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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K와의 대담 "유부힙합이요? 어쨌든 이 앨범이 가장 자신 있어요"
    Interview/RAP GAME TALK 2020. 3. 18. 18:11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JJK는 현재 한국힙합씬에서 가장 독특한 포지션에 있는 래퍼입니다. 누군가는 그를 올티, 서출구 등의 래퍼들과 함께 프리스타일 랩 문화를 이끌었던 크루 ADV의 수장으로 기억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랩 레슨'의 체계를 다진 파이오니어로 인식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채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JJK. 그의 새 앨범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의 발매에 앞서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진행한 대담의 전문을 공개합니다. 


    김봉현 (이하 'B') : 새 앨범을 발표할 분을 미리 이렇게 초대해서 하는 건 색다른데 그래서 뭔가 약간 더 부담이 되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사실 새 앨범을 발표한 후에는 (힙합)씬의 반응 등을 살피면서 할 수 있는데 오로지 저의 역량만으로 얘기를 해야 해서... 잘 해보겠습니다.

    JJK : 네 (웃음)

     

    B : 사실 SNS를 보면 새 앨범을 작업하고 있다는 게 크게 티는 안 났던 것 같아요.

    예전에 앨범 제목 공개하던 정도? 다른 래퍼들처럼 막 "Album Mode~" 이런 거는 안했죠. 제 입장에서는 약간 작업하는 건 그냥 일상? 생활적인 부분이라서요. 그걸 특별히 말을 하는 편은 아니고요.

     

    B :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인데요, 타이틀의 의미가 어떻게 될까요?

    제 무드(mood)를 중심으로 쓴 거에요. 이 앨범이 하루 일과를 쭉 따라가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제 아이가 저를 깨워주거든요. 표면적으로는 하루 중 힘든 부분이 시작되는 것이 지옥으로 메타포(metaphor)가 된다면, 그 지옥의 시작점에는 언제나 천사같은 내 아이가 있다. 약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앨범을 들어보시면 그보다 조금 더 딥하게 들어가는 요소들이 있죠.

     

    B : 앨범 커버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정말 집안의 모습 같은.

    그렇죠. 지금 거주하고 있는 집안 거실 풍경이고 내용도 되게 현실적인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커버를 해결하는게 맞지 않나 싶어서 그렇게 진행을 했죠.

    JJK -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앨범 커버

    B : 이번 앨범이 SNS 상에서 조금 바이럴이 됐던게 딥플로우(Deepflow)의 샷아웃 덕분이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미리 들려주셨던 과정이 궁금해요.

    앨범 발매일을 받기 전까지 좀 텀(term)이 있었어요. 마스터도 다 끝났고 앨범도 다 나왔는데 붕 떠서 뭐하지 하다가 '주변 래퍼들한테 좀 들려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왜냐면 저는 지금까지 앨범을 내면서 한번도 제가 직접 찾아가서 들려주고 "어떻게 생각해?" 식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딥플로우 말고도 팔로(Paloalto) 형도 찾아갔었고 뭐 화지(Hwaji), 우탄(Wutan), 쿤디(Khundi Panda), 심바(Simba Zawadi) 등 많은 래퍼들에게 들려줬었죠. 딥플로우는 엄청 좋게 들었다고 했고요, "나는 이거를 듣고 중간에 눈물이 흐를 뻔 했지만 내가 이 자리에서 운다면 개오바인 것 같아서 참았어" 라고 말해줬어요.

    굉장히 명반이라고 칭찬을 해주었고 팔로 형도 좋은 말을 많이 해주셨어요. 되게 영감이 많이 되었고 가족 이야기라고 해야 될까요? 가족 이야기의 약간 '정수'에 도달한 것 같다. 딥플로우도 그렇고 팔로 형도 그렇고, 프로듀서가 누군지도 궁금해 하셨고 그래요. (B : 프로듀서에 대해서도 한번 말씀주시죠)

    프로듀서는 돈 싸인(Don Sign)이라는 친군데 되게 어려요. 아직 20대 초반이고 엄청 잘합니다. 엄청 잘해요.

     

    B : 저도 이 앨범을 미리 들어봤고 이전 앨범 '고결한 충돌(Noble Collision)'의 속편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앨범을 구상한 계기나 작업기 등의 전반적인 것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그런 주제로 접근하진 않았어요. 보다 큰 주제였고 멘탈리티에 대한 주제로 접근을 했었는데, 내가 음악적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어떤 작업을 해야될까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기였어요. 그냥 비트를 받아 랩을 하는 식의 작법은 너무 오랫동안 해왔고 좀 더 대단한 것을 뽑아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제 안에 떨어졌었죠.

    그래서 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했던 차에 프로듀서와의 합작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랩으로 (음악을) 지배하려는 것보다 음악적으로 어우러지는 접근에 대한 얘길 많이 듣고 프로듀서들 추천도 많이 받았는데 그 중 돈 싸인이라는 프로듀서가 제 취향에 부합했고 하고자 했던 음악 색깔과도 잘 맞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그냥 무턱대고 연락해서 각자의 파트에서 감독을 해보자고 접근했던게 2018년인가 그래요. 자연스럽게 제 생활에 밀접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라고요. 한 곡 정도 나왔을 때 "어 이거 좋은데?" 하면서 거기서부터 모든 아이디어가 싹트기 시작했죠.

     

    B : 사람들이 이 앨범을 제가 아까 말한대로 '고결한 충돌'의 2부구나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도 좋으세요?

    원래 의도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만들고 보니 저 자신도 그렇게 느껴져요. 시간대 자체도 '고결한 충돌' 앨범이 결혼해서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였다면, 이번 앨범의 이야기는 지금 현재는 아니고요. 아이가 4살 쯤 됐을 때니까 '고결한 충돌'로부터 감정 상태나 이야기 내용이 4년 후 정도 시점이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정신적 후속작이죠.

    딥플로우도 그렇고 큐엠(QM)도 그렇고 "이 내용이 왠지 계속 이어질 것 같아"라고 얘기를 했었죠. 약간 무슨 3부작? 이런것처럼. (B : 사람들은 또 트릴로지 같은 걸 원하겠죠?) 그런데 제가 가족 이야기는 이 정도 하면 되지 않았나. 지금으로서는 가족 이야기는 이 정도 하면 되지 않았나 해요.

     

    B : 저는 '고결한 충돌'과 이 앨범, 그리고 이번 앨범에 피처링한 베이식(Basick)이나 스내키챈(Snacky Chan)같은 래퍼들의 버스(verse)를 들으면서 이러한 결과물 혹은 움직임을 한국힙합의 서브 카테고리로 명명해도 되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빠힙합.

    아빠힙합...좀 안 붙는데..(웃음) 저는 저 혼자서 '유부힙합'이라고 샷아웃 하고 있습니다.

     

    B : 그 분모가 된 혹은 가장으로서의 래퍼가 하는 얘기들이 한국힙합 안에서 계속 쌓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중 거의 핵심은 JJK님이라고 생각을 하구요. 이렇게 유부힙합을 계속 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조건들이 있어요. 당연히 그 래퍼가 아빠가 되는 나이여야 하고, 그 때도 여전히 랩을 하고 있어야 하고, 래퍼로서도 생존하고 있어야 하는거잖아요. 산업적으로도 이런 흐름을 조명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겠죠. 래퍼들이 나이를 먹어가고 있으니까.

    이런 것이 예외적인 상황이나 신선한 움직임 정도가 아니라 힙합의 주류가 될 수 있는 것이고요. 왜냐면 제이지(JAY Z)도 사실 젋었을 때랑 많이 변했고 최근 앨범만 봐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서 얘기를 하잖아요.

    힙합이 재미있는게 래퍼들의 솔직한 태도가 힙합을 너무 다양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이게 좀 재미있는 것 같아요. 문화의 흐름이.

     

    B : '솔직함'이라는 프레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솔직함이라는 프레임으로 투영되는 그 사람의 구체적인 모습은 시기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특정 시기의 모습을 힙합이라고 규정짓는 것보다는 프레임 자체가 힙합인거죠. 그런 면에서 힙합은 이제 계속 얼굴을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도 해보고요.

    굉장히 유명하고 진부한 말이 있잖아요, "예술가는 결혼하면 끝이다". (J : 30프로는 동의해요) 이 대답이 '번호키 누르면' 이라는 트랙의 이 가사와 연결되는 것 같거든요. "아빠면 되면 되겠다 싶었지 이젠 래퍼로 남는게 어려워". 이런 일종의 밸런스 게임을 하는 듯한 구절이 있었어요.

    한 30프로 정도만 맞을 수 있다고 말한거는 (제가) 마냥 자유롭진 않으니까. 어쨌든 저는 창작에 있어서 자극이 영감의 원천적인 역할을 해준다고 생각해요. 그게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어떤 영적인 자극이 있어야 그로부터 스파크가 튀고 새로운 작업을 진행할 수 있게 제시해주는 순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뭐든 (생활)리듬이 안정적이고 방어적이고 안전한 도움 안으로 들어가면 자극이 무미건조해지니까 창작에 있어 어려움이 생기긴 하죠.

     

    B : 그래서 래퍼는 아니지만 윤종신 씨가 결혼하고 나서 예전처럼 슬픈 이별 가사가 써지지 않아서 일부러 아직 결혼 안한 친구네 집 가서 방 하나 빌리고 거기에 갇혀서 가사를 썼다는 실화가 있거든요.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자기의 영감을 유지하려는 거잖아요?

    저는 사실 특별한 상황은 없어요. 저는 레슨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해가 질 때 쯤인 오후 3-4시부터는 작업 자체를 못해요. 그때부터는 레슨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일어나서 어린이집 데려다주고 작업실로 돌아오면서 그때부터 레슨하기 전까지가 저의 프리 타임이거든요.

    하루 일과에서 저에게 허락된 작업시간 혹은 영감이 풍부해질 수 있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입장이다보니까 그 일상을 깨는 것이 제 입장에서는 죄악시 되는게 컸어요. 그런 심리가 앨범에 많이 심어져 있기도 하고요.

    제가 랩을 더 잘하고 어떤 의미로는 더 힙합적인 애티튜드가 지켜져야 제 창작생활이 되면서 경제활동도 더 잘되는 그런 상황인데, 그 길은 곧 이 일상에서의 안전한 행복과 루틴을 깨는 것과 밀접하게 닿아있으니까. 그 사이에 껴서 저는 심적 딜레마를 겪는 거죠. 이게 이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고요.

    그 사이에서 제가 선택한 것은 그냥 그 딜레마에 머무르는 거에요. 머무르기 때문에 특별히 자신을 더 괴롭힌다던가 아니면 더 다른 쪽으로 몰아세운다던가 그런 건 전혀 없고요. 그냥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썼어요.

     

    B :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은 가정생활과 창작을 서로 분리하고 조율하려고 하지만 래퍼는 그냥 그 상황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어버린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어릴 때부터 제 삶에 맞닿아있는 것을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되게 좋아했어요. 제가 힙합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도 그 솔직함? 리얼함이라는 진정성의 의미에서 정말 현실감이 오는 게 좋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랩할 때 기본적인 태도, 솔직하게 나 있는 그대로가 언제나 베이스에 깔려 있는데. 아빠힙합, 유부힙합의 중심에 있게 된게 제가 의도한게 아니라 그냥 제 삶이 그렇게 되다 보니 그런 이야기들을 하게 되어있고 이런 앨범도 나오게 된 것 같아요.

     

    B : 힙합 문화 안에는 그런 날 것의 속성, 자기 얘기를 적나라게 하는 것 등이 전통이다보니 삶 자체를 예술로 만들 수 있는 거죠. 타 장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생기는 것도 그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고요. 아티스트마다 앨범을 만드는 방식이 다를텐데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성과 서사, 흐름이 있는 작품'의 관점에서 참조했던 다른 힙합 앨범들이 있나요?

    이런 류의 앨범은 거의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영향권에서 아직은 좀 벗어나기 힘든 것 같아요. 분명 영향받은 부분들이 있고 아이재아 라샤드(Isaiah Rashad)나 맥 밀러(Mac Miller) 앨범도 많이 들었었어요. 영화같은 경우 시각적으로 복선이 느껴지는데 가사적으로 접근하면 단어를 통해 복선을 넣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켄드릭 라마가 예전에 했던 연출들을 그 사람은 어떻게 했나 하면서 본 부분이 있죠.

     

    B : 이런 앨범 구성은 소위 '작가주의적이다' 라는 평을 들을 수 있잖아요. 사람들은 아티스트적이다, 작가적이다 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환상이 있고 단순히 싱글들을 물리적으로 합쳐서 낸 앨범보다 높은 평가를 할 준비가 되어 있죠.

    그렇죠. 의도치 않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하다 보니까 정확히는 '고결한 충돌' 앨범을 낸 이후로 제가 그런 이미지가 좀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B : 그렇죠, 뭔가 이제 진정한 아티스트가 됐다는 느낌?

    그런 걸 집착하는 래퍼는 아니지만 서사, 작가주의, 문학적인 라이팅(writing)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가 그런 부분을 놓치기 싫은건 있죠. 싱글이면 몰라도 앨범이라면 곡들의 유기적인 흐름이나 텍스트적인 부분들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이 래퍼로서 당연히 있었고요. 지난 앨범들 같은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작가주의적 접근을 했을 때 음악적으로 소비된다기 보다는 약간 한 번 보고 이해하려 노력했다가 이해되면 '와 좋은 영화다' 하고 묻어두는 명작 영화처럼 소비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제 음악이 그렇게 소비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놀러갈 때 한 번 틀 수 있는 음악으로도 가볍게 소비되면 좋겠고 좀 더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소비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지난 앨범들보다는 텍스트적으로 좀 더 라이트하게 접근하려고 했던 건 있어요. 그리고 돈 싸인이라는 프로듀서를 통해서 음악적으로 좀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요소를 넣고 싶었죠.

    실제로 제 지난 앨범들 중 일부는 그렇게 소비된거라고 생각해요. 절대 나쁜 건 아니죠. 영화적 연출이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감명을 줬다면 존재가치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좀 더 (사람들 일상 속에서 곁에 두고 즐겁게 즐기는 형태로) 소비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죠.

     

    B : 사람들이 계속 곁에 두고서 즐기는 작품과 연말결산 때 훌륭하다고 뽑는 작품은 다른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 있어서 어떤 밸런스를 잡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대만족하는 앨범이 나왔어요.

     

    B : 이번 앨범에서 사람들이 싱글 단위로 늘 즐겨들을 수 있는 트랙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이 앨범이 다 흐름이 이어져있어서 한 곡만 들으면 100%의 뭔가를 얻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2번, 3번, 5번, 6번 트랙은 개별적으로 들어도 좋아하실 거라도 생각해요.

     

    B : 이번 앨범처럼 만들어진 작품은 어떻게 보면 각각의 트랙이 하나의 거대한 주제를 위해 복무하는 조각들인거 잖아요? 그러면 싱글로 따로 들어도 계속 사람들이 즐겨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신경쓰셨나요?

    제 하루 일과들 안에서의 각 장면들 자체는 굉장히 독립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 이야기들이 위치하는 장소도 다르고 감성, 감정도 다 다르거든요. 하나하나 장면들이 또렷하니까 한 곡으로써의 기능도 충분히 할 수 있게끔 카메라를 세팅해놓은 느낌이죠.

    4번 트랙 '일루와'같은 경우 일종의 인터루드(interlude) 역할을 해주는데 장면이 애기랑 막 바깥에서 엄청 노는거에요. 애기랑 바깥에서 놀면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 정신이 하나도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서 어떤 플로우를 채택한다던가. 텍스트적으로는 그 내용이지만 음악적인 연출이 그 내용 속 캐릭터를 받쳐주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는 거죠.

    5번 트랙 '웃어'같은 경우는 이제 다 놀아준 뒤 차를 타고 돌아가는 흐름인데 제가 이야기를 할 때 곡의 말미에는 제 아내가 저에게 하는 이야기로 전환되면서 (필터걸린) 여성의 목소리로 랩이 나오는 등 앨범 전체적으로 감정선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너무 화려한 스킬을 뽐내려고 하진 않았어요. 앨범 안에서 그것이 필요한 감감정선에서 스킬을 쓴 것이지 다른 래퍼들처럼 내가 이만큼 랩을 잘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앨범은 아닌 것 같아요.

     

    B : 이번 앨범에는 아들과의 스킷(skit)이 여러 군데 있어요. 앨범 도입부부터 나오고.

    제 핸드폰으로 다 녹음했어요. 1번 트랙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같은 경우 같이 일어나는 장면이 있는데 대부분 제 아이가 먼저 일어나서 저를 흔들어서 깨우거든요. 자기가 심심해서 저를 부를 때 저는 후다닥 핸드폰을 켜놓고 다시 잠들죠. 그러면 걔가 계속 깨우는 소리들이 다 녹음이 되니까. 이런 식으로 다 일상에서 했던 것 같아요. 언제 어떤 분위기에 어떤 소리들이 나오는지는 제가 다 알고 있으니깐. 그 때 그냥 핸드폰 켜기만 하면 되는거였죠.

     

    B : 미국 힙합 들을 때 스킷을 들었는데 사실 그게 녹음부스 안에서 연기하는 것도 많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아니라 일상에서 핸드폰으로 녹음했다는 거군요. 자연스럽게.

    네 6번 트랙 '번호키 누르면'만 좀 연출이었죠. 제가 곡 트랙 끝나고 무반주로 막 랩을 해주는 장면이 있긴 한데 거기서는 이제 아이가 "끝났는데요?" 하면서 곡이 끝나는데 그건 약간 랜덤하게 발생한 일이에요.

     

    B : 힙합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미국힙합이나 NBA를 보면 다 아들 데리고 나오잖아요. 아들이 사실 뭐 한건 없지만 미국 사람들에겐 (아들이나 가족을 데리고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미덕으로 통용이 되잖아요. 래퍼들 중에서도 더 게임(The Game)같은 래퍼는 앨범 커버를 아들과 함께 찍거나 새 앨범 스킷에 아들들을 참여시키고. 저는 그런것이 아티스트의 개인적 성향이라기보다는 힙합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면 제가 보기에 미국이라고 다른 장르에서까지 그런 모습들이 보이지는 않아서요.

    제가 마이크스웨거 시즌 5를 진행할 때 마지막 편에 제 아이를 데리고 나오고 싶었어요. 아기를 안고 프리스타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좀 힙합적인 코드였던 것 같아요. 래퍼로서 어떤 넥스트 레벨에 선 느낌이 들 것 같은 그런 기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촬영시간 동안 애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했는데 봉현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 힙합적인 분위기로 하고 싶은 발상들이 굉장히 많죠. 앞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으면 애기랑 같이 찍는 등 제 아이와 같이 하고 싶은 그런 아이디어들이. 다만 이 앨범은 그런 힙합적인 뭔가를 위해서 아이가 들어간 케이스는 아닌 것 같아요.

     

    B : 네 사실 가사를 안보고 먼저 들었을 때 아내 분의 역할을 랩으로 하는 부분을 듣고 얼터 에고(alter ego)같은 것으로 받아들였거든요. 거기서도 어떻게 보면 선택지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잖아요. 아내 목소리를 정말 아내가 내레이션으로 처리할수도 있는 것이고.

    우선 내레이션으로 진행하는 것은 옵션에 없었어요. 내레이션보다는 여성의 목소리로 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가사 내용이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내가 쓴 랩을 다른 사람이 부르면 불렀지 다른 사람에게 가사를 맡길 수는 없겠다'가 전제조건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처음에 제가 가사를 쓰고 몇몇 여성래퍼들에게 컨택을 했었어요. 거의 대부분이 거절을 했죠. 왜냐면 기존 여성래퍼들의 연령대가 너무 낮아서 이 감정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응답이 많았거든요.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어느 날 인터넷으로 돌아다니는 짤 중에서 중학생 여자애 목소리를 잘 내서 소위 '넷카마' 짓을 잘한다는 내용을 봤어요.

    프로그램 중에 남자 목소리를 여자 목소리로 바꿔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구요. 그러면 이 프로그램이 내 목소리를 여자 목소리로 바꿔주면 이걸 다른 플러그인들에 적용하는 식으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접근했죠. 단순히 제가 제 목소리를 피치업한게 아니에요. 그렇게 하면 기계음적으로 이상하게 변하거든요. 저도 (여자같은) 연기를 해야했었고 녹음 하고 나서 주변 동료들에게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들려줬어요.

    "이거 내 레슨생 중 한 명 교육시켜서 녹음해봤는데 어때 이상해?" 물어봤는데 대부분이 "잘하는데요? 얘 몇 살이에요? 얘가 직접 쓴거에요?" 하고 흘러가는 경우가 많아서 속으로 "그럼 이렇게 하자"가 된거죠.

     

    B : 이번 앨범을 아내 분이 들어보셨나요? (J : 아니요 아직) 상당히 의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들려줄 때마다 큰 반응은 없어요. "어 이런거 했구나?" 분위기여서 제가 먼저 좀 김이 빠지고 "나오면 들어" 이렇게 된거죠. 아 여성 랩 부분은 들려줬어요. "여자 목소리 같은데? 근데 랩이 너무 자기야." 이 정도 반응?

     

    B : 제가 보기에 이 앨범을 가리켜서 '이런 게 진정한 한국힙합이다' 이런 반응도 나올 것 같거든요? 제가 삐뚤어진 건진 모르겠는데 뭔가 이런 앨범이 한국에 사는 남자로서 진실한 한국의 힙합이다 등등

    아니요.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고요. 제가 그런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고. 부와 명성 등 세속적인 이야기를 하는 래퍼들은 그런 주제에 꽂혀있고 그렇게 살고 싶어하는 연령대 혹은 삶이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이제는 '진정한 힙합은 이런거야' 이런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너무 많고 너무 다양하고 각자의 삶들을 도드라지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그 또한 한국힙합이고 이 또한 한국힙합이에요. 이제는 한국힙합도 너무 커졌어요. 대중음악만 봐도 너무 커져서 '이게 진정한 케이팝이야', '이게 진정한 아이돌이야' 이런 거 없잖아요. 힙합도 커졌기 때문에 그런 논쟁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여러분들이 생각하시기에 '이게 진짜 멋인거 같다'고 느끼는 그 음악을 소비를 많이 해주시면 자연스럽게 파이가 늘어나면서 원하는 힙합의 모습도 더 커지겠죠.

     

    B : 어떻게보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힙합 씬에 등장 했잖아요. 그 당시의 JJK는 사실 지금 모습과 정반대죠.

    네 다른 애죠. 사람이니까 가끔은 과거가 그리울 때도 있고 그 때가 좋았다고 생각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제 자신에게 만족하는 편이고 '지옥의 아침은 천사가 깨운다' 앨범 즐겁게 들어주세요. 나중에 제 자서전을 쓸 일 없이 제 앨범을 쭉 들으면 제 20대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싹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런 태도로 언제나 앨범을 만들거거든요. 그 앨범들 중에 음악적으로 가장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앨범이에요. 그래서 들어보시고 어떻게 느꼈는지 제게도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제가 자꾸 가족 이야기를 하다보면 알게 모르게 성스러운 이미지가 씌어지거든요. 저는 그렇게 성스럽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고 그냥 즐겁게 새 앨범 들어주십쇼. 감사합니다.

     

    REP TV와 진행한 인터뷰 영상이 궁금한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RjTncgeN__U

    Interviewer : 김봉현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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