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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리피와의 대담, "음악 얘기 태어나서 처음해요"
    Interview/RAP GAME TALK 2020. 5. 21. 19:24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봉현 (이하 'B') : 오늘은 (예능 모드 보단) 래퍼로서 인사 부탁 드릴게요. 보통 방송에서도 래퍼 슬리피 라고 소개를 해주시나요?

    아 한 번도 한 적 없죠. 항상 앞에 뭐가 붙어요. "네 안녕하세요~ 힙합계의 개통령을 꿈꾼다! 반려견 퓨리 아빠 슬리피입니다~" (웃음)

     

    B : 얼마 전에 독립을 하셨어요. 회사를 설립하셨는데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 드려요.

    많이 기사화가 된 이슈인데 뭐 아직까지도 (TS엔터와의) 분쟁은 있어요. 계약과 해지 이슈로 싸워서 이제 끝났고요, 지금은 제가 정산 받아야 할 돈 (문제가 남아있죠). 지난 8월 말에 법적으로 계약 해지가 됐기 때문에 회사 설립은 솔직히 좀 있어보이려고 하는 말이긴 해요. "제가 레이블을 설립했습니다" 이런 거는 좀 오바고 그냥 혼자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업자 등록을 하게 된 거고.

    제 주장이지만 저는 돈을 10년 동안 못 받았단 말이에요. 100원 한 푼도요. 다 대여금. 대출이죠. 그걸로 살았는데 이제는 일을 하면 제가 그만큼 페이를 받는게 너무 신기하고 행복해서 '아 일을 더 하고 싶다', 래퍼로서 하기 좀 짜친다? 그런 건 다 내려놓고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거죠. 앞자리 숫자가 3에서 4로 바뀌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불태워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 그런 것 같아요. 

     

    B : 이번 회사 이름이 PVO 인데 의미가 어떻게 되나요?

    Positive Vibes Only 인데 이제 많은 짤들이 돌아다니잖아요. Good Vibes Only 같은, 레터링으로 된 디자인들을 보다가 든 생각이에요. 이제까지 나름 힘들게 살아왔는데 경제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인정을 받지 못했잖아요. 제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버텨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너무 강해요.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무조건 이거로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B : 초심하고도 연관이 있는 건가요?) 네, 항상 감사해야 하는데 저도 몇 번 거만했던 적이 있거든요. 지금은 한 순간 한 순간 너무 행복해요. 

     

    B : 얼마 전 발매하신 새 앨범은 EP라고 해야 할까요? 앨범 타이틀이 'HOPE' 인데 이에 관해 한 말씀 해주시죠. 

    네 EP고요, 회사를 만들었을 때 고민이 많았어요. 제대로, 특히 음악적으로 제대로 시작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레이블) 운영을 떠나 음악적인 것도 물어보려고 AOMG 를 찾아가서 DJ 펌킨 형도 만나고, 팔로알토나 딥플로우 상구도 만나고. 줏대가 없어진 거에요 제가. 원래 음악을 꽤 오래 해왔고 발매한 것도 많지만 '나는 전혀 색깔이 없구나' 느꼈거든요. 누구도 인정 해주지 않고.

     

    B : 본인이 스스로 색깔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요. 제 나름대로 셀프체크를 잘 한다고 생각을 해요. 랩도 많이 바뀌고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무슨 음악을 하면 좋을까?" 이런 걸 물어본 거에요 병신처럼. (웃음) 그럼 또 다들 말은 해주죠. 오랫동안 같이 음악 했던 사람들이니까. 다들 너는 뭐 이런 걸 해라. 또는 이런 걸 왜 물어봐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 되지. 별의별 노래들도 들려주고. 결국엔 제가 하고 싶은대로 가더라고요. 하고 싶은대로 하게 되니 내 삶을 풀어낼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제 포인트는 그거에요. 타이틀곡 'Flash Light (feat. Reddy)' 에도 있지만 이제는 희망이 고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좀 뻔하지만 나에게 의미가 있는 'HOPE', 희망 으로 해야겠다. 

     

    B : HOPE 이라는 단어가 뻔한 단어일 수 있지만 (슬리피 님의) 역사나 상황을 아는 사람이 보면 뻔하게만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 반응은 어떤 것 같으세요? 아까 본인이 객관화를 잘 한다고 하셨으니까.

    힙합 커뮤니티들 말고도 모든 곳의 댓글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대부분 그렇더라고요 "생각보다 좋다". 이런 댓글이 하나라도 올라오면 그게 너무 행복해요. 원래 아예 없었거든요. 모든 게 저한테 다 의미가 있어요. 긍정적인 모든 댓글들이 너무나 힘이 나고 "뭐야 슬리피 노래 좋은데?" 거의 다 그런 댓글들이에요.   

     

    B : "생각보다 좋은데?" 라는 반응을 보면서 '아 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했었고, 나 언더그라운드였고 뮤지션으로서 역사가 많은데 날 잘 알고 말을 했어야지' 류의 생각을 하셨던 적은 없나요?

    그런 생각은 몇 년 전에 많이 했어요. '쇼미더머니6' 에 나갔을 때 저는 나름 그런 생각이 있었거든요. 제 실력에 대한 믿음도 꽤 있었고. 근데 영블러드들, 루키들과 얘기도 해보고 음악적 교류도 하면서 아 뭔가 잘못됐다라고 느낀 거죠. 음악에 빠져살지 않았던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많은 걸 놓친거에요. 내 환경 탓을 하면서 잘 되는 지름길로 빨리 가려고 오히려 가요, 사랑 노래나 빌보드 탑 뭐뭐 그런 것들만 들으면서 살아온 거지. 그 때 확 느껴서 기분 나쁘지 않았어요.

    나중에는 어린 친구들과 작업을 굉장히 많이 하고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아이디(iD) (Prod. GRAY)' 라는 노래가 있는데 멜로디 라인 이런 거 짜는 것도 제가 그 때부터 내려놓은 거에요. 아 내가 짜는 멜로디 라인이 무조건 좋진 않구나. 그래서 페노메코(PENOMECO)를 찾아 갔어요. "이 노래 어떤 것 같니? 솔직히 얘기해 봐, 솔직히. 이 랩이 어떻니?" 막 물어보면서 그런 피드백들을 듣기 시작한 거에요. 개중에는 "솔직히 존나 구리다!" 라고 한 것도 있고, "아니 형이 하고 싶은대로 하는 게 멋있는 거 아니에요?" 같은 반응도 있었고. 

    쇼미 때 다 물어봤거든요. 쉬는 시간이 되게 길잖아요. 대기가 너무 길어. 그래서 한 명씩 다 물어봤어요.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자격지심이 너무 크니까. "아 옛날에 좋아했죠, 초등학교 중학교 때 많이 들었어요" 같은 걸 (의식했었죠). 근데 그 때 어떤 반응들을 가장 크게 느꼈었냐면 저를 무시하지 않았어요. 제 가장 큰 자격지심은 예능이었거든요. 혼자서 생각 많이 했어요. '나 무시하겠지? 나 무시할 거야'. 그런데 오히려 좋게 봐주는 친구들이 70% 이상이었어요. "거기 나가서 유명해지면 더 멋있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봐주거나 음악에 대해서도 "저는 이 때까지 형 음악 되게 좋게 들었는데" 라고 하는 친구도 있었고. 

    B : "사실 내 음악엔 색깔이 없다" 라고 말씀하신 게 저는 조금 인상적이었거든요. 섭외를 드리기까지 저는 슬리피 씨가 예능에 출연하시고 방송에서 활약 하시는 것들을 구경꾼의 입장에서 봐왔어요. 사실 음악을 등지신 게 아니고 꽤 많이 신경을 쓰고 계시거든요. 꽤라는 게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완전 막 해도 돼요. 구리다고 해도 돼요. 뱃사공이 처음 만나자마자 개구리다고 그랬잖아요. 존나 구리다고. 걔가 "형, 나는 형 음악 힙합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야이 개새끼야" 처음엔 그랬어요. 처음에 만났던 게 딥플로우 '당산대형' 뮤직비디오 촬영장이었죠. 바로 '아 형' 하면서 형 너무 구리다고. 그래서 제가 처음에 그랬어요 "너 존나 멋있다". 근데 그거를 오후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하더라고. (그래서) 아침 6시에 내가 부대찌개인가 감자탕을 엎었지 엎었어. 

     

    B : 예전에 침터뷰에서 구독자와 조회수에 관한 얘기를 하셨던 걸로 알고 있어요. (슬 : 그렇죠. 구독자가 3만인데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700이다) 예능인이자 방송인으로서의 슬리피는 모두가 다 좋아하지만 음악의 관심도는 또 별개의 문제라는 거잖아요? 음악을 등지지 않고 계속 신경 쓰면서 하려고 하시는 데 이상하리만큼 사람들이 아직 슬리피 님의 음악에 관심이 적은 것 같거든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 같기도 하고요, 윤종신 씨도 그런 딜레마를 먼저 겪으셨고 자기만의 방법으로 돌파해오셨듯이. 슬리피 님 같은 경우 음악에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신경을 쓰시는 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덜 썼어요. 언터쳐블 때 생각해보면 노래를 시켰거든요. "이 노래 해!" 이런 식으로. 그 땐 힘이 없었어요. 사랑 노래 발라드를 했는데 잘 돼. "하고 싶은 음악은 아닌데요" 이런 식으로 얘기를 하니까 더 구린 거에요. 차라리 저는 이런 게 좋고 이걸로 차트도 올라가고 돈도 저작권도 많이 들어오니까 좋네요 이러면 좀 쿨했을 텐데. 시키는 걸 주로 하고 가끔 우리가 하고 싶은 걸 섞어서 하다 보니까 결을 지키지 못한거죠. 음원만 생각했던 거에요. 매출이랑 수익만. 그러다 보니 색깔이 없는거고. 그래서 혼자 하면서부터는 신경을 어마어마하게 쓰고 있는 편이에요.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혼자 하기 시작한건 작년 9월부터인데 너무 기분 좋았던 건 봉현 씨가 상구(딥플로우)를 통해 연락주신 거에요. '아 이뤄냈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크게 보고 있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내가 하고 싶은 걸 열심히 하다보면 인정을 받겠지? 이렇게 연락이 온 것도 아 내가 성공한 거야' 이런 식으로. 

     

    B : '색깔이 없다' 고 하신 것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그러니까 했던 음악 스타일이 너무 다 달라요. 처음부터 봐봐요. 지기펠라즈 시절엔 나름 이제 붐뱁을 좋아하니까 붐뱁으로 시작해서 클럽 튠도 좀 했다가 언터쳐블로 메이저 활동 시작하면서 발라드. 물론 정규앨범 같은 경우엔 하고 싶은 음악들이 조금씩 있었어요. 그렇지만 타이틀곡으로만 얘기를 하면 사랑노래를 하다가 갑자기 락을 하는거지. 

    'You You (feat. 오진석)' 라는 노래가 있어요. 락을 해. '난리 부르스 (feat. Vasco)' 가 있어요. 바스코(현 빌스택스) 형이 피처링 했어. "마셔라" 막 댄스 음악이죠 그거는. 음원용을 해야 되니까 다시 팝스러운 발라드 음악을 또 했다가. 계속 바뀌는 거에요. 그러니까 뭐 힙합 쪽 안에서 좋아하지 않는 색깔들을 많이 했고 그게 제가 봐도 불분명했던거죠.

     

    B :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하시고 인정하니까 할 말은 없지만, 살짝 다르게 본다면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꼭 색깔이 없음을 의미하진 않잖아요. 예를 들어 스눕 독(Snoop Dogg) 같은 아티스트는 계속 트렌드를 따라잡고 흡수하면서 결국 살아남으니까요. 그런 것과 본인의 경우는 좀 다르다고 보시는 건가요?

    그게 탑이 흐름을 따라가는 거랑 밑에 애들이 따라가는 건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랩적으로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랩은 솔직히 랩스타일에 있어서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발전하고 있는 MC라고 저는 나름 스스로 생각하고 있고. 발전하는 자가 살아나는다. 그 탑의 선봉장이 빌스택스(Bill Stax)죠. 

     

    B : 본인의 예능 이미지 때문에 특별히 더 음악을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 시기가 있었죠. '예능 래퍼' 라는 단어가 파생됐을 때 굉장히 비하의 느낌이었어요. 딘딘이랑 저를 겨냥해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생각하는데 래퍼가 예능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실 (음원에서) 상위권을 유지했었어요. 내면 1위였거든요. 근데 갑자기 우리가 예능을 하는데 음악적으로 대중이나 매니아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예능을 하다 보니까. "얘네 음악이 안되고 있으니까 이걸 하네" 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맞겠죠 그게. 욕을 엄청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막 이상한 가사도 쓰고 그런 거에요. 2015-16년에는 말을 안했어요. 예능에서 거의 말을 안했고 톤을 높이지도 않았어요. 지금이야 "네 안녕하세요 슬리피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어우 오늘 모자 멋지네요~" 이러는데 그 때는 저도 조심하게 되는 거에요. 내 음악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근데 갑자기 다 하는 거야 예능을. 유튜브도 예능 아니에요? 그러더니 이제 갑자기 힙합 좋아하시는 분들이 (힙합 하면서) 오히려 예능을 잘하는, 딘딘 같은 케이스를 "오 예능도 잘하네?" 하면서 이제 칭찬을 해주니까. 이제 (경계가) 없어져서 저도 이제 없어졌어요. 이제는 신경 안써요. 많은 분들도 그렇게 돼서 그래요. 

     

    B : 한 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미쓰라의 야간개장' 에 고정으로 출연할 때 MBC에서 딘딘 님을 만났어요. 인사할 때 제가 물어봤거든요. "예능 이미지 때문에 평가절하 당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서 좀 아쉽다" 라고 말하니까 딘딘 님은 "아 그래요? 저는 별로 그렇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이 그렇게 보는 게 더 재미있는데요?" 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네 저랑 다른 부분이죠. 아 어떡하냐 그러면 "형 그딴 걸 왜 신경 써" 그런 편이에요 그 친구는.

     

    B : 이미 아시겠지만 "슬리피 믿고 거른다" 이런 것들은 이제 어떻게 보면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인 것 같아요. 

    많이 무뎌졌어요. 예전 음악과 지금 음악이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음악이 아니라) 예능으로 돈을 벌 계획이거든요. 그러니까 음악으로 돈 생각을 안해요. 지금은 그냥 (예능에서) 벌건데 뭐 하고 싶은 거 해야죠. 물론 잘 되면 좋죠 물론.

     

    B : 예전에 윤종신 씨와 인터뷰 했을 때 인상깊었던 부분은 오히려 '라디오스타' 를 녹음한 날 음악이 잘 나온다고 말씀하신 거에요. 왜냐면 한창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나서 집에 혼자 왔을 때 밤에 오히려 더 외로워져서 이별 노래 가사가 잘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게스트랑 얘기한 것에서 가사 주제를 얻어서 쓰기도 한다고 하고요. 이런 걸 보면 '예능과 음악' 에 관해서는 제3자가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거든요?

    모든 레이블과 뮤지션들이 콘텐츠를 하고 싶어하고 만들고 있잖아요? 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그게 잘 맞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거라 더 피곤한 세상인 것 같아요. 어그로랑 거의 비슷한 맥락인데 어쨌든 자기가 주목을 받아야 된다는 거죠.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나라는 사람 자체를 알려야 좀 같이 갈 수 있고 어느 정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B : 예를 들면 이번에 앨범 보도자료에도 최근의 개인사에 대해 간단히 얘기 하셨는데 래퍼들은 그 개인사가 그대로 앨범 안으로 들어오잖아요. 그게 듣는 사람들이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힙합이 가진 특성이 아닌가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안 좋은 일인데 음악적으로는 제가 그걸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아요. 솔직히. 제 상황을 더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렇게 이슈가 됐으니까. 얘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이걸 풀어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잖아요. 그걸 저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B : 동세대 래퍼들이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여러가지로 많이 운명도 갈리고 그 중에서 다모임 멤버들이 굉장히 잘 되면서 현역인 동시에 한국힙합의 큰 형님 같은 식으로 포지셔닝이 됐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슬리피 님은 한국힙합 이라는 이 커뮤니티 안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싶다 혹은 어떠한 위치로 가고 싶다 같은 목표가 있나요?

    그냥 음악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한국힙합 하는 사람들 중에) 제 지인들도 있고 조금 친한 사람들도 많이 있고, 정말 친한 사람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제 앨범이 나왔을 때 딱 판단이 되더라고요. '듣고 싶다. 들어볼까?' 라는 게 판단이 되는 거에요 이제. 친하든 안친하든 다. 그런 사람이 돼야겠다고 느껴요.  

     

    B :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서 슬리피 님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좋은 음악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어요. 그대로 이행하고도 있고. 매달 내는 게 좀 소비적일 수도 있지만 2020년에는 제가 매달 내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막 '월간 윤종신' 짭입니다~ 하면서. 그 전에도 '격달 슬리피' 라고 두 달에 한 번씩 내려고 한 적도 있는데...격달로 가려고 하니 당시엔 소속된 회사가 있으니 안 되더라고요. 

    지금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격달로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또 허슬 느낌이 안 나는? (웃음) 열심히 하다보면 어딘가에서 섭외가 올 것이고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야 되는 게 맞지 않나. '래퍼 슬리피가 열심히 좋은 음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라고만 알아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그게 목표니까. 크게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나왔을 때 한 번씩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Interviewer : 김봉현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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