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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앤비 특집] 오웰무드(Owell Mood) & 수비(Soovi) 와의 대담
    Interview/Player's View 2020. 6. 1. 19:03

    앞서 알아본 것처럼 지금의 한국 R&B씬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변화', '다양성', 그리고 '세대교체' 입니다. 

    변화의 한복판에 서서 새로운 움직임들을 그려나갈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 소속의 R&B 신예들을 매디가 만나보았습니다. 


    1. 소개

    매디(이하 '매') : 반갑습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두 분을 사운드클라우드나 유튜브로 단편적으로 접했을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시작에 앞서 소개 부탁 드릴게요. 각자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오웰무드(이하 '오') : 안녕하세요, 알앤비(R&B) 베이스로 노래를 만들고 음악 하는 오웰무드(Owell Mood) 입니다. 이제 하이라이트 레코즈(Hi-Lite Records)에 소속되어 열심히 음악 하고 있어요 (웃음).   

    수비(이하 '수') : 알앤비와 소울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 수비(Soovi) 입니다. 제가 어린 시절을 이탈리아에서 보냈거든요. 그 곳에서는 이름을 줄이는 편이라 제 이름 '수빈' 을 줄여서 '수비' 라고 불렀던 게 있고요. 또 댓글들에서 물어보신 것처럼 공격/수비의 의미도 있어요. 누군가를 먼저 공격하거나 시비 걸지 않고 제 갈길을 가되, 제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지킨다는 뜻에서 '수비' 라고 지었습니다.

    오 : 저도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말씀 드려야겠네요. 오웰무드는 사실 두 개의 단어를 합친 거에요. 오웰은 작가 조지 오웰에서 따왔는데, 당시에 그 분의 책과 칼럼을 굉장히 감명 깊게 읽고 있던 시기거든요. 저 역시 가사를 쓰는 한 명의 작가 입장에서 영감을 받고 싶은 부분들이 많아서 그 분의 이름 일부분을 쓰게 되었어요. 그 분의 작법이라기 보다는 그 분이 그 쪽 세계에서 미치는 영향이나 존재감같은?  

    무드를 쓴 이유는 제가 분위기를 굉장히 중시해요. 음악의 많은 요소들이 중요하겠지만 제 경우는 분위기로 기억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래서 제 이름을 작명할 때 그 의지를 약간 타투하듯이 담아낸 걸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매 : 하이라이트 레코즈에서 연이어 두 명의 알앤비 뮤지션을 새 멤버로 발표한 것이 화제가 되었어요. 메이저 힙합 레이블 속 알앤비 뮤지션이라는 구도인데 각자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계시나요?

    수 : 저는 굳이 장르나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고 저를 '아티스트' 라고 하고 싶어요. 예술에 관해서는 모든 걸 다 좋아하기 때문에?

    오 : 저도 미디어에 노출할 때마다 인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음악하는 사람이니까 평소에는 알앤비 베이스로 음악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긴 하지만, 알앤비 아티스트로 제 자신을 국한시키도 조금 애매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를 설명할 수식어를 딱 찾은건 아니고 약간 두루뭉실한 상태에요. 

     

     

    매 : 각자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으로 활동하시다가 많은 장르 팬들이 주목하는 레이블에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전까지 가지고 있던 씬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있나요?

    오 : 하이라이트에 오게 되면서 생각이 바뀐건 아니고요. 제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고향이 경북 영주에요. 그래서 레이블 입단보다는 상경하면서부터 새롭게 든 생각인데, 이 곳에서 음악적 행보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이 씬에) 뭔가 새로운 게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알앤비 씬으로 좁혔을 때 그 역할을 내가 맡고 싶다? 는 생각이 그 때부터 들었던 거에요. 

     

     

    매 : 평소에 음악을 접하거나 디깅하는 루트는 어떻게 되시나요? 그 외 작업하실 때 영감의 원천이 어디서 오는지도 궁금합니다. 

    오 : 저는 아무래도 작업실을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까 음악을 많이 아는 종사자분들이 많으셔서 귀동냥을 많이 해요 (웃음). 음악이 업이 되기 전에는 디깅을 종종 했었는데 요새는 쉽지 않네요. 음악을 만들다 보니 리스너로서의 관점이 좀 사라진 것 같기도 해요. 

    수 : 저는 사실 디깅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취향이 확고한건지 듣는 것만 자주 듣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음악을 접할 땐 오웰처럼 주변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음악들을 활용하거나 샤잠(Shazam) 앱을 거의 카톡만큼 많이 써요. 카페든 친구 작업실이든 항상 팔 올리고 이렇게 (웃음).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는 스타일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디깅일 수 있겠네요.  

    오 : 영감의 경우 아까도 말씀 드린 것처럼 날씨. 음악은 항상 틀어놓고 있고요. 그게 날씨와 어우러질 때 생각나는 음악이나 사진 등을 같이 생각하고 그게 작업에도 반영이 되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선 날씨가 제일 큰 것 같아요. 가사같은 경우엔 순간순간 꽂히는 단어들을 항상 적어두는 편이고요.

    수 : 저는 하늘을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하늘이란게 보는 시간에 따라 다 다르잖아요. 아침, 해질 때 등등. 제가 집순이인데 하늘을 보려고 옥상에는 올라가요. 그게 가사에도 영향을 주는 데 그간 냈던 두 곡의 가사에도 하늘과 구름을 소재로 한 가사들이 있어요. 

     

     

    매 : 오웰무드 님 같은 경우엔 발매 예정인 하이라이트 10주년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랩으로도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두 분의 음악 안에서 차지하는 힙합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오 : 표현의 방식을 놓고 고민하진 않아요. 랩으로 쓰고 싶을 때는 랩도 하고 주로 쓰고 싶은대로 쓰는 편이에요. 알앤비이기 때문에 저 스스로 보컬만 해야하는 것으로 규정하진 않고 있어요.

    수 : 랩을 굉장히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카피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작업할 때는 (아직 랩을 하는게) 어색해서 시도만 많이 해보고 세상엔 나오지 않았어요. (웃음)  


     

    2. 오웰무드의 음악과 배경

    매 : 이번에 총 4곡으로 구성된 EP인 [Owell's Mood]를 발표하셨는데요, 앨범에 대해서 소개 한 번 부탁드려요. 

    오 : 이번 EP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음악들을 최대한 담으려고 했던 결과물이에요. 함께 작업하던 사람들이 다같이 생각했던 건 이번 앨범이 사계절을 표현했다는 느낌이에요. 트랙도 딱 네 곡이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성을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고요.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잡힌 컨셉이긴 한데 저는 평상시에도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거든요. 좋으면 좋은대로, 비가 오면 오는대로 날씨가 주는 분위기가 있잖아요? 사계절이 주는 매력이 계절마다 굉장히 다른 날씨들인만큼 각 상황에 작업했던 트랙들이 모든 계절 날씨를 다 반영한 것 같다고 저희끼리 (작업하면서) 많이 얘기했었죠. 

     

     

    매 : 이번 EP 수록곡이나 예전 피처링 곡을 들었을 때 가사를 쓰는 방식이 상당히 색다르다고 느꼈어요. 기존에 들어왔던 알앤비의 특징이 멜로디가 노래를 주로 끌어가고 가사가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오웰무드 님의 가사가 가지는 세밀함과 곡 간의 연결성이 귀에 들어왔었거든요. 평소 가사를 쓰실 때 접근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오 : 네 저도 공감하는 게 최근 가요들을 들으면서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음악을 안 들은 상태에서 가사만 읽었을 때 뭔가 말이 안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저도 그런 부분이 아쉬웠기도 했고요. 평소 작업할 때는 메모지에 낙서나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편인데, 곡에 들어가는 가사를 그림 그리듯이 접근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너무 선을 하나하나 그었다는 느낌일 수도 있는데, 멜로디를 듣기 전에 가사만 봐도 문학적인 속성이 느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매 : 소속된 크루인 COZY CAVE 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소개와 샷아웃 한 번 부탁 드릴게요.

    오 : 네 완전 빅 샷아웃이고요 (웃음). '크루' 라는 단어도 어떻게 보면 너무 포멀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가족같은 사람들이에요. 청사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성과를 보고 모인 단체는 아닌 것 같아요. 작업할 때 항상 하는 얘기가 "같이 재미있는 거 해보자" 거든요. 저까지 총 9명인데 포지션이 다 달라요. 가구 디자이너도 있고, 의류 쪽도 있고, 뮤비 디렉터도 있고, 프로듀서나 기타리스트도 있고요.

    다들 작업을 엄청 열심히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어서 올해부터는 전략적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굉장히 재미있는 움직임이 될거라고 자신해요. 작년에 전시회를 열었었고 (저희 크루가) 음악의 비중이 큰건 아닌데 다양한 걸 많이 계획하고 있는 집단이에요. 약간의 티징이라면 크루 단체곡을 작업중에 있고, 코로나 때문에 계획이 많이 뒤틀어졌지만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고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매 : 이번 EP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요. 이전 언더그라운드 시절의 작업 방식과 하이라이트라는 메이저 레이블 안에서의 작업 방식의 차이 등이 있었는지?

    오 : 작업 자체로만 봤을 때는 크루 안에서 작업하는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가져가려고 했어요. (작업실 안에) 처음 보는 사람이 있다 해도 작업할 때만큼은 예전과 똑같은 바이브로 편하게 친구같이 하려고 했죠. 다만 그 이후에 많은 차이점들이 있었어요. (작업 이후의 공정을) 제가 간과하고 있던 부분들도 있고 사운드 디테일이나 믹싱 같은 부분들도 그렇고요. 이전에 하던 작업들과는 달리 이번 EP는 전략적으로 퀄리티를 높이는 데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3. 수비의 음악과 배경

    매 :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수비의 이름을 검색하면 하이라이트 입단 후 발매한 'Make the Move' 와 그 이전에 발매한 'Chained Up in Diamonds', 이렇게 두 곡이 눈에 띄는데요. 수비 님이 생각하시는 두 곡 간의 차이가 있을까요?

    수 : 'Chained Up in Diamonds' 는 제가 보이스톤 등 보컬적으로 더 많이 드러나는 곡이었던 것 같고 'Make the Move' 는 박자감이나 통통 튀는 무드 등이 차별점이었던 것 같아요.

    가사로 들어가면 'Make the Move' 를 작업할 때는 굉장히 순간적인 영감에 초점을 맞췄어요. 가사를 여러 방향으로 꼬아서 써보는 대신 굉장히 직설적으로 갔어요. 1절 가이드만 있었는데 팔로알토 사장님이 좋다고 해주셔서 빠르게 작업하고 영입발표 때 낼 수 있었죠. 반면에 'Chained up...' 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곡이라서 가사와 표현 방식에 대해 깊게 고민했었어요. 

     

     

    매 : 앨범 소개를 보면 유럽에서 보낸 유년기가 수비의 음악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세계관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이 되어요. 그 당시에 대해서 간략히 말씀 주실 수 있을까요?

    수 : 저는 태어난 곳이 스페인이고요, 한살 때 한국에 잠깐 왔다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난 뒤 바로 이탈리아로 가서 유치원, 초-중-고를 쭉 다녔어요. 아직 본가는 이탈리아에요. 가족들과 친구들은 다 거기에서 살고 있고요. 저 혼자 음악을 너무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마침 대학을 런던으로 가려다가 부모님이 한국 대학도 지원해보라고 권유하셨을 때 딜을 했었죠. '만약 한국 대학에 합격하면 어릴 때 못하게 했던 음악을 하겠다' 이런 식으로. 그 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다행히 합격을 했고 그 이후엔 한국에 와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매 : 사실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국인들이 흔하지는 않잖아요?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경험이 지금 하고 있는 음악과 삶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 지 궁금해요. 

    수 : 굉장히 영향을 많이 끼쳤던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들을 Third Culture Kids 라고도 하는데 (주 : 부모의 문화권과 다른 곳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통칭), 부모님은 한국 분이지만 저희는 이탈리아로 이주해서 살았고 저는 그 곳에서 또 국제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썼거든요. 그런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까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워낙 다양한 언어와 생김새 등을 경험해서 그런지 어디서든 적응이 빨라요. 여러가지를 보고 자라다보니 사람이나 상황에 대해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보는 것 같고요. TCK 로 자란 사람들만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이 있다고 생각해요.

     

     

    매 : 한국에 오신지 4년 정도 되셨다고 들었어요. 대학생활을 하면서 한국사회를 다양하게 경험하셨을텐데 TCK의 삶을 살아온 수비의 입장에서 보는 한국사회란 어때요? 

    수 : 음 이거 대답을 잘해야될 것 같은데요? (웃음) 한국에 오자마자 느꼈던 점은 삶의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 지하철 타고 내릴때만 해도 그게 느껴지니까 숨이 막히는 거에요. 학교나 사회에서 보이는 경쟁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압박이 굉장히 강하다고도 느끼고요. 또 하나는 전반적으로 다들 유행이나 트렌드를 굉장히 민감하게 따라가려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아디다스에서 새로운 신발이 나왔는데 '이게 대세 아이템이다', 하면 다 우르르 사는 약간 그런 것들?

    근데 4년 살다보니까 저도 지하철에서 빨리 들어가고 있더라고요 (전원 웃음). 그래서 지금은 좀 많이 익숙해진 면도 있어요. 한국사회에서 살면서 보이는 면들이 가끔은 좋기도 하고 어떨땐 좀 힘겹기도 하고. 

     

     

    매 : 문화나 언어의 차이가 지금 하고 계신 음악에 영향을 주는 면이 있을까요?

    수 : 어느 정도는 있다고 느껴요. 이번에 낸 'Make the Move' 가 한국사회에서 남녀가 연애할 때 밀당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만든 노래거든요. 눈치 보지 말고 나한테 와달라는 내용인데 약간 그런 (사회적 배경이)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4. 알앤비 씬에 대한 이야기

    매 : 본격적으로 알앤비 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각자의 알앤비 취향이 궁금해요. 인생 알앤비 앨범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오 : 저는 (예전 Bad Boy 소속의) 112의 [Pleasure & Pain] 앨범. 듣자마자 '와 이게 알앤비다!' 하는 느낌? 한국 가요에도 알앤비가 많았다고 느끼지만 근본을 듣는 순간 (제 안에 생각하고 있던 알앤비의 개념이)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국내에서는 김조한 씨나 호림 형 노래들을 많이 들었어요.

    수 : 저는 다니엘 시저(Daniel Caesar)를 정말 좋아하는데 [Freudian] 그 앨범이 저에게는 정말 명반인것 같아요. 그 앨범을 만들 때 그 분이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영감을 받아서 풀어냈다고 하잖아요? 가사나 무드나 가스펠 요소들이나 모든 면에서 저에게 완벽했던 앨범이에요. 아직도 자주 듣고 있어요. 이탈리아에서 자랐지만 저도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동방신기같은 케이팝을 먼저 접했거든요. 그러다 크러쉬(Crush)를 접했는데 충격이었어요. 그분의 노래 중에 [Wonderlust EP]에 실린 '2411' 이라는 곡이 있어요. 타고 다니시던 버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로 알고 있는데 저도 버스 엄청 타고 다니거든요? (전원웃음) 항상 타고 다녀서 그 감성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 : 정확한 시기나 기준을 정의하기는 애매하지만 한국의 알앤비도 세대라는 것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가령 2000년대 중반에는 알앤비를 대중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진보, 태완, 디즈 같은 분들이 있다가 2010년대 초반에 자이언티, 크러쉬 같은 수퍼스타들이 등장했던 것처럼 말이죠. 두 분이 보는 한국 알앤비의 시기 상 변화들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수 : 한국에서 알앤비라는 장르 자체가 예전에는 보컬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보컬 꺾기나 계단타기 같은? 스킬을 잘 구사하면 '와 알앤비야' 하고 인정받는 걸 많이 본 것 같아요. 공유주신 질문지에서 Ownership 이라는 단어에 굉장히 공감했는데요, 요즘 세대들 같은 경우 작사, 작곡부터 곡의 믹싱이나 사운드 소스 선정까지 같이 참여하면서 그냥 곡을 내는 게 아니라 내 음악의 Owner 로서 내는 것 같아요. 

    오 : 요즘의 음악들 자체가 장르가 많이 불투명해지면서 '이 장르는 이래야 해, 저래야 해' 하는 공식들이 많이 없어졌잖아요? 저는 음악 장르들 중에서 알앤비가 고유의 특색이 많은 장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알앤비 자체의 강한 색깔에 비해 최근의 음악트렌드는 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는 추세이다보니 그 안에서 알앤비가 세대 별로 보여주는 차이들도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수 : 사실 알앤비는 가요 속에도 있고 힙합 속에도 있잖아요? 그게 대중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힙합 같이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는 장르에 비해 하나의 장르로서 명확하게 카테고리화 되지는 않는 느낌이 들어요. 어떻게 보면 장르 자체로서의 근본이 약한 인상도 있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장단점이 있는 것 같네요. 다른 장르와 잘 섞이는 데서 오는 장점도 분명히 있지만 알앤비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데서 오는 단점도 있으니까요.

     

     

    매 : 2010년대 모든 예술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면 역시 플랫폼의 변화가 있어요. 힙합만 해도 사운드클라우드-유튜브를 통한 신예들의 커뮤니티 형성과 동반 성장, 메이저로 콜업 등 예전과 전혀 다른 생태계가 펼쳐졌고요. 이 변화가 지금의 한국 알앤비 뮤지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 같아요. 이전보다 좀 더 Ownership 을 가지고 작업을 하는 배경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고, 알앤비 뮤지션이 되기 위한 단계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거든요. 

    수 : 사실 저는 보컬학원을 다니면서 노래를 배운게 첫 시작이에요. 노래를 하는 것 자체가 행복해서 그곳을 다니면서 배우는 것에 익숙했었고 오히려 말씀하신 플랫폼들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꽤 걸렸어요. 보컬적인 뭔가를 드러내려고 유튜브 커버를 해볼까 했는데 '해야지 해야지' 하다 결국은 유튜브 계정도 안만들었어요. 이후에 사운드클라우드의 멋을 느끼면서 시작하게 되었고, 약간 하나의 프로필처럼 사용한 케이스인데 그 과정에서 한두곡 올렸을 때 운좋게 회사를 찾았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플랫폼이죠 (웃음).  

    오 : 아무래도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엔 하이라이트 레코즈에 곡을 보내고 싶어서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을 만든거거든요. 사실 그때까지 사운드클라우드가 뭔지도 몰랐어요. 알고 지내던 트웰브(twlv) 형이 영앤리치 입단 과정에서 사운드클라우드 링크를 활용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 때 가르쳐달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수 : 저도 비슷해요. 그 때 당시 주변에 힙합하는 친구들이 많았었거든요. 대부분 사운드클라우드를 이용했었고요. 그 때 이 친구들이 혼자 음악을 만들고 믹싱까지 하면서 플랫폼에 올리는 모습이 멋있다고 생각해서 저도 그때부터 사운드클라우드를 본격적으로 배웠던 것 같아요. 

    오 : 어떻게 보면 이전 세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저희가 어떤 사운드클라우드 감성이나 유튜브 감성이 있는 것 같진 않아요. 말씀 주신 것처럼 전세대 분들이 저희를 보면서 해석할 때 할 수 있는 오해? 같은 거죠. 

    수 : 그 감성이라는 게 뭘까? (오 : 모르겠어. 나한테는 약간 수단 1, 수단 2 같은 느낌이라서... 감성보단 특징일 수 있겠네)

    오 : 재미있다고 생각한건 사운드클라우드 안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는 점이었어요. 저희가 (요즘의) 한국힙합을 봤을 때 서로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저나 수비는 시작한지 얼마 안됐기도 했고 해서 아는 분들이 거의 없었으니까 이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정리해보면 사운드클라우드 감성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지만 저희는 플랫폼으로서만 써왔기 때문에 특별히 그런 게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매 :  더콰이엇-팔로알토의 '국힙상담소' 정기고 편을 보면 정기고 님이 알앤비 씬의 부재나 힙합씬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대해 말씀하시는 장면이 있어요. 씬에서 보낸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감정의 본질은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두 분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지 궁금해요. 

    오 : 하이라이트 레코즈 하면 다들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 가운데 있다보니 어떤 취지로 말씀 하신 것인지 공감이 가고 주변에 알고 지내는 알앤비 아티스트들도 많이들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수 : 사실 대학 다닐 때부터 느낀 건데 많은 대학교가 힙합 동아리는 있지만 알앤비 동아리라는 건 거의 없잖아요? 그런 부분들만 봐도 알앤비가 힙합에 비해선 확실히 대중화 되어있지 않구나 하고 느껴요. 회사 내에서도 다같이 모여서 작업을 할 때 보컬 포지션이다보니 어디에 껴야할까? 하는 생각도 종종 가지게 되고요. 

    오 : 지금까지는 소위 말하는 '알앤비 무브먼트' 라는게 그렇게 많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주변에서도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움직임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최근에 참가한 '알앤비 아일랜드' 도 그렇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그런 것들이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고 보고 있어요. 

     

    매 : 어떻게 보면 힙합 씬에서 흔히 말하는 크루 문화를 알앤비씬에서 아직 찾아보기 힘든 이유가 아직 아티스트들끼리 만날 계기나 지점이 없어서 그렇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거든요. 꼭 '랩하우스' 같은 형식이 아니더라도 뭔가 교류의 장이나 구심점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도 많이 느껴요. 물론 기계적인 결합은 지양해야겠지만요.

    오, 수 : 네, 그런 움직임이 생긴다면 굳이 그것에 반감을 표시할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오히려 많이들 반가워할 것 같고요. 어떻게 보면 그간 뭉치기 어려웠던 이유가 주로 알앤비로 활동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힙합 레이블이 많았으니까 그 안에서 소수(minority)여서 그랬던 부분들도 있겠죠? 계획하고 있는 움직임들이 주변에서 많이 들려오기 때문에 앞으로 알앤비 시장에 찾아올 변화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코로나만 없었다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되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이 확실히 과도기인 것 같아요. 

     

    매 : 말씀하신 이 과도기를 살아가며 음악을 하고 계신 입장에서 느끼는 것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오 : 조심스럽게 예상하자면 좀 더 장르에 구분과 제한이 없는 음악들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그 와중에서도 알앤비만의 특색은 잘 이어지길 바라고 있고요. 

    수 : 저 역시 비슷하게 생각해요. 힙합하시는 분들도 알앤비를 하고 계시니까요. 점점 경계가 없어지는 세상으로 계속 갈 것 같아요. 

     

    매 : 앞으로 어떤 것들을 이루고 싶나요? 

    수 :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목표라면 월드와이드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거에요. 저도 유럽 출신이라 활동을 좀 더 크게 가져가보고 싶고...체인스모커, 다니엘 시저 등과 작업해보면 정말 너무 좋을 것 같은...(웃음) 저도 제가 앞으로의 음악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 굉장히 궁금해져요.

    오 : 음악의 형태로 봤을 때 지금까지는 제가 보여주고 싶고 보여줘야 하는 음악 중 빙산의 일각만 보여드린 것 같아요. 이것들을 전부 보여드리고 싶고, 어떤 음악을 해도 제 음악을 확실히 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매 : 수고 많으셨습니다. 


     

    번외 : 오웰무드와 수비의 지금 플레이리스트는? 

    수비 : Jhene Aiko의 'Born Tired' 와 'Love'. Kehlani 'Water' 그리고 Rosalia 'Malamente'

    오웰 무드 : 요즘 날씨와 잘 어울리는 Boy Pablo의 앨범들.

     

    Interviewer : 안승배, 원지훈 (편집 : 안승배 / 사진 : 백승균)

    Interviewee : Owell Mood, So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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