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래퍼가 안 되면 힙합을 못해? '래퍼가 말하는 래퍼'
    Feature/힙합과 한국 2020. 2. 24. 18:37

     

    '래퍼가 말하는 래퍼'.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의 신작이다. 본인의 책이라기보다는 직접 '진로'라는 테마로 래퍼부터 프로듀서, 기획자까지, 다양한 업계의 플레이어들을 인터뷰해서 엮은 책이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라고 하지만 프로 래퍼는 이 중 절반 남짓이다. 나머지는 래퍼가 아니거나, 래퍼지만 실제 생업은 다른 일로 보는 사람들이다. 다만 이들 모두 '힙합'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신의 시간을 보낼 뿐 아니라, 자신의 생활도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스태프'란 뜻이다.


    이 책에서 계속 나오는 말이 '모두가 성공한 래퍼가 될 수는 없다'라는 말이다. 쇼미더머니에 수많은 참가자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래퍼는 백 명이나 될까? 실제 그중 밥벌이는 하는 래퍼는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사람들이 꿈꾸는 '래퍼'의 삶을 사는 사람은 더욱 줄어든다.


    그에 반해 스태프는 부족하다. 래퍼를 꿈꾸는 이는 있지만 스태프를 꿈꾸는 일은 드물다. 게대가 한 명의 래퍼를 위해서는 수많은 래퍼가 필요하다. 스태프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다.


    이 책에서는 스태프가 어떻게 힙합에 기여하는지,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매디에서 깊이있는 음악을 듣는 사람조차도 힙합에서 A&R이 어떤 의미인지. 힙합 레이블의 직원은 뭘 구체적으로 하는지. 래퍼는 어떤 변호사를 필요로 하는지. 공연 기획자가 필요한 이유는 뭔지 등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기는 어려웠을 거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굉장한 길잡이가 돼준다.


    그러면 이런 스태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 말하는 힙합이 업이 되는 비법은 간단하다. 진정으로 힙합을 좋아할 것.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명성이나 돈에 휘둘리지 않고, 진지하게 추구할 것. 이런 마음이 있으면 유튜브만 가지고도 정보, 테크닉은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고 래퍼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스태프의 장점은 뭘까? 우선 안정적이다. 래퍼는 결국 교체된다. 평생 Fresh 함을 유지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더콰이엇이 모두의 리스펙트를 받는 이유다.) 그에 반해 스태프는 잘 교체되지 않는다. 연륜이 쌓이면서 오히려 더욱 유능해진다. 80년대에 래퍼 중 현역에 남아있는 이들은 없지만. 80년대부터 음악계의 거물 스태프는 대부분 지금도 건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다가, 래퍼와는 달리 스태프는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유지된다. 자연인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좋을 때는 한없이 좋지만, 나쁠 때는 한없이 주위 사람까지 파괴되는 래퍼의 위험한 삶과는 달리, 힙합을 하면서도 스태프들은 자신만의 삶을 살 수도 있다.


    처음에 이 글 시작에 '모두가 래퍼가 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스태프가 될 필요 또한 없다. 래퍼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매우 유용하다. 프로 프로듀서들의 프로듀싱 노하우를 유튜브에서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래퍼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어떻게 충실하게 쌓아 놓았는지까지 다양한 래퍼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YTJHsIoJYE

    힙합은 음악 장르이자, 예술이자, 나아가 삶의 방식이다. 래퍼여야만. 스타여야만. 벼락부자여야만 힙합이라는 삶의 방식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힙합만이 특별한 음악인 거도 아니다. 힙합으로 뮤지션이 되거나, 힙합으로 사업가, 자영업자가 되거나, 힙합으로 밥벌이하는 사회인이 되는 일만 해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심지어 래퍼가 되려는 사람 조차도, 그런 '생활로써 힙합'을 몸소 실행하고 있는 스태프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협업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는 없다. '래퍼가 말하는 래퍼'를 통해, 힙합씬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이해를 해봄 직한 이유다.

    Written by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댓글

Copyright ⓒ 2019 By Maed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