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코리아, 과연 한국에서 통할까요?

일간 이용자(DAU) 점유율 1% 미만, 반쪽자리 서비스. 2월초 갑작스럽게 런칭한 스포티파이 코리아가 받은 첫 한달의 성적표입니다. 일부는 2016년 애플뮤직코리아의 상륙과 비교합니다. 국내 저작권 신탁단체 및 유통사들과의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한채 론칭 후 부족한 국내 음원과 함께 '한플뮤직'이라는 조소를 들으며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3월 11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와 스포티파이가 국내 및 해외 음원 유통 계약을 맺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간 해외 음악 서비스들의 한국 진출에 있어 치명적인 허들이었던 '주요 국내 음원 확보'에 성공한 최초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국내 유저들에게 아이유와 해외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로 거듭난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성장할 일만 남았을까요? 낮은 시장점유율과 기존 음악 스트리밍 앱들의 치열한 공세를 생각해보면 아직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스포티파이가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계획들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추측해 봅니다. 

 

1. 휴먼 큐레이션 강화

모든 음악 서비스가 개인화의 시대를 말하는 세상입니다. 이미 알고리즘 기반의 음악 추천에 있어 월클이자 원탑인 스포티파이의 넥스트 스텝은 무엇일까요? 타 서비스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스포티파이는 음악 장르 에디터들로 구성된 '에디토리얼 팀' (Editorial Team)을 대규모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신 음악부터 장르, 무드까지. 이들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테마의 플레이리스트들은 주기적으로 아티스트의 프로필 이미지가 삽입된 썸네일 (또는 커버 아트라고도 칭합니다)을 신곡 피칭과 함께 교체합니다.

예를 들어 미란이의 새 싱글이 주력 힙합 플레이리스트에 피칭되었다는 것은 유저는 미란이의 공식 프로필 이미지가 삽입된 썸네일의 플레이리스트를 클릭했을 때 해당 신곡을 1번 트랙으로 듣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즉, 플레이리스트들은 메이저/인디 레이블에게 있어 자신들의 아티스트들을 홍보할 수 있는 또 다른 인벤토리로서 기능하는 것이죠. 이는 음악생산자들을 대상으로 플랫폼의 이미지를 우호적으로 각인시키는 동시에 유저들에게 음악 경험의 다양화를 체감하게끔 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2. 오디오 콘텐츠 확보

독점 콘텐츠가 플랫폼 내 유저 락인 (lock-in)을 위한 필수 요소인 것은 넷플릭스의 사례를 통해 알고 계실 것입니다. 유튜브와 달리 동영상을 제공할 수 없는 스포티파이의 경우 일찌감치 세계 최고의 오디오 플랫폼이 될 것을 선언하고 오리지널 팟캐스트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스포티파이의 미국 팟캐스트 청취율이 올해 처음으로 애플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고 하니 '팟캐스트 강화' 전략이 한국 서비스에도 적용될 확률 역시 높아보입니다. 다만, 자막을 통해 무리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과 달리 해외 음성 콘텐츠가 얼마나 국내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소구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결국 국내 오디오 크리에이터 및 뮤지션들과의 파트너십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유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면 역시 가격일 것입니다. 스포티파이의 핵심인 무료 및 패밀리 요금제는 국내 도입 과정에서 제외되었고 나머지 요금제 역시 국내 서비스 대비 가격경쟁력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정책에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무료 프로모션이 공식 종료되는 6월 말이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과연 스포티파이 코리아는 비싼 요금을 상쇄할 고객 경험의 포석을 남은 시간 동안 다질 수 있을까요?

 

*HIM 매거진 2021년 4월호

안승배, 음악에디터