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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년의 눈여겨볼 케이팝: 에스파(aespa)
    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5:44

    케이팝 그룹 데뷔곡 24시간 유튜브 조회 수 신기록.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3주 연속 차트인. 95개 국가 음원 차트 진입 및 중국 QQ뮤직차트 1위. 지난 11월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2020년 최대의 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스파 하면 나오는 가장 흔한 키워드는 역시 '가상 아이돌' 개념입니다. 각 멤버가 가상 현실의 아바타와 대응되는 독특한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음악까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세계관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음악은 평범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는 얼핏 평범한 데뷔곡 같아 보입니다. 블랙핑크, 마마무 등이 익숙하게 해온 '걸크러쉬' 느낌이 들지요. 하지만 전혀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참여진부터 흥미롭습니다. 헝가리의 록 밴드 Omega, Panic! At The Disco, Weezer 등의 밴드 곡을 프로듀싱한 Scott Chesak, 하드코어 뮤지션 출신 프로듀서 Shaun Lopez까지. 록 뮤지션들의 참여가 눈에 띕니다. 여기에 SM 작곡가 유영진이 중심을 잡았지요.

    이들의 데뷔곡 'Black Mamba'는 과연 록 음악을 연상시키는 사운드가 곡 전체를 지배합니다. 도입부를 이끄는 베이스 사운드는 디스토션 기타처럼 강렬합니다. 고음 보컬 하이라이트가 지나면 록 음악에서나 나오는 헤드뱅잉 안무가 클라이맥스를 장식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죽은 장르라는 록 음악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차용한 음악인 것이죠. 

    이런 강렬한 음악의 중심에는 역시 가사가 있습니다. 사랑 노래는 물론 아닙니다. 현실과 가상 사이, 아바타와 자신의 관계를 찾는 복잡하고 오묘한 가사지요. '에스파는 나야 둘이 될 수 없어'라는 복잡한 가사가 '거울 챌린지'를 통해 유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정확하게 무슨 뜻인진 모르지만, 좌우지간 뭔가와 맞서 싸워 이기겠다는 정서는 전달되었습니다. 

    이 중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복잡한 곡 구성, 강력하지만 비대중적인 록 사운드, 추상적인 컨셉만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사실입니다. 얼핏 듣기에는 블랙핑크, 마마무 등 우리가 들어왔던 걸그룹 음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안무 또한 걸그룹다운 귀엽고 아름다운 느낌을 충분히 살리되 걸그룹이 잘 쓰지 않는 헤드뱅잉, 하체 위주의 안무 등을 적절히 활용한 건 물론입니다. 중도의 매력을 지킨 덕에 Black Mamba는 '성공한 혁명'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에스파는 어떤 음악을 낼까요? YG의 걸그룹처럼 능숙한 팝, 알앤비 창법을 구사하면서도 최후의 SM 다운 록 보컬을 낼 수 있는 메인보컬 링링. SM 걸그룹 멤버 역사 상 가장 본격적인 힙합을 구사하는 지젤. 누가 봐도 SM 순혈인 카리나, 윈터까지. 좀처럼 보기 힘든 재능들이 함께 한 그룹이니만큼 이제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이끌지 모릅니다. 에스파의 가상 현실 컨셉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HIM 매거진 2021년 1월호 게재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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