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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장 SM] 2021년 상반기 앨범 리뷰
    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7. 1. 14:22

    올해에 뭘 할까? 고민하다 문득 'SM의 모든 앨범을 리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한 분기를 버리고 4월에야 떠올랐다는 사실은 그냥 묻어 두기로 하자.) 하나의 레이블이라도 전체를 조망한다면 이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아니나 다를까. 일반적으로 음반사에서 '비수기'에 가까운 상반기에도 SM은 앨범을 그야말로 쏟아냈다. 그들의 반년을 한 글에 정리해봤다. 하나하나를 볼 때는 보이지 않았던, SM이라는 레이블의 성장과 각 아티스트의 성장이 합쳐놓으니 더욱 뚜렷하게 보였다. 그게 여러분들에게도 보이길 바라며 이 글을 시작한다.

    SUPER JUNIOR 'The Renaissance - The 10th Album' 

    SUPER JUNIOR - House Party

    슈퍼주니어 10집은 오랜 기다림만큼 값을 한다. 팬에게 풍성한 만족을 주는 앨범이랄까. 아직까지도 진화하고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Burn The Floor'. 오랜 기간 기다려온 팬을 위한 팬송 '우리에게'. 팬들이 직접 투표로 선택한 리메이크 곡 '사랑이 멎지 않게'. 지금까지도 가장 트렌디한 사운드를 받아 소화하는, 슈퍼주니어만의 힙합 사운드를 보여준 'SUPER'까지. 그야말로 빡빡하게 팬들의 바램을 채워주면서도, 뻔하지 않다.

    팬의 바램을 채워주면서도 뻔하지 않은 이번 앨범의 미덕을 응축시킨 곡은 다름 아닌 타이틀곡 'House Party'라 본다. 얼핏 들으면 펑키한 곡이다. SM에서 자주 구사하는 펑키한 댄스 곡에 요즘 유행하는 사운드를 채색한 가벼운 곡으로 들린다.

    완곡을, 그것도 무대로 완곡하면 전혀 다르다. 중간에 뜻밖에 힙합이 들어간다. 전혀 다른 장르의. 전혀 다른 메시지의. 전혀 다른 곡이 떡 하니 곡의 정중앙 2분대 즈음에 들어간다.

    이 파트는 3가지 효과를 거둔다. 팬덤의 염원. 김희철이 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 팬의 염원인 김희철까지 추가한 구성이 가능하다. 메시지 중첩. 팬더믹을 즐겁게 버틴다는 밝고 희망찬 메시지의 곡에서 '현실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우리는 연대해야만 한다'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숨겨놓는다. 마지막으로 미학적 효과. 뻔한 펑키 댄스곡일 수 있던 음악에 강렬한 개성을 부여한다. 미학적인 충격과 팬의 바램과 메시지가 삼위일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그야말로 15주년, 잘 숙성된 아이돌 그룹에 걸맞은 하이엔드 아이돌 음악이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SHINee - Don't Call Me, Atlantis / 정규 7집, 리패키지

    Shinee - 'Don't Call Me'
    Shinee - 'Atlantis'

    샤이니를 수식하는 단어는 정말 많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고정으로 등장하는 단어들이 있다. 청량감, 일렉트로닉, 세련 등이 그런 단어들인데, 아마 때문에 이번 Don't Call Me 낯설게 받아들여지기도 한  같다. 일견 EXO Obsession 같은 느낌이라는 말도 들린다. 아무래도 매번 밝은 장조를 타이틀로 삼아오던 샤이니가 단조를 메인으로 가져온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이번 앨범이 ‘Odd’ 이후로 이어오던 기조와는 사뭇 다른 것은 맞다. 특히 직전 앨범 ‘The story of light’ 떠올린다면 음악적으로 더욱 이질적인 것도 맞다. 하지만 절제되고 세련된 노선 이전에 존재했던 샤이니 앨범들을 떠올려보면 그리 괴리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화려한 퍼포먼스와 안에서도 빛을 발하는 복잡한 화음을 생각한다면 'Odd' 이전의 앨범들에서 기원을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는 샤이니 커리어에서 보다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를 탐색하던 때 였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더욱 이해가 간다. (그리고 잊지말자. 무엇보다도 전에는 루시퍼와 링딩동도 했던 역사가 있는 그룹이다) 

    이번 타이틀은 오히려 그때의샤이니를 현재의 버전으로 세련되게 원복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끝을 앞두고 등장하는 피아노 솔로는 의외성과 함께 마치 불꺼진 무대 핀라이트 조명을 켜둔 같은, 뮤지컬로 치면 독백과도 같은 극적인 연출을 만든. 무엇보다 안정적인 보컬들의 합이 일품이지만, 이번 타이틀곡만큼은  안에서 화려한 헤드피스와 메이크업을 패션화보처럼 소화해낸 키가 돋보인다. 

    타이틀곡만 지나면 모두가 기대했을 시원, 청량, 화음을 머금은샤이니스러움 대잔치다. 개인적으로 샤이니 앨범은 수록곡까지도 정말 거를 타선이 없다고 느끼는데,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모든 수록곡이 세련되었지만, 사심을 조금 더해 샤이니의 화음이 한결 더 돋보이는 ‘Marry You’ ‘Kiss Kiss’ 추천하고 싶다. (Marry You 서사가, Kiss Kiss 베이스라인이 일품이니 귀기울여 들어주시길) 

    이후 리패키지로 나온 아틀란티스에서는 샤이니라는 그룹 본연의 색깔을 충분히 내비친다. 달려가는 듯한 곡의 전개와 하이라이트 화음에서는 셜록의 모습이 보이고, 전체적인 색감과 톤 앤 매너에서는 View가 보인다. 특히 리패키지와 함께 추가된 (같은 자리, Days and years) 밀도 높은 사운드로 꽉찬 앨범에 숨통을 터준다. 리패키지와 함께 재배열된 수록곡 순서를 보면 또 한 번감탄하게 되는데, 아틀란티스-CODE 이어지는 순서는 마치 해양 탐사를 위한 문을 열어주는 것만 같다. 역시나 배운 변태들임이 틀림 없다.

    데뷔14년 차, 2세대 아이돌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롱런을 보여주고 있는 샤이니. 이번 앨범은 지나온 노선과는 다 곡을 타이틀로 택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하게 만들고, 그와 동시에 샤이니스러운 수록곡들로 안정감을 주는 앨범이다. 태민의 입대로 당분간은 4 체제의 앨범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이번 앨범에서 앞으로에 대한 기대와 안정을 공고히 다졌다. 그의 입대를 아쉬워하면서도 제대 이후를 벌써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윤혜정, 광고기획자

     

    3rd 미니앨범 ‘Bambi’ - 백현

    백현 - Bambi

    백현에게선 종종 팬들과 연애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번 백현의 3번째 미니앨범 'Bambi'에서는 농익은 남자 친구 느낌이 물씬 난다.

    역대 한국 솔로 가수 음반 최다 초동 판매량 기록, 서태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그룹과 솔로 앨범 모두 밀리언셀러 등극 (그룹과 솔로 앨범 통산 7번 밀리언셀러), 솔로 가수 최초 '더블 밀리언셀러' 등. 이제는 이러한 타이틀이 붙는 게 놀랍지 않을 만큼, 솔로로서도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는 '천재 아이돌' 백현이다.
    데뷔 10년 차, 유닛 활동과 슈퍼M까지 거쳐 온 그가 5월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번 미니앨범에서는 롱디를 앞둔 오랜 연인의 느낌이 난다. 편안하고 익숙해진 장난기 많던 남친이었는데, 막상 멀어진다고 생각하니 애틋하다. 원래 이렇게 멋있었나 싶고. 감정이 진하게 우러나는 백현표 R&B에 작정하고 사랑의 테마를 얹었으니, 헤어 나올 길이 없다는 뜻이다.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별까지 사랑이라 보아도, 백현의 사랑에는 어느 곳에도 차가움이 없다. 비가 내리는 밤이 배경인 ‘Bambi’에서도, 서툴고 아팠던 사랑의 시작과 끝을 말하는 ‘Cry For Love’에서도. 같이 계절이 두 번씩이나 반복될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팬들에게, 백현은 어느 계절에 들어도 시리지 않을 애틋함을 이 앨범에 담아둔 것 같다.

    배연지 - 작사가

     

    WayV 'Kick Back'

    WayV - Kick Back

    자고로 호피 무늬는 '오늘 다 죽었어'라는 마음가짐의 상징이 아닌가. 거기에 샤넬(?)풍 진주 목걸이까지. 각 제대로 잡고 나왔음이 뮤직비디오의 시작부터 느껴진다. '핵심만 굵고 짧게'를 강조하는 숏폼콘텐츠가 대 범람하는 시대에 끝까지 보지 않고는 못 버틸걸?이라고 의도한 듯도 하다. 

    계속해서 노래를 따라가다 보면 후렴에 맞추어 발을 구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어떤 내용의 가사로 이야기하는지 궁금해서 한글을 공부하는 K-Pop 팬들의 마음이 이런 심정일까 이해가 가는 지점이다. 
    웨이뷔 - 웨이뷔~ 웨-이뷔! - 웨!이뷔... 4성조의 기억을 더듬어본다.

    카메라 연출 기법 중 트랙 달리가 적극 활용된 것인지 끝없이 확대되며 들어갔다 첫 프레임과 동일한 눈 속으로 빠져나오는 후렴 직전의 Pre-Chorus 부분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대런 아로노프스키 레퀴엠의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STRANGER 버전과 HITCHHIKER 버전으로 나눈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상하로 나누어진 레이아웃과 Silky 한 공간들은 WayV가 계속해 만들어가는 세계관 안에서 또 하나의 비밀 공간을 보여준다. 127의 일곱 번째 감각, U의 Make A Wish로 부터 이어지는 지점들은 다분히 의도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사진의 레이어 몽타주들이 이어지는 연출부터 360도 카메라까지 한 편의 패션 필름을 보는 듯한 감각적인 연출. 영상 카메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겠다는 패기와 실력이 느껴진다.  

    앨범 마다 계속해 'V'를 상징화하며 이어지는 아트워크는 이어진다. 이번 앨범이 WayV에게 얼마나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법한 도로의 Interchange를 항공 뷰로 보여주며 WayV가 뻗어 나아갈 그곳 어디든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비전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야심이다. 심지어 사운드와 비주얼과 멤버들의 퍼포먼스는 그 야심에 걸맞기까지 하다.

    그 세계관의 끝이 어디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WayV. 더 나아가 NCT가 보여줄 세상이 너무나 기대된다. 

    Elapse - Kpop Producer

     

    Wendy 'Like Water'

    Wendy - When This Rain Stops

    웬디의 첫 솔로 앨범 <Like water>는 제목 그대로 물처럼 포근하게 감싸는 기분이 드는 앨범이다.  아이린&슬기의 <Monster>의 강렬함과는 상반된다. 첫 솔로 앨범이라고 힘을 잔뜩 주거나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레드벨벳의 웬디가 보여주던 통통 튀고 상큼한 보컬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웬디가 가진 따뜻한 감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피아노 선율과 보컬로만 구성된 'When This Rain Stops'은 웬디의 음색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후반부에 단단하게 뻗어나가는 보컬은 보컬리스트로의 웬디를 기대하게 한다. 노랫말 중 한 부분인 "한 걸음 느려진 후에야 / 볼 수 있었던 많은 것들 / 그 안에 나만을 기다려준 / 많은 목소리들"은 웬디를 향한 위로이자,  예기치 않은 공백기를 기다린 팬들에게 더없이 반갑고 위로가 될 듯하다. 더블 타이틀곡 'Like water' 역시 위로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만큼 이번 앨범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수록곡 'Why Can't You Love Me?'는 리드 리컬 한 R&B 팝으로 웬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루 비한 리듬에 자연스럽게 얹는 보컬은 그녀가 다음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하게 만든다.

    한 영상에서 웬디는 자신을 솔로 가수로 '데뷔'하게 된 웬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맞다. 솔로로는 이제 첫 시작이다.  SM에서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솔로 여가수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앨범은 첫 시작으로 안정적인 이륙으로 보인다.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다양한만큼 앞으로 웬디가 어떤 음악 세계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민정 - EX 업계인

     

    예성 'Beautiful Night - The 4th Mini Album'

    예성 - Beautiful Night

    2년간의 침묵을 깨고 예성의 미니앨범이 나왔다. 놀랍게도 시티 팝이다. 'Beautiful Nights'와 'Fireworks'는 서로 다른 두 프로듀서를 데려와 그야말로 전통적인 시티팝을 보여준다.

    그 외의 곡들은 인디 팝의 질감의 'Phantom Rain'부터, 홍대 기타 팝의 시대를 환기하는 '이렇게 우리는'까지. 요즘 나오지 않은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들려준다. 첸이나 규현의 솔로가 떠오르는 '바람 곁에 날려 보아요'까지. 다양한 장르와 시대의 곡들이 담겨있다.

    SM의 메인 그룹의 앨범은 언제나 미래 지향적이다. 좋아하는 이들의 가슴의 뛰게 만들지만.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는 없다. 모두의 고막이 SM처럼 미래를 향해 전력질주하지는 않으니까.

    그래서일까. SM의 솔로 앨범에는 과거가 보인다. 여유가 있다. 약간의 센티멘털함과 노스탤지어를 허용한다. 메인 그룹 앨범에서는 어림도 없는 소리다.

    SM은 솔로 앨범들을 통해 '우리가 몰라서 평범한 음악 안 하는 게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대중의 의사와 아티스트의 의사를 반영하는 평범해 보이지만 웰메이드인 솔로 앨범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SM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NCT DREAM '맛 (Hot Sauce)' / Hello Future

    NCT DREAM - 맛 (Hot Sauce)
    NCT DREAM - Hello Future

    NCT DREAM은 원래부터 가장 뜨거운 그룹이었지만, 이 앨범으로 단숨에 케이팝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무시무시한 앨범 판매량. 당연하다는 듯 1억 뷰를 찍어버리는 뮤직비디오. 얼핏 보기에도 확 커진 팬덤의 반응.

    앨범 전체는 충실하게 NCT DREAM의 여지까지의 기조를 지켰다면, 가장 큰 도박수는 오히려 타이틀곡에 있었다. 이 곡은 강렬한 붉은 색감을 강조했다는 면에서는 레드벨벳의 '빨간 맛'이 떠오른다. 가장 진보적인 아프리카 음악을 들고 나온 과감함은 에프엑스를 오랜만에 떠오르게 한다. 일부러 힘을 조금 뺀 듯한 키포인트 안무가 많은, 하지만 어려울 때는 자비 없이 무대를 박살 내는 난이도의 안무는 NCT DREAM 답다.

    강렬한 하나의 정서를 전달하는 파괴적인 타이틀곡을 지나치면 우리가 알고 있던 경쾌한 NCT DREAM이 우리를 기다린다. 청량함을 가득 머금은 댄스곡(Diggity) 시원한 전자음악(Rocket). 빈티지하게 재지 함과 힙합 리듬을 머금은 곡(주인공) 그리고 앨범의 후반부를 책임지는 밍지션의 단출한 발라드와 이를 찢어버리는 멤버들의 보컬까지.(지금처럼만)

    앨범은 팬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가득 채우고, 타이틀곡은 즐거운 반전으로 혀에 자극을 준다. 마치 맨날 먹던 피자에 짜릿한 핫소스를 살짝 뿌려 피자 전체를 다른 맛으로 바꾸듯. 올해의 SM은 타이틀곡의 변수로 익숙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전혀 다르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맛 (Hot Sauce)은 핫소스에 대한 음악이기도 하지만, 앨범 전체에서 핫소스의 역할을 하는, 그런 음악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변신을 뒷받침하는 건 역시나 멤버들의 성장이다. '츄잉껌'을 외쳤던 어린이 멤버들이 이제는 청년이 되어 스무 살의 자신을 노래한다. 단순 기술이 아닌 정서적으로 어른이 되었다. 더욱 무서운 건 활동을 거쳐 이렇게 완벽하게 제련된 그룹이 첫 멤버가 군대를 갈 때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아직 더 NCT DREAM을 한참 더 즐길 수 있다.

    ps: 리패키지 'Hello Future' 또한 눈부시다. 케이팝 아이돌의 정석이자 전형인 '청량' 컨셉을 이렇게 신선하고 뻔하지 않은 진행으로 보여주다니 말이다. 묘하게 기대를 어긋나면서도 청량한 정서를 전달하는 후킹 한 멜로디. NCT Dream의 버블팝을 발전적으로 해석한 경쾌하면서도 SM의 근본 있는 흑인음악 리듬이 느껴지는 비트. 요즘 SM의 화두인 '인류애적 사랑'에 대한 노래. 70년대 히피 문화의 영향이 느껴지면서도 전성기 샤이니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듯한 색감까지. '우리가 미래다. 미래에 인사해라'라고 외치는 듯하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aespa - 'Next Level'

    aespa - Next Level

    장기 고수가 차 포를 떼고 승승장구하는 묘기를 보는 듯하다. SM의 특기는 뭐니 뭐니 해도 기획과 사운드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독보적인 프로듀싱이다. 시작부터 아예 프로젝트의 큰 그림이 남다르단 뜻이다.

    에스파의 'Next Level'은 '분노의 질주' ost에서 따왔다. 원곡이 있다. 당연히 전체적인 음악의 구상이 매우 남다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곡의 분위기 또한 정통 팝의 느낌이 든다. 당연하다, 원래 팝 곡이니까! 한국어로 팝을 불러봤자 YG 느낌이 나지 SM 느낌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에스파의 Next Level은 실로 SM 노래처럼 들린다. 우선 멤버들의 보컬과 SM의 보컬 디렉션. 에스파는 "유영진이 목소리로 낳은 딸"이라는 농담답게 철저하게 SM 식으로 팝 멜로디를 소화했다. 가사도 그렇다. '광야' '결속' 'Black Mamba'등. 전작들과 이어지는 서사가 있고, SM 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사가 있다. 덕분에 YG 스러운 멜로디임에도 SM의 곡이라는 느낌이 유지된다.

    그럼에도 뭔가 SM 답게 '터지는' 멜로디와 구성이 있어야 할 텐데...라는 갈증은 중반부에 터지는 이질적인 두 파트로 충족된다. 그래, 이게 에스엠이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 부분만 따로 별개의 곡으로 들었으면 이토록 스엠 고음이 반갑지는 않았을 테다. 마치 KWANGYA를 떠돌던 유대인처럼 YG 식 팝 멜로디 속에서 SM의 고음을 찾아 헤매던 슴덕들은 바위를 갈라 생수를 마시듯.... 여기까지만 하자.

    NCT가 'Resonance'를 발표할 때만 해도. 이질적인 무드와 장르의 곡 두 개를 붙이는 일은 재미있는 '퍼포먼스'라 여겼다. (Sherlock 등 이전부터 두 개의 곡을 접붙이는 시도를 하긴 했지만 분위기가 이처럼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에스파에서는 이질적인 곡들이 붙여지는 구성 자체가 곡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그런 곡이 차트를 지배하는 대중성을 획득한다. 에스파는 정말 가사대로 '다음 레벨'로 갔다. 앞으로는 또 어떤 도약을 보여줄지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Joy '안녕 (Hello) - Special Album'

    JOY - 안녕

    2천 년대 레트로가 세상을 정복한 요즘. '우연히도' 조이가 리메이크 앨범을 들고 왔다. 모두 2천년대 즈음에 우리를 강탈했던 음악들이다. 그렇다고 MSG 워너비의 유행을 이끄는 미디엄 템포의 진한 발라드들은 아니다. (아마도 조이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듯한) 귀여운 플레이리스트 소품에 가깝다.

    크게 야심이 느껴지지 않은 편안한 편곡. '이 곡은 여성 가창자가 부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본 곡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큰 야심이 있다기보다는 요즘 트렌드에 밀렸다는 이유로 약간 뒷전이 된 노래를 모아 이를 조이가 모자라지도 치우치지도 않게 소화한. 안정감 있는 리메이크 앨범이다.

    이 앨범이 기존 SM의 앨범들처럼 뭔가 새로운 사운드나 형식을 보여줬다 생각하진 않는다. 큰 욕심이 있다기보다는 조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보여 준 앨범이다. 아마도 레이블의 기획보다는 아티스트의 취향이 더 드러난 앨범일 것이다. 이는 팬들에게 큰 장점이 되기도, 헤비 리스너에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할 테다. 다만, 미학적 야심이 부족했을지언정, 성시경의 '좋을 텐데'조차 많이 듣지 못했을 '요즘 사람들'이 이런 좋은 플레이리스트 선곡들을 다시 발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프로젝트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EXO 'DON'T FIGHT THE FEELING - Special Album'

    EXO - DON'T FIGHT THE FEELING

    또 한방 먹었다. 솔직히 이제는 케이팝은 물론 팝까지 포함해서, 어떤 곡의 사운드에 놀랄 일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할만한 건 다 나왔다 봤으니까.

    'Don't Fight The Feeling'에서 엑소와 SM은 또 한 번 새로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얼핏 Love Me Right이나 Power가 연상되는 펑키하고 밝은 댄스 팝 곡이다. 하지만 미친 중량감의 레트로 베이스. 그리고 그 베이스를 뚫고 나오는 멤버들의 원숙한 보컬. 둘 사이를 절묘하게 연결해주는 전자음과 클랩, 리듬악기들.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이질적인 사운드가 하나로 묶여서 듣기 편안한 아이돌 댄스 음악으로 들리게 해주는 구성의 묘가 놀랍다.

    에스파나 슈퍼주니어의 곡처럼 전혀 다른 장르들의 음악들을 이어 붙이는 혁신도 놀랍지만. 전혀 다른 질감의 사운드들을 쥐락 펴락하며 자연스러운 한 곡으로 이어붙이는 능력은 또 다른 방식의 혁신이다. SM은 이제, 한국 최고의 댄스 사운드의 장인을 넘어 세계 최고의 사운드 디자이너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부담스러울 정도로 야심 찬 비트 위에서도 주눅 들 긴커녕 물 만난 고기처럼 가볍게 뛰노는 멤버들의 원숙한 퍼포먼스 또한 일품이다. 하이엔드 케이팝 레이블 SM의 명성은 계속된다.

    김은우 - 케이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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