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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따와의 대담, "올해는 빠-끄"
    Interview/RAP GAME TALK 2020. 7. 27. 17:37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본 인터뷰는 2019년 5월에 공개된 내용입니다 

     

    김봉현 (이하 'B') : 요즘 한국힙합에서 가장 화제의 인물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혹시 동의하시나요?

    저도 얼마 전까지는 체감이 안됐는데 요새 아무래도 이제 일이 많아지면서 많이 돌아다니고, 얘기도 많이 듣고 하다 보니까 저도 조금 느끼고는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얘기가 많이 되고 있구나 그 정도?

     

    B : 유튜브 보면 개그 채널 중에 젊은 개그맨들이 하는 콘텐츠 중에 '염따 분장하고 여자 꼬시기' 라는 게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화제성의 척도 중 하나가 다른 분야에서 이 이슈를 패러디할 때라고 느끼거든요? 이런 콘텐츠들을 봤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전 재밌어요. 저는 일단 뭔가를 그냥 내놓을 뿐이고 그 이후엔 그런 식의 재밌는 뭔가든 평가든 다 좋아요. 저를 가지고 어쨋든 2차 생산을 하는 거니까요. 저는 그런거 보는 것도 좋아하고 기본적으로 고맙죠. 나는 가만히 있어도 나를 가지고 사람들이 놀아 주는 거니까. 그래서 저는 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B : 예전에 멜론 댓글 같은 걸 다 보신다고 했었는데 혹시 지금도 다 보시나요?

    네 저는 예전부터 다 봤었고 지금도 다 보고 있어요. 제가 '좋아요' 도 많이 누르고 있고요, 유튜브건 인스타건 페이스북이건 저는 다 봐요. 너무 재미있는건 반응을 하고 전체적으로 저는 다 확인하는 편이에요. (B : 그 중에서도 기분이 나쁜 댓글들도 있지 않나요) 저는 솔직히 없어요. 헤이팅이 아예 없는지? 는 모르겠지만 저는 솔직히 (기분 나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B : 염따 님을 두고 유튜브에서 주로 많이 달리는 댓글의 종류가 "형님 주접 떨지 말고 ~~ 하십쇼" 류잖아요, 요런 댓글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너무 재밌지 않나요? 난 그거 정말 재밌던데. 맨날 애들이 (제가) 뭐만 하면 예를 들어 이거 먹고 있으면 "형님 그 음료수 그만드시고 빨리 티셔츠나 파십쇼" 이런거 정말 웃기던데? 혼자 보다가도 빵빵 터져요. 애들이 되게 기발하다고 봐요. 저는 사실 채팅 개그에 좀 약하거든요. 그러니까 말로 하는거는 편하게 잘할 수 있는데 문자를 보낸다거나 글로 써서 웃기는 걸 잘 못해요. 그래서 그런지 이런 친구들이 되게 재밌더라고요.

     

    B : 표현은 다소 과격할지언정 기본적으로 애정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는 거죠?

    그렇죠. 그리고 저는 온라인에서는 과격한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차피 익명이고요. 그게 무슨 민증 까고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B : 지금이 염따의 프라임 타임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예전에 비해서 잘되고 있다는 느낌은 있지만 프라임 타임 이라는 건 말 그대로 정점 이잖아요. 아직 그건 모르겠어요. 왜냐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에 있어서 출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전까지 못했던 거나 하고 싶었던 것을 이제 와서 다 하고 있는 것이고 그게 사람들에게 반응이 있는 거지 지금이 저의 전성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B : 노래 제목대로 앞으로 더 높이 올라갈 일이 계속 남았다?) 네 그런거죠.

     

    B : 많은 사람들이 염따를 봤을 때 '뒤늦게 잘됐다' 고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요?

    오히려 고맙죠. 지금 그 말에 두 가지가 있잖아요. 오래됐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를 알았다는 거고 잘됐다는건 어쨋든 나를 되게 잘된 사람으로 보고 있다는 거니까 두 개 다 나한테는 고마운 거죠.

    저같은 경우에는 같이 시작했던 동년배들이 다 지금 레이블 사장들이잖아요? 팔로알토, 딥플로우, 더콰이엇 이런 친구들. 한참 같이 시작하던. 그런 친구들이 다 이제 씬에서 되게 존경받는 수장들이니까 항상 그런 마음은 있었죠. 쟤네들은 이렇게 많은 걸 일궈냈는데 나는 아직 뭐가 없구나. 그래서 그런 비교 아닌 비교를 늘 하게 됐었죠. 제 위치에 대해서.

    그게 스트레스가 많이 되기도 했어요. 정규 1집을 내기 전까지 그런 스트레스에 휩싸여서 살았던 것 같아요. 위치를 떠나 아티스트로서 존경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너무 힘들게 만들었죠. 내가 뭔가를 내놓는 아티스트인데 주변을 떠나서 나 스스로가 존경 받는 다는 느낌을 못 받았으니까 그게 1집을 내기 전까진 정말 힘든 시간이었죠.

     

    B : 요즘은 그런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고 느끼세요?

    그쵸. 저는 그 (존경의) 양이나 크기는 모르겠는데 1집을 내면서 난생 처음으로 느꼈고 그런게 조금씩 쌓여졌어요. 그 이후로 앨범을 계속 내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아 나를 누군가는 인정해주는구나' 라는 느낌을 계속 받기 시작한거죠. 내가 열심히 한 만큼 그 사람이 나를 인정해 준다는 것을, 뭐랄까 파이가 넓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꼈어요. 내가 어떤 사람들의 절대적인 기준 안에서 (받는 존경이) 크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냥 내 삶에서 제로였던 것이 10이 되고 20이 되고 50이 되었고 지금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거죠. 내 몸 안에서.

     

    B : 성공이라는건 사실 되게 복합적인 요인들로 이루어지는 것이잖아요? 아까 말씀하셨던 동년배 래퍼들의 성공과 달리 본인은 그게 잘 안되거나 늦었다고 생각했던 요인들이 있을까요? 제가 이 질문을 드린 이유는 사람들은 남의 성공에 대해 상당히 단편적으로 규정을 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삶의 기준/목표 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염따의 경우에도 본인만의 가치와 달리 사람들이 남과 비교해서 '성공하지 못했다' 는 식으로 보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해서요.  

    음 노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맞춰서 노력을 안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비전도 정확하게 있고 그것에 합당한 노력을 하고 있죠.  

    그리고 저는 그 사람들의 시선이 정확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성공에 대해선) 자기가 자기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확실한건 저는 1집을 내기 전에 행복하지 않았고 괜찮지도 않았어요. 왜냐면 나는 인정받지 못하면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거든. 그런데 혼자 자위하고 있었던 거에요. '아 그래도 난 지금 괜찮아~'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죠. 살도 이렇게 찌고 아무것도 안한채 맨날 앉아서 게임만 하고. 작업해야 할 때도 이 (게임) 한 판하고 해야지 하다보면 벌써 하루 다 가있고 뭔가 그런 삶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보면 잘 되는 사람들의 노래를 듣지도 않게 되고 그냥 시기하고 질투하기만 하고요. 그래서 사람들의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물론 이상한 악플은 빼고 이것저것 종합해서 평균을 잰 다음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자신도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인정을 받아서 그 행복을 느끼고 싶다면 사람들의 척도를 수긍할 수 있어야 더 좋은 것 같다는 거죠.

     

    B : 최근에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가 어떻게 보면 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의 모습들인데 보는 사람들은 그런 행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할까요?

    마케팅이죠. 저는 플랫폼의 차이를 두지 않아요. 기본적으로 저는 음악하는 사람이고, 앨범을 만드는 사람인데 그전까진 앨범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아는 사람이었지만 그 앨범을 어떻게 파는지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근데 최근에 언에듀케이티드 키드 (이하 '언에듀')를 보고 '아 앨범은 이렇게 팔아야 되는구나' 를 강하게 느꼈어요. 그리고 해보니까 내가 그 방식을 정말 잘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나만의 마케팅을 하는거에요. 옛날엔 CD, 그전엔 LP로 팔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걸로 안 듣잖아요.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으니 당연히 파는 방식도 바뀌어야죠. 자전거가 있고 자동차가 있는데 자전거가 먼저 나왔다고 해서 자전거를 탈순 없죠. 자동차가 훨씬 좋은데.

     

    B : 안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서 질문을 드리려 했는데 최근 같은 SNS 마케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언에듀인걸까요, 아니면 원래 이런 시대의 흐름과 플랫폼을 따라 가려 했는데 언에듀가 자극을 준건가요?

    뭐 따라가려고 했다기 보다는 제가 열심히 만든 앨범을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저는 아무래도 혼자 모든걸 하니까요. 음악 만드는 것부터 포장까지.

    음악은 알아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만들어서 잘 끝냈는데 이걸 어떻게 들려줄지 고민하면서 내가 '와 좋다' 했던게 뭐였을까를 찾았어요. 그때 언에듀가 하고 있던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으니까 당연히 그 사람에게 빠져들고 음악도 듣게 된거고요. 저는 원래 언에듀의 음악을 먼저 들었었고 그런 (SNS 어그로는) 오히려 후에 알게 된 케이스긴 한데 어쨋든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 나도 이렇게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번 했을때 오는 반응이 있고 피드백이 있으니까 그것을 제가 제 안에서 잘 컨트롤 하는거죠.

     

    B : 그렇다면 염따가 보여주는 SNS 행보는 본인 스스로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엔터테이너로 본인을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등이 궁금했거든요.

    저는 엔터테이너와 뮤지션이 구분 되어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고 만약 그냥 음악만 만들고 싶은거라면 만들어서 혼자 들어야지 그걸 왜 플랫폼에 업로드해요. 올리는 순간부터 그 완성품은 자신의 자위가 아니라 무작위의 어떤 사람들에게 자신을 평가받고 싶은거잖아요?

    그렇다면 이미 그것을 올리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마케팅을 하고 있는거죠. 노래를 어딘가에 올렸지만 나는 마케팅을 안했고 이건 순수 예술이다? 개소리죠. 그러면은 자기 집에서 혼자 들으면 되지. 뭔가를 발표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해요.

     

    B : SNS에서 일으키고 있는 화제성이 본인의 새 앨범으로 계속 연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쵸 느끼죠. 제가 하는 그런 재밌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다 음악에서 출발하는 거에요. 얼마 전에 티셔츠 팔거나 제주도 다녀오고 그런 것도 그래요. 제주도 갔을 때의 경우는 곧 발매할 싱글에 ('sold out') '제주가서 돈을 쓰자' 라는 라인이 있어요. 아 그럼 제주도 한번 가야겠네 그러고 갔다온거에요. (제가 해온 것들은) 다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에요.

    갑자기 뭔가를 띵 하고 발명한다기 보다는 앨범에서도 내가 사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있는건데 나는 그걸 비주얼로 보여주는거죠. 사실 거기다가 했던 행동들이 크게 (저라는 사람을) 벗어나지 않아요. 원래 해보고 싶었거나, 친구들과 있을 때의 모습 등에서 하이라이트만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뭔가를 연기한다기 보다는.

    음악이 없었다면 이런 것들을 안했을 거에요. 내 앨범이 없었으면 안했을거고. 그래서 (SNS의 그것과 내 음악이) 분리될 무엇인지도 딱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 모든 것이 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B : 염따의 경우 티셔츠와 굿즈 판매로도 많이 알려져있어요. 저는 굿즈를 사는 행위와 앨범을 듣는 것과는 약간 구분이 된다고 느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염따의 생각이 궁금해요. 

    아 저는 그 반대로 생각해요. 저는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생각해요. 굿즈 중에서 폰 케이스를 예로 들면 저기 시장 가면 제꺼보다 좋은거 3천원에 다 팔거에요. 그런데 이걸 사람들이 왜 샀을까?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사는 거라도 생각 하거든요. 뮤지션이 무언가를 발표 했을 때 그 앨범을 사거나 음원을 듣거나 공연을 보러가는게 팬들이 뮤지션에 대해 보내주는 사랑이잖아요. 저는 그게 완벽하게 똑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사람들이 CD를 들으려고 산다기보다 그 사람을 서포트하는 의미로 사잖아요. 저는 굿즈를 사는 것이 CD를 사는 것과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왜냐면 그 굿즈는 다 내 앨범 제목이고, 이게 사실 예쁜 제품은 아니에요. 근데 이건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내 앨범이라는 거죠. 실제로 이 후드나 내 다른 굿즈를 산 사람들에게 내 앨범을 디지털 파일로 같이 보내줬었고요. 그래서 저는 티셔츠나 이런 굿즈들을 팔은 건 내 앨범이 그만큼 인정 받았다고 스스로 생각해요.

     

    B : 만약 이 사람들이 폰 케이스와 후드를 샀지만 앨범을 안 듣는 경우들도 생길 수 있잖아요. 

    상관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게 더 고마울수도 있는 것 같고요. 왜냐면 그렇게 시작해서 제 음악으로 올 수 있는 거니까요. 잠시 옛날로 가서 투팍(2PAC) 얘기를 하자면 지금 투팍 음악을 실제로 들어본 애들이 몇명이나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근데 그 투팍이라는 이미지는 사람들이 다 알잖아요. 에미넴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그런 저의 이미지를 나는 음악도 들려준 적 없는데 판 거니까 솔직히 더 개꿀이죠. 

     

    B : 염따의 행보와 이를 통해 거두는 성공이 2019년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성공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요즘의 방식' 인것 같다는 거죠. 

    그렇게 볼수도 있죠. 근데 기본적으로 이 모든 게 왜, 어떻게 성공했나를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누구보다 힙합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힙합 음악을 계속 듣고 이게 어떻게 사람들에게 다가가는지 늘 관심있게 보거든요. 왜냐면 나는 만들어서 내놔야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내놓는 과정까지도 늘 관심이 있었고 단지 지금 달라진 건 내가 그것을 한 것 뿐이에요. 

    그전까지는 하고 싶었지만 두려워서 못했던건데 지금은 두려움이 없어요. 그냥 지르는거에요. 사실 나도 두려워요. 뭔가 내가 했을 때 이 사람들에게 어떤 반응이 올지. 뭔가를 했는데 아무 반응도 없을 때 그 개인이 느끼는 리스크가 엄청나거든요. 간단하게 싱글을 하나 냈는데 반응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없어, 그러면 기분이 진짜 안좋거든요. 그럼 그게 어떻게 연결되냐?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아져요. 

    근데 반대로 보면 뭘 했는데 반응이 이렇게 나온다, 그러면 더 하고 싶어지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 반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좋은 예시들을 그대로 따라 하는 거에요. 아까 언에듀 얘기를 하긴 했지만 요새 와서 느낀건데 더콰이엇과 도끼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됐어요. 내가 했던게 전혀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사람들이 아는 방식이고 해왔던 방식인데 단지 그걸 내 방법대로 풀 뿐이거든요. 나도 좋은 음악들을 들었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들을 한번 먹고 다시 뱉는 거고 지금 하는 것도 똑같애요. 잘된 사람, 훌륭한 사람들을 보고 배워서 하는거에요. 

     

    B : 지금 하고 계신 방식이 힙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내가 래퍼고 힙합 뮤지션이고 힙합문화를 알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힙합 문화를 알기 때문에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좋아했던 힙합 뮤지션들이 했던 것을 늘 관심있게 봐왔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나왔던 거라고 생각해요. 방금 말했던 도끼, 더콰이엇을 예로 들 수 있죠. 그 친구들이 성장해온 과정. 음악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팀을 꾸리는 방법, 차로 어필하는 방식, 일리네어 싸인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방식이라던지 이런 하나하나가 음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굉장히 좋은 방법이죠. 

     

    B : 본인의 음악을 주도적으로 마케팅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마케팅의 내용을 보면 SWAG이든 FLEX든 뭔가 자랑을 하고 전시하는 코드들이 있잖아요. 이런 코드들을 정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일단 정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진짜 실제로 그래요. 나는 늘 뭐랄까 만족을 못하는 성격이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항상 더 올라가고 싶은 성격이에요. 맨날 애들 만나면 그래요. 농담으로 "야 내가 잘되면 니들 같은 애들 안 봐~'. 그만큼 늘 잘되고 싶은 마음이 가득 차 있어서. 그 증명과 인정을 받고 싶은데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사람들의 기준에 맞는 뭔가를 보여주는 거죠. 

    리스펙이나 인정 같은 건 사실 보이지 않는 단위잖아요. 그래서 예전에는 내가 G-SHOCK 차고 그랬다면, 어떤 행동을 인해 이만큼의 뭔가를 일궈냈다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죠. 나 스스로만 느끼고 마는게 아니라 사람들도 그걸 느낄 수 있게. 그리고 그 사람들이 그걸 보고 환호하거나 인정해주면 그게 진짜가 되는거고, 나는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것들을 더 하는거죠. 

     

    B :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인생 역전하고 위로 올라가는 드라마를 원하면서도 누군가의 성공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공존하잖아요? 이런 와중에도 염따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이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들과 똑같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바닥에서 시작했고. 실패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도전했고. 내 힘으로 나 혼자 뭔가를 일궈냈기 때문에. 그게 많은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이잖아요. 

    재벌의 아들로 태어난게 아니라 다 그냥 보통 사람이잖아요. 다들 열심히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해서 그런거 같아요. 자기가 겪어야 하는 지금과 앞으로 겪을 수 있는 미래를 나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니까 그런게 아닐까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자신과 일체화한다고 볼 수 있는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많이 보는 편인데 뭔가 그런 내용들이 많아요. '나도 형처럼 열심히 해서 언젠가 잘되고 싶다' 같은 메시지들. 

     

    B : 롤렉스를 사신 후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 모습이 저는 굉장히 중요했다고 봐요.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이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의도하진 않았어요. 아니 그 종로 3가가 5호선이어서 택시 타는 것보다 지하철이 제일 빠르고 싸거든요. 원래 늘 지하철 타고 다니니까 그냥 아무 생각없이 탄 건데. 사람들이 그걸 되게 인상적으로 본게 신기해요. 

    지하철 타고 간게 좀 재미있는게 생각해보면 나는 십 몇년 동안 지하철 탈 땐 아무도 날 좋아해주지 않았거든요. 똑같은 거에요. 나는 아무것도 변한게 없어요. 저는 원래 사람들이 어떻게 말하던 제게 피드백을 주는 걸 항상 체크해요. 나한테 주는 피드백을 보면서 내가 성장하는 것만큼 어떤 사람들이 같이 뭔가 해나가는 것에 있어서 나도 기쁨을 느껴요. 

    예를 들면 제 노래 중에 '운수 없는 날' 이라는 게 있는데, 이걸 들은 어떤 팬이 이런 얘기를 전해준거에요. 자기의 할머니 장례식장에 가서 여러가지를 당한게 있는데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많은 걸 느꼈다, 나도 이런 걸 느꼈기 때문에 앞으로 이렇게 하고 싶다. 이런걸 보면 아직 그 친구가 어떻게 됐는진 몰라도 내가 세상에 낸 무언가로 이 친구도 힘을 얻었다는 게 느껴지니까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요. 뭔가 같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B : SNS에서 주로 보여주는 모습은 캐릭터와 컨셉이 가미된 것이잖아요. 이게 가짜라고 말하는건 아니지만 힙합에서 말하는 진짜와 약간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그 모습이 제 진짜 모습 중 하나에요. 예전엔 MTV '모스트 원티드' 도 하고 무한도전 '돌아이콘테스트' 같은 것도 나갔었는데. 그게 뭔가를 연기한게 아니에요. 실제로 저도 그게 재밌고 좋으니까 그런 짓을 한거에요. 예전부터 그렇게 쭉 살아왔을 뿐이고 그때는 인스타그램이 없었던거죠.

     

    B : 이게 어떻게 보면 요즘 시대의 흐름인 '밈' 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요즘 세대를 밈세대라고 부를 정도로 일단은 웃겨야 하고, 재밌어야 하고.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제가 이전에 칼럼에서 언에듀와 염따를 두고 한국 힙합에서 밈세대를 최초로 관통한 래퍼들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거든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근데 '웃긴다' 는 개념을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만났을 때 재미를 주고 웃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결국 제가 좋으려고 하는 거거든요. 그 사람에게 행복을 준다기보다. 웃고 있는 건 그 사람이지만 기쁜건 저에요. 예전부터 누구를 만나던 좀 그런 편이었어요. 

    어딜 가도 좀 시끌벅적한 타입이고 묵묵히 누구 얘기를 듣는다기보단 좀 깝치면서 사람들 웃게 하고 그러는 걸 스스로 되게 좋아했어요. 오히려 같이 있는 누군가가 분위기가 안좋거나 외면당하고 있거나 그러면 전 그게 신경이 쓰여요.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통해 즐거워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콘텐츠를 찍어서 올릴 때 기획을 하게 되면 안해요. 머리 속에 딱 생각났을 때 일단 해요. 구리면 안하고 지우고 '어 재밌네' 하면 올리는 거고. 돈 ASMR 같은 것도 그렇게 해서 나온거고. 이유나 그런게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머리 속에 그런 생각이 나고 늘 그런 순간들이 툭툭 나와요. '아 이거 ASMR 각이다' 하는 식으로. 

     

    B : 인터뷰를 하다보니 느끼는 건데 본인을 항상 제3자의 시선으로 분석하고 정리를 잘하고 계신다는 인상을 받아요.

    저는 늘 그래왔어요. 늘 잘되고 싶었기 때문에 잘된게 무엇인지를 보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봤죠. 내가 좋다고 하는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해왔고, 얼마나 가지고 있고, 뭘 했을 때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간단하게 수치화 되어있는 시대잖아요. 음원 판매순위, 좋아요/댓글 수, 차트 순위나 래퍼들 사이에서의 반응이 그 예시겠죠. 그리고 저는 '백앤포스' 활동을 하면서 늘 클럽이나 공연장을 다녔기 때문에 그걸 보기 싫어도 늘 보고 느껴요. 반짝스타와 묵묵히 떠오른 사람들 모두를 봐왔기 때문에 더 정확히 보는 것 같아요. 

     

    B : 이번 앨범 가사를 보면 '돈 낭비할때 살아있음을 느껴' 라는 구절이 있어요. 이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하고 있는 게 다 돈 낭비죠. 근데 이 x랄할때 기분이 제일 좋아요. 슈퍼 가서 담배를 5천원 주고 살 땐 기분이 하나도 안좋지만 이런 걸 (시계 등) 살때 어떤 느낌이 드냐면 '와 내가 이런걸 사는 사람이네' 이런거죠. 더 좋은건 이걸 사람들한테 보여줄수가 있잖아요. 사실 사진 찍고 나면 아무런 쓸모가 없어져요. 시계를 본적도 몇 번 없고요. 그래서 늘 얘기하는건 '시계는 보려고 사는게 아니라 보여줄라고 산다'. 심지어 시간도 안 맞아요.

    제가 컨버스나 반스 신발 찍찍 끌고 다닐 땐 아무도 안보다가 프라다 신고 금시계 찼을 때 사람들이 보는거잖아요. 그걸 모르는게 아니고 느끼면서 하는거에요. 그래서 돈을 낭비할 때가 기분이 제일 좋아요. 생필품을 살 땐 기분이 별로고. 

     

    B : 예능과 음악 간의 밸런스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게요. 예를 들어 윤종신 씨는 발라드 음악을 할 때 슬프지 않을 때도 감정을 잡고 슬픈 이별 가사를 써야 하지만 동시에 '라디오스타' 에서는 웃고 떠들어야 하잖아요? 힙합 같은 경우엔 1인칭 시점으로 자기 얘기를 하는 음악이라 좀 더 자연스럽게 일치가 되는 것 같긴 한데 이 부분에 대한 염따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그 정도에요. 여자 얘기를 하고 사랑 얘기를 계속 하고 싶으면 결혼을 하면 안되겠네? 그 정도까지 생각해요. 결혼해서도 여러가질 할 수는 있겠지만 제가 그간 느껴온 다양한 여자들로부터 오는 감정이나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 등을 결혼하면 얻을 수 없잖아요. 저같은 경우엔 그렇게까지 해야 전달이 된다고 느껴요. 

     

    B : 윤종신 씨가 또 얘기한 것 중에 사람들이 예능을 많이 하면 슬픈 노래를 쓰는 재주가 퇴화될 것을 우려하지만 사실 본인의 경험으로는 라디오스타 녹화를 하고 난 이후 귀가하면 오히려 더 고독해져서 슬픈 노래를 더 쓰고 싶어진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도 있나요? 

    그건 정확히 맞는 말이에요. 화려한 곳이나 많은 사람들 속에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정말 되게 외롭거나 우울함을 강하게 느끼거든요. 없다가 있는 것보다 있다가 없는게 더 와닿는 느낌같아요. 늘 그런걸 겪어요. 이런 촬영을 하거나 뮤직비디오를 찍거나 아니면 래퍼들 만나서 놀면 그때는 기쁘잖아요. 내 얘기도 들어주니까 신나서 떠들다가 혼자가 되면 그 외로움이 많이 찾아오죠. 

    근데 예능과는 좀 다른 케이스같긴 해요. 예능이란건 기본적으로 전파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공급이 되잖아요. 그 사람을 몰라도 누군가는 그 방송에서만 보고 재밌어서 좋아할 수 있는거죠. 그럴때 그 뮤지션이 사람들이 내 음악은 모르고 내가 웃긴 것만 좋아해 라고 얘기한다면 전 오히려 이 사람 스스로가 자신을 행복하지 않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B :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예전부터 '살아숨셔' 라는 말을 외치셨는데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시는건가요?

    사실 아무 의미가 없어요. 예전에 랩퍼들이 자기 이름 외에도 뭔가 하나씩 더 있잖아요? 약간 그 정도 느낌이에요. 

    그런데 <살아숨셔 2>로 앨범 이름을 지은 이유는 있어요. 1집인 <살아숨셔>는 진짜 내 이야기를 밀도있게 담은 앨범이었고 두번째 앨범인 <MINA>는 사랑하는 한 여자에 대해서만 열 곡을 만든 앨범이었거든요? 그러니 이번 앨범은 다시 한번 나의 삶을 담은거여서 <살아숨셔 2>가 된거죠. 

    2011년에 냈던 'I'm Back' 가사에서는 사실 그냥 싸지르고 본거에요. 그때는 그냥 내가 이렇게 할거다 봐라 정도였는데 현실로 되고 있네요. 저는 기본 모토가 일년에 앨범을 하나씩은 무조건 낸다에요. 제 자신과 약속했기 때문에 <살아숨셔 3>는 당연히 나오겠죠?

     

    B : '아버지' 라는 키워드가 염따라는 뮤지션의 작품에 계속 등장을 하고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도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1집에서도 얘기한건데 앨범을 만들게 되었던 가장 큰 계기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주셨던 영감들이거든요. 그걸 '하이파이브' 에서 풀었었고 이번에도 '더 높이' 라는 트랙을 통해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출발하고 싶었어요 앨범의 시작을. 

    아버지 얘기가 왜 계속 나오는지를 생각해보면 제가 음악을 제대로 하게 된게 아버지 때문인거 같아요. 아이러니하게도 그전까지는 음악으로 아버지와 공감하고 그런 게 없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날 앨범을 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거죠.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굉장히 존경받았던 사람이었구나 라는 걸 느꼈기 때문에 장르는 다르지만 저도 이만큼 존경받는 사람이 되야겠다 라는 생각이 항상 있어요. 

     

    B : 아버지를 음악 안에 지속적으로 담으면서 혹시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되나요? 이를 테면 '내가 아버지를 어찌 보면 음악에 이용하고 있는게 아닌가' 라던지.

    음 잘 모르겠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만들 땐 크게 생각을 안해요. 만들고 나서 오히려 생각을 하지. 음악 만들 때는 일단 비트 만들고 바로 녹음을 하거든요. 가사 없이 가면서 머리 속에서 나오는 걸 한 두개씩 퍼즐을 넣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말이 들어가는 것 같고 그만큼 저도 모르게 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거죠. 

     

    B : 가사 없이 녹음을 하는 방식이라함은 정확히 어떤 것일까요?

    음 뭐 영어도 아니고 한글도 아니고 가이드로 그냥 (얼버무리는 소리) 이런 식으로 막 하다 가사가 나오기도 하죠. 가사를 써본지 한 몇 년 된거 같아요. 가끔 핸드폰에 뭐 생각나는 거 적긴 하는데 거의 안 보고요. 1집 내고 나서부터 가사 써서 녹음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걸 한 번에 막 뱉는 건 아니에요. 한 곡을 완성하는데 한 두 달이 걸리기도 하죠. 그냥 노래 틀어놓고 뭔가 하나 나오면 그거 킵 해놓고 잘 되면 계속 쭉 하는거고. 어느 정도 하다 그 다음날 뒷부분 마저하고. 모르겠어요. 저는 이게 왜 어려운지 모르겠네.

    저는 작업실에서 제가 만든 걸 바로 녹음하는 게 편하거든요. 제 공간이 아닌데서 가사가 나오지 않을 때 바로 써서 해줘야 될 때가 더 힘든 거 같아요. 오히려 가사를 써서 해야 할 때.

     

    B : 이번 앨범을 듣다 보면 랩의 측면에서 이전 앨범에 비해 톤이 변화된 걸 느껴요. 1집 같은 경우엔 랩이 좀 더 표준적이고 발음도 되게 또렷했다면 이번 앨범은 약간 멈블 랩 같은 느낌도 들었거든요. 

    저는 그 멈블 랩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사실. 그 단어를 제가 음악을 들으면서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고, 그게 (멈블 랩을) 모른다는 얘긴 아니에요. 근데 저는 노래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제일 좋아하는 걸 제 방식대로 푸는 거 같아요. 멈블 랩을 해야지 같은 생각을 해본 적은 딱히 없었던 것 같고요. 

    그냥 음악을 만드는 과정이 늘 똑같아요. 비트 먼저 만들고 막 씨부리는 거니까 보통 의도가 거의 없어요. 근데 이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는 그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 사람에겐 그게 맞는 것 같고, (봉현 님이) 느끼신 변화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과정인 것 같아요. 

     

    B : 이번 앨범은 또 특이한 점이 길이가 짧은 곡들이 여럿 있어요. 이 부분도 어떤 의도가 있었나요? 곡간에 기승전결 등이 있는 스토리텔링 구성이라기 보다는 정말 자유롭게 감정을 드러내신 것 같거든요. 

    아니에요. 그런 건 없고 그냥 요새 짧은 노래가 많이 나오고 저도 그런 걸 많이 들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나온거에요. 저는 노래를 만들 때 '이제 여기까지 했으니까 아웃트로를 만들어야겠다' 류의 생각을 안해요. 이게 끝났네? 하면 끝이에요. 

    그리고 제가 되게 좋아하는 순간이 있어요. 어떤 기억에 남는 가사 한 줄이나 단어가 누군가에게 탁 꽂히면 그 사람에겐 평생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작업할 때 꽂히는 부분이 제게 진짜처럼 다가온다고 느꼈을 때 최대한 그걸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담은거죠. 

     

    B : 이번 앨범의 구성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이 트랙 배치가 면밀하게 의도된 결과인지 궁금해요. 가사들을 봤을 때는 사랑, 부모님, 성공 등이 번갈아가면서 나오는 구성이고요.

    네 저는 앨범 순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2번 트랙이 나온다면 전 이미 1번 트랙이 다 찍혔다고 보면 되는건데, 1번이 오프닝이라면 2번이 앨범 들을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보게 되는 노래 순서라고 생각하거든요. 기둥이 되는 부분인거죠. 그래서 2번이 잘 뽑히고 나서는 순서를 되게 편안하게 짰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 앨범 작업을 할 때 기간을 정해놓고 해요. 유통사에 전화해서 날짜를 먼저 잡고 음악을 때려만들어요. 그러다보면 음악이 음악을 만들게 되고 내용이 내용을 만들게되고 한-두달 전 쯤 마무리가 되면 순서를 짜보고 발매를 해버리는거죠. 나를 강제적으로 더 일하게끔 하는게 제가 기본적으로 엄청 게으르기 때문에 뭐가 이렇게 쪼여지지 않으면 일을 안해요. 그리고 혼자 하니까 스스로 쪼아야지 내가 넋 놓고 있으면 아무 결과물도 안 나오거든요. 

    가사 같은 경우는 지금 나의 삶을 그대로 담은거에요. 배가 고파도 성공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있잖아요? 그냥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생각을 전부 담은거죠. 

     

    B : 쇼케이스 영상을 보니까 '이제 음악 활동을 할 시간이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딥플로우도 2년 전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이제 플레이어로써는 은퇴할 때도 되지 않았나, 왜냐면 힙합이라는 것은 패기 혹은 치기어린 멋이 중요한데 본인은 이제 헨즈 클럽에서 생각없이 웃통 까기엔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어른이 되서 힙합적으로는 좀 멋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를 했었는데 염따의 생각은 어때요?

    그 생각과는 좀 다른 거 같아요. 저는 그냥 헨즈에서 웃통 바로 까고 싶은 상태인데. 요새 웃통 많이 까요. 뭐랄까 내가 숫자를 굉장히 신경 쓰는 사람인데 나이, 숫자를 신경 안쓴다? 그건 구라죠. 근데 내가 봐왔던 사람들을 볼 때 멋있다고 생각했던 래퍼들이 뭐 50, 60살 되도 계속 현역인 느낌의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요. 

    저는 이후에 음악을 하지 않는다면 목수를 할 생각이에요. 예전에 생각을 해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만드는걸 좋아했고 작업실 만들고 이것저것 만들어서 인스타에 올려서 파는 거? 를 좋아해요. 지금이야 음악을 만들고 있지만 (뭔가를) 만드는 걸 늘 좋아했어요. 실제로 제 작업실에 스피커가 있는데 그 밑에 받침대를 제가 만들었어요. 

     

    B : 염따의 경우 '인디펜던트' 로도 잘 알려져있어요. (메이저 레이블에서) 제안이 와도 자의로 남아 계신거죠?

    그렇죠 자의로 남아있어요. 예전에 연예인 되고 싶어서 발악했을 땐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타의로 남아있었지만 앨범을 내면서 부터는 오히려 혼자 하는 게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래 활동을 하다보니 저는 개인적으로 (그간 씬에서 봐온 사람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감정인지를 친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거든요. 

    제가 느꼈던 거라면 흔히들 얘기하는 '대단한 회사' 에 들어간다고 아티스트가 행복해지는 건 아니구나에요. 내가 정말 어떤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거나 그 회사가 해주는 것들이 딱 맞다면 모르겠는데 지금의 저는 스스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를 증명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런 곳에 소속됨에서 오는) 편안함이 내 음악에서 큰 가치가 아닌 것 같아요. 조금 불편해도 내 마음대로 하는 게 낫지. 누가 그런걸 조금이라도 요구하면 되게 싫을 것 같아요.

    단편적인 예로 이런거야. 음악을 만드는 건 정말 좋아하지만 그 자료를 유통사에 보내야해요. 음악은 뚝딱뚝딱 다 만들어 놨어도 자료를 메일로 보내는 날은 전 항상 데드라인에 보내요. 그게 죽어도 하기 싫거든. 참 귀찮고. 근데 이런 것들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정하기 시작한다고 하면 뭔가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요. 

     

    B : 그럼 혹시 레이블을 설립하는 계획 같은 건 있나요?

    레이블을 왜 설립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 레이블을 설립한다는 게 팀을 이용해서 더 큰 효과를 얻거나 수익을 창출하는 거잖아요? 근데 저는 이제 스스로 해도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어느 정도 깨닫고 있어요. 저는 혼자 나가서 X랄하는 게 편하지 누군가를 더 챙길 자신은 없어요. 이게 첫번째 이유 같아요. 

     

    B : 이번 앨범을 듣다보면 염따는 다른 래퍼들보다도 자신의 삶과 감정을 날 것으로 표현한다고 생각해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트랙에서도 보면 일상적인 내용 같지만 염따가 갈구하는 것들이 진심으로 느껴지거든요. 

    그 노래의 탄생을 생각해보면 친구의 여자친구 인스타에 '좋아요' 를 누르면서 시작했던 거 같아요. 친구의 여자친구도 나랑 친구일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 사람을 보고 '매력적이다' '예쁘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걸 막을 순 없잖아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을 뿐이지. 

    그런 짓을 내가 하면서 그게 노래가 된 거 같아요. 실제로 고등학교 때 그런 일이 몇 번 있었죠. 친구의 여자친구를 혼자 막 좋아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웃기네) 그 친구를 얻으려고, 내가 내 여자로 만들고 싶어서 했던 행동들이랑 여러가지가 좀 뒤섞인 것 같아요. 

     

    B : 그쵸 그게 무슨 잘못을 저지르거나 한 상황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드러낼 수는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을 음악 곳곳에 담으시면서 본인 스스로 힐링이 된다고 느끼시나요?

    음, 힐링이나 치유보다는 약간 그런 거 같아요. 남들이 아무도 안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더 들려줘야 이 넘치는 음악시장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한다면 (제것보다) 더 좋은 건 세상에 많다고 생각해요. 1등이 된다기보단 '정말 그냥 내가 되야지'. 내가 멋있어 라는 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다면 '내가 멋있어'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멋있다고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고 어떤 공간과 시간이었는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가사에서 감동을 주고 싶다면 난 이렇게 써서 너희들에게 감동을 줄거야 가 아니라, 진짜 내가 감동을 받았던 순간이 언제일까를 찾아서 그걸 꾸밈없이 던져놨을 때 똑같이 사람들도 느낄거라고 생각하는 편인거 같아요. 

     

    B : 슬슬 인터뷰의 막바지에 왔는데요, 제가 이번에서야 인터뷰 요청을 드린 것처럼 그간 연락 안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연락 온다거나 하는 사례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선 기분이 어떠시나요? 

    저는 기분이 되게 좋아요. 내가 성공했구나 라고 느끼고 아까 말했던 성공의 어떤 지표를 느껴요. 옛날에도 랩을 했고 지금도 하지만 예전엔 찾지 않다고 지금 나를 왜 찾겠어요. 이게 인정받는 지표라고 느껴요. 뭐 가짜 친구들은 가짜로 대해주면 되니까. 

     

    B : 모든 걸 치밀하게 의도하고 전략적으로 행하지 않았더라도 염따의 성공은 2019년 방식의 성공이었다고 생각하고 한국 힙합에서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도 남을 위해 뭘 하지 않는 편인데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이유라면 제가 그걸 통해 살아났기 때문이에요. 1집을 내고 주변 사람들이나 팬들로부터 들었던 '니 앨범이 너무 좋았다' 라는 그 한 마디 때문에 진심으로 행복을 느꼈거든요. 와 진짜 기분 좋다라고 느꼈고 이 기분들이 삶을 지탱해줘요. 그래서 누군가는 저를 보면서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다 사는 거 X나 힘들고 다 잘 되길 바라잖아요. 근데 우리 삶에서 격려가 별로 없잖아요. 저는 그 격려를 통해 이 모든 걸 이뤄냈다고 생각해서 누굴 만나면 최대한 그걸 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모든 게 저한테 돌아와요. 그걸 얘기해주고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당연히 저도 기쁘기 때문에 항상 행복하게 살 수 있죠. 

    긍정 전도사 같은건 아니에요. 요즘 래퍼들 포함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니는데 나같았던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근데 그런 힘들어하는 부분을 만져주는 사람은 없어요. 제가 나서서 뭘 해주겠다는 건 아니지만 단지 제 공간 안에 들어온 사람들한테는 그걸 다 주고 싶어요. 지금도 찍고 있는 이 인터뷰가 '염따 편' 이렇게 알려져서 사람들이 저를 보러 올 거 잖아요? 그 사람들에게 제가 받은 걸 돌려주고 싶어요. 

     

    Interviewer : 김봉현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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