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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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고등래퍼4>: 한국 힙합의 인재영입전쟁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22:03
당신에게 '고등래퍼'란 어떤 이미지인가요? 십중팔구는 교복 입은 청소년들이 패기 넘치게 랩을 선보이는 이른바 '쇼미더머니'의 학생 버전을 떠올릴 것입니다. 사실 오리지널 콘텐츠의 주니어처럼 보이는 IP는 원작에 필적할 인기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유사한 진행과 흐름 속에서 동일한 강도의 재미를 제공한다면 굳이 후발주자를 택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음악예능의 세계에서 '고등래퍼'의 포지셔닝은 남다른 구석이 있습니다. '쇼미'는 경력에 상관없이 성공을 노리는 래퍼들의 치열한 각축장입니다. 반면 '고등래퍼'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입니다. 사회로부터 때묻지 않았다 (느껴지는) 무대에 순수함을 느끼고 열광하는 독자적인 시청자 층이 생긴 것이죠. 이로 인해 '고등래퍼'는 매 시즌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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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의 눈여겨볼 케이팝: 에스파(aespa)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5:44
케이팝 그룹 데뷔곡 24시간 유튜브 조회 수 신기록. 데뷔하자마자 빌보드 3주 연속 차트인. 95개 국가 음원 차트 진입 및 중국 QQ뮤직차트 1위. 지난 11월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의 기록입니다. 그야말로 2020년 최대의 신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스파 하면 나오는 가장 흔한 키워드는 역시 '가상 아이돌' 개념입니다. 각 멤버가 가상 현실의 아바타와 대응되는 독특한 구조. 그리고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온 음악까지. 현실과 가상을 잇는 세계관이 중요하다는 거지요. 그렇다면 음악은 평범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에스파의 데뷔곡 'Black Mamba'는 얼핏 평범한 데뷔곡 같아 보입니다. 블랙핑크, 마마무 등이 익숙하게 해온 '걸크러쉬' 느낌이 들지요. 하지만 전혀 만만치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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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올해의 걸그룹 리뷰: 니쥬(NIZIU)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5:29
왜 일본은 안 되고, 한국은 되는가? 일본의 주간지 '프레지던트'의 기사 제목입니다. 10대 일본인 멤버 9명으로 구성된 걸그룹 '니쥬(Niziu)' 때문입니다. 이 걸그룹은 12월 데뷔 예정인데요, 데뷔하기 전부터 스트리밍부터 오리콘 차트까지, 일본의 온갖 기록을 다 경신했습니다. 니쥬는 JYP가 제작한 걸그룹입니다. 박진영이 직접 처럼 1만 명이 넘는 응모자 중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선발했지요. 여기에 JYP의 제작 노하우가 들어갑니다. 의상, 메이크업, 뮤직비디오, 안무, 작곡 등 모든 게 한국식입니다. 일본인으로만 만들어진 케이팝 걸그룹이 등장한 셈입니다. 니쥬의 성공에는 오디션 프로그램 '니지 프로젝트'의 성공이 가장 컸습니다. 프로듀서 박진영이 직접 출연했는데요. 한국에서는 익숙했지만,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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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2주년' 아이유를 되돌아보다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4:24
아이유의 데뷔 시절을 기억하나요? 2008년, 만 15세의 어린 나이에 '미아'를 수줍게 열창할 때만 해도 그녀가 동년배 솔로 여가수 중 원탑이 될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은 '말랑말랑말랑해~'를 외치며 귀엽게 춤을 추는 '마시멜로우'나 임슬옹과 스윗한 케미를 보여주었던 '잔소리'를 그녀의 초창기로 기억하고 있죠. 요약하면 차세대 국민 여동생 정도 되겠습니다. 연이은 성공, 예능에서의 즐거운 모습들과 달리 아이유는 생각보다 어두운 면이 많습니다.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자신의 초창기 3년의 모습은 사실 조울증적인 면이 많았다고 고백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었죠. 아마 이때부터 였을거에요. 예쁘고 착한 여동생으로 있어주길 원하는 대중과 이를 떨쳐버리고 싶어하는 아이유 사이의 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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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더머니9> : 엠넷과 한국 힙합의 오월동주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14:10
(이하 )보다 오래 가는 오디션 예능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요? 대국민 공개 오디션 가 2009년부터 7년간 위용을 떨치다 소리 없이 종영한 반면 2012년부터 수많은 비난을 들어왔던 이 랩/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8년이 지난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이름부터 노골적인 (이하 )입니다. 사실 올해도 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시즌이 매력적인 참가자 부재, 음원 성적 저조로 인해 이후 가장 부진한 결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나올 사람은 다 나왔다'는 여론에 확신을 더해주었습니다. 종영이 유력했던 분위기가 뒤집힌 이유는 코로나로 인해 지각변동이 일어난 업계의 상황에 있습니다. 방송사는 안정적인 콘텐츠/IP의 지속 확장이 필요하고, 힙합 씬은 사라진 공연을 대체할 수익 모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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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군대: 래퍼들의 새로운 SWAGFeature/힙합과 한국 2021. 2. 19. 11:02
"조기기상 6시에 나 좀 깨워~" 지난 6월 래퍼 던밀스(Don Mills)가 발매한 복귀 싱글 'OKGO 2'의 후렴입니다. 길었던 군 생활이 끝나고 돌아왔다는 전형적인 가사. 하지만 잘 들어보면 이전 전역자 래퍼들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조금 더 들여다볼까요? 지금껏 군대라는 건 젊은 날 한번쯤은 통과해야 하는 '관문' 이었습니다. 당연히 이를 그리는 시선은 무거웠죠. 수많은 뮤지션이 입대 당일 '이제 떠난다'라는 메시지의 싱글을 남기고 쓸쓸한 표정으로 입대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다녀온 이후의 소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이 잘 요약해줍니다. 군대 갔다 오면 곧 서른이야. 재미있는 건 최근 전역한 래퍼들의 군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작년 4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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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T a competition" 엠넷의 순한 맛 서바이벌 <굿걸>이 남긴 것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0:47
지난 5월 엠넷의 새로운 음악 경연 프로그램 의 막이 올랐습니다. 10명의 여성 아티스트가 플렉스 머니(Flex Money)를 걸고 엠넷에서 매칭해주는 팀과 경연을 펼치는 구성입니다. 10명의 여성 아티스트, 엠넷, 경연. 이 세 단어만으로도 이미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잔뜩 경계하고 날이 선 긴장감 넘치는 공간. 이미 우리가 에서 경험한 것이죠. 하지만 은 여러모로 예상을 벗어납니다. 우선 경연에서 패배해도 아무도 무대를 떠나지 않습니다. 집에 가는 탈락자를 보는데 익숙한 일반적인 경연 프로와 다른 부분이죠. 천만 원이라는 플렉스 머니를 잃을 뿐 다음 무대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악명 높은 엠넷 특유의 악마의 편집도, 출연자들 간의 시기와 질투도 없습니다. 'We are a team. T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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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 Remix'의 의미: 비로소 비에게 보내는 존경Feature/케이팝 인사이트 2021. 2. 19. 10:32
"비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 최근 몇 년간 들었던 생각입니다. 비에 대한 대중의 태도는 사실 '집단 괴롭힘' 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영화 '엄복동'을 1ubd라는 단어로 취합하는 태도, 비의 '깡'을 흉내 내며 춤을 추고 영상으로 올리는 소비 방식. 이건 누가 봐도 '조롱'에 가깝습니다. 비가 뭘 잘못했나요? 자기 능력으로는 좀 벅차 보이는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실패했지요. 그에게 보인 우리의 반응은 놀림과 조롱이었습니다. 비는 어떤 사람인가요? 박진영이 출연한 예능 프로 를 보면 비의 위엄을 알 수 있습니다. 박진영은 비가 등장한 이후 자기보다 비가 더 유명해져서 자기가 상대적으로 초라해졌다고 말합니다. 또한, 비는 노력하면 정말 월드 스타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하죠. 그게 당시 비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