금씩 후반으로 갈수록 특유의 매력이 담긴 곡들이 배치되어있다. 일정 수준의 퀄리티를 유지하지만 놀랄만한 요소가 없는 앨범이라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짱유 - 파도 (2020.04.28)

     

    짱유의 예전 모습을 알던 팬들에게 '쇼미더머니8' 출연은 나름의 신선한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경연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찐 얼터너티브'의 노선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오히려 경연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사건들이 그의 음악 세계에 안좋은(?) 영향을 미쳤는가 하면 오히려 그 반대다. 

    [파도]는 일종의 초대장이다. '쇼미8', 유튜브 알고리즘 등 그의 일부를 제한적으로 접해왔을 리스너들에게 자신의 스펙트럼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게 보내는 RSVP에 가깝다. 각 트랙을 모두 감상하고 나면 방송에서의 그와 방송 이전의 그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그저 보여줄 것이 많아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던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는, 진지하지만 유쾌한 앨범.     

     

    Loopy - No FEAR [DELUXE] (2020.04.29)

     

    흔하지 않은 볼륨감에 흔하지 않은 디럭스 버전까지. 루피가 앨범에 접근하는 방향성은 외국 힙합씬의 스탠다드에 가깝다. 단순히 발매의 방식뿐 아니라 앨범이 가진 인상 또한 그렇다. 트렌디하고 감성적인 사운드, 그리고 물오른 랩은 루피의 실력을 잘 보여주지만, 앨범 단위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면 매력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본작은 기본적으로 음악으로서의 본 기능에 충실한 듯 유사한 사운드의 결 안에 다양한 곡을 담아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앨범의 스토리와 유기성이 곧 고평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했을 때, 본작에 대한 평이 나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와 스펙트럼 확장의 의미가 담긴 '음악'으로서 바라볼 때 본작은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뤘다. 많은 식구의 '큰 형' 위치에 놓인 루피의 입지를 잘 보여준 앨범.

     

    부현석 - NeighborHOOD (2020.04.30)

     

    앨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듯 부현석이 그리고자 하는 정서는 동네다. 단 김현철 감성의 동네가 아닌 미국의 거친 동네(‘Hood’) 정서에 가깝다. 차붐이 안산을 무대로 한 편의 느와르를 연출하듯, 부현석의 랩이 펼쳐지는 무대는 그의 마음 속 영원한 게토(Ghetto)이자 블락(Block), 노원구다. , 그의 첫 정규 앨범은 그가 나고 자란 노원구를 기반으로 한 힙합 서사이자 엔터테인먼트다.  

    그동안 쇼미더머니에서 항상실력파인건 알지만 그 이상의 뭔가는 없는지원자로 분류되었던 그가 마침내 VMC의 기획과 스타일링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건 행운이다. 덕분에 그는 수많은 붐뱁 키드들 사이에서 그만의 캐릭터와 비주얼을 분명히 할 수 있었다. 비로소 자신의 이름과 음악이 좀 더 기억될 수 있는 방향성에 들어선 또 한 명의 신예 래퍼에게 응원을 보낸다. 

    pH-1 - X, The Worst Mixtape (2020.05.08)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다양한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준 모범 사례. 단순히 음악적인 부분을 넘어 기본적으로 마케팅적 요소들이 감각적으로 들어간 앨범이다. 티저 이미지, 좀 더 거친 pH-1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획과 어울리는 앨범 패키징 방식, 보기만 해도 기대감이 이는 피처링진들의 조합 등 다양한 요소가 내포되어있다. 비트 초이스 또한 탁월한데 다양한 템포와 분위기를 살리면서 동시에 각 비트의 퀄리티 또한 멋스럽다. 각 참여진들의 퍼포먼스 또한 준수하다. 이는 기본적으로 뛰어난 pH-1의 랩 실력과 어우러져 앨범의 전체 인상을 '멋지다'고 느끼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멋은 첨예한 브랜딩과 기획의 결과물이다. 멋이 떨어진 래퍼는 소비되지 않는다. pH-1은 본작을 통해 본인에 대한 평가가 높지 않거나 인상이 흐릿했던 이들에게 큰 임팩트를 남기며 본인의 멋을 한껏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J'kyun - Re-Birthday (10주년 리마스터) (2020.05.11)

     

    순간의 선택이 이후 커리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제이켠의 지난 날들을 보면 알 수 있다. 그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메인스트림 스타일을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가 ‘판타스틱 순규’ 라는 컨셉을 선택한 순간, 그에 대한 모든 기대 섞인 과거는 잊혀지고 힙합이 아니라는 조롱만 남았다.

    10주년 기념으로 리마스터된 그의 정규 1집 [Re:Birthday]는 뛰어난 완성도의 수작은 아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보아도 트랙 간의 기복이 존재하며 전체적인 구성은 다소 산만하다. 다만 아쉬운건 ‘투잡허슬’을 비롯한 몇몇 트랙에서 보여지는, 당시 본토에서 유행하던 메인스트림 스타일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던 그의 재기발랄한 감각이다. 비록 그가 정상적인 힙합 뮤지션의 궤도로 돌아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라도 본캐와 부캐를 오가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그의 과거를 온전히 기억할 수 있는 의미를 담은 리마스터.

     

    Alt - 50percent Part. 2 (2020.05.12) 

     

    우연한 발견이다. 일상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바이브와 안정적인 랩이 인상적이었다. 차분한 앨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굳이 잘나 보이려 욕심부리지 않는 차분한 태도가 음악에 깊이를 더해주는 듯하다. 일반적인 동네의 무난한 일상이 떠오르는 앨범의 컨셉이 주는 편안함에 래퍼 알트에 대한 흥미가 생겨난다. 쉽게 만나기 어려운 타입의 작품이다. 으레 이런 컨셉의 작품들은 음악적 완성도 이전에 분위기에만 집중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듣는 재미가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또한 애초에 트렌드와 거리가 있는 만큼, 잘 시도되지 않는 방향성이기도 하다. 래퍼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현재의 과열된 씬 안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쿨한 작품이다.

     

    호미들 - Ghetto Kids (2020.05.15)

     

    전혀 예상치 못한 상반기의 발견이다. 사실 호미들이 수퍼비의 랩학원에서 처음 이름을 알릴 때, 이들이 당장 임팩트를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당시 더콰이엇, 팔로알토의 심사평을 참고해도 호미들은 뭔가 기대되는 포인트는 있지만 그것이 제련되는데 시간이 필요한 거친 유망주들이었다.

    이들의 첫 정규 [Ghetto Kids]게토에 대해 논한다는 지점에서 부현석의 [NeighborHOOD]와 비슷한 선상에 있다. 허나 부현석의 그것이 노원구라는 특정 지역의 생활상과 배경을 강조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획득하는 방식이라면, 호미들의 앨범은 누구나 연상할 수 있을 법한 달동네 골목이라는 이미지를 무대로 설정한 뒤 그 공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디테일하게 풀어내는 방식을 취한다. , 호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그들의 개인사인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와 정서가 된다. 이들이 앞으로 확장해 나갈 음악 세계와 팬 베이스를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Reddy - 500000 (2020.05.17)

     

    50만 원을 키워드로 다양한 감정을 풀어나가는 레디의 접근은 무척 솔직하다. 돈과 현실, 그리고 주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느껴온 레디의 소회와 인간 김홍우의 진심이 정교한 언어로 새겨진 앨범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주로 이룸에도 앨범의 접근은 감정적이라기보단, 이미 정리된 감정을 담담히 언어로 옮겨내는 작업에 가깝다. 앨범의 상황적 배경이 레디가 한 명의 사람이자 아티스트로서 성장해온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성장에 대한 고찰을 액수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 힙합적인 접근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이나 성공의 크기를 액수로 표현하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이런 솔직함은 돈을 여전히 터부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속물적'이라 말할 수 있는 힙합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하지만 바로 힙합의 이런 면이 마냥 긍정과 바른 삶을 강요하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가 줄 수 없는 위로를 줄 때가 있다. "가난한 삶에서 계속 꿨던 꿈이 날 만든 거야, 인마"라는 가사가 보여주듯, 가난과 빡빡한 현실이 개인에게 미친 영향을 애써 부정하지 않으며 받아들이는 태도. 그리고 더 많은 돈을 벎으로써 이를 되갚으려는 욕망이 전하는 묘한 긍정의 에너지가 그것이다. 힙합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조합한 섬세한 가사가 비슷한 상황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잔잔히 위로하는, 무척 인간적인 앨범이다.

     

    Rohann (이로한) - Neverland (2020.05.19)

     

    이로한의 첫 정규 [Neverland]는 우울한 음반이다. 주변의 기대감 속에서 ‘해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고등래퍼2’를 통해 어린 나이에 유명세를 얻고 곧이어 다른 래퍼들과의 SNS 디스전 등에 휘말린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견뎌내야 했을 정신적 압박의 무게를 쉬이 짐작할 수 있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그의 심경들이 균일한 완성도의 음악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새로운 구성은 아니지만 패기로 상경한 이로한이 (자신을 온전히) 증명하기까지 고통받고, 주변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다짐하는 비교적 선형적으로 설계된 스토리라인은 청자들의 몰입을 자아내기에 모자름이 없다. 클리셰보단 웰메이드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성공적인 데뷔앨범.

     

    GGM Records - First Day Out (2020.05.20)

     

    전작에 비해 약간의 새로운 요소를 첨가한 GGM Records의 두 번째 컴필레이션. GGM 특유의 코드와 컨셉은 여전히 동일하게 유지되며 음악적으로 몇 가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앨범 전반에 걸쳐 약 기운이 서린듯한 Chill 한 바이브가 장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만나 조금 더 흥미로운 결과물들로 나타났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전작과 비교했을 때 'Slime Mode' 같은 중독적인 히트 트랙의 부족이다. '4AM In The Trap' 같은 곡들이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지만, 전작의 곡들이 가진 매력이 큰 탓에 비교 대상이 됨을 피할 수 없다. 이와 별개로 전체적인 완성도는 나쁘지 않다. 신선한 컨셉과 왕성한 작업량 덕에 빠르게 명성을 쌓고 있는 GGM Records. 성장 중인만큼 이들의 다음 행보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Walter - Bloddy Plants Flowers (2020.06.01)

     

    이미 Rose Garden 시리즈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다크하고 묵직한 월터의 앨범. 락과 디지털적인 사운드가 결합된 미래지향적 사운드는 차갑고 날카롭다. 앨범에 한껏 서린 우울감은 목소리와 곡이 가진 분위기의 다양한 활용을 통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묘사된다. 오사마리라는 정체성에선 쉽게 예상할 수 없던 스타일의 음악이다. 월터가 가진 매력과 음악적인 역량에 다양한 면모가 숨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수준 높은 이해도로 이모 힙합의 원형을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듯하다.

     

    PAXXWORD - PAXXTAPE (2020.06.04)

     

    이 트래퍼, 앞으로가 기대된다. 우원재가 EP에 참여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패쓰워드(PAXXWORD)의 정규 [PAXXTAPE]은 날카롭다. 전자음악의 차가운 질감에 트랩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뒤 무심한 듯 내뱉는 랩에서 이미 어중간한 트래퍼 신예들과는 다른 능숙함이 느껴진다. 다만 'SPARE' 처럼 다소 평범한 트랩의 작법을 따를 때 고유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 아쉽다.    

     

    Sik-K - Headliner (2020.06.11)

     

    이제 식케이는 랩스타를 넘어 (긍정적 의미로서의) 팝스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완전히 성공한 듯하다. 항상 논란의 한가운데 있던 싱잉-랩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지 오래며 사랑에 대한 찌질한 감정을 오토튠에 실어 전하는 능력은 가히 명불허전의 영역에 진입했다 할 수 있겠다.

    단 이 앨범의 진가는 6곡을 도입부에 새로 추가한 디럭스 버전에서 느낄 수 있는데, 오리지널 앨범 버전이 가진 단조로움이라는 약점을 다양한 스펙트럼의 트랙들로 단번에 보완해버렸다. ‘UNO GOTTA RUN’ 같은 트랙은 제대 이후 보다 다양한 장르 위에 얹혀질 그의 보컬을 기대하게 만든다.

     

    킹치메인 - OMEGA (2020.06.12)

     

    앨범이 가진 음악적 화법이나 사운드 적 측면에서 '킁'의 영향을 짙게 받았음을 느낄 수 있다. 아니, 오히려 '킁'이 가진 죄와 후회, 몰락이라는 테마를 오마주해 자신의 상황에 대입하며 재해석한 것에 가깝다. 킹치메인의 앨범은 쇼미더머니8과 성희롱 논란을 떼어두고 생각할 수 없다. 눈앞까지 다가온 성공, 그리고 과거의 죄로 인한 몰락을 겪으며 느낀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절실하게 바라오던 성공, 그리고 잘못된 과거와 이에 대한 후회와 뉘우침의 과정이 섬세한 가사로 그려져 깊은 서사를 완성한다. 본작의 영감이 된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라는 이문재 시인의 시처럼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킹치메인은 자신이 도달한 다사다난한 과정의 '끝'이 다시 시작이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킹치메인이란 개인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겠지만 본작은 분명 좋은 앨범이다. 복잡한 인간이 뉘우치고 음악으로 간신히 부여잡은 삶에 대한 치열한 의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Alive Funk - DI-ANA (2020.06.17)

     

    프로듀서 Alive Funk 의 정체성은 현 세태에 대한 반기에서 나온다. 즉, 그의 첫 정규 [DI-ANA]는 타입 비트, 스플라이스, 샘플링에 대한 거부를 지향함으로서 남과 다름을 주장하는 앨범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구점에 큰 감흥이 없는 편이다. 작곡과 프로듀싱에 있어서 중요한 건 아웃풋의 퀄리티 그 자체지 방법론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닥터 드레(Dr. Dre)가 흔한 샘플을 또 썼다 해도, 메트로부민(Metro Boomin)이 일부 사운드를 스플라이스에서 편히 가져왔다 해도, 그들의 최종 아웃풋이 씬에 임팩트를 줬으면 그게 새로운 흐름이고 지금의 패러다임이 아닌가. (이들이 실제로 그랬다는 것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I-ANA]는 매력적인 앨범이다. 그만의 고집이 담긴 사운드 위에 적절한 게스트진들이 제 몫을 다하며, 상당히 많은 게스트진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산만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Alive Funk의 내공을 짐작케 한다. 다만 일부 프로덕션에서는 리얼 소스 메이킹에 대한 강박이 오히려 다소 뻔한 연주와 구성으로 마무리 되는 감이 있다. 이후의 작업물에서는 이전부터 봐왔던 '라이브 우월론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Dbo - 심현보 (2020.06.18)

     

    본명을 걸고 발표한 디보의 첫 정규 앨범은 개성적이고 동시에 맑은 에너지로 가득 차있다. 디보는 착실하게 자신의 꿈을 좇음과 동시에 여러 미디어에서 예상외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음을 여러 차례 비춘 바 있다. 특히 갱생에서 보여준 모습은 현재 그의 커리어에 깊은 당위성을 부여한다. 독특한 스타일로 인정받기까진 오랜 기간 자신을 '아티스트'로 만들기 위해 힘써온 디보의 노력이 함께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본인의 멘탈과 육신, 나아가서 영혼을 맑게 유지하려는 디보의 노력은 재밌게도 결과적으로 그의 음악에 투영된다. 앨범에 깔린 긍정의 에너지와 긍정을 전파하려는 노력, 그리고 인간 심현보의 감성적인 내면이 그것이다. 이는 스스로를 파고들어 내면부터 예술가로 다듬어온 디보가 마침내 숙련되어 표현해낼 수 있는 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앨범의 제목이 '심현보', 그리고 이 앨범이 정규 1집인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PENTO - 4 (2020.06.28)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펜토라는 아티스트에 대해선 다시 한번 놀라게 되는 앨범. 전성기 시절의 창의적 박자감과 실험적인 비트 프로덕션은 여전하다. 사방을 숫자 4와 엮어 표현한 듯한 커버아트는 앨범 소개가 설명하듯, 그의 정규 4집이 일종의 나침반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어느새 길어진 그의 커리어가 현재 어떤 방향성을 띄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는 음악 안에도 녹아있는 요소인데, 펜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음악적 요소와 팬들이 환호할만한 살롱01의 소식, 그리고 음악적인 연구가 적절히 녹아있는 앨범이다. 당대에도 이미 독특하게 곡을 끌고 가는 박자감과 일렉트로닉 기반의 실험적 비트는 펜토의 시그니처였으며 본작은 여전히 이를 관록 있게 구사하는 아티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트렌드를 억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색을 가장 세련된 상태로 유지하는 감각이 엿보이는 앨범이다.

     

    2. Honorable Mention (Singles) 

     

     

    조광일 - 곡예사 (2020.04.01)

     

    초반부터 압도된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팔로알토가 본인의 유튜브 계정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최근 신인이 발표한 싱글 중 첫인상에서 가장 압도적이다. 단, 아웃사이더처럼 비트 안에서 일정하게 정해진 규칙을 따르며 속도로 압도하는 방식과는 달리 레이백(laid-back)을 적절히 활용하며 곡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그 자신이 곡예사로 분한 뮤직비디오 역시 단순하지만 곡의 주제를 정확히 표현하는 비주얼을 통해 바이럴에 힘을 실었다.

    단, 한방에 눈을 끌 정도의 센 자극이었던 만큼 본인의 스타일이 결국 주게 될 피로감 역시 자명해보인다. 조광일도, 청자도 모두 알고 있을 이 리스크를 어떻게 '곡예사'처럼 줄타기 해나갈지도 관전 포인트.

     

    Sway D - 노빠꾸!!! (2020.04.05)

     

    기어이 일어나고 말았다. 스웨이디는 마침내 카마로를 손에 넣었다. 긴 세월의 할부를 옵션으로.. 아이콘칩스와 함께 한 스웨이디의 카마로 구매 캠페인은 예상외로 마케팅의 완벽한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강한 개성에도 어딘가 애매했던 스웨이디의 정체성에 강한 생명력을 불어넣은 브랜딩이 그렇다. 스웨이디의 유머러스함, 어딘가 골려주고 싶은 캐릭터, 그리고 끊임없이 어필해오던 카마로 러브가 마침내 컨텐츠화 되며 폭발적인 힘을 얻었다. 노빠꾸, 돈 크라이, 할부인생의 흐름을 거치며 이 유머러스하지만, 어딘가 애잔한 서사는 마침내 완성되며 이 첨예한 캐릭터는 '송석현 vs. 송석현'이란 묘한 명곡에 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직 스웨이디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완벽히 찾아낸 듯하다. 이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곡 '노빠꾸!!!'는 곡 자체로만 두고 봐도 컨셉 자체가 매력적이다. 유머러스함이 지배적임에도 카마로가 상징하는 그의 성공한 삶에 대한 열망이 뜨겁게 담겨있는 점이 무척 힙합적이다. 그렇기에 본작에서 파생된 일련의 캠페인이 결국 스웨이디가 '래퍼'로서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펭수 x Tiger JK x Bizzy x BIBI - 펭수로 하겠습니다 (2020.04.21)

     

    ‘펭수와 타이거JK의 만남!’ 정도로 수식된 이 곡은 사실 한국힙합의 발전과 여유를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개그맨들이 힙합을 희화화 했다고 래퍼들이 분노했던 순간, 예능에 나가면 리얼함을 잃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래퍼들의 모습 등 고민하고 논쟁하며 상처 속에서 성장해온 한국힙합의 모습들이 스쳐 지나간다. 현실과 허구를 넘나는 캐릭터와 한국힙합 레전드가 모두 모여 빌보드 진출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평화롭고 흐뭇하다.

     

    GOLDBUUDA (Jito Mo), Tommy Strate - BUUDA FLAME (2020.06.03)

     

    타미 스트레이트가 전격 지원한 골드부다와의 합작 싱글. 생각보다 골드부다의 퍼포먼스에 강한 인상이 남지 않는 것은 특유의 색이 강한 타미 스트레이트의 프로덕션 때문이 아닐까. 사실상 타미 스트레이트의 음악에 골드부다가 게스트로 참여한 듯한 인상이다. 홈그라운드인 만큼 타미 스트레이트는 특유의 랩 스타일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골드부다의 안정적인 랩은 타미 특유의 랩이 반복되는 피로감을 덜어주나 큰 인상이 남지 않는다. 이름만으로도 기대되는 두 아티스트가 만난 조합이고 짧은 싱글앨범인 만큼, 조금 더 두 사람의 존재감이 동등하게 드러나는 강렬한 곡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

     

    HIGHER MUSIC x 비 - 깡 Official Remix (2020.06.04)

     

    모두가 알고 있었다. 처참하게 실패했던 ‘깡’에 박재범 사단이 손 대는 순간 음악적으로 많은 부분이 개선될 것이라고. 하이어뮤직의 주전들이 총출동한 이 리믹스의 미덕은 단순히 요즘 트렌드로 곡에 호흡기를 댄 것 이상에 있다. 인터넷 밈과 바이럴 시대의 희생양이 된 (옛) 케이팝 스타에 대한 음악적 존중이 이 곡의 핵심이다. 요즘 팝 시장에서 남용되는 ‘리믹스’를 새롭게 재정의한 올 여름 가장 인상적인 조인트.

     

    Don Mills - OKGO2 (2020.06.13)

    본격적인 전역곡 시리즈. 아직은 뇌절이 아니기에 여전히 즐거운 컨셉의 옥고, 혹은 OK Go의 던밀스 버전이다. 폼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곡은 창작 생활이 결핍된 군대 특유의 환경이 낳은 절실함의 결과가 아닐까. 자유로움의 상징과도 같은 래퍼들이 군 전역의 해방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은 확실히 흥미롭다. 전역과 동시에 모든 남성이 갖는 묘한 그리움과 군대에 대한 반감이 일종의 유머 코드로 싱글에 삽입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OKGO 시리즈를 다룬 두 래퍼의 접근이 각각 상이한 것 또한 독특하다. 빈지노의 경우 해방감에 초점을 맞춘 쿨함을, 던밀스의 경우 군대 용어를 섞어 자신의 새 시작을 다루는 너스레를 보여준다. 재미있지만 아쉽게도 컨셉 특성상, 반복될수록 점점 클리셰화 될 것만 같다. 누구도 복학생 선배의 군대 썰을 여러 차례 듣고 싶지 않은 것처럼. 과연 신선한 컨셉의 OKGO3가 등장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twlv (트웰브) - 트월킹 (2020.06.28)

     

    영앤리치의 알앤비 보컬 트웰브 (twlv)는 사실 태생부터 역설적인 캐릭터다. 그가 보다 진지해지고 리얼해질수록, 그를 둘러싼 상황은 코믹해지고 더 많은 밈이 탄생한다. 딩고 x 영앤리치 조합의 ‘트로트랩’에서처럼, 그는 구수한 훅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 동시에 또 한번 각종 '트웰브-트월킹' 밈으로 존재감을 잃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그가 정통 알앤비 스타가 되길 희망했을 때의 얘기다.

    ‘트월킹’의 미덕은 그가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점에 있다.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그는 자유롭게 그가 하고 싶었던 알앤비를 하고, 트월킹을 외친다. 폼은 좀 안날지라도 그가 하는 모든 알앤비-힙합 적인 것은 그를 둘러싼 유튜브와 밈의 세계관 안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한국힙합 씬에서 최초의 ‘알앤비-밈’ 스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한 순간.  

     

    Hwaji (화지) - 오염, 추 (2020.06.28)

     

    VMC 입단과 함께 발표된 곡은 입단 곡으로서 의외였다. 'VMC에 어울리는 화지'라는 느낌과는 다른 곡이었으나 최근 화지의 행보를 떠올리면 다분히 화지스러운 곡이었다. 뛰어난 훅 메이킹, 차분하고 여유로운 바이브, 긍정적인 기운을 담은 가사, 그리고 특유의 비트는 이미 몇 년간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았다. 본작은 이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만큼 새로운 요소는 없으며 화지의 가사는 단단하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진다. 앨범장인으로 소문난 화지와 마찬가지로 좋은 앨범을 다수 배출한 레이블 VMC의 조합은 무척 기대될 수 밖에 없다. 새 둥지에서 펼칠 화지의 음악을 기대해본다.

     

    Written by 안승배, Vapizz

     

     

    *하단의 링크를 클릭하면 매디가 선정한 2분기 주요힙합 (LP & Single편) 플레이리스트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8X34FFg7p3mVyzjkEhWTHRSjwu2F-B5s

     

    [Maedi] 2020년 2분기 주요힙합 (LP & Single)

     

    www.youtub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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