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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플로우 x 반루더와의 대담 "복각한 사운드에 랩으로 현대성을 더했죠"
    Interview/RAP GAME TALK 2020. 5. 15. 17:55

    [RAP GAME TALK]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REP TV'의 주요 콘텐츠입니다.

    래퍼를 초대해 한국힙합씬에 대해 대담을 나누며, 매디에서는 인터뷰 영상의 텍스트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김봉현 (이하 'B') : 작년 봄에 '36 Dangers' 가 싱글컷 되고 나서 이번 [FOUNDER] 앨범이 나오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한 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딥플로우 (이하 '딥') : 그 이후로 나머지 앨범 작업을 했고요. 저는 가사를 끝내고 다모임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그걸 할 동안 이 친구는

    반 루더 (이하 '반') : 곡이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 나온 최종 버전과 다르게. 추가 작업을 계속 하는 상황이었고 녹음까지 겹쳐서 앨범 작업 기간이 길어진 거죠. 

    딥 : 저는 다 끝나서 얘한테 나머지를 맡겨놓고 그랬죠. 

     

    B : 이번 앨범의 모든 가사가 거의 1년 전에 다 완료되었던 건가요?

    딥 : 작년 5-6월에 끝났어요. 9월까지 녹음하고. 

     

    B : 공백기라던지 어떤 외부적 상황으로 인해 딜레이 된게 아니라 사운드 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거군요?

    딥 : 저는 얘를 기다렸기 때문에 꼼꼼히 했는지 아니면 중간중간에 게임을 했는지를 정확히 확인 하진 못했지만. 어떻게 보냈어? 정확하게 음악만 했어 아니면 좀 놀았어?

    반 : 음악만 하진 않았죠. (딥 : 그렇지 게임 좀 했잖아) 배그하고 롤 하고, 스타1 주로 빠른 무한 3대3 (웃음).

     

    B : 이번 앨범 타이틀 'FOUNDER' 의 의미에 대해서 설명 부탁 드릴게요.  

    딥 : 가제가 '비즈니스맨' 이었는데 (웃음) 제가 옛날에 SNS에 '비즈니스맨' 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한 번 화두가 된 적이 있었어요. "쟤 뭐 비즈니스맨이라며?" 이런 식으로 저를 재단하는 용어로 사용이 됐었죠. 그래서 그걸 약간 역설적으로 앞에 B를 V로, 제가 좋아하는 (VMC식) V 장난을 쳤다가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예전에 봤던 영화 'The Founder' 가 갑자기 생각나서 그걸로 지은 것 같아요. 

     

    B : 이번 앨범을 "고전영화의 사운드트랙처럼 만들고 싶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는데 이거는 (앨범이 지향하는) 사운드와도 가장 관련이 있겠죠?

    딥 : 그냥 한 마디로 얘기해서 제가 좋아하는 장르영화들 있잖아요.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같은 영화 사운드트랙 류의 뭔가를 만들고 싶은 건데 그런 무드를 차용한 고전영화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던거죠. 

     

    B : 앨범 커버도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어떤 오마주 같은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딥 : 그렇죠. 그런데 그게 한 마디로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을 했다고 얘기할 수는 없어요. 왜냐면 그건 흑인영화니까. 그래서 그런 것들을 굳이 명명하진 않았지만 커버에서 그 냄새를 풍기고 싶었던 거죠. (이름이 어려우니) '블랙스' 라고 하죠 앞으로. (웃음)

     

    B : 네, '블랙스' 필름들의 어떤 매력에 빠지셨나요?

    딥 : 사실 제가 그 장르를 엄청 탐미하는 건 아니고. 제가 그래봤자 봤던 거는 '장고 : 분노의 추적자' 정도겠죠. '블랙스' 장르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그런 컬트적인 영화들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나 고전미가 있는 디자인 또는 사운드. 빈티지하고 레트로한 느낌들에 열광했던 거죠.

    그리고 그 취향들이 깊이 형성되는 데엔 우탱클랜의 역할이 컸던 거 같아요. 실제로 쿠엔틴 타란티노랑 르자랑 친하잖아요. 그런 친분 관계와 상관 없이도 타란티노 영화를 보면 우탱 음악이 나올 것 같고, 왠지 모르게 힙합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보게 된단 말이죠. 그게 설명하긴 힘들죠. 하지만 이 취향이 분명 다른 사람들과도 일부 교집합이 있을 것이고, 그 지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였겠죠 아무래도. 

    B : 에이드리안 영(Adrian Younge)도 제가 굉장히 좋아해서 찾아보니까 영향 받은 두 아티스트가 엔리오 모리꼬네(Enrio Morricone)와 르자(RZA)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딥 : 너(반 루더)도 그랬잖아. 얘도 제가 이 앨범을 설명할 때 엔리오 모리꼬네를 바로 떠올려서 그 음악을 많이 팠어요. 얘처럼 작곡(composing)이 되는 애가 진짜 (힙합씬에) 드물거든요. 악보 쓸 수 있는 친구. 힙합 비트는 다들 찍을 수 있지만 뭐 (작곡과 샘플링 사이에) 우열이 있는 건 아닌데 (이 씬에서는) 이런 종족이 드물단 말이죠. 그래서 전 얘를 찾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반 : 한 단어로 굳이 말하자면 '레트로' 라고 말할 수 있는데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이걸 재해석을 할 것이냐 아니면 완전히 복각을 할 것이냐 였어요. 예를 들어서 장르적 접근을 하자면 결국엔 상구 형이 랩을 할 트랙을 만드는 건데, 이걸 옛날 음악 그대로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랩을 얹을 수 있는 걸 만들어야 하는 건지 이런 걸 저울질을 많이 했어요. 절대 놓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라면 이 앨범이 현대적인 느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건 있었어요. 

     

    B : 예전에 라파엘 사딕(Rapahel Saadiq)이 완벽한 복각 그 자체를 목표로 한 앨범을 낸적이 있어요. 6-70년대 음악의 정수를 모두 담은. 저는 사실 그 앨범이 크게 재미는 없었거든요. 완벽한 복각이 목표라면 그냥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딥플로우 님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조이 배드애스(Joey Bada$$) 들을거면 그냥 90년대 붐뱁 들으면 되지 않냐 라는 의견도 있었고요. (딥 : 예 그렇게 생각해요) 그런데 에이드리안 영(Adrian Younge)의 음악 같은 경우 그냥 70년대 음악인가 하고 듣다가 요즘 나온 음악인걸 알게 되었을 때 발견하는 어떤 현대적인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반 : 그 현대적이라는 기준도 사실 저희 셋이 다 다를 거에요. 제가 작업을 쭉 하면서도 '아 이렇게 하면 이거 너무 요즘 건데?' 하는 걸 많이 걷어내려고 했어요. 작업을 마치고 쭉 들으면서 든 생각이 뭐였냐면요, 아무리 제가 영화음악이나 올드뮤직 사운드에 되게 빠져있었어도 다시 만들었을 때는 제가 힙합 프로듀서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존재하는 힙합적인 부분이나 현대적인 것이 안 들어갈 수는 없구나 싶더라고요.

    딥 : 저는 복각에 의의를 많이 뒀어요. 랩이 올라간다는 것 자체로서 재해석의 기능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 자체가 현대의 사운드일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는거죠. 사운드 적으로는 무조건적인 복각에 가깝고 랩을 올림으로써 맛을 좀 다르게 가져겠다는 거였어요. 근데 완성해가면서 느낀 건 랩이 올라간 순간 너무 다르게 들릴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이상한 말인데 작업하면서 자주 했던 말이 "야 이거 너무 힙합이잖아", 힙합이어야 하는 느낌을 굉장히 방어적으로 하고 있더라고요. 근데 50년대 재즈에다 랩을 해도 랩이 올라가면 힙합이구나 하는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너무 방어적인 스탠스면 오히려 (아웃풋이) 괴상하게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진행할 수 있었죠. 

     

    B : 2020년에 힙합 팬들이 이 앨범의 사운드를 듣는 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반 : 최대한 빈티지하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래서 악기 하는 친구들도 다 빈티지한 악기를 구매해서 그걸로 녹음하고 녹음 방식 역시 빈티지 스타일로 가야겠다 했었는데 이런 시도들을 잘 안해요. 왜냐면 돈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거든요. 요즘 시대에 오히려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딥 : 결국 저희가 원했던 건 컬트적인 반응이었거든요. "아 이런 걸 했네?" 에 가까운 거였는데 앨범 나온 후에 사람들 반응이나 평가를 보니까 "밴드 사운드를 했구나" 그런 거라도 캐치를 했던 것 같고 좀 더 나아가서는 "서부영화같은 느낌이다" 라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요. 저는 거기까지 어필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아요. 4K로 찍어놓고 굳이 필터 엄청 거는게 과연 빈티지인가 하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결국엔 90년대식 카메라로 찍어서 90년대 느낌 내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바꾸고 싶지 않은 거죠. 

    그래서 믹스하고 마감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절충안으로 좁히고 '우리만의 재해석으로 나왔구나. 이걸로 만족하니까 이걸 들려줘야겠다' 라는 선택을 했던 것 같아요. 몰랐을 수도 있잖아요. 딥플로우 4집이 나온 건 알지만 안들어봤다면 "808 넣어서 뭐 했겠지" 이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들어보라는 얘기죠. 표지도 친절하게 그런 풍으로 만들었으니까.  

    B : 요즘은 어떻게 보면 스플라이스 시대잖아요? 먼지 쌓인 바이닐 뒤지던 시대에 비하면 굉장히 간편해졌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었는데, 스플라이스라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거대한 유니버스가 되서 그 안에서도 디깅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딥 : 저는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그 안에서도 역량 차이는 분명하게 드러나고요. "이게 진탱이야 병신들아" 같은 접근은 절대 아니고 우리가 이런 (작법을) 했다는 것을 구분은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죠. 주인공이 래퍼이고 또 제 앨범이긴 하지만 저랑 반 루더가 같이 만든 사운드적인 접근이 더 많이 조명되는 걸 엄청 기대했거든요. '오 왜 이런 얘긴 많이 없지?' 그런 느낌. 최초로 메이킹 필름같은 것들도 남겨놓고.

    반 : 저 원래 샘플링도 별로 안 좋아했어요. (딥 : 좀 힙합에 대한 존중이 별로 없는 친구였죠) 그게 아니라 저는 음악 배울 때 모토가 '순수창작' 이었어서 어렸을 때 샘플링은 '응? 저거 내가 한 거 아니잖아' 약간 이런 마인드였죠. 

    딥 : 말 함부로 하지 마라.

    반 : 그 시기가 지나고 멋을 알게 돼서 이제 생각이 바뀌었죠. 방금 제가 샘플링에 대해서 얘기했잖아요? 그거랑 스플라이스를 보는 제 시각은 비슷해요. 사실 전 스플라이스에 가입도 안되어있거든요. 처음엔 그게 주류가 되고 있는 게 싫었어요. 싫었는데 일정 시기가 지나고 저도 이제 '아 이게 약간 옛날에 샘플링하던거랑 느낌이 비슷하게 바뀌고 있구나?' 라고 느낀거죠. 샘플링에서도 잘하는 프로듀서와 못하는 프로듀서가 나뉘잖아요. 프로듀서의 샘플을 초이스하는 감각, 그리고 어떻게 컷팅하는지에 대한 감각. 이런 걸 듣고 우리가 감탄하는 거잖아요? 지금은 스플라이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그 속에서도 개개인마다 다른 감각이 발현될 거고, (그것에 대해) 리스펙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안 할거에요. (웃음)

    딥 : 단언하진 마.

    반 : 전 안 할 거에요. 하지만 한 번 가입해볼까? 라는 생각은 해봤죠.

    딥 : 내 거 써. 내 거 빌려줄게 (반 : 오케이~) 그러면 안 쓴다고 한 거 다시 번복해. 쓰긴 쓰겠습니다.

    반 : 상구형 아이디로 이제 오늘부터 써보겠습니다. 

     

    B : 이번 앨범의 수록곡이 전반적으로 러닝타임이 짧거든요? 2분 대의 곡도 많고. 특별한 의도가 있었나요?

    딥 : 처음 구상할 때는 굉장히 실험적인 접근이어야 한다는 마인드가 컸어요. 그래서 이 곡이 만약 3분짜리라면 1분 50초 쯤에 (제가) 갑자기 나와서 랩을 한 8마디 하고 끝내는 노래도 있어야지? 같은 생각도 했었어요. 그런 마음이어서 부담이 크게 없었거든요. 가사에 스트레스 안받아도 될 것 같았고, 처음엔 진짜 훅도 안넣을 생각이었는데 이게 랩이다 보니까 훅이 가사를 설명해주기 굉장히 적절한 장치로 작용할 때가 있거든요. 'VAT' 같은 곡도 그렇고 '대중문화예술기획업' 같은 노래도 훅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간주? 같은 개념이었어서 곡들이 더 짧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반 : 앨범이 작업하면서 예상보다 길어졌다기 보다는 좀 더 형태를 갖추게 됐다는 것에 가까운 것 같아요.)

    기존 힙합 앨범에서 많이 하는, Verse 1, 2, 3로 나누는 그런 것들을 좀 피하고 싶엇는데 결국엔 조금 답습을 많이 했죠. 그걸 실패했다고 느끼기 보다는 이게 이럴 수 밖에 없었구나 라는 생각이에요. 랩이 들어가야 하는 데 6마디, 3마디 랩 이런 걸 할 순 없었으니까. 

    B :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이 4곡이에요. 선정 기준과 이유가 궁금합니다. 

    딥 : 사실 저는 타이틀로 하고 싶은 노래가 없었어요. 한 곡을 놓고 "이게 타이틀입니다" 라고 하면 제 의도랑 너무 벗어날 것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유통 과정에 있어서 타이틀곡은 꼭 필요한 절차라서 2곡을 고르려다가 더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앨범 중에서) 랩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게 저는 'Big Deal (feat. 화지)' 인데 희정이가 "난 그 곡 구린데? 난 'VAT' 가 좋은데?" 해서 그래, 그 곡도 하자. 약간 그런 식. 근데 로우 디가(Row Digga)가 "난 '500' 인데?" 해서 그 곡까지 넣었죠. 

     

    B : 타이틀 곡을 그렇게 복수 지정하면 실제로 뭐가 달라지나요? 사람들이 그 곡을 한 번이라도 더 많이 듣나요?

    딥 : 요새는 멜론 기준으로 하루가 지나면 몇 명이 스트리밍 했는지가 나와요. '타이틀' 이라고 써있는 곡을 훨씬 많이 듣고요. 저는 앨범을 쭉 통째로 듣는 걸 원했는데 그걸 강요하는 건 이 시대에 무리수인 걸 알고는 있지만 약간 서운하더라고요. 왜냐면 타이틀 곡과 스트리밍 수가 적었던 'Pretext Interlude' 같은 곡과의 차이가 너무 심한 거에요. 한 마디로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구나. (라는 걸 알 수 있죠)

     

    B : 이런 작품이 명과 암이 좀 있다고 봐요. 사실 JJK의 새 앨범에 대해서도 제가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이런 작품들은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쭉 듣고 나서 감상을 이야기 한 뒤에 또 듣지는 않는 앨범이 될 수도 있단 말이죠. JJK는 제게 그런 리스크를 염두에 뒀고 돌파 차원에서 2-3 트랙 정도는 좀 튀는 싱글을 만들었다고 말했었거든요.

    딥 : 이미 알고 있었고 그걸 애초에 포기했죠. 그래서 새 앨범에 '작두 2' 같은 트랙 있어? 같은 질문에는 "없어 없어" 라고 했었고. 그거에 저는 만족을 해요. 이 앨범이 그런 앨범이고. 그런 면에서 많이들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막 좋아하더라고요. 계속 듣는 앨범이라고는 저도 생각 안해요. 왜냐면 저도 진짜 좋아하는 앨범들이 한국에 있는데 2번 이상 안 들은거 많아요. 그렇지만 그 마음 속 기억에 있고 그 가치가 바뀌진 않는 거죠. 

    그 기능의 차이에 대해서 저는 정확하게 캐치하고 있고요. 제가 그런 걸 하고 싶을 때는 그런 무드에 적합한 앨범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앨범 마감시기에 저는 여기서 손을 떼고 반 루더한테 다 맡겼고, 그 때 다모임을 하면서 [FOUNDER] 앨범에 결여되있는 것들을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충족할만한 것들을 만들었니까요. '중2병' 이나 그 외 활동들로 충족된 게 있고요. 

     

    B : 이번 앨범의 특징이라면 하나의 일관된 컨셉과 유기적인 구성이 있고, 대단원을 평화롭게 마무리하는 마지막 트랙 같은 스타일이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명작 혹은 클래식의 요소들이란 말이죠.

    딥 : 왜냐면 저는 그런 걸 굉장히 좋아해요. 제가 타란티노 영화를 다 좋아하는 이유도 끝이 정해져 있잖아요. 와 (박수 치면서) 팝콘 막 먹고. 그런 엔딩 되게 좋아하고. 누군가는 넌 맨날 똑같이 끝낸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거는 아무 상관 없죠. 왜냐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니까. 

     

    B : 한 트랙의 러닝타임에 대한 기준도 변하는 시대잖아요. 저도 제 안에 있는 관성을 항상 확인하거든요. [양화]나 [FOUNDER]나 들어봤을 때 익숙하면 '아 이게 바로 작품이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이 기준 자체가 변화할 때가 되진 않았는지, 이게 오히려 클리셰가 아닌지 되묻거든요. 

    딥 : 이게 약간 으쓱한 느낌의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는데 진짜 완전 당연하게 그냥 만족이거든요. '아 나 이런 거 또 했네' 하는 만족, 그런 거라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 없어. (웃음) 아 이 멘트가 되게 상투적이고 제 입으로 하는 게 너무 이상한데 아무튼 진짜 그 마인드거든요? 

     

    B : 그럼 지금 생각으로는 다음에는 뭘 할 것 같나요?

    딥 : 차에서 듣기 좋은 것. 그런 거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막 트랩퍼가 되겠다 이런 거는 아니고. 그러니까 가사를 보면서 감상해야 되는 음악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FOUNDER] 앨범이. 그래서 아까 말한 (차에 듣기 좋은 것) 같은 걸 하고 싶어 하겠죠. 그런 걸 하고 난 다음엔 뭘 하고 싶을 지 아직 모르는 거고. 

     

    B : 반 루더 님이 프로듀서를 담당하셨지만 'From Wall to Human' 이라는 밴드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잖아요?

    반 :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알앤비 밴드가 아닐까. 하지만 이 친구들은 이런 빈티지한 것에 관심이 많아요. 예전 앨범에 보면 뉴잭스윙 같은 걸 한적도 있고. 여러가지 실험을 해나가는 과정 속에 있는데 기본적으로 음악 잘 하는 친구들입니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딥 :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이번 앨범) 퀄리티를 보장받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이 협업한다는 느낌으로 매달려서 같이 해줬고요. 세션을 받을 때 맘에 안들어도 이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면 "죄송한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비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하잖아요? "야 구려 다시 줘" 이럴 수 있는 친구들이니까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죠. 

     

    B : 네, 인상들도 굉장히 좋으시고요.

    딥 : 일단 딱 보면 '아 실력이 엄청나구나' (전원웃음) 이렇게 상상할 수 있는 외모죠. 

    반 : 많이 들어주시고요, 피드백 많이 남겨주세요.

    딥 : 강요할 순 없어. 알아서 해주세요. (반 : 네 알아서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Interviewer : 김봉현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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