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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모임 특집] 래퍼들이 나이가 들었을 때의 청사진, FOREVER 84
    Review/Singles 2020. 1. 29. 17:52

    다모임은 84년생 동갑내기 래퍼 5명의 단체 프로젝트다. 더 콰이엇, 사이먼 도미닉, 팔로알토, 딥플로우 그리고 염따. 한국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감을 지닌 이 다섯 래퍼가 모인다고 했을 때 이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보통 탑클래스 래퍼들의 뭉침이라면 으레 화려한 랩스킬의 각축장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누가 곡을 찢었는지 유튜브 댓글 창이 뜨거워지겠다 싶었다. 

    그런데 <Forever 84>를 들어보면, 이 곡이 한국힙합의 또다른 올스타 단체곡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래퍼들이 나이를 먹을 때 보여줄 수 있는 다음단계의 청사진에 가깝다. 

    이 곡에서 다모임 멤버들은 경쟁했던 과거를 지나 연대를 외친다. 래퍼들은 기본적으로 경쟁심을 타고났다. 3분짜리 곡에 8마디를 받았을 때, 다른 래퍼들을 이기지 못하면 부글부글 끓는 것이 생리다. "때로는 깡패가 되면서"까지 경쟁을 이겨낸 이들은 이제 팔로알토의 가사처럼 "서로를 위해 잔을 든다". 마치 뉴욕의 전설 나스와 제이지, 퍼프대디가 이제는 뮤직비디오에서 함께 샴페인 잔을 들고 웃는 것처럼. 

    연대와 함께 곡을 주도하는 정서는 사랑이다. 한 개인의 사랑을 넘어선 공동체적 사랑의 실천 (Spread love)이다. 패기로 가득찬 젊은 래퍼의 사랑은 일방향이다. 돈과 인정을 원한다. 이 갈구가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된다. 그렇지만 이 뜨거운 사랑이 평생 지속될 수는 없다. 다모임 멤버들은 그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 선행을 다짐한 가사처럼 받는 것보다 베풀었을 때의 기쁨을 누린다.

    이들이 나이들어 에너지를 잃은 채 온화하기만 한건 아니다. 성공과 함께 변한 라이프스타일에서 새로운 목표를 찾았을 뿐이다. 무대를 찢는 패기 대신 더 콰이엇은 곡에서 차분하게 말한다. 우리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관뚜껑이 닫히는 순간까지 계속될거라고 (Till the casket drops).

    세상을 바꿔버릴 기세로 등장한 래퍼들도 언젠가는 나이가 든다. 빨라지는 트렌드만큼 세월의 속도도 빠르다. 젊음이 주는 매력의 유한함을 깨달아가는 래퍼들은 아직 역사가 짧은 한국힙합 속에서 어떤 길을 따라가야할까. <Forever 84>가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는 최선의 롤 모델이 되는 이유다.  

    Written by 안승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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